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불쌍한 대학원생의 애환 다룬 게임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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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 나오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바트 심슨이 꽁지머리를 하고 "이거봐라 난 대학원생이지롱~ 작년에 60만원 벌었다~" 라며 대학원생을 놀리는 말을 하자, 마지 심슨이 "바트, 대학원생 놀리지 말거라. 그냥 잘못된 선택을 한 것 뿐이야."라며 쉴드로 후려친다. 일명 '대학원생 놀리기 밈'이다. 대학원생은 미래를 위해 노력과 고생을 감수해야 하는 과정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연구량, 일부 지도교수의 갑질, 아직도 여러 곳에 부조리한 문화가 여럿 남아 있기에 발생한 유머 소재이기도 하다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 나오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바트 심슨이 꽁지머리를 하고 "이거봐라 난 대학원생이지롱~ 작년에 60만원 벌었다~" 라며 대학원생을 놀리는 말을 하자, 마지 심슨이 "바트, 대학원생 놀리지 말거라. 그냥 잘못된 선택을 한 것 뿐이야."라며 쉴드로 후려친다. 일명 '대학원생 놀리기 밈'이다. 대학원생은 미래를 위해 노력과 고생을 감수하는 과정이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연구량, 일부 지도교수의 갑질, 아직도 여러 곳에 부조리한 문화가 여럿 남아 있기에 이러한 유머가 탄생했다.

실제로 몇몇 분야의 대학원생들은 팍팍하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식의 최전선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지도교수라는 절대 군주에게 청춘을 저당 잡힌 채 최저임금도 못 받고 랩실에 갇혀 지내곤 한다. 오늘은 이 눈물겨운 대학원생의 애환을 지독하게 시뮬레이션한 게임들을 모아봤다. 전국 대학원생들의 명복(?)을 빌며, 대학원생 게임 TOP 5를 살펴보자.

TOP 5. 저임금 대학원생의 불명예스러우면서도 매우 자극적인 삶(The Inglorious Yet Highly Stimulating Life of an Underpaid Graduate Student)

제목부터 숨이 턱 막히는 이 게임은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마저 어려울 정도로 저임금에 혹사당하는 대학원생의 현실을 강렬하게 꼬집는다. 진리를 탐구하는 것도 밥 정도는 먹어야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당장 필요한 인간사료값을 벌기 위해 주인공은 이름 모를(하지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기업의 콜센터 기술 지원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한다. 대학원에서 쌓아야 할 고귀한 지성은 진상 고객 응대라는 감정 노동에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콜센터에서 일하다 보면, 점차 얄팍하고 비도덕적인 상담원으로 타락해간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는커녕 뺑뺑이를 돌리며 실적만 채우는 몬스터가 되어가는 것이다. 구조적 빈곤이 인간 본연의 연구 열정과 도덕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다룬 블랙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이 게임이 5위인 이유는, 여기 등장하는 대학원생은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을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실보다 콜센터가 익숙한 슬픈 풍경 (사진출처: itch.io)
▲ 연구실보다 콜센터가 익숙한 슬픈 풍경 (사진출처: itch.io)

TOP 4. 그래듀에이터(Graduater)

국내 1인 개발사인 밤샘게임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그래듀에이터는 흔히 '항아리 게임'이나 '점프킹' 류로 불리는 악의적인 하드코어 플랫포머 장르다. 수험 생활을 마치고 랩실에 입성한 대학원생 아바타가 되어 '졸업'이라는 험난한 산을 등반해야 한다. 포인트는 바로 조작감이다. 익숙한 WASD 대신 낯선 ASDF 키로 전동휠을 조작하며 예민한 가속 시스템을 통제해야 한다. 깐깐한 논문 템플릿 맞추기와 오차율 0%를 요구하는 실험 장비의 압박감을 조작감으로 승화시킨 셈이다.

참고로 이 게임은 어느 정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중간 보스인 '사인 교수'는 실제 개발자가 다니는 대학의 교수님이 모델이고, 주인공에게도 개발자 자신의 모습이 투영됐다고. 여기에 게임 소개 영상에는 '게임이 망하면 대학원에 가야 한다'는 진담 반 농담 반인 멘트까지 담겼다. 단순 밈으로 접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대학원생들을 보고 위기감을 느끼며 만들어서인지, 현실감이 더욱 와닿는 게임이다.

