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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부터 삐걱거리는 N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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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NFT는 초반부터 부침을 겪고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작년부터 P2E(플레이 투 언)이 국내 게임업계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로 떠올랐고, P2E와 연계된 NFT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다만 초반부터 많은 부침을 겪고 있다. 게임에 한정해서 살펴봐도 타사 게임을 무단으로 도용해 NFT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례 다수가 알려지며 저작권 침해 문제가 불거졌고,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암호화폐와 연계된 NFT 게임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 주요 게임사 중에는 NFT 진출에 회의적이거나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한 곳도 적지 않다.

타사 게임을 무단 도용한 NFT 콘텐츠 난립

가장 큰 부분은 타사 게임을 무단으로 도용한 NFT 콘텐츠가 난립하며 저작권 침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25일에는 미국 게임 퍼블리셔 프리덤 게임즈(Freedom Games)가 스팀과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통해 서비스 중인 SF 생존 게임 ‘아우터버스(Outerverse)’를 무단 도용한 NFT 사기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플레이를 통해 ‘아우터버스 토큰’을 획득할 수 있고, 토큰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였는데, 프리덤 게임즈는 이 모든 것이 자사와 무관한 거짓이자 사기라고 전했다.

▲ 프리덤 게임즈 브라이언 헤런 마케팅 이사는 문제의 게임이 자사가 퍼블리싱하는 아우터버스를 무단 도용해 NFT 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출처: 브라이언 헤런 마케팅 이사 트위터) 

마인크래프트에서도 비공식 NFT 프로젝트를 진행한 제작자가 콘텐츠를 판매한 뒤 잠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블록버스(Blockverse)’라고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마인크래프트를 기반으로 한 PvP 게임이며, NFT를 활용한 P2E 게임을 지향했다. 지난 24일부터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NFT 콘텐츠를 사전 판매해 8분 만에 120만 달러(한화 약 14억 원)을 벌어들였으나, 그 직후 공식 홈페이지와 유저들과 소통하던 디스코드 채널이 모두 폐쇄됐다.

이후 블록버스 제작진은 1월 29일에 프로젝트는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NFT 판매 후 높은 가스비(이더리움 거래 수수료), 마인크래프트 서버 인원 부족, 암호화페의 유용성 부족 등에 대한 불만이 제작진에 대한 폭언으로 이어지며 소통 창구를 닫은 것이라 해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출시 시기 및 콘텐츠에 대한 가치 보존 등이 언급되지 않아 불안요소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국내 게임에서도 피해 사례가 나왔다. 라이언게임즈가 개발한 PC온라인 게임 ‘소울워커’다. 라이언게임즈는 지난 1월 28일 소울워커 스팀 공식 페이지를 통해 게임을 무단으로 도용한 NFT 콘텐츠가 판매되고 있고, 이에 대해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발표에 따르면 ‘소울 리본’이라는 게임이 소울워커 지식재산권을 무단으로 도용해 NFT 사업을 불법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라이언게임즈는 이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 라이언게임즈는 정식 라이선스 없이 제작된 NFT 게임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자료출처: 소울워커 스팀 공식 페이지)

게임 음악을 허가 없이 NFT 콘텐츠로 판매한 사례도 적발됐다. 수익 일부를 작곡가에게 배분한다는 명분을 앞세운 히트피스(HitPiece)라는 NFT 음악 플랫폼인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리(Ori), 헤일로 시리즈 등에 수록된 음악을 만든 작곡가 다수가 이 플랫폼을 통해 본인이 만든 음악이 무단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둠땅 메인 타이틀곡 등 여러 게임음악을 만들었고, BAFTA 후보에도 오른 바 있는 그랜트 커코프(Grant Kirkhope) 작곡가는 “히트피스가 판매 중인 트랙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블리자드 소유다. 행운을 빈다”라고 꼬집었다.

