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종사자들간 지식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13(이하 NDC 13)'이 24일 개막했다. 이번 NDC 13은 작년에 비해 10% 가량 늘어난 108개의 세션으로 구성돼 있으며, 서민 대표를 비롯한 넥슨 이희영 본부장과 엔씨소프트 배재현 부사장이 기조강연에 나선다.
오늘 진행된 오프닝 무대에서는 넥슨 서민 대표가 NDC 13의 슬로건인 'What Comes Next'에 대한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 그러나 기존과 달리 이번 기조강연 무대에서는 만화계에 입문해 지난 45년간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온 허영만 작가를 초대해 새로운 연출을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진행방식은 서민 대표가 묻고 허영만 작가가 답변하는 형태였으며, 만화와 게임이 문화 콘텐츠로써 공통 분모가 있는 만큼 이를 파헤쳐 미래를 대비하자는 취지로 흘러갔다. 그러나 허영만 작가는 '게임'보다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과 철학 등을 주로 이야기했다. 30분 정도의 짧은 오프닝 무대였지만, 허영만 작가는 많은 말을 남겼다. 그렇게 탄생한 '어록'을 모아봤다.

▲ NDC2013 오프닝무대를 장식한 서민대표(좌)와 허영만 작가(우)
- "수십년 전, 다방에서 우연히 접해본 블록깨기가 전부"
"혹시 게임을 해본 적이 있나?"라는 넥슨 서민 대표가의 질문에 대한 허영만 작가의 답변이다. 허영만 작가는 그만큼 '만화'라는 한 콘텐츠에 일생을 바친 만큼, 게임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때문에 이번 스페셜게스트 출현 요청에 고민을 했지만, 콘텐츠 창작에 대한 이야기만 해줘도 도움이 된다는 넥슨 측의 친절한 설득(?)으로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 "종말이 오고 있는 거 같다"
우스갯소리지만, 서민 대표가 "What Comes Next"라는 주제에 대해 어떻게 보냐고 묻자 허 작가는 "종말이 오고 있는 거 같다"고 말해 청중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심각하게 말한 것은 아니다. 시대 발전과 관계 없이 모든 것의 시작은 '인간성'에서 출발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종말'로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나름 뼈 있는 말이지만, 당황한 서민 대표는 바로 다음 질문으로 돌렸다.
- "여러분, 꼴 좋습니다"
허영만 작가는 최근 관상을 주제로 한 만화 '꼴'을 연재한 바 있다. 이에 서민 대표는 청중들 앞에서 자신의 관상을 봐달라는 부탁을 했다. 해당 요청에 허영만 작가는 우선 '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먼저 이야기했다. '꼴'을 완성하기 위해 3년 6개월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세 시간씩 공부를 했는데, 이후 만화가 인기를 끌자 주변에 관상을 봐달라는 요청이 쇄도한 것. 허 작가는 스승에게 해결책을 물었고, 여기서 세 가지 답변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우선 시비가 붙을 수 있으니 술 취한 사람과 이야기하지 말 것, 여러 사람 앞에서 한 개인의 관상을 말하지 말 것, 그리고 돈을 받지 않고 절대 해주지 말라는 것이다. 대신 허영만 작가는 청중들 모두에게 "여러분, 꼴 좋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모두의 관상을 에둘러 표현했다. 연륜이 묻어난다.
-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종이에 만화를 그렸다"
허영만 작가는 작년까지 만화를 종이에 그렸다. 그만큼 전통성을 고수해왔던 셈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디지털 흐름에 따라 PC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선택에 따른 고민도 컸다. '버릴 것'과 '취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순간 잘못하면 공들인 작품이 날아가버리는 실수와 함께 문하생들의 작품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대신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연재 중인 '식객 2'가 흑백이 아닌 컬러로 표현하는 만큼, 큰 변화를 몸소 체감했다고 밝혔다. 지난 '식객'과 달리 지금은 본인이 그리면서도 '맛있겠다'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허영만 작가의 이와 같은 발언은 최근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혼란스러워하는 청중들에게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게임산업은 모바일 시장 확장, 신기술 등장 등으로 급변하고 있는데,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의 마음가짐은 같은 창작자로서 충분히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 "사회생활은 작은 전쟁이다. 나에게는 아직 많은 총알이 있다"
허영만 작가는 창작자다. 그만큼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엄청난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에 대한 질문에 허영만 작가는 최근 연재한 '말무사'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만화를 그릴 때 소재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칭기스칸을 주제로 한 '말무사'를 연재하게 됐다. 그러나 말부터 시작해 방패와 창 등 워낙 등장하는 개체수가 많아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표현했다.
