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브탱크 ARETE 인터뷰,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낸 팀원들에게 감사한다'

▲ WTKL 시즌1 결승 진출에 성공한 'ARETE'의 송준협(오른쪽), 강정모 선수(왼쪽)

10월 12일(토), 곰TV 강남 스튜디오에서 '월드오브탱크 코리안 리그'(이하 WTKL) 시즌1 결승전이 열렸다. 경기 결과, 'ARETE'가 오픈 시즌 챔피언 'NOA'를 세트 스코어 4대1로 압도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ARETE가 시즌1 챔피언에 등극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ARS'란 이름으로 출전한 오픈 시즌에는 16강에서 탈락했고, 워게이밍 15주년 기념 토너먼트에서도 4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시즌1에서 단 두 세트만 패하고 강팀으로 떠오르며, 이전의 설움을 모두 잊고 남을 뜻 깊은 우승을 차지했다. 대망의 WTKL 시즌1 우승컵의 주인이 된 ARETE의 송준협 팀장, 강정모 선수의 인터뷰를 확인해 보자.

우승을 축하한다. 현재 소감이 있다면? 

송준협 : 작년 WCG 예선 탈락 이후, 강정모 선수와 뜻을 모아 팀을 꾸렸는데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최근까지 성적이 좋지 않아 마음 고생이 많았고, 둘 다 학생이라 연습에 시간을 쏟기도 어려웠다. 특히 오픈 시즌 16강 탈락 이후에 힘이 빠졌었는데, 그래도 마음을 다잡아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어 기쁘다.

강정모: 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힘들어했던 팀원이 많고,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한 일부는 특히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럼에도 우승을 차지해 너무나도 기쁘고, 그랜드 파이널까지 함께하고 싶다.

경기 시작전까지 인터뷰에서 NOA팀에 도발적인 발언을 많이 했는데, 우승 인터뷰에서는 태도가 바뀌었다. 혹시 상대를 흔들려는 전략이었거나, NOA와 경기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나?

송준협: 이전부터 NOA팀의 실력을 존중했다. 단지 팀장으로서 자신있는 모습을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다. NOA의 실력은 충분히 인정받을만 하며, 오히려 우승 인터뷰에서의 이야기가 진심이다. 심리전이었다기보다 대회를 지켜보는 팬들을 위한 쇼맨쉽이었다. 특히 현장에 직접 찾아오신 분들에게 색다른 볼거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강정모: 클랜전에서의 활약으로 인해 온라인상에서는 ARETE의 인지도가 더 높다. 그러다보니 NOA가 강팀임에도 시즌 전부터 ARETE의 이름이 더 자주 언급된 측면도 있다. 두 팀이 각오를 다져서 좋은 경기를 했으면 하는 의도에서, 다소 자극적인 발언을 한 부분도 있다.

3세트 와이드 파크의 경기에서 NOA의 빠른 진격에 맞서, 본진 맞점령 상황을 유도했다. 그렇게 과감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바탕은 무엇인가?

강정모: 공식전에서 주로 1티어 정찰 전차를 미국의 'T1'으로 선택한다. 우리가 선택한 'L. Traktor'는 T1보다 시야가 넓어서, NOA의 진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때 팀에서 시야가 넓은 T69가 맵 중앙을 확보했으니, 맞점령 작전을 사용해도 수비에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모두 이를 받아들여고, 결과는 ARETE의 승리였다.

준결승팀 NOA가 시드권을 얻어 다음 시즌에도 출전할텐데, 다시 만나도 이길 자신은 있는가?

송준협: 장담은 하기 어렵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우승 상금은 어떻게 사용할 생각인가?

송준협: 어제 거실 소파에 누워있는데 문득 어머니께서 '우승하거든 상금 용도가 이미 정해져있다'고 하셨다. 내 몫은 없냐고 여쭸더니 용돈을 주시겠다고 답하셨다. 계속 게임을 하기 위해서라도, 기쁜 마음으로 상금을 드릴 생각이다.

강정모: 학자금 대출이 남아 있었는데 갚을 수 있게 돼서 기쁘다. 나머지는 미래를 위해 저축해두려 한다.

결승전 MVP를 꼽는다면 누구인가?

