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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PG를 좋아하는 본 기자에게 '고딕(Gothic)'이라는 게임은 마치 전설처럼 전해내려왔다. 불친절하지만 높은 자유도, 고난도의 액션 등은 그 문장 만으로도 사람을 설레게 하는 요소들로 가득했다. 이에 알키미아 인터랙티브가 '고딕 1 리메이크'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환호했다. 당시의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가 들었다
▲ 고딕 리메이크 시작 화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CRPG를 좋아하는 본 기자에게 '고딕(Gothic)'이라는 게임은 마치 전설처럼 전해내려왔다. 불친절하지만 높은 자유도, 고난도의 액션 등은 그 문장 만으로도 사람을 설레게 하는 요소들로 가득했다. 이에 알키미아 인터랙티브가 '고딕 1 리메이크(Gothic 1 Remake, 이하 고딕 리메이크)'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환호했다. 당시의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가 들었다.
그렇게 실제 플레이 해본 고딕 리메이크는 여러 면에서 상상 이상이었다. 예상을 깬 스토리, 불편함, 기괴함 등은 '클래식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의 게임성을 전했다. 유저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포인트도 분명했지만, 동시에 '취향을 탄다'는 말도 이해할 수 있었다.
▲ 고딕 1 리메이크 출시 영상 (영상출처: 고딕 게임 공식 유튜브 채널)
이름 없는 '영웅', 혹은 죄수의 이야기
플레이어의 이야기는 '뉴 콜로니', 식민지에서 시작된다. 왕은 식민지에서 마법 광물을 캐고 이를 소모해 전쟁을 이어갔고, 뉴 콜로니에 죄수들을 보내 광물을 캐도록 시켰다. 또 죄수를 감시하기 위해 마법사들을 파견해 거대한 방어막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방어막이 폭주하며 광산 식민지를 외부와 완벽하게 격리하는 돔을 형성했고, 전쟁을 위해선 광산이 필요했던 왕은 죄수들과 협약을 맺고 광물을 얻는 대신 필요한 물자 등을 제공하기로 한다.
주인공은 죄를 짓고 광산으로 떨어진 '뉴비', 즉 신입 죄수다. 고딕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주인공의 이름이 게임에서 철저하게 배제된다는 점이다. 고딕 리메이크 역시 마찬가지로, 처음 조력자와 만난 플레이어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 하자 '아 네가 누군지는 궁금하지 않고'라는 말로 끊어버린다. 이후에도 플레이어의 이름은 '히어로(영웅, 혹은 화자)'로 표현되고 끝이다.
▲ 외부와 돔으로 격리된 식민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죄수들의 소원을 들어주게 된 왕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끌려들어가는 죄수, 주인공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렇게 뉴비로 떨어진 주인공은 플레이어만큼이나 이 식민지에 아는 것이 없다. 처음에는 구 캠프의 폭력배에게 시원하게 얻어맞았고, 이후에는 식민지의 3세력(구 캠프, 신 캠프, 늪 캠프)을 전혀 몰라 애송이 취급도 받는다. 심지어 전투력도 약해 가장 작은 적에게도 패배하기 십상이다.
그런 뉴비가 자신의 거처를 정하고, 이후 성장해 각 캠프의 높은 인물들에게 인정받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고딕 리메이크의 재미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중반부에는 세계의 미래를 뒤흔들 비밀을 발견하고, 세 캠프의 운명을 건 사건에도 직접 개입하는 등 진정한 의미에서 '영웅'이 되기도 한다. 물론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당연히 이런 사실은 알 수 없고, 구 캠프에서 매일 10광석(인게임 화폐 단위)을 뜯기는 나약한 애송이일 뿐이다.
▲ 뉴비 선물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보호비부터 뜯는 따뜻한 세계 (사진: 게임메카 촬영)
너무나도 클래식한 리메이크
원작은 피라냐바이트 특유의 고집스럽고 불친절한 시스템이 주는 몰입감으로 클래식 CRPG 팬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기자 본인도 '일렉스', '리즌 3', '드래곤즈 도그마' 등 소위 '불친절한' 게임에는 상당히 정평이 나있다고 여겼는데, 고딕 리메이크를 플레이하다보니 매 순간이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횃불에 불을 붙이면 다시는 가방에 넣지 못한다. 물론 생각해보면 불이 붙었으면 당연히 가방에 넣지 못하지만, 상당히 충격적인 구현이다. 특히 횃불을 든 상태로 무기를 들거나 다른 행동을 하면 횃불을 끄거나 가방에 넣는 것이 아니라 쾌남처럼 바닥에 던져 꽂아버리는데,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잊히지 않는다.
