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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엔진 강조한 VR게임 본랩, 하프라이프 알릭스 수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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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랩'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우리는 가상세계에서 끊임없이 현실 세계와 다른 것들을 찾아내고 비교하는 일괄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VR 게임하면 단연 최고로 뽑는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체험해 보신 분들이라면, 그 경험이 기준이 되어 새로운 게임을 접할 때마다 비교하게 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하프라이프 알릭스처럼 극도로 발전된 물리엔진과 디테일, 스토리를 가진 VR 게임은 찾아보기가 힘든 게 사실입니다. 

올해 출시된 VR 기대작 중 하나이자 본워크 제작사인 스트레스 레벨 제로에서 제작한 신작 ‘본랩’은 이런 갈증을 잠시나마 해소시켜줄 게임입니다.

▲ '본랩'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메타 퀘스트 대표 유튜브)

스스로 익혀나가는 게임 진행

본랩을 처음 시작하면 뼈로만 이루어진 가상현실 속 ‘나’와 조우합니다. 곧 사람의 형태로 바뀐 나는 내가 서 있던 곳이 처형대 위였음을 깨닫게 됩니다. 처형대에서 목이 매달리기 직전 갑자기 등장하는 단검을 잡아 목에 걸린 줄을 끊고 어두운 지하세계로 떨어지면 비로소 모험이 시작됩니다. 

지하세계를 탐험하는 스토리 초반부엔 튜토리얼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최소한의 정보만 쥐여주고 시작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장애물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알고 있는 정보를 응용, 연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길을 막고 있는 장애물을 밀거나 당겨서 간단한 충격에 반응하는 물체인지 확인해야 하며, 캡슐 모양의 아이템은 두 손으로 잡아당겨 열어야 한다는 걸 직접 알아내야 하죠. 길이 없거나 진행할 수 없다면 벽과 천장, 바닥을 제외한 모든 사물에 적용된 물리엔진과 상호작용해 마치 현실처럼 점프를 하거나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 교수형을 당하기 직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기적적으로 줄을 끊고 탈출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갑자기 뼈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나'를 마주하는 '나' (사진: 게임메카 촬영)

처음에 지하세계로 떨어질 때만 해도 중세 시대로 보였던 배경 세계관은 문을 통과하니 최신 시설을 갖춘 연구소 내부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매트릭스처럼, 연구소 내부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의 화면을 통해 프로그램 된 곳이었던 것이죠. 튜토리얼의 끝인 엘리베이터의 추락을 맛보며 도착한 지하 연구실은 지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며, 홀로그램 처리된 하늘은 마치 우주에 있는 착각마저 듭니다. 

연구소에서는 택 트라이얼(Tac-Trial), 아레나(Arena), 샌드박스(Sandbox), 파쿠르(Parkour), 익스페리멘탈(Experimental), 모드(MODS)로 구성된 총 6개의 스테이지와 해당 스테이지에서 모은 모듈 코어 키로 열수 있는 메인 스토리 스테이지, 출구라고 적힌 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플레이어가 직접 무기를 사용해가면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초반 던전은 게임을 익혀가는 과정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메인 스토리 스테이지에 들어가게 되면 본랩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 캐릭터 변경 스킬을 해금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 변경은 팔꿈치에 달린 장치를 잡아당겨 쉽고 간단하게 바꿀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근접 공격 시엔 키가 작지만 파워가 강한 캐릭터로 대미지를 많이 줄 수 있으며, 장애물을 넘을 때 뛰어야 하는 거리가 멀거나 높을 때에는 공격력은 낮지만 키가 커서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캐릭터로 변경할 수 있습니다. 체인징 할 수 있는 각각의 캐릭터는 기본적인 외관 외에 원하는 캐릭터 데이터를 불러와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어, 플레이어로 하여금 더욱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적의 공격은 상당히 매섭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총기 사용법도 하나하나 익혀나가야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광고는 과대광고였을까?

본랩을 처음 플레이했을 때의 감상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였습니다. 일단 게임 진행방식이 지나치게 불친절합니다. 무기 이용법이나 스위칭 방법을 모두 스스로 터득해야 했고, 장애물 앞에서는 요소 하나하나를 만져나가며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덕분에 너무 오랜 시간이 지체되어 모든 것이 더디게만 느껴졌습니다. 사실 이 정도는 넘어갈 수 있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아직 안 해 본 사람이 게임을 접한다면 아무것도 못하고 헤맬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는 처음 슈퍼핫VR을 접했을 당시 각 턴마다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죽어야 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본워크에서 좀 더 발전되었다는 물리엔진도 특별히 눈에 띄는 부분은 없다고 느꼈습니다. 오히려 미흡한 부분들이 더 많이 눈에 들어왔죠. 사물들에게는 물리엔진이 적용되었지만 손에 쥐고 있는 사물은 바닥으로 쉽게 떨어지며, 게임 속 내 손은 이상하게 꺾인 채 총을 장전하는 이상 현상을 보입니다. 또한 파쿠르 시에는 ‘사물에게만 물리엔진이 적용되고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다리를 타고 있어도 다리는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거나 심지어 이런 다리가 진로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무기들은 둔기류, 검, 총기류 외에 차별화가 거의 없어 지루하며, 들고 있는 둔기류가 현실과 다른 느낌으로 휘둘러져 이질감마저 들기도 합니다. 

