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온: 영원의 탑>메카리포트] 200만 살성 실업 시대에 돌입했지만, 남자는 알 수 없는 신음소리가 섞인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살성 캐릭터로 아이온에 접속해요. 어제 먹어, 타하바타의 체온이 아직도 느껴지는 듯한 ‘타하바타의 단도’가 캐릭터의 후광을 만들어 자체발광시켜 주기 때문이에요. 판데모니움 한복판을 지나갈 때면 모두 자신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며, ‘암포가 나온지 100만 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타하바타 단도도 못 먹은 살성은 그냥 잉여지.’라고 생각해요. 그 순간 이토록 눈이 부시게 자체발광하는 단검을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남자는 과연 어디서 자랑질을 해야 서버 모든 마족이 나의 자체발광 단검의 위대함을 느낄지 고민하다 역시 천족 비둘기들을 학살하는 것이 최고라 판단하고 시공을 넘어가요.
요즘 암포 다니느라 PvP 감각이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나의 자체발광 울트라 캡숑 타하바타 단도만 있으면 수호성도 발기발기 찢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오늘은 학살이 목적이기 때문에 급수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는 순간 저 멀리 수호성 비둘기가 한 마리 보여요. 암습을 시작으로 평소 사용하던 콤보를 사용하는데 쭉쭉 빠지는 체력에 ‘허걱!!’ 소리가 절로 나와요. 남자는 자체발광 타하바타 단도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망울이 촉촉해져요.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아직 기뻐하기에는 일러! 더 강한 비둘기에게 실험해보자”라고 말하며 더 강해 보이는 비둘기를 찾아다녀요.
잠시 후 저 멀리 활쟁이 비둘기를 발견했지만, 과거 어비스에서 궁성에게 농락당한 이후 트라우마가 생겨 활과 화살만 보이면 침이 마르고 손발이 바들바들 떨리던 버릇이 다시 발병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때 자신의 자체발광 타하바타 단도가 ‘오늘이야말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 용기를 내어 뒷치기를 감행해요. 이럴 수가! 궁성이 활 한번 당기지 못하고 날개를 피며 누웠어요. 트라우마로 떨리던 손발이 강렬한 희열로 변해 온몸이 전율함을 느껴요. 강백호처럼 ‘왼손 단검은 거둘 뿐’이었는데, 궁성이 녹은 거에요. 이제 궁성 트라우마를 극복한 남자의 눈에는 뵈는 게 없어졌어요. 시공의 대세라는 검성도 자체발광 울트라 캡숑 타하바타 단도 앞에서는 그저 무력할 뿐이에요.
남자는 자신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 줄 비둘기를 찾아다니던 중 마도성으로 보이는 비둘기를 발견해요. 마도성의 한방이 무섭긴 하지만, 자신이 자체발광 울트라 캡숑 타하바타 단도를 들고 있는 살성임을 깨달으며 과감하게 암습을 넣어요. Oh My God! 자세히 보니 그 비둘기는 마도성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을 ‘살성이, 시도 때도 없이, 필드든 어비스든, 뒷치기를, 원 버튼으로 역광관, 먼저 치니까’로 받아치며, 휠체어로 버스를 태운다는 그 정령성이에요. 그래도 아이템만 좋으면 정령성을 원쿨에 염라대왕님과 대면시켜준다는 글을 본 기억이 나 더욱 맹공을 퍼부어요. 스킬 한방만 더 넣으면 죽일 찰나 정령성이 [^^]이라는 채팅창과 함께 살성을 휠체어에 태워줬어요. 스킬 한방만 넣으면 죽을 체력이었지만, 이놈의 캐릭터는 휠체어에서 내릴 생각을 안 해요. 정령성도 휠체어를 태운 이후 [^^][^^][^^][^^]를 연타하며 체력도 채우지 않은 체 발로 콘트롤을 하고 있어요. 휠체어에서 내렸지만 허우적거리는 캐릭터가 [^^]x10을 연타하는 정령성에게 도착하기도 전에 흑백화면 속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날개를 펴고 있어요. 남자는 그렇게 [^^]를 연타하며 발컨이라 놀리는 레기온 식구들 덕분에 티파니의 눈웃음만 봐도 손발이 떨리는 새로운 트라우마가 생기며 아이온을 로그아웃해요.
까마귀는
커녕 비둘기도 보이지 않는 어비스에서 유유히 날개를 퍼덕이는 마도성이
보여요. 과거 화려한 공중 원쿨 원샷 콤보로 어비스의 하늘을 누비던
때가 그리워 까마귀를 찾아보지만 몬스터만이 툭툭 치며 시비를 걸고
있어요. 간간이 보이는 쪼렙 어포팟이 있지만, 궁성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발각되어 고슴도치 혹은 선인장이
되어 도망가기 바빠요.