또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지도가 없다. 구매해야 지도 기능이 열리는데, 처음에는 돈을 벌 방법도 알 수 없다. 초기 퀘스트는 클리어해도 거의 돈을 주지 않는데, 지도는 40 광석이 필요하고, 초반 돈을 벌기 가장 좋은 방법은 중앙 광산으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적들을 피해 달려 광산으로 도착하는 최적의 루트를 초심자는 당연히 지도가 있어야 알 수 있다. 그렇게 지도를 얻어도 미니맵이 없어 매 순간 길을 잃기 쉽상이다.
▲ 지도 종류도 여럿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있어서 다행이지만 불친절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불 마법사 전용 퀘스트에 화염 저항 도마뱀을 배치하는 섬세함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게임은 자동으로 체력과 마나를 채워주지 않고, 잠을 자야만 한다. 하지만 모든 침소는 이미 NPC의 소유며, 각 캠프별로 숨겨진 하나 정도의 쉼터를 직접 찾아야 한다. 퀘스트 역시 친절하게 목적지나 상대편을 표시해주지 않는다. 그저 쓰여있는 저널을 보고 목적지로 향해야 한다. 때문에 매 순간 인터넷에서 공략을 찾는 유혹과 싸워야 했다. 한 번은 '레스터'라는 인물을 찾기 위해 하루 종일 늪 캠프를 뒤졌는데, 입구 바로 옆에 있어 허탈함을 금치 못했다.
전투는 불친절의 영역을 넘어 불합리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특정 팩션에 가입하지 않으면 방어구를 얻지 못하는데, 방어구가 없는 상태의 저레벨 캐릭터는 가장 약한 '몰레트'의 공격 세 대에 확정적으로 사망한다. 더 강한 적에게는 한 번에 죽는 일이 다반사기 때문에 탐험 매 순간이 생사와 직결된다. 물론 그만큼 성취감을 주면 다행이겠지만, 일반공격을 피하거나 퀘스트 대상을 사람을 찾는 사소한 것은 큰 재미를 주는 요소는 아니다. 즉, 당대의 '클래식함'을 고려하더라도 다소 과하게 불친절한 셈이다.
이런 클래식함은 공략 제작에도 어려움을 준다. 현재 온라인에 유포된 공략 중 일부는 실제 플레이와 맞지 않다. 이는 원작의 공략을 그대로 가져왔거나, 퀘스트에서 변수가 발생했거나, 버그 등이 뒤섞여 혼돈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불릿'이라는 캐릭터를 혼내주는 퀘스트가 있는데, 공략에서는 분명 그가 성 밖으로 나간다고 되어있지만, 본 기자의 플레이에서는 그저 성 안쪽을 걸어다닐 뿐이어서 찾는 것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궁금한 락픽 시스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돈이 없으니 광을 캐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초기에는 원거리 위주로 전투를 풀어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화염 마법사가 되는 고된 여정
이런 클래식함을 더 뼈저리게 느낀 것은 본 기자가 '화염 마법사가 되겠다'는 악몽과도 같은 목표를 세웠기에 더 컸다. 일렉스, 리즌 등 고전 CRPG를 플레이할 때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초반에는 방어구와 방패를 둘렀고, 나중에는 강력한 대미지를 위해 양손 무기를 들었다. 이에 이번에는 강력한 마법사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마법사로의 여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처음 구 캠프에서 만난 마법사는 자신에게 종이와 늑대의 이빨을 가져다주면 마법의 기초를 전수하겠다고 말했다. 종이는 당시로는 10 광석이 넘어가는 비싼 금액이었던 만큼 종이를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진짜는 '늑대'였는데, 그 어떤 게임에서도 최약체인 늑대지만 고딕 리메이크에서는 2렙 플레이어를 체력 불문 한 방에 보낼 강력함을 선보였다.
