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와우에서 배워라 2부, 얼라이언스 숨겨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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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게임메카 이덕규

[관련기사]

와우에서 배워라 1부① 칼림도어 구상
와우에서 배워라 1부② 스랄과 그롬헬스크림
와우에서 배워라 1부③ 하이잘산 전투와 오그리마 개혁
▶ 와우에서 배워라 2부① 얼라이언스 숨겨진 역사

 [관련컨텐츠]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역사보기

얼라이언스, 격동의 현대사를 돌아보며

“훔친 지식과 오만으로 이 왕국을 세웠구나. 이제 너희들이 그렇게 원했던 그 불길에 의해 사라지리라”

불타는 군단의 아키몬드가 로데론 왕국의 최후의 보루, 달라란을 멸망시킬 때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지금의 얼라이언스는 유사이례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 아사스가 펼쳤던 전대미문의 ‘공포정치’는 모든 대륙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부패한 정치인, 몰락한 백성, 도처에 만연된 반란과 약탈은 아제로TM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 마법의 메카이자, 아제로스 영광의 상징인 달라란, 하지만 한줌 재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다

호드와는 달리, 얼라이언스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로데론의 붕괴와 스톰윈드의 부패, 아사스의 쿠데타까지…, 공교롭게도 그것은 지금 우리의 역사와 너무나 닮은꼴이다. 그들의 핏빛역사를 통해 오늘,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자.

▲ 지금은 한낮 폐허로 변한 로데론 왕궁, 그들은 왜 최고의 영광에서 이와 같은 나락의 길을 걷게 됐을까?

 

1장: 얼라이언스 선언

안두인 로서와 얼라이언스 선언!!

3차 아제로스 전쟁이 절정에 달할 무렵, 남쪽의 스톰윈드를 무너뜨린 오크는 북쪽 로데론까지 진격해 들어갔다.

설상가상으로 스톰윈드의 래인 왕이 굴단의 부하에게 암살당하자 아제로스는 순식간에 절망에 휩싸였다.

하지만 ‘난세’는 영웅을 부른다고 했던가? 이때 등장한 인물이 그 유명한 아제로스 구국영웅 ‘안두인 로서’다. 그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아제로스의 모든 종족을 하나로 모았다. 

“오크와 맞서기 위해서는 종족, 신분,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아제로스 인이 하나로 뭉쳐야한다!”  

이것이 바로 역사적인 ‘얼라이언스’ 선언이다. 그의 선언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파격적인 정책이었다. 얼라이언스 선언은 아제로스에 다음과 같은 3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 아제로스의 구국영웅 안두인 로서. 그는 얼라이언스 선언을 선포해 아제로스에 커다란 개혁의 바람을 몰고왔다

1. 종족 이기주의 타파
지금까지 아제로스에는 하이엘프, 휴먼, 드워프, 노움 등 다양한 종족이 공존해 있었다. 하지만 지역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종족 간에는 미묘한 갈등이 팽배해 있었다. 오크가 쿠엔탈라스와 아이언포지, 그리고 스톰윈드까지 파괴 할 때도 이들은 서로 모른척했다. 얼라이언스 선언은 대륙에 팽배해진 ‘종족 이기주의’를 타파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공동의 목적을 위해 모든 종족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종족화합 주의’를 심어주었다.

▲ 전쟁 당시 아제로스에는 휴먼, 드워프, 엘프, 노움 등 종족간의 대립이 극에 달해 있었다. 얼라이언스 선언은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하는 계기가 됐다

2. 신분차별제도 철폐
얼라이언스 선언은 신분제도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사회는 왕족, 귀족, 평민으로 나뉜 철저한 신분제도하게 유지되어 왔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엄격한 신분제도는 철저히 붕괴됐다. 안두인 로서는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공을 세운 자에게는 누구나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곧 사회하층민에게도 신분상승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 그동안 아제로스는 귀족과 평민, 부자와 빈민등 철저한 신분차별제도 하에 운영되어 왔다

