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모두가 해결해야 할 세 가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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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와우메카 악령좀비

믿지 못하겠지만 본인은 이 자리에 무려 세 가지의 문제를 들고 나왔다.

마치 5년 묵은 콜드크림처럼, 눅눅하고 딱딱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쓰게 된걸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분명 이 문제는 `라면에 계란을 넣을까 말까`라는 고민보다는 좀더 심도 깊을 것이며 `자장면을 어느 손으로 비벼야 더 맛있는가`라는 질문보다는 까다롭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것이 과연 특집기사에 올라갈만한 문제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에 대해서는 본인도 아직 정의를 내리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유저분들은 두가지 사실을 염두 해두고 판단 내려야 할 것이다.

1. 이게 과연 문제인가?
2. 문제라면 누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

혈관 깊숙이 짱 박힌 콜레스테롤 0.01g이라 할지라도 인생의 황혼기에 병원침대와 동고동락 할 수 있는 불씨가 될수있기 때문에 본인은 과감히 이 자리에서 칼을 들까 한다.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 분노 30의 죽격을 날린 격이라 판단된다면 나에게 돌을 던지길 바란다. 본인은 분명 치명타 몇 나오나 궁금했노라고 변명할 터이니 -,-;;

     아리송한 세 가지 문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불타는 성전`이 서비스 된지 이제 두 달이 지났다. 소문난 잔치였고 먹을만한 음식도 골고루 있었지만, 10만 명(동접자)이 넘는 고객 입맛을 맞추기가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본인은 이 자리에서 그 중 유저들의 입맛에 안 맞는 음식중 세가지를 간추려 보기로 했다.

1. 통합전장 4군의 실태
2. 일반 던전에 가고 싶어요.
3. 전사와 사제가 없어요.

  

 

   통합 전장 4군의 실태

확장팩 서비스 이후 전장의 인기가 거의 시들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완전 사장된 컨텐츠가 아니라 사절단이 오는 시기에는 유저들이 끊임없이 참여하고 있으며..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다는 조건 때문에 직장인 유저분들에게는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특정 서버에서는 이러한 기회가 없다는 제보가 들어와 한번 조사해보기로 했다.

통합전장 4군은 어떤서버?

신서버(메카나르, 신록의 정원, 알카트라즈, 폭풍우 요새)추가 이후 이들 서버는 통합전장 4군으로 분류되었다. 하지만, 진영간 인구불균형도 맞지 않는 상태에서 4개의 서버만 4군으로 분류시켰기 때문에 전장이 거의 안열리고 있는 실정이다.

통합 전장 4군의 전장에 속한 유저들은 자신의 서버가 4군으로 묶였다는 것 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전장이 안열리는 것이 단순히 `전장이 인기 없기 때문에`, `다른 컨텐츠에 유저들이 몰려서`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신이 통합전장 4군에 속한 유저라면 똑똑히 보기 바란다.

당신의 통합 전장군이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출처:
http://wowcensus.dnip.net/)

통합 전장 1,2,3군은 평균참여자가 3만명 정도로 적지 않는 사람들이 전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통합전장 4군은 참여자가 7000명 미만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자라도 턱없이 모자라며 진영간 비율도 맞지 않기 때문에 통합전장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유저들은 사실상 2000명 안팎인 것이다.

이와 관련된 블리자드 코리아의 공식 답변은 이렇다.

 

미온적인 태도, 기다려 달라는 한결같은 답변.

블리자드 코리아의 안일한 운영정책 탓해야 하는가?
신서버이기 때문에 겪을수 밖에 없고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인가?

 

 

   일반 인던에 가고 싶어요

얼마 전 제보가 들어온 한 사례에 대해서 설명해 보겠다. 어떤 문제인지 판단해보길 바란다.

32세 김모씨, 제빵관련 가계를 운영하고 있는 그의 퇴근시간은 밤 9시다. 친구의 추천으로 WOW를 시작했으며 현재는 하루에 한번씩 인던을 꼬박꼬박 돌며 아이템 맞추는 재미로 살아가고 있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70레벨 일반 인던 파티 모으는 것이 힘들어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저 인구서버라서 그런 것인가 생각해보았는데.. 영웅 인던에 간다는 파티는 꾸준히 증가하는데 일반 인던은 차츰 사라지는 것이다.

김모씨는 아침에 반죽을 빗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이상한 결론에 도달했다.

