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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도 높아지는 ESG 경영, 게임사는 어떻게 대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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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업계에서도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출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공식 페이지)

작년 초부터 게임업계에서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영향력(Social), 의사결정구조(Governance)의 약자이며,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업 경영의 3가지 핵심 요소다. 친환경적인 경영, 사회에 미치는 좋은 영향력, 투명한 의사결정구조 구축. 이 모든 활동이 궁극적으로 회사 사업과 연결되어 실적을 견인하는 결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조명하는 사회공헌활동과는 결이 다른 개념이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 'ESG 경영' 하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환경’이다. 그렇기에 일각에선 ESG가 게임산업과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닌가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게임사 역시 ESG 경영은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 되고 있다. 2025년까지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는 반드시 ESG 정보를 공시해야 하고, 2030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아울러 국민연금을 포함한 글로벌 연기금은 물론 민간투자사에서도 투자 결정 과정에서 ESG 정보를 요구하거나 관련 지표를 검토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며, 시중은행에서도 ESG 관련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게임사는 작년부터 ESG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각각 작년 3월과 12월에 ESG 경영위원회를 설립했고, 넥슨, 펄어비스,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게임빌) 등도 ESG 경영 준비에 들어갔다. 아울러 ESG는 투자 등에 영향을 미치며, 글로벌적으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어 중소 게임사에서도 강 건너 불구경할 이슈가 아니다. 그렇다면 국내 게임사는 어떻게 ESG 경영에 대비하면 될까? 게임메카는 국내외 주요 사례를 토대로 E, S, G 부문에서 각각 검토해봐야 할 부분을 정리했다.

환경 (Environment) - 게임을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탄소배출량 감소를 고려해야

▲ 탄소중립으로 대표되는 환경 요인은 게임산업과 관련성이 적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국내 게임사는 실물 패키지나 기기 생산 비중이 적기에 외국 게임사에 비해 게이밍 하드웨어나 패키지 생산 과정에서 재활용, 에너지 절감 등을 고려할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실시한 2020년 ESG 경영등급 평가에서 국내 게임사는 전체적으로 ‘환경’에 낮은 점수인 D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게임산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이 부분을 이 정도로 개선했다’를 입증할만한 활동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게임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유저들에게 서비스하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뚜렷한 방향성이 보인다.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은 모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서비스되며, 특히 모바일은 여러 지역에 제공하는 글로벌 서비스를 목표로 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네트워크 중심으로 게임사업을 할 경우 서비스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사용량이 높은 시설로 분류되는데, 데이터센터를 운용하는 단계에서 친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할 수 있다.

액티비전블리자드의 경우 자사 게임을 서비스할 데이터센터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에너지 효율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다. 데이터센터 공급업체로부터 에너지 효율성 관련 자료를 받아서 검토한다. 북미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며,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데이터센터를 이용한다. 아울러 게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구글, MS, 메타(페이스북) 역시 자사 데이터센터를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거나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액티비전블리자드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료출처: 액티비전블리자드 ESG 보고서)

데이터센터 에너지 절감은 장기간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 PC온라인과 모바일 기반으로 한 게임을 주로 서비스하는 국내 게임사에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온라인으로 서비스되는 게임 역시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탄소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줄이는 방법을 고안해내는 것이 국내 게임사와 맞아떨어지는 친환경 경영이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의미 없이 플레이 시간만 늘리는 수직적 구조의 게임 기획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플레이 시간이 늘어날수록 가정에서 소비되는 전력 소모량과 탄소 배출량도 정비례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즉 기획 단계부터 플레이 시간을 압축하거나, 반복 작업을 오프라인 자동화 하고, 접속 시간이 길수록 더 좋은 보상을 주는 이벤트를 최소화하는 것도 게임사 특징을 살린 ESG 경영 사례로 언급할 수 있다.

사회(Social) – 직원 채용과 함께 게임 내 활동, 콘텐츠도 다양성과 포용성 강조

ESG 중에도 사회적 영향력에 해당하는 소셜은 그 범위가 광범위하다. 게임사 내부적으로 살펴보면 차별 없고, 공정한 직원 채용과 승진구조가 대표적이다. 회사 외적으로 보면 게임 내에서 특정 계층을 차별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하며, 콘텐츠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게임은 해외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문화콘텐츠로 자리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보편적인 여가문화로 자리한 만큼 회사 내부는 물론 자사가 만드는 게임이 사회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도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EA가 2020년 11월에 발간한 ‘영향력 보고서(Impact Report) 2020’를 살펴보면 인재확보와 플레이 환경 구축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최우선으로 앞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재확보 측면에서는 EA 산하 스튜디오 책임자 중 50%가 여성이며, 2년간 히스패닉과 라틴계 직원이 34%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아울러 전체 경영진 중 70%가 내부에서 발탁된 인재들이며, 각 사업부는 포용적인 기업문화 정책을 위한 정책을 실행하고, 이를 평가하는 ‘포용성 액션플랜(Inclusion Action Plan)’을 운영 중이다.

