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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탓하던 재수생, 게임으로 카이스트 박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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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져 대학 진학에 실패했던 한 남성이 카이스트 최초 게임 박사학위를 받아 화제다. 


무려 7살 때부터 게임을 즐겼다는 이 남성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박태우(32) 씨.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도 게임에 푹 빠져 재수 끝에 카이스트에 입학(02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학 이후에도 게임을 놓지 않아 06년 같은 과 대학원에 간신히 진학했을 정도다. 

박사과정도 험난했다. 박사과정은 박 씨의 진로 및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에 무척 중요하지만, 그는 초기부터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겉돌았기 때문. 
◀ 카이스트 전산학과 박태우 씨
(사진출처: 카이스트 홈페이지)

이를 지켜보던 송준화 교수는 박 씨가 게임제작 동아리 '하제(HAJE)' 회장을 지내면서 모바일 퍼즐 게임을 제작하고 상용화하는 등 직접 게임을 만들었던 경험에 주목했다. 결국 송 교수는 기초분야 연구에 집중하는 카이스트 대학원 특성이 게임을 좋아하고 산만한 박 씨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그의 장점을 살려 게임 플랫폼 및 콘텐츠를 모두 개발해볼 것을 조언했다. 

전산학은 일반적으로 게임 개발만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박 씨는 송준화 교수의 조언에 따라 이때부터 게임 플랫폼과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박 씨는 전통적인 게임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일상생활과 접목한 차세대 장르의 게임에 고민했다. 그간 게임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받은 박 씨는 게임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게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보고 싶었던 셈이다. 
 
이후 박 씨는 일상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헬스장, 수영장, 어린이집, 공원 등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토론했다. 이 과정에서 협력과 토론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경험이 이후의 연구 진행에 큰 밑거름이 됐다.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오리배' 플랫폼이다. 그는 헬스장에서 런닝 머신처럼 혼자 하는 운동은 지루하기 때문에 중도에 그만두는 행태를 관찰, 다른 사람과 같이 즐기면서 운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 개발에 관심을 돌렸다. 결국, 박 씨는 런닝 머신이 사람이 달리는 속도를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통해 두 명이 달리는 속도 차이를 이용해 방향을 조절하는 '오리배' 플랫폼을 개발하고 온라인상에 있는 친구들과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헬스장이라면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이 게임을 하면서 운동할 수 있고, 나아가 '세계 헬스장 달리기 대회'도 가능하다. 또 마라톤 동호회도 한 곳에 모일 필요 없이 각자 가까운 헬스장에서 다른 회원의 순위를 보면서 운동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박 씨는 수영 영법을 이용한 격투기 게임, 대열에서 이탈하는 어린이를 찾아주는 '참새 짹짹' 앱, 훌라후프·자전거·줄넘기를 이용한 운동게임 플랫폼, 사용자의 평소 생활 패턴을 활용한 아바타 게임 등 많은 차세대 운동 게임과 생활 밀착형 서비스 개발을 주도 및 참여했다.

이들 결과물과 논문은 세계적인 수준의 국제 학회에서 대중의 주목을 받았고, 우수 논문, 시연상을 다수 수상하기도 했다.
 
송준화 교수는 "게임개발 만으로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례는 없지만 남의 연구를 따라하지 않으면서 일상생활에서 정말 필요한 게임을 만들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고 용기를 주었다"면서 "초기 연구에 잘 적응하지 못해 걱정했는데 특기를 잘 살려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박태우 씨는 "앞으로 인간생활에 보탬이 되는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1일 학위수여식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오는 6월 미국 NASA 에임스연구센터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 박태우 씨가 개발한 '오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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