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인터뷰] 게임메카 지방개발사 탐방 1부. 부산업체 사장들이 전하는 ‘게임의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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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부산 광안리 횟집, 오랜만에 부산의 게임 개발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구수한 부산 사투리와 함께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낯선 ‘형님’ 소리.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라 온 알짜배기 부산 사나이들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게임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지방 개발사만의 애환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 게임메카에서는 그동안 빛에 가려진 지방 개발사들을 발굴하기 위해 ‘지방 개발사 탐방’ 기획기사를 야심차게 준비했습니다. 그 첫번째 시간으로 저 멀리 억센 경상도 사투리와 해운대의 바닷내음이 넘실거리는 부산으로 달려갔는데요. 지금부터 부산 사나이들이 전하는 ‘게임의 로망’을 전격 공개합니다.


난 26일 부산 광안리 횟집, 오랜만에 부산의 게임 개발사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구수한 부산 사투리와 함께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낯선 ‘행님’ 소리.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라 온 알짜배기 부산 사나이들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게임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지방 개발사만의 애환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 키워 놓으면 서울가는 데, ‘병특’이라도 주십시오!

“우리 개발자, 병특 좀 어떻게 안될까요?” 자리에 모인 한 사장은 본인 회사에서 일하는 어린 개발자에게 병역특례의 기회를 주기 위해 자신이 직접 발로 뛰어가며 이곳 저곳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가 어린 개발자를 위해 이렇게 발로 뛰는 이유는, 바로 부산의 심각한 개발인력 부족 때문이다.

“서울 중소 개발사들이 인력난으로 힘들다고 하지만 여긴 정말 심각할 지경입니다. 우선 괜찮은 개발자들은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다 서울로 가죠. 부산에도 게임 교육기관이 있지만 그쪽 친구들도 부산에서 회사를 다닐 생각이 없어요.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키울 생각으로 싹수 있는 대학생들을 미리 골라 놓거나, 블로그 등을 돌아다니면서 괜찮은 친구들한테 모두 연락을 하죠.” (이주원 대표)

자리에 모인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지방 개발사일수록 병역특례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서 ‘제발’ 몇 년이라도 고급인력이 이곳으로 올 수 있길 바란다는 그들. 부산 개발사들의 심각한 인력부족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 서울 퍼블리셔들, 부산 내려오면 다리가 부러집니까?

90년대 초반 PC, 패키지 게임이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시절. 부산은 게임 자료를 모으기 위해 내려온 사람들로 넘쳐났다. PC, 패키지 게임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일본의 보따리 장수들이 제일 처음 부산에 정착한 후 서울로 올라갔기 때문에, 당시 부산은 게임의 중심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서울 개발사들은 곧바로 온라인 게임으로 방향을 급전환했지만, 멀리 떨어진 부산 개발사들은 급변하는 시류를 놓치고 말았다. 부산 게임 시장의 쇠퇴가 시작된 것이다.

“그나마 요즘엔 퍼블리셔들이 조금씩 찾아오는 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전화를 하면 매번 하는 얘기가 ‘서울로 올라오시면 한번 보죠’라는 말이죠. 저희 게임이 서울 개발사들의 게임에 비해 게임성이 결코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멀리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 부산 개발사 사무실 구석의 라면박스와 작업물, 피규어들이 여느 서울 개발사와 다를바 없다

현재 부산에는 게임 퍼블리셔가 단 한개도 없다. 부산까지 내려오는 적극적인 퍼블리셔도 많지 않기에 게임을 알리기 위해서는 직접 짐을 싸들고 서울로 올라가야만 한다. 하지만 막상 서울로 간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모 대형 퍼블리셔는 약속을 해 놓고 문전박대를 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울의 대형 퍼블리셔에게 그들은 단지 시골에서 올라온 이름 모를 개발사에 불과했다.