3. 세대교체 바람
오래전부터 아제로스의 주류세력은 마법사, 혹은 흑마법사들이었다. 메디브, 안토니다스, 카드가, 로닌 등 사회 엘리트들은 대부분 마법사 출신들이었다. 따라서 출세하기 위해서는 ‘마법’은 필수과목이다. 하지만 소수권력층의 마법의 남용은 아제로스에 크나큰 재앙을 몰고 왔다.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전사, 성기사, 사제 등의 직업들이 신세대들 사이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획일적인 마법사상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한 생각과 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바야흐로 아제로스의 역사에 확실한 ‘세대교체 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 얼라이언스 선언은 마법 중심의 사회에 확실한 `세대교체` 바람을 몰고 왔다. 성기사의 대두가 그 대표적인 예

얼라이언스 선언은 백성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동부대륙의 모든 구성원들은 로데론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쳤다. ‘얼라이언스 선언’은 아제로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이자, 기나긴 전쟁의 마침표를 찍는 전환점이 됐다.

안두인 로서 암살사건

얼라이언스가 결성되자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됐다. 모든 종족이 신분귀천에 관계없이 ‘오크’라는 공적을 몰아내기 위해 힘을 합쳤다.

위기감을 느낀 오크 총사령관 오그림 둠해머는 안두인 로서 암살계획을 획책했다. 거짓협정을 내세워 로서경을 협상테이블로 유인해 죽이려는 비열한 계획이었다.

평화를 중시하는 로서경은 소수의 친위대만 이끌고 협상테이블에 나갔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마지막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둠해머는 미리 매복시킨 암살자를 시켜 로서의 목을 베었다. 겨우 살아남은 투라리온 장군은 로서의 혈흔이 묻은 방패를 보여주며 얼라이언스 군사들을 독려했다.

▲ 안두인로서 암살사건, 이 사건은 얼라이언스와 호드간의 뿌리 깊은 증오를 낳았다

“얼라이언스 형제들이여! 이제 얼라이언스와 호드는 한 하늘아래 살수 없게 됐소! 오크들의 씨를 말려 로서 경의 원수 갚읍시다!!”  

필자는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아제로스의 역사란 실로 정교하고 오묘한 복선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때 휴전협정이 성사됐더라면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지금처럼 서로를 증오했을까? 아니, 로서경만 살았더라도 오늘과 같이 죽고, 죽이는 비극이 되풀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 오크 지도자 오그림 둠해머, 그는 안두인 로서 암살사건으로 인해 그 자신은 물론 오크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갔다

이 사건으로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돌이키지 못할 강을 건넌 셈이다. 역사는 그렇듯 한순간의 ‘오판’으로 씻지 못할 상처를 낳고 말았다. 어쨌든 로서경의 죽음으로 얼라이언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지도자를 잃은 슬픔은 오크에 대한 응징으로 바뀌었다. 복수의 일념뿐인 얼라이언스 군사들은 파죽지세로 오크를 몰아붙였다. 피의 악순환 끝에 얼라이언스는 마침내 승리의 축배를 들게 됐다. 하지만 그들이 나눈 축배는 피로 가득 찬 잔일 뿐이었다.

 ‘아제로스의 봄’은 오는가?
전후 얼라이언스는 마치 쌓였던 봇물이 터지듯 엄청난 격변기를 맞았다. 1970년대 민주주의의 암흑기였던 ‘유신정부’가 끝나고 새롭게 싹튼 ‘서울의 봄’처럼 말이다. 백성들은 이제야 말로 ‘희망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기대가 헛된 꿈이었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모든 아제로스 인이 힘을 합쳐 마침내 승리를 쟁취했다. 백성들은 이제야 말로 ‘희망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얼라이언스의 가장 큰 문제는 전 후 나라를 안정시킬만한 구심점이 없다는 것. 안두인 로서, 투라리온, 카드가 등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들은 대부분 전쟁터에서 죽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은 이내 혼란에 빠졌다. 백성들은 기아와 굶주림에 허덕였고 도처에 전염병이 창궐하기 시작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게 된 얼라이언스는 정치권부터 서서히 곪아가기 시작했다. 12.12 쿠데타로 어이 없이 무너진 ‘서울의 봄’처럼, ‘아제로스의 봄’은 결국 오지 않았다.

