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불의 신전,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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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메카> 체험기]

불의 신전은 유저들이 최초로 갈 수 있는 인스턴트 던전으로 주로 30레벨 중반을 위한 던전이다. 이곳의 보스인 타락한 심판관 크로메데를 비롯하여 다양한 네임드 몬스터가 출현하기 때문에 여러 유저들이 고급 아이템을 노리고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불의 신전을 바라보는 유저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만은 않다. 일부는 `아이온이 아니라 불신온라인`이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다른 던전도 있는데 어째서 유독 불의 신전만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일까.
 

■득템천국 불신지옥

많은 유저들이 불의 신전에 가는 주된 목적은 보스인 타락한 심판관 크로메데와 네임드들이 주는 무기 때문이다. 일명 크로메데, 백염 시리즈라 불리는 이 아이템들은 동일 레벨 유일 등급 아이템 중 최고의 옵션을 자랑한다. 게다가 단검, 창, 전곤의 경우는 늘어나기까지 한다. 최대 레벨이 45레벨까지 제한된 현 상황에서는 입수만 할 수 있다면 달인 제작 무기나, 어비스 무기, 40레벨 이상 유일 등급 무기가 아닌 이상 다른 무기를 따로 장만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런 유혹을 떨쳐낼 수 있는 유저는 거의 없다.


▲ 옵션만 봐도 구미가 당기는 물건이다. 하지만 이것이 아이온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유저들이 가능한 빠르게 선행 퀘스트를 완료하고 자신의 직업에 맞는 크로메데 무기를 입수하기 위해 불의 신전 입구에서 파티를 결성하여 하루에 몇 번이고 클리어를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극악의 드랍 확률로 인해 A라는 유저가 30레벨부터 40레벨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불의 신전 클리어만을 반복해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지 못하는 반면에 B유저는 단번에 입수하고 다른 사냥터로 떠나간다. 결국 노력 여부에 관계없이 운 좋은 사람만 이득을 보는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앞서 말했듯이 크로메데와 백염 시리즈는 달인 무기와 공속 무기를 제외한 동급 최강의 무기다. 라이트 유저에겐 크로메데와 백염을 제외하면 대안이 없다. 그러나 마족은 30레벨대에는 쓸만한 무기를 주는 퀘스트도 없을뿐더러 유일 등급 무기를 퀘스트로 얻으려면 43레벨까지 올려야 한다. 그나마 천족은 불의 검, 하그네 퀘스트 보상 아이템이 있고, 41레벨에 유일 등급 무기를 얻는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지만 일부 클래스를 제외하면 크로메데나 백염이 더 좋은 옵션을 자랑한다. 결국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유저는 불의 신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저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불의 신전을 하루에도 몇번씩 공략하지만, 지독한 운에 내맡겨진 크로메데의 확률 덕에 지루함은 빠르게 찾아온다.  

애당초 크로메데나 백염 시리즈의 드랍율이 높거나 퀘스트를 통해 해당 아이템을 입수할 수 있었다면 목표가 뚜렷해져서 지루함이 덜했을 것이다. 아니, 꼭 크로메데나 백염 시리즈가 없어도 보충이 될 만큼 아이템 선택권이 넓었으면 이렇게까지 불의 신전에 매달릴 필요가 있었을까?  `불의 신전`의 문제점은 여기서 출발한다.   

 

■불신 노가다로 인해 묻히는 퀘스트, 황폐화되는 어비스

이런 비정상적인 반복플레이가 계속 되면 유저 자유도가 줄어들어 다른 콘텐츠를 즐기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접속 시간의 대부분을 불의 신전에 묶여있다 보니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30레벨 중반의 미션 퀘스트를 40이후에나 시작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그나마도 일명 `신발 퀘스트`때문에 같이 미션을 진행할 유저를 찾기 매우 힘들어진다. 결국 일부 보상이 좋은 몇 가지를 제외한 30레벨 초중반 대부분의 퀘스트들은 유저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잊혀져 간다.


▲ 37레벨 마족 유저인 필자의 미션 퀘스트 목록이다
아그니타를 잡는 파티가 없어 아직 클리어하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는 퀘스트뿐 아니라 아이온만의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어비스에도 영향을 끼친다. 중위권에 속하는 30~40레벨 유저 중 대부분이 어비스에 오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렇다면 요새전을 제외한 시간에 어비스에 남은 유저는 25~30레벨의 어비스 입문 레벨과 41레벨 이상인 고레벨 유저뿐이다. 중간에서 균형을 맞춰주지 못하니 고레벨 유저의 등쌀에 저레벨 유저는 어비스를 떠날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25레벨부터 즐길 수 있는 어비스는 고레벨 유저만을 위한 콘텐츠로 전락하고 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의 신전에 들어가는 플레이 타임을 최소화 시키고 다른 콘텐츠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 각 퀘스트의 비중과 어비스 사냥의 메리트를 높여야 한다. 특히 어비스가 활성화 되어 포인트를 쉽게 벌 수 있게 된다면 보상 아이템을 얻기 위해 유저들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선은 아니지만 그에 조금 못 미치는 차선 정도의 선택지만 되어도 유저들을 분산시킬 수가 있다.

