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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넥슨컴퓨터박물관,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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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컴퓨터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박물관'이라는 단어에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과거의 역사와 갖가지 학술자료를 보며 그것을 받아들이고 또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는 '설렘' 또 하나는 어딘가 고리타분하고 전혀 재미가 없을 거 같은 '지루함'이죠.

그러나 설렘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전혀 지루하지도 않을 거 같은, 그런 박물관이 오는 7월 말 제주에서 개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네, 바로 넥슨컴퓨터박물관이죠. 박물관 앞에 '컴퓨터' 하나가 붙었을 뿐인데, 느낌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죠? 아마 게임을 좋아하는 독자 분들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컴퓨터박물관 이야기를 들었을 때, 궁금한 게 참 많았습니다. 컴퓨터의 역사를 대체 어떻게 정리하겠다는 거지? 전시 방식은? 규모는? 주제는? 게임회사가 투자할만한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거지? 뭐, 셀 수가 없죠. 이 궁금증은 오늘(8일) 엔엑스씨가 제주에서 진행한 넥슨컴퓨터박물관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얼추 풀렸습니다. 박물관을 한바퀴 돌다 오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느낌이 있었다는 거죠. 

여러분도 그 내용이 궁금하실 거 같은데요, 여러 말 할 것 없이 바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제주도에서 7월 말 개관을 앞둔 넥슨컴퓨터박물관 전경


-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우선 넥슨컴퓨터박물관에 대한 간단한 소개부터 해볼까요? 이 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컴퓨터'가 주인공입니다. 다만 우리는 컴퓨터가 가지는 여러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요, 컴퓨터는 곧 테크널러지의 흐름이며 인류의 변화와 발전을 일으킨 '디지털'에 대한 상징성이 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바로 이 상징성을 형상화 혹은 구체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국내에서는 최초 시도죠. 

특히 엔엑스씨는 이러한 컴퓨터를 '문화'로 조명하는 것에 대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넥슨은 '바람의나라'를 시작으로 한 온라인게임으로 크게 성장한 기업인데요, 당연히 이들에게도 그 게임을 있게 한 컴퓨터란 존재에 각별한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컴퓨터의 상징성을 게임과 함께 하나의 '문화'로 조명해 보존하고 연구하며, 이를 전시하는 걸 첫 번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최윤아 관장은 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게임이 지니는 문화적 가치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최 관장은 현대 미술(동시대 미술)을 전공하고, 이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분야에 집중해 왔다고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현대미술과 게임의 공통점을 찾았다고 합니다. 스토리, 캐릭터, 음악, 그리고 배경까지, 현대미술에 있는 것들 대부분이 바로 게임에도 있다는 거죠. 이에 최 관장은 게임을 가리켜 '종합문화예술'로 표현했습니다. 

이렇게 문화적 가치를 강조한 만큼,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전시 주제도 여기에 맞물려 있습니다. 바로 그 문화를 모두 함께 소통하고 즐긴다는 것이죠. 엔엑스씨 측은 컴퓨터가 기능을 상실한 도구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매체로 정의내리고 있는데요, 때문에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체험'을 통해 함께 진화하는 공간으로 운영해 박물관의 '역할'을 계속 연구해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2,445.68m²규모에 지하 1층, 지상 3층을 쓰고 있는데요, 각 층마다 테마가 있습니다. 우선 1층에는 컴퓨터의 역사 흐름을 알 수 있는 '웰컴 스테이지'가 있고, 2층에는 '컴퓨터는 즐겁다'는 것을 의미하는 '오픈 스테이지가'가 준비돼 있습니다. 3층에는 컴퓨터가 지니는 문화적 가치과 활용, 오픈 수장고를 통한 교감 등을 테마로 한 '히든 스테이지'가 있고요, 마지막 지하 1층에는 아케이드 게임기가 잔뜩 있어 보기만 해도 설레는 '스페셜 스테이지'가 보였습니다. 하나씩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3층 '히든 스테이지'에 전시된 미니컴퓨터와 센서를 탑재한 장난감



- 1층 웰컴 스테이지, 컴퓨터의 역사를 보다

'웰컴 스테이지'로 불리는 박물관의 1층은 컴퓨터의 지난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관입니다. 여기서는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만든 애플 I, 세계 최초의 콘솔게임기 마그나복스 오디세이 등을 볼 수 있지요. 또, 전시관 바닥은 회로 같은 디자인으로 설계돼 있는데요, 자세히 보면 전체가 하나의 메인보드(마더보드) 디자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컴퓨터 안에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꾸몄다고 하네요. 