“정말 이상해요. 왜 서울 퍼블리셔들은 우리가 만든 ‘게임’을 보는 게 아니라 개발자들의 ‘경력’을 먼저 보는 겁니까? 부산 개발자들이 이전에 다니던 회사나 게임은 이미 다 망해서 지금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잘 나가는 회사나 작품을 만든 경력이 없다고 해서 지금의 게임까지 무시당해야 하는 건가요?” (김성철 대표)

밉스소프트나 뭉클 등 당시 유명했던 1세대 부산 게임 개발사들은 사라진지 오래다. 열정을 가지고 도전했지만 내외적인 악재를 만나 초창기 개발사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돈’과 ‘인력’의 부족. 그들은 개발할 사람도 없거니와 투자를 받을 길이 없어 막막하다고 말한다.

“제대로 된 게임 하나 만들고 싶은데 투자받을 곳이 없어 답답합니다. 워낙 힘들다보니 앞뒤 안 가리고 투자를 받으려고 해서 덜미를 잡힌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었죠.
어떤 투자회사는 1차 클로즈베타테스트까지는 자금을 대주다가 그 후에 돈줄을 끊어 놓고 계속 애간장을 태우죠. 그렇게 해서 나중에는 아예 개발사가 통째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김대홍 실장)

 


▲ 2001년 밉스소프트에서 발표해 부산개발사의 도약을 알린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아마게돈`. 하지만 유저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하고 밉스와 함께 사라졌다

◆ 행님~ 우리 함께 커봅시데이!

이런 힘든 시련을 오랜 기간 함께 겪어서인지 부산 개발사들은 서울에서 한번 퍼블리셔가 내려오면 서로의 업체를 소개시켜주기에 바쁘다. 피말리는 경쟁관계에 있는 서울 개발사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 부산 게임시장의 미래, 혈기왕성한 게임인재들이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아따, 행님. 우짠다고 저번에 우리 개발사 소개 안해준겨? 내는 퍼블리셔 내리오면 다 소개시켜주는데 섭섭하데이~”

모임이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기자를 계속 의아하게 만든 건 그들의 억센 사투리 속에 섞인 ‘형님’이라는 호칭. 보통 업무적으로 부르는 직함이 아닌 편한 호칭을 부르는 이유를 물어보자 그들의 답변이 더욱 재밌다.

“이런 걸 ‘형님 마케팅’이라고 부르죠. 여기서는 좀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냥 무조건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뭐 이게 이상합니까? 서울로 올라간 우리 애들한테 물어보면 모두 서울이 너무 삭막하다면서 한결같이 부산 바다가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권동혁 대표)

함께 동거동락했던 후배들이 서울로 올라간다고 하면 허탈하고 속상하지만, 현재의 부산 개발사 사정을 알기에 잡을 수 없다고 말하는 그들. 때문에 부산으로 다시 돌아오려는 후배들을 보면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지금 부산 개발사들은 투자를 받기도 힘들고 초기에는 월급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들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즐거워하죠. 우리는 서울쪽 사정도 잘 알지 못하고 그쪽 개발사나 퍼블리셔들 간의 알력다툼 같은 것도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게임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죠. 많이 힘들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이주원 대표)

자리에 모인 부산 개발사 사장들의 공통적인 소망은 부산에서 하나만이라도 ‘대박게임’이 나오는 것. 그래서 지금처럼 투자받는 데 허덕이지 않고, 능력있는 개발자들이 더 이상 부산을 떠나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부산의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게임개발의 꿈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일까, 부산 사나이들이 만든 게임에선 지금도 끊임없이 몰아치는 파도소리가 들린다.


★ 참가자: 트라이액 대표 이해원(FPS 게임 ‘콘도타’ 개발중), 인티브소프트 대표 이주원(아케이드 RPG ‘타르타로스 온라인’ 개발중), 드림미디어 실장 김대홍(슈팅 게임 ‘통스통스’ 서비스 중), 제스트웨어 대표 김성철, 이동호(슈팅액션 게임 `오브더램보` 개발중), 메가폴리 실장 박봉두(여성 취향 게임 ‘러브온라인’ 개발중), 게임데이 대표 권동혁 (모바일 게임 개발중)


★ 다음 편에는 부산 개발사와 게임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됩니다! 다음 편도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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