이 이야기를 꺼내며 허영만 작가는 창작자라는 부분에 한정 짓지 않고, 모든 사회생활은 하나의 작은 전쟁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생존하기 위해서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가 평생을 바쳐 온 만화 역시 전쟁의 연속이었다. 때문에 살아 남기 위해 그만큼 총알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허영만 작가 또한 갖가지 경험을 통해 '총알 수집'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알은 아직도 나에게 많이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 허영만 작가는 최근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식객2를 연재하고 있다
- "같은 만화를 그리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모든 문화 콘텐츠는 '재미'라는 포괄적인 의미가 무척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만큼 '재미'라는 표현을 품이 넓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허영만 작가는 과거 총잡이가 등장하는 서구영화를 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총을 쏘는 장면이 나왔음에도 '어쩜 이리 재미없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때문에 주제도 주제이지만, 이를 통한 '감동'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감동'이란 표현 역시 넓은 품에서 이야기하자면 '재미'로 통한다. 이게 바로 독창성을 생기게 한 원동력이다.
이를 위해 허영만 작가는 '타짜'를 예로 설명했다. 노름만화. 무척 표현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러나 그는 지리산 아래 사는 한 전설의 노름꾼 이야기를 듣게 됐고,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타자'를 제작했다. 단순히 노름만 이야기한다면 물론 감동은 없다. 이에 '타짜'는 노름을 소재로 하며서도 실화를 엮어 인생의 교훈을 남겼기 때문에 지금 걸작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허영만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얻으면 바로 메모를 한다. 메모장이 없으면 손바닥에라도 기록을 한다. 이런 과정이 하나의 아이디어가 되고, 창작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집었다면, 숟가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허영만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스토리를 쓸 때가 가장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그림 그리기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으면 거의 다 해결되지만, 스토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 고충은 '밥상'을 예로 들었다.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들었다면 당연히 숟가락에 대한 스토리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숟가락과 젓가락이 함께 하다보면 그만큼 꼬이고 복잡해진다. 때문에 허영만 작가는 숟가락에서 젓가락으로 바꾸는 과정이 스토리 제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슬럼프'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힘든 과정을 많이 겪었다. 매일 마감해 신문사에 원고를 줘야 하는 압박도 그를 힘들게 했다. 그러나 허영만 작가는 소신대로 이겨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지금까지 한번도 '스트레스'의 개념을 알지 못했지만, '말무사'를 연재하며 몸무게 4kg가 줄어들고 나서야 그 실체를 파악했다고 하니, 얼마나 자기관리를 훌륭해 해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카카오스토리, 후배들도 이어받을 수 있는 자리 만들어주고 싶다"
앞서 언급했듯, 허영만 작가는 최근 종이을 버리고 PC를 이용해 만화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최신 작품 '식객 2'는 카카오 페이지를 통해 현재 연재되고(3주째) 있다. 허 작가는 과거 동아일보에서 '식객'을 연재하며 성공을 거둔 것이, 이후 후배들에게 지면을 할당해줄 수 있는 계기가 돼 개인적으로 뿌듯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번 카카오스토리 도전도 그에게는 의미가 있다. '식객 2'가 성공을 거둔다면 후배들도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식객 2'는 허영만 작가 본인에게도 의미가 있다. 디지털 시대를 소화해 성공할 수 있다면, 앞으로 10년은 더 활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그의 총알은 아직 남아있다.
- "즐겁게 해야지"
허영만 작가는 마지막으로 청중들에게 어떤 일이든 즐겁게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실이 즐겁지 않더라도, 스스로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어떤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서민 대표도 'What Comes Next'에 대한 해답으로 "무엇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내일 뭐가 또 어떻게 바뀌어있을지 모르니까. 때문에 당장 디바이스가 바뀌고, 당장 종이를 쓰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즐겁게 한다면 그게 곧 미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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