이 전시관에서는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컴퓨터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산업 발전에 큰 영향력을 끼친 중요한 전시품을 대부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시품은 각 부품 별로 사운드카드, 그래픽카드, CPU 등으로 분류돼 있어 눈길을 더했습니다. 

현재 엔엑스씨는 넥슨의 최초 온라인게임인 '바람의나라'의 초기 버전 복원 작업을 진행 중에 있는데요, 이 복원이 성공하면 그 결과물을 '오픈 스테이지'에 전시한다고 하네요. 


▲ 입구에는 작은 통로가 있는데요, 과거 컴퓨터의 모습과 광고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통로를 지나는 순간 '디지털 시대가 열렸다'라는 걸 느낄 수 있을까요? 


▲ 바닥은 마더보드처럼 회로가 연결돼 있는 디자인이… 










▲ 최초의 컴퓨터용 마우스


▲ '마우스의 아버지' 엥겔바트는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지난 2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 애플 I과 복각 과정














▲ 여기서는 천리안, 나우누리 등의 PC통신을 접할 수 있게 됩니다




▲ 체험존 하나, 고전 게임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 체험존 둘, 같은 게임음악이 들리는 번호를 쌍으로 누르면 성공!






▲ 사운드카드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구역






▲ 이 분, 이거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 마그나복스 오디세이




▲ 저장매체와 CPU 존


[여기서 잠깐! '바람의나라' 복원에는 무슨 의미가 있나?]

온라인게임 복원이라는 말이 생소하실 겁니다. 아직 그런 사례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이 복원작업은 '역사'를 기록하고 남기는 데 있어 무척 중요한 입니다. 특히 해외에서는 게임 자체가 지니는 문화적 가치가 높게 평가돼, 지난 패키지 게임 복원과 보존 작업에 힘을 실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러나 한국의 경우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불리지만, 정작 보존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게임의 역사'의 공동저자인 바닐라브리즈의 수석 개발자 오영욱 씨도 온라인게임은 서비스가 종료되면 보존 자체가 어려운 만큼,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죠. 

때문에 이번 복원이 성공하면 온라인게임에 대한 보존 스킬이나 노하우 등을 쌓을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그 자체가 스탠다드가 돼 국내를 대표하는 다수의 게임을 더 보존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높아지겠죠. 

온라인게임에 대한 복원과 보존은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습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의 해외교류 코디네이터 박솔잎 씨는 "온라인게임 보존과 관련된 노하우를 쌓을 의향이 있는지 해외에서 관심이 높다"면서 "특히 한국은 관련 자료가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 보존과 복원에 대한 자문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을 정도죠. 이 말은 즉 '컴퓨터 박물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외의 컴퓨터박물관과 비교해 현재 넥슨 박물관은 그 규모가 무척 작지만 MOU 체결 등이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바람의나라' 복원은 꼭 좋은 성과를 이끌어냈으면 합니다. 물론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을 모두 공개한다고 했으니, 지금의 도전 자체는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되네요. 아주 잘 된다면, 국내게임뿐 아니라 '울티마온라인'이나 '에버퀘스트' 등의 게임도 옛 모습을 복원해 전시하는 것도 가능하겠는걸요?




▲ 초창기 '바람의나라'은 이런 모습이었군요 



- 2층 웰컴 스테이지,컴퓨터의 즐거움을 체감하다

'오픈 스테이지'로 불리는 박물관 2층은 '컴퓨터는 즐겁다'라는 단번에 알 수 있는 공간입니다. 즐거운 것을 대표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렇죠. 바로 게임이겠죠. 이 공간에서는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갖가지 게임기는 물론 소프트웨어, 지난 잡지까지 수두룩하게 전시돼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여기서는 고전 게임부터 시작해 오큘러스 리프트까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한번 보고 오니, 지금보다는 차라리 5~10년 뒤에 대체 '무엇이' 들어올 지가 더 기대가 되더군요. 















































▲ 하루에 하나씩, 꼭 즐겨보고 싶네요


▲ 넥슨컴퓨터박물관 공식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지난 게임잡지도 볼 수 있습니다