 

2장: 승자의 혼미

수도분할, 득인가? 실인가?
현 정권의 중요 현안중 하나가 바로 수도분할 문제다. 지금도 수도분할 문제를 놓고 여야간, 세대간, 지역간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다.

▲ 현 정부의 가장 큰 현안중 하나가 수도분할 문제다. 마찬가지로 얼라이언스도 수도분할에 대한 갈등이 팽배해 있었다

마찬가지로 전후 얼라이언스도 수도분할에 대한 사회적, 계층간의 갈등이 팽배해 있었다. 알다시피 얼라이언스는 수많은 종족들로 구성된 하나의 ‘연맹체’다. 지금까지 얼라이언스의 중심은 테레나스 왕이 통치하는 로데론 왕국이 맡아왔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남쪽 ‘스톰윈드’와 북쪽 ‘쿠엔탈라스’가 각자 독립정부를 주장했다. 국가의 수도가 3개로 나뉜 셈이다. 하이엘프는 실버문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재건사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남쪽의 스톰윈드였다. 아쉽지만 스톰윈드 재건사업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 전후 휴먼 국가는 로데론과 스톰윈드로 분리됐다. 그리고 무리한 스톰윈드 재건사업은 결국 얼라이언스의 국고를 탕진시키고 ‘국가파산’ 상태에 이르게 했다

알다시피 스톰윈드 성은 전쟁 때 풀 한포기 없이 철저히 파괴된 곳이다. 성을 재건하려면 그만큼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테레나스 왕은 스톰윈드 재건사업을 돕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과 인력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였다.

백성들에게 거둬들이는 세금과 부역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때 막대한 토목공사를 단행해 백성들의 등골은 더욱 휘어질 지경이었다. 게다가 일부 권력자들이 스톰윈드 재건의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상황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었다.

▲ 얼라이언스와 호드의 지도자들이 살고 있는 성. 화려하고 웅장한 스톰윈드 왕궁과는 달리 스랄의 그롬마쉬는 소박하고 검소하다. 스톰윈드는 백성의 고혈을 짜서 세웠고, 그롬마쉬는 백성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쌓았다는 점이 다르다

스톰윈드 성은 그 어느 도시보다 넓고 웅장하다. 하지만 그 화려한 성곽 이면에는 백성들의 고혈을 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위정자들의 부정부패가 숨어있다. 무리한 재건사업은 결국 얼라이언스의 국고를 탕진시키고 ‘국가파산’ 상태에 이르게 했다.

권력의 핵심, 로데론 가신 3인방
전후 얼라이언스에는 3명의 실권자들이 있었다. 마법사 당의 ‘안토니다스’, 성기사 당의 ‘우서 라이트브링어’, 쿨티라스의 ‘댈린 프라우드무어’가 바로 그들이다. 이른바 ‘로데론 가신 3인방’이라 불리는 이들은 전쟁 후 나라의 핵심권력을 독점한 인사들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영남, 호남, 충청권의 골 깊은 지역감정을 낳았던 ‘3김 시대’처럼, 얼라이언스도 가신 3인방으로 인해 세대간, 지방간, 클래스간의 갈등이 깊어졌다.