▲ 총기 디테일은 뛰어나지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크게 특색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개인적으로 느낀 본랩의 가장 큰 문제점은 레벨 디자인입니다. 핵심 시스템인 캐릭터 체인징을 잠금 해제할 수 있는 메인 스토리 스테이지를 가기 위해서는 각 6개의 서브 스테이지에서 모듈 키를 얻어야 합니다다. 그런데 이 서브 스테이지가 단조로움의 연속입니다. 심지어 이 전체 모듈 키를 얻기 위해서 4시간 내외가 걸리는, 그야말로 지루함의 끝입니다. 메인 스토리 스테이지가 모듈 키로 열린다는 사실을 보통의 사용자는 모르기 때문에, 튜토리얼로 끌어올려진 흥미가 서브 스테이지들의 미니 캠페인들을 하다 보면 사라질 지경입니다. 아마 이 때문에 환불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입니다. 참고로 각 서브 스테이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1.택 트라이얼 적들을 제거하는 캠페인
2.아레나: 경기장에서 적들을 제거하는 캠페인
3.샌드박스: 맵에 본랩의 모든 아이템 및 적을 불러올 수 있는 실험실
4.파쿠르: 다양한 장애물 지형에서 파쿠르를 즐길 수 있는 캠페인
5.익스페리멘탈: 볼링 등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물리엔진 실험실
6.모드: 플레이어들이 만든 각종 맵을 해볼 수 있는 실험실

▲ 지하연구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서브 스테이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각 서브 스테이지에서 6개의 모듈 키를 구했더라도 별도의 공략 없이 메인 스토리 스테이지를 열려면 퍼즐을 풀어야 하는데, 중앙에 놓인 지도에 적힌 크레인을 작업하라는 말 외에는 어떠한 힌트도 없어 이곳저곳을 뒤지고 만져보며 시행착오를 겪어야 합니다. 좋게 말하면 실험이자 나쁘게 말하면 번거로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한 3D 멀미에 취약하신 분들이라면 높은 곳에서 떨어져 파이프를 통과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쉽게 멀미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 이 지하연구소를 돌파하는 것은 상당히 심심하고 단조롭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물리엔진을 이용한 여러 시도는 훌륭하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극복만 할 수 있다면 본랩은 굉장히 많은 플레이 타임을 기록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실험실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적들을 배치하거나 각종 아이템을 소환하여 본랩의 물리엔진을 실험할 수 있습니다. 마치 사람들이 롤러 코스터 타이쿤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하듯, 높은 자유도로 제공되는 아이템과 NPC들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실에서 할 수 있는 실험으로는 서로 공격하는 NPC들의 특성을 이용하여 싸움 구경을 한다든가 NPC를 맵 가득 소환하여 무기를 테스트하기도 하고, 우리가 머릿속에서 그려보았던 ‘하늘에서 땅에 떨어질 때쯤 바주카포를 땅에 쏘면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들에도 답을 내려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멀티플레이 시스템이 적용되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고 서브 스테이지들을 함께 즐기며 플레이어들이 만든 맵을 해볼 수 있는 모드도  함께 탐험할 수 있다면 파티게임으로도 각광받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 본랩의 진가는 실험실에서 드러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적을 만들어서 타격 실험도 할 수 있고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물리엔진을 이용해 여러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한 저는 개인적으로 파쿠르 스테이지가 좋았는데, 이 파쿠르가 메인 스토리 스테이지에서는 전투와 함께 자연스럽게 접목돼 있어서 더욱더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진짜 목적을 위해 몰래 숨어든 영화 속 비밀요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VR 게임인 ‘더 클라임’처럼 벽과 기둥을 타거나, 2D 게임에서는 흔하게 사용되는 '밟으면 하늘 높이까지 날려 보내주는 트립'을 밟으면 저 멀리 날아가는데 실제로 날아오른 것처럼 심장이 뛰었습니다. 이 외에도 서있는 곳 밑으로는 용암이 흐르고 있거나 깊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좁은 길에서 칼날이 가득 달린 거대한 장애물을 피하는 등의 모험은 아드레날린을 자극합니다.

본랩의 체인징 시스템은 각 전투 및 장애물을 그냥 넘는 것이 아닌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단조로움에 조미료를 첨가한 매우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시스템입니다. 심지어 이런 체인징 시스템의 캐릭터들을 원하는 캐릭터로 외관을 변경할 수 있어 몰입감을 더했습니다. 그리고 본랩 자체에도 숨겨진 이스터에그 및 장소들이 있어 그런 것들 것 찾는 재미 또한 가진 게임입니다.

▲ 본랩의 실험실과 체인징 시스템은 사실상 하이라이트 (사진: 게임메카 촬영)

VR에서 하는 물리 실험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

실제로 본랩은 스팀에서 6,000명 이상의 플레이어들에게서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메타 스토어에서는 출시 한 시간도 되지 않아 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퀘스트 스토어에서 단시간에 가장 많이 팔린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분명 단점도 존재하지만, 전작인 본워크를 재밌게 하셨던 분들이나 직접 만지고 탐험하며 실험해 보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VR 게임입니다.

▲ 본랩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흑임자XR 공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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