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게임 김혁섭 코치의 e스포츠 이야기 ‘프로란 무엇인가?’

전직 프로야구선수이자 현직 MBC프로게임단 HERO 김혁섭 코치. 그는 보통 사람은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든 ‘프로스포츠’의 세계를 두 번이나 살고 있다. 현재 그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건강, 스케쥴 등 팀의 ‘안살림’을 맡고 있다.

우리는 언제 프로가 되는 것일까? ‘프로’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을 전문으로 하거나 그런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 또는 직업 선수다. 그렇다면 직업을 가진 사람과 어느 분야의 전문가는 모두 프로일까?

정답은 없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프로란, 보다 넓게 보고 깊이 생각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전직 프로야구선수이자 현직 MBC게임 HERO 김혁섭 코치의 이야기의 들어보면 그렇다. 그는 보통 사람은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든 ‘프로스포츠’의 세계를 두 번이나 살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널리 알려진대로 김 코치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건강, 스케쥴 등 팀의 ‘안살림’을 맡고 있다. 몸보다는 머리를 쓰는 스포츠인 만큼 선수들의 정신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즌 중에는 잠자는 시간 외에는 자유시간이 하나도 없을 만큼 바쁘다는 그를 만나, 프로게이머 세계의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프로가 된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

서울 사이버대학교 정문 앞에서 김혁섭 코치를 만났다. 다소 상기된 얼굴로 인사를 마친 그는 이제 막 강연을 마치고 나온 상황이었다. 김혁섭 코치는 지난 11일 한국 e스포츠협회(KeSPA)를 통해 신인 프로게이머들의 소양 교육 자리에 강연자로 나섰다. 강연의 주제는 ‘프로의식’. 강연 전날 밤, 바쁜 생활 중에 겨우 틈을 내어 A4 7장 분량의 강연 내용을 마련했다.

처음 서는 자리였기 때문에 원고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소양교육을 받으러 온 신인 프로게이머의 나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그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프로의식’이란 무엇일까?

“나만 생각하지 말고, 동료와 팀을 생각하라고 이야기했어요. 어린 선수들이 너무 일찍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이기적인 면도 있고, 경기 외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자기관리도 잘 못 하고요.

옛날에는 게임이 일종의 (가정이나 학교공부의) 도피처가 되어서 프로게이머의 길을 밟은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죠. 집에서 지원도 받으면서 게임을 하는 선수들도 많아요. 하지만 아직은 야구나 축구처럼 학원스포츠 시스템이 발달된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프로생활에 적응하는 게 어려워요.”

▲ MBC게임 히어로 김혁섭 코치

야구나 축구처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학원스포츠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프로스포츠의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프로세계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다. 시간에 따라 잘 짜여진 스케쥴과 철저한 자기관리가 그것이다. 그러나 10대 후반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큰 금액의 계약금을 받으면서 프로게이머에 입문한 경우, 이 같은 자연스러운 경험이나 배움의 과정은 얻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경우, 잘못 하면 어린 선수에게 큰 액수의 계약금은 ‘돈’이 아닌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승리에 대한 카타르시스 때문에 다시 프로의 세계로

김혁섭 코치의 프로선수 생활이 꼭 화려한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어린 선수들의 상황과 심정에 크게 공감하고 있었다. 그는 과거 LG트윈스 야구단에서 투수를 맡아 9년 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하고 2001년 은퇴했다.

“운동선수는 두 가지가 있어요. 운동에 대한 재능도 있고 타고난 신체조건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와 재능은 있지만 신체조건까지는 타고 나지 않아서 꾸준한 노력으로 이를 가꾸는 선수가 있죠. 저는 후자라서,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재능은 있으니까 쉽게 그만둘 수는 없었어요. 처음에는 허리 디스크가 있었는데, 나중에는 어깨 때문에 결국 그만둘 수 밖에 없었어요. 타고난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는 정말 감사해야 해요.”

야구를 그만두고 다양한 일에 도전했다. 나중에는 음식점도 열었고, 그 때 지금의 하태기 감독을 우연히 만났다. ‘스타크래프트’는 선수 시절 잠깐 해보았던 것이 전부였고, 처음 코치 제의를 받았을 때는 쉽게 승낙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계속된 제의를 받고, 일년 가까이 고민하면서 그는 프로게임단의 코치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계기가 된 것은 다름아닌 선수 생활 당시의 기억이었다.

“운동을 했기 때문에 매일 경기에 나가고, 이기고 지는 게 삶의 전부였어요. 야구를 그만두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루하고 답답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어요. 경기에서 이겼을 때 오는 그 느낌을 다시 한번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승리에서 오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잊지 못했다. 결국, 그 승리의 달콤함과 패배의 쓰라린 추억들이 그를 다시 프로스포츠의 세계로 이끌었다.