마을까지 들어가 경비병에게 맞은 건 지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판단해 철갑화의 쿨타임을 기다리는 동안 마계 지형을 검색해보기로 해요. 벨루스란의 드라웁니르 동굴, 모르헤임의 불의 신전 등등 천족들이 시공 PvP를 즐기는 마계 지역을 검색해봐요. 검색에 검색을 하고 링크에 링크를 타며 인터넷의 바다를 허우적거리는 사이 어느새 카툰을 보며 깔깔거리는 자신을 발견해요. 아차 싶어 아이온을 들어가 보니 로그아웃 되어 있어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로그인해보니 역시나 캐릭터가 죽은 후 마을에 부활해 있어요. 전투 로그창을 살펴보니 몬스터한테 죽은 거에요. 역시 인터넷이 이 세상 가장 무서운 무기란 걸 새삼 깨달아요.
마도성은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벨루스란으로 넘어가요. 드라웁니르 동굴 근처 높은 지역에 자리를 잡고 마족들의 동향을 살피려 하는데, 마침 천족 한 파티가 넘어와 마족들과 피 튀기는 혈전을 벌이고 있어요. 당장 뛰어가 자신의 화려한 버라이어티 원쿨 원샷 마법 콤보를 보여주고 싶지만 저런 난전에선 마도성이 무조건 첫 번째 타겟이 될 것이 분명해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해요. 몇 분을 기다린 마도성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어요. 무리에서 떨어져 있는 살성 하나가 은신을 풀고 도망가고 있어요. 지금이 기회다 싶어 멋지게 활강을 하고 내려가 자신의 화려한 버라이어티 원쿨 원샷 콤보를 사용해요. 하지만, 살성은 당황한 기색도 없이 회피의 계약을 사용해 마도성의 공중 속박을 흡수한 후 역으로 공중 포박을 사용해 마도성을 찢기 시작해요. 헐! 저런 말도 안 되는 스킬이 살성에게 있다니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어요. 마법을 흡수할 거면 마법 흡수의 계약이라 이름 짓지 왜 회피의 계약이라 이름 지었는지 NC의 초특급 센스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마도성은 ‘나도 어비서에서 잔뼈가 굵은 몸! 이렇게 쉽게 죽을 수는 없지.’라며 마도성의 캐사기 기술인 철갑화의 은혜를 사용해요. ‘너는 이미 죽었다.’라고 외치며 마법을 사용하려는 찰나 살성은 이 세상에 살성신이 있다면 바로 자신이라고 외치는 듯이 문양 폭발과 어둠의 문양 파열을 사용하여 철갑화를 벗기고 최후의 일격을 날려요. 그리고 마도성은 하얀 날개를 펴며 OTL을 몸으로 표현해요.
0.5초 아니 0.1초만 더 있었어도 이길 수 있다고 아쉬워하지만, 누가 보아도 실력으로 발렸어요. 실력차이를 인정하지 못한 마도성이 살성과 다시 싸우러 가려는 순간. Oh My God! 마계에 키스크를 등록하는 걸 깜박했어요. 시공을 탈 때 키스크를 챙기지 않는 실수는 이동을 W,A,S,D가 아닌 마우스를 사용하는 극 뉴비 발컨들만이 하는 실수에요. 시공도 타본 유저가 탄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공감하며 로그아웃을 눌러요. 만렙을 찍은 감동이 아직 가시지 않은 만렙 2일차 정령성이 친구들을 따라 시공을 넘어가요. 친구들 뒤에서 휠체어 태우고 광역 침식 사용해 마족을 죽이니 마치 신컨이 된 착각에 빠져요. 하지만, 발컨임을 증명하듯 친구의 활강이동을 따라잡지 못해 낙오했어요. 때마침 그 장면을 목격한 마족 검성이 ‘옳거니~~Olleh!’를 외치며 정령성에게 싸움을 걸와요. 정령성은 다급하게 친구들에게 구원을 요청해요.
친구들의 말을 들으니 역시 정령성을 선택한 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만만하게 마우스로 스킬을 누르려는 순간 화면이 까맣게 변해요. 캐릭터가 죽어 있어요. 정령성이 아무리 좋아도 마우스로 스킬을 사용하는 발컨은 답이 없다는 걸 보여줬어요.
글: 게임메카 최성호 기자(aion@gamemec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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