▲ 전후 얼라리언스의 실권자로 떠오른 로데론 3인방, 마법사 당의 안토니다스(위), 성기사 당의 우서 라이트브링어(좌), 쿨티라스의 댈린 프라우드무어(우). 전쟁공신인 이들은 그야말로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의 절대권력을 움켜쥐었다

가신 3인방은 마법사, 성기사, 해군에서 각자의 세력을 확보하고 강력한 ‘보스정치’를 펼쳤다. 5공화국 시절의 군부사조직인 ‘하나회’와 같은 개념이랄까? 로데론의 모든 군권은 가신들에 의해 좌우됐다. 이들의 권력은 왕을 능가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왕의 정책은 항상 거부권에 부딪혔다. 무엇 하나 되는 일이 없었다.

혼탁한 정치판, 3당 정치의 폐해!!
권력정치의 창시자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나라를 부패시키는 가장 확실한 길은 여러 당파들의 대립을 조장해 분열시키는 것”이라며 “각 당파들은 권력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부패의 수단을 동원한다”고 말했다. 얼라이언스의 정치가 이랬다.

실권을 잡은 가신 3인방은 마키아벨리의 지적처럼 당파를 만들어 서로 분열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 당, 혹은 자기 지역의 이득에 따라 정책을 농단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로데론 왕권을 둘러싼 3인방간의 갈등이다.

▲ 3인방의 대권싸움으로 왕의 있으나 마나한 존재로 전락했다. 왕권이 상실된 로데론 정부는 그야말로 혼탁함의 극치였다. 과연 후계자 아사스는 나약한 아버지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당시 테레나스 왕에게는 아사스라는 왕자가 한 명 있었다. 따라서 아사스를 옹립하는 세력이 차기집권당이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후계자를 둘러싼 3인방간의 ‘대권싸움’이 치열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서로 힘을 합쳐 국가를 재건하지는 못하고 오직 권력을 잡기위한 신경전만이 계속됐다.

마법사 당의 퇴각과 권력교체
3당간의 권력다툼에서 가장 먼저 탈락한 집단은 마법사 당이었다. 당시 테레나스 왕은 마법사들을 경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역대 수많은 마법사들이 불타는 군단과 같은 ‘독재권력’과 결탁해 나라를 위기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마법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다크포탈을 열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메디브가 대표적인 예랄까. 수만 년 전 나이트 엘프 종족도 권력층의 마법남용으로 나라가 존폐위기까지 몰린 적이 있지 않는가.

▲ 마법을 통해 아제로스를 성장시킨 마법사들은 나라를 망친 보수세력이라는 낙인이 찍힌채 퇴각을 강요받았다. 그리고 그 자리를 젊은 성기사들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마법을 통해 아제로스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마법사들은 ‘기성세대’, 혹은 ‘기득권세력’라는 낙인이 찍힌 채 일찌감치 퇴각을 강요받았다. 수세기 동안 로데론의 기득권 세력으로 군림했던 마법사들은 얼라이언스 선언을 시작으로 확실한 ‘정리대상’이 됐다. 마법사들은 집권당에서 물러나 그들의 연고지인 달라란에서 또 한번 재기를 도모했다.

집권여당, 성기사 당

테레나스 왕에게는 왕권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힘이 필요했다. 쉽게 말해 마법사 당을 견제할만한 독자적인 정당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세력이 우서 라이트브링어가 이끌고 있는 성기사 당이다.

전쟁 중 안두인 로서가 창설한 은빛 성기사 단은 ‘명예’와 ‘정의’를 숭상한 신흥 군벌세력이다. 당시 성기사를 향한 백성들이 신망은 가히 열광적이었다. 특히 이들은 혈기왕성한 젊은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 성기사가 가는 곳마다 입단하려고 모여드는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였다.

워크래프트 3를 초반 미션을 플레이하면 마을 청년들이 성기사가 되기 위해 자원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이것으로 병력 충원이 된다).

왕은 못미더운 마법사보다 우직하고 충성심 강한 성기사들을 신뢰했다.

