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와 NHN, ‘블루홀’ 두고 묘한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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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3일 오전, 엔씨소프트의 2/4분기 실적 결산 컨퍼런스 콜이 이루어지기 직전에 보도자료 한 통이 수신되었습니다.

2008년 8월 13일 오전, 엔씨소프트의 2/4분기 실적 결산 컨퍼런스 콜이 이루어지기 직전에 보도자료 한 통이 수신되었습니다. 송신자는 NHN으로 되어있었습니다. NHN의 게임 포털 한게임과 블루홀스튜디오가 개발한 신작 MMORPG 프로젝트 ‘S1’의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프로젝트 ‘S1’의 경우 2010년 출시를 목표로 언리얼 엔진3를 가지고 개발 중인 게임이죠.

블루홀스튜디오는 엔씨소프트의 핵심 프로젝트였던 ‘리니지3’ 개발팀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신생 개발사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엔씨소프트를 한 차례 흔들고 지나갔던 바로 그 ‘리니지3’ 개발팀입니다.

NHN ‘S1 퍼블리싱 계약’ 엔씨소프트는 ‘유감’

곧이어 오후 1시 즈음, 이번에는 엔씨소프트로부터 또 한 차례의 메일이 송신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형식을 갖춘 보도자료 형태가 아니라 간단한 입장 발표 정도의 메모였습니다. 이번 계약에 대해 엔씨소프트 홍보실장을 맡고 있는 이재성 상무는 기자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공식적으로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말로 자세한 설명을 대신했습니다.

그 동안 어떤 게임의 퍼블리싱 계약이 체결되었을 때에도 이러한 보도자료나 메일 배포가 이루어진 사례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연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될까요? 굳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유감’의 원인에 대해 짐작 가능할 수 있는 사건으로요.

퍼블리싱 계약 발표가 이루어지기 일주일 전, 8월 7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3’ 전직 개발실장인 박용현 씨를 대상으로 개발정보 및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며 6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의 대상이 된 것은 블루홀 스튜디오와 CSO를 맡고 있는 장병규씨를 포함한 12명입니다. 장병규 대표의 경우 네오위즈의 창립멤버일 뿐만 아니라 NHN과는 검색서비스 ‘첫눈’을 약 350억 원에 피인수한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65억 원의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현재 개발 중인 게임(S1)에 자사의 영업비밀이 포함되어있으므로 폐기하라고 주장했죠. 게임업계를 비롯하여 IT업계에 널리 퍼져있는 기술유출 사례에 대하여 일종의 선례를 만들고 싶다는 의사도 내비쳤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진행되었던 검찰의 해외 기술 유출 수사는 아직 정식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일단, 블루홀 스튜디오는 공식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습니다.

NHN, 우리는 제 3자 ‘좋은 게임이라 계약했다’

이번에는 NHN 측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예상 외로 강경한 분위기로 나오고 있지만, 퍼블리싱 계약을 마친 NHN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합니다. 자신들은 제 3자일 뿐, 소송 당사자들끼리 원만하게 해결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단, 퍼블리싱 계약 이전에 ‘S1’과 블루홀 스튜디오에 대한 법적인 검토는 이미 마쳤으며, 게임에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S1은 NHN뿐만 아니라 많은 퍼블리셔들이 관심을 보인 타이틀이다. 게임이 문제가 있었다면, 그 많은 퍼블리셔들이 협상을 진행하기도 어렵지 않았겠는가”라고 오히려 반문해왔습니다.

엔씨소프트 측은 여전히 2010년에 출시되는 게임의 퍼블리싱 계약 발표를 굳이 13일에 한 이유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NHN은 ‘오해’라는 입장입니다. 공교롭게도 엔씨소프트의 실적 발표가 이루어지는 날에 퍼블리싱 계약 건을 알리게 되었지만, 계약이 이루어진 것은 이미 수일 전이라는 거죠. 한 쪽은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라고 나무라고, 다른 한 쪽에서는 오해해도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앞서 소송이나 법정공방 문제에 있어서 NHN은 제 3자입니다. 기자 역시, 재판관을 대신하여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도 자격도 없습니다.

이 문제는 IT업계의 인사와 이직문제, 직업선택의 자유, 기술 유출, 등 다양한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명백한 잘잘못을 가리기도 어렵습니다.

엔씨소프트로서는 폐기하길 바랬던 게임이 당당히 서비스 계약까지 맺었으니 유감이란 말도 할 수 있겠죠. 지난 컨퍼런스 콜에서도 ‘리니지3’ 관련한 질문이 있었지만, 이재호 부사장은 “초기 검토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지난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엔씨 미디어데이를 통해 공개된 게임은 ‘블레이드앤소울’이 아니라 ‘리니지3’가 되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엔씨소프트와 블루홀스튜디오의 법정공방전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NHN은 `S1`의 서비스를 약속했습니다. 이 난전은 어느 한쪽의 양보로 해결될 수는 없어 보이는데요. 이 사건을 바라보는 게임업계의 시선도 입장마다 서로 엇갈리고 있습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기는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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