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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섬니악게임즈가 개발한 마블 울버린은 여전히 완성도 높은 전투 디자인과 깊이 있는 히어로 서사를 선보였다. 패링 중심의 액션을 바탕으로 다양한 적과 지형 기믹을 도입하여 단조로운 전투의 반복감을 최소화했다. 전체적인 플레이 타임은 다소 짧지만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 마블 울버린 대표 이미지 (사진출처: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소니 독점작을 대표하는 타이틀은 여러 가지가 있고, 인섬니악게임즈의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도 그중 하나다. 특히 마블 영화와 코믹스까지 볼 정도로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기자에게는 유달리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오는 15일 출시를 앞둔 마블 울버린(Marvel’s Wolverine)도 주목하고 있었고, 최근 시연을 통해 실체를 일부 확인함으로써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던 중 출시에 앞서 본편을 미리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설레는 마음으로 듀얼센스 컨트롤러를 잡았다. 그렇게 살펴본 마블 울버린은 여전히 완성도 높은 전투 디자인과 스토리를 갖췄으며, 특히 인섬니악이 가진 히어로 서사에 대한 뛰어난 이해도가 돋보였다.
히어로 서사에 대한 완벽한 이해도, 역시 인섬니악이다
마블 울버린은 마블 스파이더맨과 같은 세계관인 지구-1048을 배경으로, 아직 엑스맨이 결성되기 전의 울버린을 조명한다. 울버린은 미스틱, 세이버투스와 함께 에식스, 미스터 시니스터가 이끄는 팀 X에 소속돼 뮤턴트를 없애려는 과학자 트래스크에게 맞선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여러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뮤턴트를 없애려는 세력에 맞서 그들을 구하고 나아가 세상을 구한다는 것이 마블 울버린의 주요 서사다.
▲ 트래스크를 비롯해 뮤턴트를 혐오하는 세력에 맞서 (사진제공: SIEK)
▲ 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팀 X의 이야기 (사진: 게임메카 촬영)
잠시 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히어로물의 플롯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히어로가 빌런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한다는 흐름을 기본으로 한다. 히어로물이라는 장르가 등장한 지도 수십 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이러한 전개 자체가 익숙하고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히어로물이 여전히 인기를 얻는 이유는 단순한 서사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느냐에 있다. 주인공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다른 인물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어떠한 감정 변화를 겪는지, 이를 종합해 어떻게 빌런과 대적하며 이겨내는지 등 다양한 요소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큰 틀에서는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이러한 세밀한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재미가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그런 관점에서 마블 울버린은 플레이할수록 인섬니악이 히어로물의 이러한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마블 울버린 역시 크게 보면 결국 히어로가 빌런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평소 히어로물을 즐겨 본 플레이어라면 중반 이후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예상 가능한 큰 줄거리 안에서, 울버린이라는 인물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깊이 있게 다룬다. 울버린이 점차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나타나는 감정 변화가 세밀하게 묘사되며, 이러한 변화에 따라 팀 X와 진 그레이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역시 달라진다. 이에 대한 각 캐릭터의 감정선과 대사도 세심하게 표현됐고, 이러한 변화를 납득할 수 있도록 필요한 개연성도 충분히 갖췄다. 여기에 리암 맥킨타이어와 크리지아 바조스를 비롯한 주요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지면서 이야기 전반에 상당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 각 캐릭터의 관계와 감정선, 연기 등 영화 못지 않은 완성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에 더해 인섬니악의 ‘몰입감’이라는 무기가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영화 못지않게 박진감 넘치는 연출, 몰입을 깨지 않도록 최소화된 UI, 전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스토리 컷씬, 듀얼센스 햅틱 피드백으로 구현한 세밀한 조작감 등 전작부터 보여준 강점이 여실히 담겼다. 기자는 평소 1~2시간 정도 게임을 하면 조금이라도 쉬어줘야 하는데, 이 작품은 내리 5시간을 달릴 만큼 푹 빠졌다.
▲ 여전히 훌륭한 연출과 몰입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플레이 중 발견할 수 있는 워딩턴 3세(엔젤)의 예약석, 원작 요소를 찾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세밀한 레벨 디자인으로 반복성을 지운 패링 전투
서사와 함께 살펴볼 부분은 전투다. 지난 체험에서 확인했듯 마블 울버린의 전투는 패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프리 플로우 액션을 기반으로 한다. 지형지물을 활용해 적을 스턴 상태에 빠뜨리면 잔혹한 연출과 함께 처형할 수 있으며, 패링에 성공하거나 적을 처치할 때마다 분노 게이지가 차오르면서 능력치가 강화된다.