▲ 18년동안 그의 전부였던 `야구`

물론, 초록색 잔디 구장이 아니라 눈부신 조명 아래 모니터와 마주 하는 프로게임무대였다.

쉽게 시작했기 때문에 쉽게 그만둔다

코치 생활이 처음부터 쉬었던 것은 아니다. 시간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고 자기관리에 충실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며 악역도 떠맡아야 했다. 팀이 스폰서 없이 어려운 시절을 보낼 당시에는 합숙소의 청소, 빨래는 물론이고 사기가 떨어진 선수들에게는 동기 부여도 해주어야 했다.

팀이 안정된 이후에는 계속되는 리그와 경기로 인해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다. 팀이 우승을 하고 여기저기서 격려와 칭찬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김혁섭 코치가 마음을 쓰고 있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김혁섭 코치는 프로게이머의 입대문제와 쉽게 오르지 않는 실력 때문에 고민하는 선수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것은 마냥 따뜻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혹독한 자기관리와 발전을 요구했다.

“제가 아마추어 9년 하고, 프로를 9년 하고, 모두 18년을 야구를 했어요. 지금은 야구를 그만두었지만 (은퇴) 당시에도 야구와 관계된 일을 더 하고 싶다거나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아요. 최선을 다했고, 해볼 만큼 다 해봤으니까요. 어린 선수들의 경우 쉽게 시작했으니까 쉽게 그만두는 것 같아요.”

그는 임요환, 박성준 등 스타선수의 경우, 그만큼 피나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게이머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가 공식 연습일정이다. 이후에 시간은 선수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연습이나 운동, 휴식 등을 취할 수 있다.

“슬럼프에 빠지거나 성적이 안 올라서 힘들다는 선수에게는 냉정하지만 ‘죽도록 해보라’고 그래요. 죽도록 연습한다고 해서 정말 죽지도 않고, 실제로 죽도록 연습하는 친구도 드물어요. 정말 잘 하는 친구는 알아서 연습을 다해요. 힘들어하는 선수의 경우, 대개 처음에는 화려한 꿈만 꾸다 들어와서 1군 선수들 연습상대만 해주고 그러다 지치는 거죠.”

▲ 2006년 5월 MBC게임 창단 당시의 모습과 2007년 12월 신한은행 후기 프로리그  당시 모습

e스포츠의 미래, ‘학원스포츠’로써 기반 쌓았으면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프로게임단의 코치로서 김혁섭 코치가 바라는 소원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과제는 팀의 승리겠지만, 프로야구를 경험한 그는 좀 더 멀리 내다보았다.

“e스포츠도 야구나 축구처럼 학원스포츠로써 기반을 쌓으면 좋죠. 학교마다 팀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응원하는 문화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진정한 프로가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 그는 프로게이머 생활을 그만두고 대학이나 군대에 들어갔던 선수들에게서 오는 연락이 매우 반갑다고 말했다. 방황하지 않고 자신들의 자기 몫의 일을 찾아가면 좋겠다는 인생선배로서의 그의 바람이었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프로 선수들도 눈앞의 작은 이익이 아니라 십 년, 그 이상을 바라보며 일하길 기대했다.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도 해설가나 방송이나 구단관계자 등 다양한 직업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으면 했다.  

걱정만 너무 많았을까? 김혁섭 코치는 e스포츠가 자신이 경험했던 프로야구보다 훨씬 나은 부분도 있다고 밝은 얼굴로 이야기했다. 바로 콘텐츠 비즈니스 부분이다. 방송과 리그가 함께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고 더 나은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분명 다른 프로스포츠에서도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야구 선수를 할 때는 팬에 대해 별로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프로야구는 최고의 스포츠니까 당연히 팬도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했죠. 최근에는 야구도 관중이 줄어들면서 다양한 프로모션을 하려는 것 같아요. 그런데 e스포츠는 일찌감치 방송과 구단, 리그가 함께 고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팬들에게 잘 보일까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했어요. 물론, 방송이 경기를 ‘내 콘텐츠’라고 생각하니까 적극적으로 나오는 거지만, 분명히 배울 점이 많아요.”

▲ 학원스포츠 시스템의 마련, 방송과 리그의 결합, 이미 e스포츠는 그의 삶이자 미래가 되었다.

진지하게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김혁섭 코치. 때로는 엄한 코치 선생님으로, 때로는 믿음직한 인생의 선배로, 그에게 e스포츠는 제 2의 인생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된 진짜 인생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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