▲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성기사들은 전후 마법사를 밀어내고 새로운 권력층으로 대두됐다

그는 신뢰의 증표로 자신의 아들 아사스를 성기사 당에 입당시켰다. 아사스가 자발적으로 성기사단에 가입했는지, 왕의 강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성기사 당은 마법사 당을 밀어내고 로데론의 ‘집권여당’으로 등극했다. 우서는 아사스의 스승이자 성기사 당의 대표로서 자연히 ‘대권’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 됐다.

▲ 왕은 우직하고 충성심 강한 성기사들을 신뢰했다. 그리고 그들을 최측근으로 끌어들였다. 성기사들은 하루아침에 얼라이언스의 `집권여당`이 등극했다

야당의 ‘합종연횡’

상황이 이러다 보니 기존 보수 세력인 마법사 당은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초조해진 마법사 당은 또 다른 야당인 쿨티라스 당과 손잡고 ‘거대여당’에 맞서기 위한 이른바 ‘합종연횡’을 도모했다.

그리고 그 수단으로 프라우드무어의 막내딸 ‘제이나 프라우드무어’를 마법사 당에 입당시켜 양 당간의 결속력을 다졌다. 제이나의 마법사 당 입당에는 야당의 정치적 속셈이 짚게 깔려 있었다.

야당은 제이나와 아사스가 연인사이라는 것을 미리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둘을 혼인시켜 기득권에 접근하려 했다.

만약 결혼이 성사된다면 이들은 왕의 장인으로서 성기사 당 못지않은 권력을 획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 제이나 프라우드무어, 정치권의 권력다툼으로 연인과 이별하고 테라모어의 휴먼들을 살리기위해 자기 아버지마저 버려야 했던 비운의 여인

든든한 배경에 현명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제이나는 아사스의 부인이자 얼라이언스의 국모로써 손색이 없는 여인이었다. 하지만 권력다툼의 벽에 가려진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후 아사스와 제이나는 ‘스컬지’과 ‘얼라이언스’라는 극단의 편에 서서 평생 서로 증오하게 된다. 권력에 대한 야심은 남녀간의 순수한 사랑마저 짓밟아 버린 것이다.

거대한 소수, 드워프 노동당
이제 얼라이언스의 신 주류세력인 드워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마그니 브론즈비어를 대표로 하는 드워프는 휴먼과 귀족중심의 정치체계에 ‘노동계급’이라는 또 하나의 주류세력을 탄생시켰다.

탄광, 금광, 대장간, 공장 등 주로 사회저변의 노동자계층이 대부분인 드워프들은 사실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들이 만든 잠수함은 수많은 오크의 전함들을 파괴했고, 자살공격까지도 서슴지 않은 저돌성은 적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워크래프트 2에서 드워프들은 폭탄을 안고 적진으로 돌진하는 자살유닛으로 등장한다).

▲ 드워프들은 잠수함 등 신식무기의 개발로 오크와의 전쟁에서 가장 많은 활약을 했다

숙련된 노동자계층인 드워프들은 노움과 협력해 스톰윈드와 아이언 포지를 잊는 지하철사업을 단행해 스톰윈드의 재건을 도왔다. 테레나스 왕은 국가발전의 기틀을 놓은 드워프들을 중용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드워프들은 귀족과 군부세력 등 기존 기득권세력들에게 철저히 무시당했다.

“밑바닥 드워프 놈들이 뭘 안다고 나서나?”

당시 드워프 조합은 독립된 정치세력으로 인정받기에는 입지가 약했다. 전쟁으로 인해 드워프의 고향이자, 노동인권의 산실인 ‘아이언 포지’는 철저히 파괴당했다. 연이은 경제파탄은 노동자 계층을 여전히 사회적 ‘약자’에 머무르게 했다. 때문에 이렇다할 연고나 지지기반이 없는 드워프는 그 존재의미를 각인시키지 못했다. 그들의 의견은 번번이 무시당했다.