사망 플래그다! (사진제공: 밤샘게임스튜디오)
▲ 사망 플래그다! (사진제공: 밤샘게임스튜디오)

TOP 3. 어딘가 부족한 대학원 생활(イマひとつの大学院生活)

스팀으로 출시 예정인 이 게임은 2년이라는 석사 과정 동안 겪는 심리적 붕괴를 다룬 시뮬레이션 어드벤처다. 석사 과정 동안 플레이어는 실험, 학회 발표, 구직 활동, 논문 집필 등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방해 이벤트가 수시로 터지며, 과도한 랩실 노동은 가차 없이 캐릭터의 신체와 정신을 박살 낸다. 야근 며칠이면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스트레스 풀려다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루트는 너무나도 현실적이다.

수치 관리에 실패해 임계점을 돌파하면 극심한 우울증과 함께 광기 상태에 도달한다. 이때 플레이어를 기다리는 건 단순한 졸업 연기가 아니라 인간성의 파멸이다. 자퇴나 행방불명은 애교 수준이고, 최악의 경우 끔찍한 결과가 기다리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맹목적 경쟁에 내몰린 고등교육 기관 내 석사생들의 멘탈 붕괴와 정신 건강 위기를 섬뜩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통 폭탄 사건도 발생하는 대학원 연구실에서 이런 광경은 흔히 볼 수 있...나?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 물통 폭탄 사건도 발생하는 대학원 연구실에서 이런 광경은 흔히 볼 수 있...나?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TOP 2. 교수 시뮬레이터(Professor Simulator)

이 게임은 대학원생이 아니라 신임 교수(시간강사)가 되어 권력 사다리를 오르는 방치형 학술 경영 시뮬레이션이다. 물론 정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무수한 대학원생들을 갈아 넣어야 한다. 이 게임에서 학생들은 개별 인격체가 아니라 오직 노동 효율성으로 평가받는 소모품이다. 박사 과정생은 멘탈이 약해 우울 지수가 폭발하기 쉽고, 석사생은 '빈둥댑니다' 상태에 빠져 혈압을 올린다. 하지만 교수(플레이어)에겐 이들을 쥐어짤 무소불위의 권력이 있다.

장학금 한도를 깎아 생존을 위협하고, 1저자 순서를 가로채며, 사적 연애까지 법으로 금지하는 악랄함의 극치를 뽐낼 수 있다. 슬럼프에 빠진 학생에겐 '졸업 유예' 낙인을 찍어 실험실에 영구 구속하는 '학문의 철권'을 휘두른다. 심지어 정식 버전에선 졸업한 석사생을 재소환해 무임금으로 부려 먹는 기능까지 추가된다니 그야말로 사탄도 울고 갈 노릇이다. 대학원생들의 PTSD가 화면 밖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말 잘 듣는 학생은 바닥이 아니라 접이식 침대에서 잘 수 있게 해 준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 말 잘 듣는 학생은 바닥이 아니라 돗자리에서 잘 수 있게 해 준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TOP 1. 박사 학위 시뮬레이터(PhD Simulator)

텍스트 기반 생존 게임인 이 작품은 워싱턴 대학 출신 개발자가 본인의 험난했던 박사 과정을 기념(?)하며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불쌍한 대학원생 정도의 묘사가 아니라, 실제 랩실에서의 일상을 실제로 그려내듯 묘사하는 점이 특징이다. 완벽한 가설을 세워도 결과는 주사위 굴리기식 무작위성(RNG)에 맡겨야 하는 실험이라던가, 불합리한 실험 결과와 무의미한 잡무 등은 그야말로 직접 체험해 본 사람이 아니면 묘사하기 힘든 수준이다.

입학 당시엔 '희망' 수치가 100으로 꽉 차있지만, 대학원생으로 살아가다 보면 이 수치는 걷잡을 수 없이 깎여나간다. 학회 발표는 동기부여만 갉아먹고, 교수는 이메일로 산더미 같은 잡무를 리마인드한다. 번아웃을 피해 학회 중 잠시 관광이라도 하려다 '지도교수와 마주침' 이벤트가 뜨면 희망 수치는 나락으로 직행한다. 실제 대학원생 유저들에 따르면 게임 내에서 희망 수치를 50 이상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결국 영혼 털린 좀비 상태로 5~7년을 버텨야 한다고. 개인의 노력으론 극복 불가한 대학원 생태계의 잔혹함을 완벽히 구현한 이 게임에 1위의 영광을 드린다.

희망 수치 50%면... 살 만 한데?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 희망 수치 50%면... 살 만 한데?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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