1.사제와 전사는 귀족이다.
2.현재 파티가 가장 잘 모이는 직업은 전사, 사제다.  그래서 일반 인던에 누구보다 많이 참가한다.
3.인던을 돌면 평판이 오르고 평판이 오르면 영웅인던에 갈 수 있다.
4.영웅인던에서는 에픽아이템이 떨어지고, 영웅휘장으로 좋은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다.
5.전사와 사제는 노멀인던을 졸업하면 영웅인던만 간다.
6. 그래서 사제와 전사는 귀족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블리자드가 주장하는 인던 시스템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 레벨 인던을 깨고 고 레벨 인던으로 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신규유저들은 저레벨 컨텐츠를 전혀 맛보지 못하고 일명 `도우미`라는 고 레벨 유저들에 의해 인던 구경을 하고 있는 실정이며 저 레벨 단계에서 익혀야할 `인던룰`과 `아이템 입찰 개념`을 상위 던전에서 배우게 되니 곧 바로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몇달 후 영웅던전과 고 레벨 레이드 컨텐츠가 활성화 된다면 갓 만렙단 신규유저들은 어디서 파티를 모아야 할까?


이 문제는 인던 디자이너의 치명적 실수인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인가?

 

 

   전사/사제가 없어요

클베때부터 확장팩까지...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았든 인던 컨텐츠에서 만큼은 계단형태의 계층구도를 가지게 되었다.  소위 파티가 잘되는 직업은 귀족, 파티가 잘되지 않는 직업은 천민으로 부른 것이다.  

이러한 계급구도로 나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드에서나 인던에서나 특성과 장비의 구애가 덜한 클래스가 양산되면서 천민 취급을 받았고 특성과 장비에 따라 인던난이도 상승에 기여한 탱커나 힐러가 귀족대우를 받았다. 한마디로 힘들어서 키우지 않는 캐릭터가 귀족대우를 받았고 그 반대되는 직업군은 외면당했다(물론 어디까지나 인던파티에서 이야기다).

부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인던에 특화된 특성을 강요하는 부류들도 등장했다.

흔히말하는 무분전사, 암사제... 방특전사와 수양사제...  

방특전사와 수양사제는 인던에서 든든하지만 필드에서는 걸어 다니는 명예점수라 불렸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아이템을 먹어야 했다.  이에 많은 유저들이 전사와 사제(탱커와 힐러)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헌데 정말 전사와 사제가 없는 것일까?

사제와 전사는 결코 없는게 아니었다.

참여할 인던이 많아지고 세분화(일반/영웅)되면서 공급보다는 수요가 많아지고 `전장`, `투기장`, `제작아이템`. `평판아이템`등 굳이 인던을 돌지 않더라도 좋은 장비를 맞출 기회가 많기 때문에, 특성을 강요 받고 스트레스만 쌓이는 인던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문제2(영웅 인던에 가고 싶어요)와 맞물리면서 전사와 사제의 숫자가 많이 부족하게 보이는 것이다.

▼일반 인던을 뛰고 있는 사제의 장비를 살펴보자.


어느 날 어떤 사제가 게시판에 이런 질문을 하였다.

`수양사제는 어떤 식으로 사냥(앵벌)해야 빠른가요?`

본인은 그 답변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냥꾼 하나 키우세요. 그게 빨라요.`

 

 

▼영웅 인던을 뛰고 있는 전사의 장비를 살펴보자.


본인이 흑마를 키웠을 때는 몰랐다. 어그로 튀다 죽으면 `아 죽었구나 어그로 관리 좀 해야지` 라고 느꼈을 뿐이다.

전사를 키워보고 인던리딩을 해보니 지나가던 바퀴벌레가 죽어도 다 내 탓으로 느껴진다. 파티가 전멸하면 일단 내가 `죄송`을 외친다.

인던 플레이 중 광역을 해야 하는 구간이 있었다. 법사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도전의 외침`을 비롯한 모든 기술을 동원해 어그로를 먹었지만 흑마가 광을 하다 죽고 말았다.

흑마님이 말한다. `혹시 방특 안 찍으셨어요?`

나는 물론 찍었지만 흑마님에게 되물었다.
`혹시 파괴특성에 격렬이나 화염파열 찍으셨나요?`

찍었을리 만무하지만 나는 묻고 싶었다. 5명이 힘을 합쳐야하는 인던 팟인데 왜 전사의 특성만 강요하냐고...

