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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근무라니! 류&강의 메카에서 추석 보내기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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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2013년 달력을 받고 나서 가장 흐뭇했던 건 역시 9월 장을 펼쳐보았을 때였습니다.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 최근 몇 년간 저주에 걸린 것처럼 항상 토요일과 일요일을 끼고 배치되던 추석이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걸까요. 너무 기쁜 마음에 달력에 매직으로 표시까지 해놨습니다. 연휴라고요.

그런데,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 제게 닥칠 줄이야!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게임쇼 2013’ 의 일정이 얄궂게도 추석 연휴와 딱 겹치더군요. 개막은 19일(목)이지만, 원래 게임쇼는 개막 전날부터 바쁜 법이니 사실상 100% 연휴 기간에 열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 게임메카에서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던 류&강 기자에게 연휴 특근의 명이 내려왔습니다. 날나리처럼 날아가 버린 연휴에 마음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 퍼부었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운명인 것을. 그래도 저 멀리 도쿄까지 날아가 생고생을 하고 있는 게임메카 도쿄 특별취재팀 인원들보다는 훨씬 낫다는 데서 위안을 삼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사무실에서 일만 하고 있으면 메카 기자가 아닙니다.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일로 보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일은 하지만 남들 할 건 다 해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메카에서 추석을 보낸 류&강 기자의 정신나간 모습을 전해드립니다.


▲ 추석 연휴 첫 날 아침, 도쿄게임쇼 백업을 위해 게임메카에 도달한 류 기자


▲ 분명 휴일일 텐데…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습니다


▲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추석 선물도 채 가져가지 못한 채 도쿄게임쇼 기사를 쓰고 있는 강 기자가 보입니다


▲ 강 기자가 뭔가 괴로워 하고 있습니다. 남들 다 쉬는 휴일에 홀로 일해서 그런 걸까요?


▲ 네… 치킨이랍니다




▲ 하지만 추석 연휴라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은 상수동 한복판에서 치킨이 구해질 리가 없죠

류: 치킨은 사주지 못하지만, 추석은 보내게 해 줄 수 있어
강: 진짜요?
류: 그럼 나와 함께 추석 풀 코스를 보내도록 하지. 일단 밖으로 나가자


▲ 귀찮다는 강 기자를 슬슬 꼬드겨 밖으로 나옵니다


▲ 주변을 둘러보면…


▲ 이렇게 잡초들이 보입니다

: 자, 이제 잡초를 뽑읍시다.
: 네?
: 메카에서 추석 보내기는 벌초로 시작되지.
: ??


▲ 혼란스러워 하는 강 기자에게 억지로 잡초를 뽑게 합니다


▲ 벌초를 해본 적이 없는지, 자꾸 투정을 부립니다


▲ 그래도 깨끗하게 뽑았습니다


▲ 류 기자도 놀지는 않았습니다. 여기 이 무성한 잡초를


▲ 통째로 뽑아… 아니 잘라버렸…

강: 이거 벌초 맞아요?
류: 이걸 세 번 하면 뭔지 알아?
강: 뭐죠?
류: 삼별초


▲ 안 그래도 썰렁했던 상수역의 거리가 얼어붙는 것 같군요

류: 자, 이제 추석의 하이라이트 시간이다!
강: 하이라이트?
류: 바로, 송편 만들기!
강: 근데 송편을 어떻게 만들죠?
류: 뭐 지점토 같은 걸로 모양만 만들면 되지 않겠어?
강: ……


▲ 일단 문구점에 가서 지점토를 산 다음… 송편 모양을 만들면 기분은 나겠지?


▲ 닫ㅋ음ㅋ

강: 이제 어쩌실 거죠?
류: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 동물이야. 사람을 셀 때 포기 단위가 아닌 명 단위로 세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지.
강: 그건 그렇다 쳐도… 이건 대체 뭡니까?


▲ 뭐긴 뭐야 밀가루지. 쌀가루 반죽이 없으면 밀가루로! 몰라?


▲ 류 기자와 함께 하는 송편 만들기 시간입니다. 일단 깨끗이 닦은 회의실 책상에 밀가루를 소복하게 붓습니다


▲ ‘뭐하는 짓이에요!’ 라는 강 기자의 외침이 들려오지만 무시합니다. 반죽을 위해 물을 부어 줍니다


▲ 그리고 나서는 쉐킷 쉐킷 조물조물 촥촥

강: 대체 이게 뭐하는 짓거리죠?
류: 흥, 잠자코 보고 있어. 내가 다 본 게 있어서 하는 거야.
강: 뭘 봤는데요?
류: 따끈따끈 베이커리
강: 망했어


▲ 가라 태양의 손!


▲ 어… 어라?


▲ 망ㅋ함ㅋ


▲ 그래도 어찌저찌 한 덩어리는 건졌다능

강: 이게 뭡니까? 만둡니까?
류: 무슨 남의 집 화장실에서 실례하는 소리! 이건 엄연히 송편이다!
강: 그럼 먹어봐요
류: 아… 지금 배가 불러서…


▲ 뒷정리가 더 고달프다…

강: 자 그럼 송편도 만들었겠다 벌초도 했겠다… 이 정신나간 추석 특집도 끝인가요?
류: 그 무슨 백일섭섭한 소린가. 오늘은 수요일 아닌가. 진정한 추석은 목요일이지.
강: 이 미친 짓을 또 하겠다고?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류: 훗, 엉덩이에 송편을 맞았으니 얼마 못 가겠지.
강: 으아아아아!