 

불공정한 캐릭간 아이템 밸런스

현재 직주(직업에 따라 장비를 선택하여 주사위를 굴림) 파티시 가장 보편적인 무기 입찰은 다음과 같다.

수호성 - 장검
검성 - 창, 대검
살성 - 단검
궁성 - 활
마도/정령성 - 법서, 보주
치유/호법성 - 전곤, 법봉

입찰문제는 아직까지도 말이 끊이지 않은 논쟁의 불씨다. 수호성, 검성은 둘 다 대검을 사용할 수도 있고, 수호성, 검성, 살성 모두 장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심지어 마도성과 정령성, 치유성과 호법성은 완벽하게 겹쳐버려 서로 같은 파티에 들어가기 꺼린다. 여기서 가장 심각한 직업은 바로 정령성이다. 그래도 치유성과 호법성은 각자 다른 파티에 들어가도 파티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편이다. 그러나 정령성은 가뜩이나 파티 구성시 가장 소외 받는 직업인데 마도성과 겹치게 되어 정령성 유저가 불의 신전 파티에 들어가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쌍수의 경우 양손에 늘어나는 무기로 착용하지 않으면 원래 무기 범위대로 공격하기 때문에 다른 직업보다 두 배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퀘스트로 얻는 유일 무기보다 옵션이 더 좋다. 그래서 항상 불의 신전 입구에 가면 파티를 구하지 못한 살성들이 줄을 섰다. 더불어 쌍수 검성을 목표로 하는 유저는 수호를 받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탱킹을 해야 한다.

또한 각 직업끼리 겹치는 아이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파티가 깨지거나 당초 약속과 다르게 마음대로 주사위를 굴리기도 한다. 이런 자들은 오히려 자신이 필요했다고 하며 당당하기까지 하다. 이쯤 되면 불의 신전의 줄임말인 `불신`을 `인간 불신의 장`으로 의미를 바꾸어도 손색이 없겠다. 애초에 입찰할 아이템이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4인 이하 파티를 구성하여 들어가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로는 1:1 파티나 솔로플레이가 있다.


▲ 일단 포기하자고 약속을 했건만...
아무리 약속을 했어도 견물생심


이번에도 위에서 지적된 아이템 선택권의 문제가 여기서도 나타난다. 가뜩이나 좁은 선택지에서 서로 구하는 아이템이 중복되다 보니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그 외로는 애초에 아이템을 장비 타입이 아닌 직업으로 구분하여 입찰 분쟁을 예방하는 방법도 있다.

 

드랍률로 유저를 붙잡지 말고 콘텐츠로 승부해라

상용화를 시작한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분명 아이온은 늙고 있다. 요즘 유저의 콘텐츠 소모 속도는 개발사가 따라가기 굉장히 버겁다. 오픈후 한두달이면 만렙 유저가 나타나 고레벨 콘텐츠를 급속하게 소비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퀘스트나 어비스를 경험하지 않는 단순 사냥을 통한 레벨업이 득을 보고 있는 지금의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다.


▲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뿐만 아니라 아이템 세팅이나 콘텐츠의 소비도 유저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반복 플레이를 강요해서 콘텐츠의 소비를 늦춰 수명을 늘리고자 하는 방법은 좋지 않다. 유저가 지루함을 느끼고 떠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 불의 신전이 그런 상황이다. 재미있게 하던 `아이온`이 어느 날 갑자기 `불신온라인`으로 바뀌어 당황하게 되고 흥미가 떨어진다. 일부 선택 받은 유저만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기도 한다.

30레벨 이상 유저에게는 불의 신전만 있는게 아니다. 수많은 퀘스트가 존재하고 채집과 제작도 있다. 천족과 마족이 공존하는 어비스도 41~49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시기가 포인트 모으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유저들이 단지 유일 아이템 하나 때문에 퀘스트, 오드와 채집물, 어비스 포인트도 없는 불의 신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어비스를 좀더 쉽게 진입하기 위한 발판이 되어야할 불의신전이 오히려 그 흐름을 막고 중레벨 밸런스를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누구를 위한 콘텐츠인지 개발자는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듯 하다.

아이온메카 유저기자단_ 김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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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아이온'은 천족과 마족, 그리고 두 종족을 위협하는 용족간 극한 대릭을 그린 RVR 중심 MMORPG다. 동서양 신화 및 설화를 바탕으로 개발된 1,500여개 이상의 퀘스트와 5,000장 이상의 원화 작업 및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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