극단적으로 말해서 인던에 특화된 사제와 전사는 인스던전외에 뭔가를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아무것도 없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다는 것. 힐주는 것이 좋아 사제 키웠고, 인던 리딩하는 재미 때문에 전사를 선택한 이들이 갖는 `피해의식`을 정말 `피해의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사제의 PVP의 능력에 대해서 오래전 토크박스에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대답은 대부분 이랬다.

`암사제가 요즘 얼마나 쎈데요. 필드에서 걸리면 아주 녹아요 녹아 ㅋㅋㅋ`
`배부른 소리 하시네요. 힐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고 싶으시다고요? ㅋㅋ`
`암사제 오버파워 소리 듣는데 아직도 이런 글이 올라오나요`

그 강력한 암사제가 인던에 메인힐러로 합류했다.
파티원들은 말한다.

`사제님 설마 암사제 아니시죠.`

우리들은 인던에서 이상적인 탱커와 힐러를 방특전사수양사제로 못박으면서 사냥과 PVP문제에 조금만 불만을 토로하면 `암흑사제`와 `무분전사`를 들먹거린다.  

 

이 문제는
사제와 전사의 컨셉을 잘못 디자인한 블리자드 탓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우리들의 잘못된 인식 탓인가?

 
 

    세 가지 문제는 내면서 저도 한마디...

저는 `문제`를 다루는 기사는 대해서는 약간 신중을 기합니다. 그리고 결론 내리기를 꺼려합니다. 동접자 10만명이 겪는 문제를 저의 작은 머리 속에서 나오는 보잘것없는 결론이 정답인양 표현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다행이 커뮤니티 사이트는 신문이나 잡지와는 달리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고 제가 잘못 짚은 결론을 덧글로 반박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문제(문3. 전사/사제가 없어요)에 대해서는 저의 의견을 말하고 싶군요.

MMORPG는 (Massively Multi-play Online Role Play Game)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이라고 부릅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게임에 접속하고, 자신의 분신이 되는 캐릭터를 조정하면서 맡은바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이죠.

학교나 직장생활을 게임으로 비교하자면, 같은 맥락입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그 학급이나 팀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팀을 지휘하는 리더는 있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죠. WOW의 파티플레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할 순 없습니다. 탱커가 메인탱커로서의 실력이 부족하다면 보조탱커를 한명 더 뽑아야할 것이고 사제가 매인힐러로서 힐량이나 마나량이 부족하다면 보조힐러를 더 뽑으면 됩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들의 잘못된 인식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미지 갤러리의 오랏님께서 작성해주신 매트릭스의 대사부분을 인용하면서 마치겠습니다.

 

인스던전을 탐험하다가 `한계`에 부딪힌 경험이 있는가?

예를 들어 매탱을 무분전사라든가
힐러가 한 명뿐인데 암사제라든가

그런데 이것을 `한계`라고 정의 내리기 전에 생각해보아라

파티가 전멸당하기도 전에 마우스에서 손을 때지 않았는지
전멸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약을 먹지 않았는지

메탱이 죽격 전사이기 때문에
메인힐러가 암사제이기 때문에
전멸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메인탱커, 메인힐러의 특성을 손가락질 하려거든 자신의 특성을 보라.
와우의 모든 직업군은 인던에 특화된 특성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딴 쓰레기 특성은 왜 있지` 라고 생각해서 쳐다보지도 않았던 그 특성을 유심히 보라.
나를 위한 특성이 아니라 파티를 위한 특성. 전사라면.. 혹은 사제라면 무조건 찍어야한다고 강요했던 그 특성이 그곳에 있다.

누군가의 특성을 비판하려거든 자신부터 떳떳해져라.  

본인은 `특정직업군을 이분법적 명칭으로 갈라놓는 사고`나 `~ 이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타야 한다는 뻔뻔한 개똥철학`을 신봉하지 않는다. 내가 믿는건 같은 몬스터에게 11번 이상 전멸하면서 12번째 도전중에 파티창에 올라오는 `도전의 의지`와 죽을걸 알면서도 1시간짜리 버프물약을 들이붓는 `파이팅`이다.

전사나 사제에게 인던에 특화된 특성을 강요하고,  `~특성 아니면 절대 불가능하다는` 어설픈 논리를 침 튀기며 역설하면서 자신은 그 어떤 희생도 하지 않으려는 놀부심보를 품고 있다면 오늘의 전멸은 ~의 탓이 아니라 당신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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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2004년 11월 23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블리자드
게임소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토대로 개발된 온라인게임이다. '워크래프트 3: 프로즌 쓰론'의 4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삼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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