▲ 드워프의 고향이자 노동인권의 중심지 아이언포지. 전쟁 때 철저히 파괴됐지만 시련을 딛고 오늘날의 번영을 이룩했다. 지금은 스톰윈드를 재치고 얼라이언스 경제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로데론 3인방 중 한명인 프라우드 무어 제독은 휴먼 이외의 종족을 인정하지 않는 대표적인 종족차별주의자다(하지만 그 역시 평생을 경멸했던 오크의 스랄에게 죽음을 당한다.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결국 종족이기주의와 혼탁한 정치판에 환멸을 느낀 드워프들은 그들의 고향인 아이언 포지로 돌아가 국가 재건사업에 몰두하게 된다.

싸움만 하는 파행의회
얼마 전 한 조사기관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17대 국회의 성적을 매긴 적이 있었다. 결과는 51점, 그야말로 낙제점수다. 국민들은 이렇게 낮은 점수를 매긴 가장 큰 이유로 국회 내의 ‘분열’과 ‘파행’을 들었다. 얼라이언스 말기의 정치판 또한 지금의 국회와 다를 바 없었다. 의회는 민생현안은 뒷전인 채 상대방을 비방하는 고성과 욕설만 오고갔다.

▲ 로데론 의회, 자신 당의 주장만 펼칠 뿐 어느하나 뚜렸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그야말로 파행의회의 전형이다

“지금 오크들이 포로수용소를 공격하기 위해 재집결 중이오. 이들을 막아야 합니다!”

“오크 따위는 문제가 아니요. 북부 지방의 전염병때문에 심각한 혼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당신네 마법사들은 사태를 너무 부풀리고 있소!!”

마법사 당과 성기사 당은 거의 모든 사안에서 대립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 로데론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2가지 현안에 대해 심각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마법사 당의 주장을 들어보자. 마법사들은 북쪽지방에 창궐하기 시작한 전염병을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로 삼았다. 당시 스트라 솔름을 중심으로 인간을 좀비(언데드)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전염병이 나돌고 있었다. 특히 ‘컬트 오브 댐드’라는 사교집단이 전염병을 더욱 확산 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 성기사들은 오크 해방운동, 마법사는 전념병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느하나 뾰족한 타결점을 잡지 못하고 서로의 주장만 펼친채 의회는 파행으로 치닫았다

반면 성기사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최근 일고 있는 오크의 산발적인 시위부터 진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스랄이라는 젊은 지도자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오크 해방운동’은 얼라이언스의 또 하나의 골칫거리였다. 오크들이 재집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백성들을 불안케 하기에 충분했다.

의회는 서로 자기 당의 주장만 고집할 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당론은 가신 3인방의 생각에 따라 결정됐고, 의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각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시대착오적인 이념논쟁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의회가 싸움판으로 변하고 있는 사이 얼라이언스는 점점 쇄락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3장 부패공화국 스톰윈드

정경유착의 비극, 데피아즈단 사태
어느 나라 역사를 보더라도 나라의 ‘망조’는 항상 위정자들의 부정부패에서부터 시작됐다. 남쪽 스톰윈드 정권이 그랬다. 나라가 바로서지 못하고 왕권이 바닥에 떨어지자, 각종 부정부패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중 밴 클리프가 일으킨 ‘데피아즈단 사태’는 스톰윈드의 정치가 얼마나 썩었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 어린 국왕 안두인 린과 2명의 섭정가. 백성들의 고혈을 짜서 재건된 스톰윈드는 그야말로 `부패공화국`이란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부정부패가 만년했다

앞서 말했듯 스톰윈드 성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최고의 건설기업인 ‘석공길드’에게 스톰윈드 성을 쌓도록 명했다. 석공길드와 스톰윈드 정부는 재건사업에 대한 독점권을 놓고 유착관계를 맺었다. 이른바 기업과 정부의 ‘정경유착’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고 노동자들이 임금을 요구하자 정부는 돈은커녕 오히려 그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공사에 필요한 비용은 귀족들의 부정축제로 탕진됐다. 백성들에게 돌아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석공길드의 밴클리프와 대우 김우중 전회장. 게임과 현실의 서로 다른 공간의 인물이지만 부패권력과 유착하고, 또 그로 인해 국민들의 비난을 샀다는 점에서 이들 모두 비슷한 과오를 범해왔다