보스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투가 일 대 다 구도로 진행되는 만큼, 난전 속에서 지형지물과 스킬을 적절하게 활용해 적을 하나씩 빠르게 전투에서 이탈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여러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공격만 반복하기보다 패링으로 흐름을 끊고, 주변 지형과 기술을 조합해 적의 숫자를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 난전 속에서 적을 하나씩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핵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발차기 한 방에 적을 낙사시킬 때는 속이 뻥 뚫린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체험 당시 전투의 손맛 자체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반복적인 전투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종류가 많지 않아 캐릭터를 입맛에 맞게 성장시키는 재미는 부족했고, 같은 전투 양상이 장시간 반복된다면 흥미를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본편에서는 이러한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인섬니악의 여러 장치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세밀한 레벨 디자인이다. 스토리를 진행할수록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인간 병기 '리버', 닌자 집단 '핸드', 대뮤턴트용 로봇 '센티널' 등 다양한 적이 등장하며, 점점 다양한 방식으로 울버린을 공격해온다.
예를 들어 리버는 연속 공격을 많이 사용하며 저격, 기관단총 등 다양한 원거리 공격과 일시적으로 힐링 팩터를 무효화하는 지뢰를 사용한다. 핸드는 특수 공격을 일정 횟수 허용할 경우 울버린이 즉사하며, 센티널은 일반 공격으로는 경직시키기 어려워 패링과 회피 중요도가 높아진다.
단순히 패턴만 달라진다면 불쾌함이 높아지겠지만, 이에 맞춰 공략법을 바꿔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리버는 경직이 쉽게 걸려 벽으로 밀쳐 스턴 상태에 빠뜨리기 쉽고, 핸드는 특수 공격을 받아쳐 역으로 적을 처형할 수 있다. 센티널은 강인도가 높은 대신 액티브 스킬로 반격해 스턴을 걸 수 있고, 특정 공격을 패링할 경우 일정 시간 울버린의 공격력이 상승하는 버프를 얻을 수 있다.
▲ 리버, 핸드, 센티널 등 다양한 적과 기믹이 울버린을 위협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와 기믹 역시 계속 달라진다. 달리는 트럭 위에서 전투가 벌어지는가 하면 공장 시설이나 절벽 위에서도 적과 맞서게 된다. 장소에 따라 적을 지게차에 꽂아버리거나 절벽 아래로 걷어차 낙사시키는 등 기믹도 매번 바뀐다. 기본적인 패링 중심의 전투 구조는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적과 장소, 기믹을 조금씩 추가하는 방식으로 전투의 반복감을 최소화한 셈이다.
▲ 개인적으로 가장 짜릿했던 오토바이 스테이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증기로 가득 찬 덕분에 은신이 풀리지 않는 맵. 잠입에 영 소질 없는 기자도 암살자가 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서브 콘텐츠인 ‘악몽의 시련’도 서사를 보강하는 동시에 단조로운 전투 흐름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악몽의 시련은 일종의 도전형 콘텐츠로,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적을 상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몰려오는 적을 처치하거나 주어진 시간 안에 정해진 코스를 주파하는 등 다양한 목표가 등장한다. 이를 클리어하면 울버린의 과거 이야기를 텍스트로 확인할 수도 있어 전투 콘텐츠와 서사 보강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 플레이 중 발견할 수 있는 '악몽의 시련'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주어진 목표를 완료하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킬 포인트와 함께 울버린의 과거를 알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짧은 플레이 타임, 아쉽지만 어울린다
게임을 마치고 나니, 플레이 타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마블 울버린은 전작과 달리 선형 구조를 채택했고, 엔딩까지 약 10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전체 분량이 짧다. 물론 다회차 플레이를 위한 뉴 게임 플러스를 지원하고 약간의 수집 요소도 있지만, 풀프라이스 게임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충분히 단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 수집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전체 플레이 타임은 짧은 편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하지만 이처럼 짧고 선형적인 구성은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와 잘 맞는 측면도 있다. 울버린이 스파이더맨처럼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끊임없이 주변의 사건과 사고를 해결하는 구조를 취했다면, 오히려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풀프라이스 게임의 분량이라는 관점에서 플레이 타임이 짧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작품의 진행 방식과 울버린이라는 캐릭터를 함께 놓고 보면 그 짧은 구성이 오히려 최선의 선택이라는 느낌이다.
종합적으로 마블 울버린은 인섬니악이 가진 강점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이다. 전작에서도 보여준 몰입감과 스토리 완성도는 이번에도 건재하며, 선형 구조로 바뀐 대신 ‘울버린’이라는 캐릭터가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을 한층 깊이 있게 그려냈다. 여기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전투 구간도 세밀한 레벨 디자인으로 보완했다. 짧은 플레이 타임은 아쉽지만, 후속작이 나온다면 고민 없이 구매할 생각이다.
▲ 엔딩 크레딧까지 지워지지 않은 여운, 인섬니악은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