송준협: 1티어 정찰 전차에 탑승한 선수들이다. 8티어 주력 전차에 탑승해도 아깝지 않은 실력을 지녔지만, 팀을 위해 돋보이지 않는 역할을 맡았다. 3세트 경기에서 그들이 없었다면 패했을 수도 있다. 1티어 전차는 눈에 띄지 않으니 적당히 플레이해도 된다는 마음가짐이었다면 절대 활약할 수 없다.

강정모: 팀장의 의견에 동의한다. 방금 언급한대로 3세트 경기에서 1티어 정찰 전차가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패할 수도 있었다.

이전의 다른 대회에서는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임하다가 패하거나, 다전제 경기에서 유리하다가도 1패 이후 흔들리면서 이후 경기까지 내리 패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결승전을 앞두고 심리적인 약점은 어떻게 극복했는가?

송준협: 실제로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팀원들이 많다. 팀장부터 태도를 바꾸자고 마음먹고 유리한 경기에서 지더라도,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말자고 몇번이고 이야기한다. 심리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전의 ARETE는 명성에 비해 실력이 없는 팀이었다고 생각한다.

결승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송준협: 마지막 5세트, 프로호로프카에서 NOA의 전차가 2대 남았던 순간이다. 당시, 정신없이 전투에 집중하느라 아군의 전차 내구도를 살피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상대 전차 둘이 아무리 포격해도 파괴당하지 않을 만큼, 아군 전차의 내구도가 높았다. 그때 승리를 확신했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강정모: 1세트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Obj. 416이라는 카드도 잘 먹혀들었고, 승리까지 거두면서 남은 경기도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을 받았다.  

시즌1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랜드 파이널 진출을 위한 서킷 포인트 경쟁은 여전히 NOA가 앞선다. 다음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송준협: 물론 우승이다. 작년에 강정모 선수와 함께 팀을 구성할 때, '공짜로 폴란드 한번 가보자.'라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당연히 그랜드 파이널 진출 욕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1년 동안 팀을 운영하면서 떠난 선수들도 많을텐데,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송준협: 좋든 나쁘든,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이 자리에서 밝히긴 어렵다.

강정모: '쿠폰'이라는 전차장 닉네임을 사용하는 선수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그랜드 파이널은 반드시 함께 갔으면 한다.

8.9패치에서 7대7 팀 대전 모드가 추가된다. 이를 계기로 대회에 참여하는 팀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져도 문제없는가?

송준협: 오히려 긍정적이다. 팀이 늘어나면 대회 규모도 커질텐데, ARETE의 플레이를 참고하며 연습하는 팀이 나온다면 영광이다. 경쟁에 밀려 우리가 우승을 놓쳐도 상관없다.

강정모: 경쟁 상대가 늘어나더라도 대회 규모가 커진다면 긍정적이다. 아직 대회에 참여하는 팀이 많지 않은데, 그러다보니 연습 상대도 구하기 어렵다. 이번 시즌에는 같은 클랜 소속의 'ARS'와 주로 연습했는데, 그러다보니 전략의 폭이 좁아졌다. 더 많은 팀이 대회에 참여해서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ARETE를 응원하러 많은 관람객이 대회 현장을 방문했는데,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송준협: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면 무대에서 더 힘이 난다. 오늘은 결승전답게 유난히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그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음을 실감해서 기뻤다.

강정모: 몇 주 전에 ARETE 클랜 로고를 멋지게 그려서 치어풀을 만드신 분이 기억에 남는다. 면식도 없는데 우리를 그토록 응원하는 분이 계신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함께 우승을 이룬 팀원들에게 할 말은 없는가?

송준협: 실날같은 가능성을 믿고 긴 시간 동안 따라온 팀원들에게 감사한다.

강정모: 팀원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연습 도중 의견 충돌이 일어나도 좋은 방향으로 수용하면서 털어내곤 하는데, 여기에 ARETE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송준협: 시즌1에서 우승했지만, 다음 시즌과 그에 앞서 WCG도 준비 중이다. 당장 다음 주가 대표 선발전 최종 예선인데, 학업도 미뤄두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한국 대표의 이름으로 WCG에 반드시 출전하고 싶다.

강정모: 어느 e스포츠든 초반에 반짝 떠오르고, 곧 잊혀지는 이름이 많다. ARETE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되었으면 한다.

글: 게임메카 김상진 기자 (에레하임, wzcs0044@gamemec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