다음 날


▲ 힘세고 좋은 아침! 오늘도 나와 함께 활기찬 추석을 보내지 않겠나?


▲ [강 기자]는(은) 좌절했다!

강: 오늘은 대체 무슨 정신나간 짓을 할 겁니까?
류: 에이, 왜 그래. 오늘은 그냥 평범하게 일을 하고… 그냥 차례만 지낼거야.
강: 이런 미ㅊ……


▲ 차례를 지내기 위해 준비물을 펼쳐 보자!


▲ 차례상에는 밤을 올려야지! 밤! 추석 나이트!


▲ 어제 만든 송편과 함께 접시 위에 올립니다. A4 이면지처럼 보이지만 접시입니다

강: 이게 무슨 차례상입니까
류: 그렇지, 이대로는 화려함이 부족하지.


▲ 그래서 준비했다! 금화 초콜릿!


▲ 이렇게 올려 놓으니 상이 꽉 차는구나

강: 무슨 차례상에 금화 초콜릿을 올려요?
류: 상식적으로 금화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
강: 아니… 일반적으로 차례상에는 고기라던가 전, 나물 같은 걸 올려야지…


▲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Feat 편의점)


▲ 핵가족 1인가구 급증으로 인해 최근 편의점에서는 이런 것을 팔지


▲ 뚜껑만 열면… 차례상 완성!


▲ 홍동백서… 나름 빨간색인 볶음김치를 서쪽으로, 하얀색인 송편을 동쪽으로 놓는다 (반대잖아!)


▲ 뭔가 꾸미는 중…


▲ 저걸 축문이라고 하던가? 지방인가?


▲ 드디어 차례상이 완성되었다! 조상님께 바치긴 좀 미안하니 일본에 가 있는
게임메카 일본 특별취재팀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차례상

강: 이제 끝입니까?
류: 무슨 소리, 차례 처음 지내봐? 아마추어같이 왜 그래?
강: 그럼 차례에도 아마추어와 프로가 있나 보죠?


▲ 차례상에는 엄연히 향이 뒤따라야 하는 법!
참고로 저건 중국에서 누군가 구해 온 시가 꽁초(?)로, 피우면 폐가 녹는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 마침 사무실에 구비되어 있던(?) 술도 한잔 따르고…


▲ 연기에 대고 두 번 돌리고… 가만, 이건 장례식 아닌가?


▲ 몰라, 그냥 큰절


▲ 일본까지 전해져야 하니까 두 번 절함ㅋ


▲ 추석을 보내며 도쿄게임쇼 기사를 쓰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었습니다

류: 자, 이제 추석의 하이라이트가 남았다
강: 아까 차례가 하이라이트 아니었나요?
류: 아니, 그건 하이라이스.
강: 재미없어.
류: 아무튼, 하이라이트는 바로!


▲ 명절의 백미는 고스톱! 이지만… 화투장이 없는 관계로 포커로 대신합니다
소니의 ‘킬존 머서너리’ 트럼프 카드가 협찬해주셨습니다




▲ 처음엔 귀찮아 하던 강 기자도, 어느샌가 앞장서 카드를 잡습니다


▲ 패가 분배된 상황. 참고로 배팅은 메카에서 돈 대신 통용되는 금화 초콜릿이 협찬해주셨…


▲ 자신이 ‘타짜’ 의 숨은 실존 모델이라고 자신하는 강 기자. 그에게 들어온 패는… 무려 AK 풀 하우스!


▲ 그에 반해 류 기자의 패는 기껏해야 원 페어, 풀 하우스가 된다 해도 강 기자가 더 높다


▲ “올~인!”




▲ 강: 하하하, 감사히 먹겠습니다


▲ 류: 어허, 오함마 맛 보고 싶으신가? 패는 끝까지 보셔야지


▲ 강: 로… 로열 스트레이트 플래쉬!?


▲ “이건 말도 안 돼! 으허허허헝! 류기자 이놈!” 강 기자는 울부짖었다!

류: 그럼 정말 정말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향해 가도록 하지
강: 어디로 가야 하오
류: 옥상! 추석의 백미인 강강술래를 하러 간다!
강: 훗, 그래야 메카 기자답지!


▲ 강강술래를 위해 옥상으로 이동합니다


▲ 많이 어둡습니다. 달이 생각보다 크고 밝지 않아서 합성을 합니다


▲ 말이 필요없습니다. 지면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일단 강강술래를 시작합니다


▲ 보이지 않는 표정 속 복잡미묘한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 강강술래는 아랑곳없이, 한적한 추석의 상수역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 “으아아! 이게 뭐야!” 강 기자가 슬슬 미쳐갑니다


▲ 라이언 킹에 나오는 원숭이 같습니다

류: 보람찬 추석이었다. 참고로 강강술래는 강 기자가 하면 강강술래, 내가 하면 류류술래~
강: 그나저나 뭐 잊은 것 없습니까?
류: 뭐?
강: 세배를 안 했어요. 세뱃돈 주셔야죠.
류: 아, 맞다. 나도 세배 깜빡했네.


▲ “깜빡하건 말건 일단 세배 먼저 받으시죠”


▲ 꾸벅


▲ “자, 세뱃돈 주세요”


▲ 일단 세배를 받았으니 세뱃돈을 줍니다


▲ 왠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어찌됐든 메카의 추석은 평화롭습니다

 

※ 메카에서 추석을 보낸 소감은?
류: 아무래도 정신과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강: 빨리 집에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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