▲ 다양하고, 포용적인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EA (사진출처: EA 영향력 보고서)

EA가 인재채용에서 다양성을 고려하는 이유는 게임 이용자들이 본인의 이야기라 공감할만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게임 제작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다민족 국가이기에 피부로 느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회 각층의 경험을 게임에 반영할 수 있는 인재등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다민족국가가 아니기에 인종보다는 성별, 연령 등에 차별을 두지 않고 능력을 중심으로 한 채용과 보상체계가 보편적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EA는 자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와 게이머가 주축을 이루는 게임 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2020년에 긍정적인 플레이(Positive Play)’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온라인 환경에서의 안전, 건강한 플레이, 공정한 플레이를 구축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접근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대표작 피파 시리즈에 장애인 게이머가 보다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관련 설정을 조정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을 제공하고 있다.

▲ 게임 개발과 서비스에서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자료출처: EA 영향력 보고서)

접근성 강화 측면에서는 EA 외에도 MS가 Xbox 용으로 설계한 어댑티브 컨트롤러가 대표 주자로 떠오른다. 본인 신체에 맞춰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컨트롤러인데, 작년 4월에는 국립재활원에서 장애인을 위한 게임 컨트롤러 연구 세미나에서 이 컨트롤러를 실제 사례로 소개한 바 있다. 이 외에도 60종에 달하는 접근성 관련 옵션을 제공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등이 있다.

특히 국내 게임사의 경우 장애인 게이머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한 편이다. 이는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작년 10월에 진행된 한국콘텐츠진흥원 국정감사에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청각장애인 게이머를 유저들이 도와서 레이드를 완수한 로스트아크 사례를 언급하며 “게임이 차지하는 위상에도 게임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논의와 지원은 미비한 수준이다”라며 “콘진원 차원에서 장애인 게임 접근성 관련 연구를 진행해 게임업계에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점에서 국내 게임사의 ESG 경영에서 가장 시급하고 효과가 높은 부분은 이러한 장애인 게이머 접근성 향상일 수 있다.

▲ 로스트아크 미담은 궁극적으로는 미담으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사진출처: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거버넌스(Governance) – 회사 내부는 물론 파트너사와의 협업구조도 투명하게

ESG의 G에 해당하는 거버넌스는 투명하고, 범법행위가 없으며, 공정한 의사결정구조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이루는 주축은 회사를 이끌어가는 리더와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이사회, 회사에 투자한 주주, 내부감사체계로 압축된다. 거버넌스는 업종마다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난다기보다는 E와 S를 완성하기 위한 기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국내 기업 전체적으로 ESG 중 글로벌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있어서 참고할만한 사례는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K-ESG 가이드라인이다. 국내 기업환경에 맞춰서 만든 ESG 진단항목 체계로, 이 중 거버넌스는 크게 이사회 구성, 이사회 활동, 주주관리, 윤리경영, 감사기구, 지배구조 법/규제 위반 등이 속해 있다. 주 내용은 이사회 인원 성별 다양성, 전문성, 이사회 의장과 회사 대표이사 구분, 이사회 활동횟수 등을 본다. 아울러 내부 윤리경영지침 마련과 내부고발제도 운영, 독립적인 감사기구 운영, 주주에 대한 배당정책 및 이행, 리스크 관리로 대표되는 불공정행위 척결, 조세 투명성 등이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시한 K-ESG 가이드라인 중 거버넌스 부분 (자료출처: 산업통상자원부 공식 홈페이지)

게임사 중에는 작년 3월에 ESG 경영위원회 운영을 시작한 엔씨소프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엔씨소프트는 ESG 평가 등급을 내는 민간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거버넌스 부문 A등급을 받았고, 이는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높다. 이에 관련해 엔씨소프트가 작년 8월에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이사회 구성과 성과지표를 바탕으로 한 보상체계,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윤리규정과 대내외 신고제도 및 감사제도 등이 언급되어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협력사 선정 과정에 부당행위를 방지하는 체계가 잡혀 있다. 협력사 선정 과정에서 모든 참여사에 대해 청렴서약서를 받고 있고, 계약 과정에서 부당이익 제공과 요구를 금지한다. 아울러 2019년에는 협력사 선정 절차와 방식을 표준화하고, 협력사 정보와 이력을 데이터화한 전사 통합구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 엔씨소프트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협력사 선정 및 거래 과정에도 부패방지 체계가 도입되어 있다 (자료출처: 엔씨소프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평가기관 및 지표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거버넌스 영역에서 고려할 중요 이해관계자에 이사회, 주주와 함께 ‘파트너사’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게임사 역시 다른 회사와 계약을 맺고 필요한 용역을 제공받는 경우도 적지 않기에 사내와 함께 헙력사와의 관계 설정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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