NFT는 이제 막 조명된 분야이기에 이에 대한 법적인 정의도 미비하다. 다만 저작권은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적으로 보장하는 권리이기에 원작자 허가 없이 NFT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할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사례가 많아질 경우 NFT 콘텐츠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 큰 부분은 불법복제를 통해 제작된 NFT 콘텐츠가 이용자를 속여 막대한 돈을 갈취하는 사기로 이어지며 NFT 이미지가 ‘사기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아울러 NFT는 게임 아이템, 캐릭터 등에 대한 소유권을 보장하는 것인데, 법적으로 소유권과 저작권은 다르다. 지난 1월에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주관한 대한민국 NFT 포럼에서 법무법인 신원 백경태 변호사는 책을 예로 들어, 구매한 책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는 소유자에게 있으나 책을 구매했다고 해서 저작권까지 갖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구매한 책이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도 내용을 수정하거나, 책을 새로 출판하거나, 책으로 영화를 만들 경우 작가에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원래 존재하는 콘텐츠로 NFT 콘텐츠를 만들 경우, NFT 콘텐츠를 원본의 복제품으로 불 수 있는가도 앞으로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 대한민국 NFT포럼 'NFT와 저작권' 강연 (영상제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거센 반발에 NFT에서 한 발 물러난 게임사들

앞서 설명한 콘텐츠 무단도용 및 사기 우려와 함께 NFT 자체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감도 크다. 국내에서도 게이머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손꼽히고 있다. 북미와 유럽의 경우 NFT를 현금화하기 위해 필요한 암호화폐 채굴이 전기를 과하게 사용해 환경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쇄도하고 있다.

이러한 반발에 부딪쳐 NFT 프로젝트를 발표했다가 철회한 사례도 다수 나왔다. 작년 12월에는 GSC 게임 월드가 자사가 개발 중인 생존 게임 스토커 2(STALKER 2)에 NFT 콘텐츠를 도입한다고 밝혔다가 팬들의 반발에 하루 만에 취소했다. 세가 역시 올해 4월에 NFT 콘텐츠를 출시한다고 밝혔으나 부정적인 여론이 있음을 알고 있으며, P2E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며 한 발 물러났다.

▲ 스토커 2 NFT 프로젝트 철회에 대한 공식 성명 (자료출처: 스토커 공식 트위터)

해외 인디게임 퍼블리셔 팀17(Team17) 역시 자사가 서비스하는 웜즈를 토대로 메타웜즈(MetaWorms)라는 NFT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게임 개발진과 유저 반발을 수용해 이를 폐기했고,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조엘 역으로 유명한 게임 성우 트로이 베이커 역시 음성 NFT 프로젝트 보이스버스NFT(VoiceVerseNFT)에 참여했다가 팬들의 지적에 2주 만에 하차했다.

NFT 도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게임사도 상당수다. 작년 더 게임 어워드 올해의 게임에 오른 잇 테이크 투를 개발한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 요제프 파레스(Josef Fares) 대표는 작년 12월에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게임에 NFT를 도입하느니 “무릎에 총을 맞겠다”라는 강한 어조로 NFT 도입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인디게임 플랫폼 itch.io 역시 6일(현지 기준) 공식 성명을 통해 “NFT는 사기”라며, NFT를 지지하는 회사는 그들의 이익과 부의 창출에만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 잇 테이크 투 제작사 대표도 NFT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진출처: 잇 테이크 투 스팀 공식 페이지)

규모가 큰 게임사 일부도 NFT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EA는 작년 11월에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NFT를 “게임업계의 미래”라고 밝혔으나 지난 1일(현지 기준)에 열린 4분기 실적발표에서는 크게 선회했다. EA 앤드류 윌슨 대표는 수집형 콘텐츠는 업계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 형태가 NFT, 블록체인 형태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하며, 플레이어에게 최고의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장기간 검토할 예정이지만 현재는 관련 사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닌텐도 역시 지난 3일에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NFT 관련 질문에 대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잠재력이 있다고 느끼고 있으나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의문이기에 현재로서는 정의하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닌텐도 역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셈이다.

글로벌 진출 불가피한 P2E에 대한 고민 필요

국내 게임사 다수가 추진 중인 NFT 프로젝트는 P2E와 연계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NFT 콘텐츠를 사고팔 수 있으며, 암호화폐와 연계해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앞세우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P2E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다. 게임에서 얻은 결과물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환전은 국내 게임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게임위는 P2E 요소가 있는 게임에 등급을 내줄 수 없다.

따라서 P2E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은 해외에만 출시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저작권 침해와 사기로 인해 게임을 활용한 NFT에 부정적인 인식이 더해지고, 특히 서양 게이머는 환경오염에 더 민감한 성향을 보인다. 상황이 악화되면 글로벌 출시에 제동이 걸리거나 동남아 등 한정된 시장에서만 활동하며 레드오션이 급격하게 진행될 우려가 있다. NFT 게임을 준비 중인 국내 게임사 역시 이 부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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