석공길드 대표 밴클리프는 정부를 상대로 체불임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스톰윈드 정부는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오히려 밴클리프의 부관 바질 스레드를 잡아 스톰윈드 지하감옥에 수감시켜버렸다. 주로 정치범을 수용하는 시설인 스톰윈드 지하감옥은 온갖 고문과 잔학행위로 악명을 떨친 곳이다.

감옥을 돌아다녀 보면 당시 수감자들을 잔혹하게 학살했던 각종 고문기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로부터 철저히 이용당한 밴클리프는 석공길드를 이끌고 죽음의 폐광으로 숨어들어가 저항했다. 이것이 아제로스 역사상 최대 민란으로 기록된 ‘데피아즈 단 사태’다.

▲ 스톰윈드 지하감옥. 주로 정치범과 흉악범을 수감하는 곳으로 연일 잔인한 고문과 학살이 이어졌다. 스톰윈드 정권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나는 곳이다

서민경제의 몰락
정치권이 부패하는 동안 아제로스의 서민경제는 급격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속도도 매우 빨랐다. 무리한 스톰윈드 재건사업으로 아제로스의 경제는 뿌리째 흔들렸다. 아름다웠던 엘윈 숲은 계속되는 흉년과 역병으로 피폐되어 갔다.

▲ 정치의 부패는 철저한 서민경제의 몰락을 가져왔다. 서부몰락지대의 농민들은 연이은 흉연과 경제불안으로 말 그대로 몰락의 길을 걷게됐다

곡창지대로 유명했던 서부몰락지대의 농민들은 연이은 흉년과 불황으로 엄청난 농가부채만 떠안게 됐다. 결국 그들은 농촌을 버리고 식량을 찾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신세로 전락했다. 도시의 사정도 마찬가지. 오크나 오우거 같은 값싼 노동력의 유입은 얼라이언스 백성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 실업자가 된 백성들은 하나둘씩 스톰윈드를 떠났다.

▲ 나라의 치안 상태도 말이 아니다. 오죽하면 백성들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민병대까지 조직했을까?

실제로 얼라이언스의 모든 경제활동은 스톰윈드보다 아이언포지에서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고도성장의 혜택은 일부 귀족이나 기업가들의 전유물이 됐다. 나라의 치안 또한 땅에 떨어진지 오래. 굶주림에 시달린 백성들은 스스로가 도적이 되어 약탈과 살인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아제로스의 서민경제는 오히려 전쟁 때보다 더욱 악화되어 갔다.

여론의 이탈!!

이렇듯 정치에 대한 절망감과 혐오감이 커지면서 아제로스의 여론은 두 가지 극단적인 방향으로 이탈했다.

하나는 과거 ‘절대 권력으로의 회귀’다. 현재의 혼란과 무질서를 감당하기 어려워 그것을 일소해 주기만 한다면 어떠한 억압적인 권력이라도 수용할 수 있다는 형태다.

예컨대 로데론 북부를 거점으로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컬트 오브 댐드’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절대 권력자 리치 왕을 신봉하는 사교집단으로 이후 로데론 멸망의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다른 하나는 현 정권을 거부하거나 전복하고 싶어 하는 ‘무정부주의’다. 스톰윈드 정권의 전복을 꾀하는 데피아즈 단이 대표적인 예다.

▲ 정치에 대한 절망감은 여론의 극심한 이탈을 불러왔다. 오죽하면 리치왕과 같은 절대권력자를 그리워 하겠는가

이렇듯 아제로스의 백성들은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반국가주의’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나라 곳곳에서 반란과 민란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얼라이언스 지도층들은 백성들의 절규에 철저히 눈과 귀를 막고 있었다.