▲ 뿐만 아니라 박물관 내 전시된 모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요




▲ 버블파이터와 연계한 오큘러스리프트 




▲ 고전 게임부터 최신 게임까지 다 있어요



- 3층 히든 스테이지, 컴퓨터의 문화적 가치를 느끼다

'히든 스테이지'는 컴퓨터의 활용을 기반으로 한 또다른 즐거움과 함께 문화적 가치 등을 느끼는 공간입니다. 입구에는 그렇게 '재미있게' 했던 한메타자교사가 배치돼 있는데요, 이는 어린 시절 우리에게 설렘과 기대를 줬던 컴퓨터의 주요 프로그램을 내세우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또, 3층에는 오픈형 수장고가 있습니다. 아직 정리정돈이 되지 않은 모습이지만, 갖가지 '유물'을 볼 수 있죠. 컴퓨터 수리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박물관 자체가 '체험'을 내세운 만큼 일부 관람객이 거칠게 물건을 다루면 고장이 날 수도 있는데요, 수리대에서 즉석으로 고쳐주더군요. 고치는 과정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어디가 어떻게 문제인지 설명하면서 관람객들과 직접 '소통'한다고 하네요. 

이런 식의 운영은 곧 올바른 문화교육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창의력과 상상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고,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에게는 정보에 대한 재교육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관련해 행사에 참여한 제주대 김한일 교수의 말이 인상깊습니다. 

"컴퓨터박물관이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정보교류에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이 박물관이 사회를 대상으로 한 올바른 정보교육을 하는 터가 됐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초중교 선생들에 대한 재교육도 할 수 있는 것이고, 또 그 분들로 인해 파생되는 것들도 더 전문적인 교육체제를 만들어갈 수 있겠죠. 쉽게 말해 사회의 긍정적인 컴퓨터 교육이나 정보 교육을 확산시킬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게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 가능했으면 합니다"




▲ 정말 '재미있게' 했던 한메타자교사












▲ TV나 인터넷에서 볼 수 있었던 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습니다




▲ 미니컴퓨터와 센서를 활용해 만든 디지털 기타


▲ 거리 센서가 있어 실제 기타처럼 연주가 가능합니다 (코드도 표시되고요)




▲ 수장고를 통해 갖가지 '유물'을 볼 수 있다










▲ 컴퓨터가 언제 고장날 지 모르니, 엔지니어는 상시 대기 중


▲ 수리할 일이 없을 때에는 이 공간을 이용해 컴퓨터 관련 강연을 진행한다고 하네요



- 지하 1층 히든 스테이지, 크레이지 아케이드

'스페셜 스테이지'에는 아케이드 게임기가 잔뜩 있어 '오락실'의 분위기를 방불케 했습니다. 일단 스페셜 스테이지는 분기별로 내용이 바뀐다고 하는데요, 아케이드 게임기가 시작을 끊어 기분은 좋군요. 














▲ 퐁 한판 하시겠습니까? 


- 20년 뒤에도 '변함 없는' 박물관이 되길…

"재경씨(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와 박물관을 둘러 보며 뿌듯함을 느꼈어요. 소장품 중에는 저희가 어린 시절 그렇게 갖고 싶었는데, 구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죠. 넥슨컴퓨터박물관은 저와 비슷한 꿈을 품었던 과거 IT 세대와 이제 이끌어갈 세대에게 추억과 희망을 주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의 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며 김정주 대표는 어린 시절 '교보문고의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80년대 당시에는 컴퓨터를 쉽게 구할 수 없었는데, 정보검색 차원에서 놓여진 교보문고의 컴퓨터를 마음껏 쓸 수 있었다는 이야기죠. 이를 통해 김정주 대표는 새로운 세계를 보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만큼 컴퓨터가 가지는 상징성은 IT 세대에게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고 있지요. 

이제 컴퓨터는 일상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상은 앞으로도 계속 되겠죠. 그 형태가 어떻게 바뀔 지 모르겠지만, 컴퓨터가 발전해온 지금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여정'은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을 설레게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본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김정주 대표는 우선 컴퓨터와 게임의 연결고리를 찾아 문화로 조명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앞으로는 전방위적으로 컴퓨터가 인류에 미친 영향을 보관하고 싶다는 꿈을 언급했습니다. 의학이 됐든 군사교육이 됐든 그 줄기는 끝이 없겠죠. 이런 것들이 모두 완성됐을 때, 그 안에 게임이 첫 번째로 포함돼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입니다. 김정주 대표가 이번 박물관 사업을 크게 집중한 이유일까 싶기도 하네요. 

생각해보니 지금 이 기사도 컴퓨터로 쓰고 있는데요, 20년 뒤에도 과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까요? 아니면 무언가 다른 방식이 있을까요? 궁금하네요. 그 모습을 박물관에서 볼 수 있었으면… (웃음). 


▲ 제 이름은 가장 위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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