▲ 화염 마법사의 길, 뜨겁지만 고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체력 75%도 안심할 수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쭉 빠져나가는 마나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간신히 첫 마법 룬을 획득한 이후에도 어려움은 이어졌다. 마법사 플레이를 고난도로 만드는 최대 단점은 바로 2장까지 배우는 영구 마법이 단 둘뿐이라는 점이다. 특히 '서클'을 성장시키기 전에는 고급 마법을 사용하지 못해, 강력한 오크에 맞서기 위해 수도 없이 작은 불꽃을 피워내는 슬픈 전투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사실 3서클까지 배우는 마법이 모두 기초 화염 마법보다 DPS나 효율이 떨어진다는 슬픈 사실은 제쳐두고 말이다.
이런 고생 끝에 4서클 마법사가 되어 화염 폭풍을 쐈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근접 전사를 선택했다면 훨씬 완만하고 쉽게 성장했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헬하운드에 쫓기며 수십미터를 도망치고, 한 마리의 오크를 상대하기 위해 수십번 세이브를 불러오는 과정에서도 기어코 잡아내는 과정에서 작은 성취감은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강력한 마법을 습득한 지금도 뇌리 한가운데에는 '그래도 양손 전사가 훨씬 셀 것 같은데'하는 의심은 남지만.
▲ 친구 화이팅!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제서야 한 사람 몫을 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판타지 다운 이펙트는 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버그는 고쳐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리뷰를 함에 있어 버그는 평가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각자 버그가 발생하는 빈도나 방식이 유저마다 다르고, 게임 진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딕 리메이크에서는 상당히 치명적이고,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치는 버그가 상당히 많이 발생해 플레이 감각을 크게 저하했다.
가장 자주 발생하는 버그는 세이브 로드시 인스턴스 초기화다. 세이브 후 로드시 캤던 광물, 식물, 적 몬스터 등 일부 요소가 재생되는 것으로, 광산의 광물은 100% 다시 생기고 몬스터나 식물은 낮은 확률로 등장한다. 문제는 이 초기화가 플레이어의 수면 수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고딕 리메이크에서는 얼마나 오래 깨어있느냐에 따라 수면시 회복량이 늘어나는데, 세이브 로드시 이 수치가 초기화되어 잠을 자도 체력이나 마나가 거의 회복되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 특히 체력 회복 수단이 부족하고 죽기 쉬운 초반 상당한 불쾌감을 주는 요소다.
▲ 악명 높은 화염 마법사 거처 버그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원래는 밖에 있었는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외에도 각종 진행 관련 버그가 발목을 잡는다. 특히 NPC 상호작용 관련 버그가 많은데, 특정 위치까지 NPC가 오지 않는 경우는 다반사고, 본래 위치에서 사라지거나, 대화를 걸어도 말을 하지 않는 등 다양한 버그가 생긴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버그는 화염 마법사 길드 버그다. 모든 건물은 소속원이 아닐 때 내부에 들어가면 '침입자'로 여기고 경계한다. 문제는 화염 마법사에 입문하는 의식이 건물 내부에서 진행되는데, 이때 내부로 들어가면 아직 구성원이 아니라 공격당한다. 이에 동물로 변신하는 등 편법을 써야만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팀 커뮤니티 페이지나 커뮤니티 등지에는 자신이 겪은 일이 버그인지 아니면 의도된 시스템인지를 묻는 유저들이 늘어나고 있다. 출시 약 일주일이 되어가는 동안 진행에 치명적인 일부 버그들이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만큼 개발진의 빠른 대처가 요구된다.
고딕 리메이크는 원작의 클래식한 향수를 잘 구현했다. 불편하고 어려운 CRPG는 세계에의 몰입감을 크게 높였고, 야생에 버려진듯한 특유의 감각을 전했다. 다만 일반 난이도에서도 특히 초반부 전투는 불합리하게 설계됐고, 새롭게 도입된 '자물쇠 따기' 등의 시스템은 악랄할 정도로 어려웠다. 수많은 버그 역시 당시처럼 그대로 부활해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출시 일주일간 업데이트가 없었던 점은 다소 우려스럽다. 당시의 향수를 느끼고자 한다면 추천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유저에게 권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