아제로스 위기설 “경고는 주어졌다!”
그렇다고 얼라이언스에게 기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로데론 의회에 메디브라는 예언자가 나타났다. 그는 닥쳐올 환란을 경고하고, 이를 피하려면 백성들을 이끌고 서쪽 칼림도어로 이주하라고 주장했다. 워크래프트의 역사에 거대한 회오리를 일으킨 ‘아제로스 위기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 경고는 주어졌다! 이제 당신들의 운명은 당신들 손에 달렸다!!

그는 휴먼, 엘프, 드워프, 심지어 오크까지 찾아가 위기를 경고했다. 하지만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만 급급한 정치인들은 메디브의 경고를 철저히 무시했다. 얼라이언스의 마지막 희망까지도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테레나스 왕은 한순간의 잘못된 결정으로 그의 목숨은 물론 국가 전체를 비극으로 몰게 된다.

“경고는 주어졌다! 이제 운명은 당신들 손에 달렸다!”

어느 나라, 어느 조직이든 위기는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위기를 먼저 감지하고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선택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호드는 스랄의 지휘아래 아제로스의 ‘위기’를 또 하나의 ‘기회’로 만들었다. 하지만 얼라이언스는 눈앞의 ‘이득’ 때문에 결국 ‘파멸’을 자처했다. 똑같은 경고로 시작했지만, 호드와 얼라이언스가 선택한 운명은 이렇듯 달랐다.

▲ 위기에 대처하지 못한 얼라이언스는 이후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아사스, 역사의 죄인인가? 시대의 혁명가인가?

자, 필자는 이 시점에서 얼라이언스의 운명을 통째로 바꾸어버린 한 명의 청년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바로 로데론 왕국의 적통이자, 스컬지 쿠데타의 주역 리치 왕 아사스다.

아사스가 살던 시대는 얼라이언스 최고의 전성기였지만, 그의 조국 로데론을 비롯한 아제로스 전체는 분열과 부패의 사슬에 얽혀서 침몰해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는 강력한 지도자가 등장해 백성들을 보호하고 번영을 이룩해 주길 열망했다. 실제로 그는 강력한 왕권을 위해 수많은 부하를 죽이고 자신의 아버지마저 재물로 바쳤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그의 행적을 통해 우리 현실을 개선할만한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워크래프트 인물 중 가장 현대적인 시각과 감각을 가진 인물이었다.

인간의 본성과 국가의 본질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인물은 아사스 밖에 없다.   

▲ 와우 인물중 가장 현실적인 정치 감각을 가졌던 아사스, 그의 역사는 지금부터다

다음회 예고: 아사스와 스컬지 쿠데타

“가련한 우서경이여! 난 당신처럼 지옥을 구경하지 못할 것이오! 왜냐하면 난 영원한 삶을 얻었으니까”

아사스! 얼라이언스 역사상 가장 치가 떨리는 이름이리라. 그는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도 가리지 않고 ‘권모술수의 달인’, 또는 ‘악마의 하수인’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단순히 아사스를 ‘잔인한 학살자’로 평가하기에는 역사에 남긴 그의 흔적이 너무나 크다.

다음 회에는 아사스를 중심으로 켈두자드, 실바나스, 아키몬드 등의 스컬지 쿠데타 세력들의 집권과정을 살펴보겠다. 치밀한 쿠데타 진행과정과 스컬지 세력의 와해, 그리고 일생일대의 라이벌 일리단 스톰레이지의 출연까지…, 얼라이언스의 숨은 비화가 밝혀진다.

▲ 얼라이언스 역사상 최대 비극으로 기록된 아사스의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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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에서 배워라 1부① 칼림도어 구상
와우에서 배워라 1부② 스랄과 그롬헬스크림
와우에서 배워라 1부③ 하이잘산 전투와 오그리마 개혁
▶ 와우에서 배워라 2부① 얼라이언스 숨겨진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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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04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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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MMOR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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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토대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이다.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4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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