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턴에서 라이프치히까지, 엔씨 유럽의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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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유럽 직접 진출을 시도하여, 점차 그 영역을 확장 중인 엔씨소프트 유럽은 어떤 모습일까? 독일 현지 시간으로 8월 24일 일요일, 유럽 지사로부터 라이프치히 전시 현장으로 지원을 나온 약 40여명의 직원들은 5일간의 공식일정을 마치고 다시 영국 브라이턴으로 돌아간다.

▲ GC 비즈니스 센터 입구

국내 게임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유럽 지사를 설립하여, 직접 서비스를 시도하는 등 점차 그 영역을 확장 중인 엔씨소프트 유럽은 어떤 모습일까?

독일 현지 시간으로 8월 24일 일요일, 유럽 지사로부터 라이프치히 전시 현장으로 지원을 나온 약 40여명의 직원들은 5일간의 공식일정을 마치고 다시 영국 브라이턴으로 돌아간다. 그들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영국 브라이턴까지의 짧은 귀로에 올라선다.

유럽연합 이후, 국경 없는 울타리 안에서 유럽의 국가들은 더욱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섬나라 영국과 중부 유럽대륙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독일은 먼 나라이다. 게다가 게임 컨벤션이 열리는 라이프치히는 구 동독 지역으로 독일에서도 동쪽에 치우친 도시. 독일 남부에 위치한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초고속 열차(ICE)를 이용해도 라이프치히까지 3시간 30분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현지인들은 유럽 여행에서 흔히 생각하는 이동수단인 기차보다는 유럽 내 저가항공사를 더 자주 이용한다.

브라이턴에서 라이프치히까지, 5년? 아니, 1시간!

현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엔씨소프트 유럽 지사 직원들 역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유럽 내 저가항공사 중에 하나로 유명한 라이언 에어(Ryan Air)를 타고 독일에 도착했다. 공항도 일반 여객기들이 이용하는 공항이 아닌 하루 1~2번 정도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비교적 저렴한, 군용기 위주의 공항으로 도착했다. 덕분에 영국에서 독일까지 오는 데 들어간 비용은 10여 만원 수준이다.

한 관계자는 “공항 활주로에 내려서는 순간, 기체가 두어 번 쿵쿵 하며 튀어 올랐다.”라고 웃으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너무 비용을 아끼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지만, 이렇게 아끼는 비용으로 더 좋은 일에 쓸 수 있을 거라는 대답이 빠르게 돌아왔다. 상대적으로 편하게 11시간 동안 루프트한자(독일국적기)를 이용하여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국의 수도인 런던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남부 해안도시 브라이턴에 위치한 유럽 지사는 지난 2004년7월에 처음 설립되었으며, 엔씨소프트가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리니지2’ 유럽 서버 오픈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길드워’ 시리즈와 ‘리니지’, 시티오브히어로/빌런 등을 차례로 런칭시키며, 유럽 내 게임업체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17개국에서 모인 140명의 유럽인들, 축구 이야기는 금지!

▲ 브라이턴, 인천과 비슷하다.

약 140여명에 이르는 엔씨소프트 유럽 지사의 인원 대부분은 영국인, 프랑스인, 독일인, 이탈리아인, 스페인인 등 유럽 현지 인력으로 구성되어있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영국인이지만, 그마저도 1/4 수준이다. 각각 서울 본사와 미국 지사에서 자리를 옮긴 2명의 한국인 주재원을 제외하면 약 17개국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엔씨소프트 유럽이다. 이 인원 중에 상당수가 운영과 마케팅, 사업 담당 인력이다. 아직은 소니와 공동 개발하는 비디오 게임 프로젝트의 경우, 시작 검토 단계이기 때문에 순수 개발 인력은 많지 않은 편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내에서 공식적으로 축구 이야기가 ‘금지’되어있다는 것. 축구에 열광하는 유럽인들의 특성상, 축구에 관한 시시비비는 직원 간 화합을 방해하는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유로 2008 경기가 있는 동안 회사 분위기는 아슬아슬했다. 유럽이기에 가능한 해프닝이다.

한국에서 브라이턴으로 파견 나간 주재원과 파하 슐츠를 통해 영국 내 현지 분위기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들을 수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 준 ‘길드워’ 유럽 마케팅 매니저를 맡고 있는 파하 슐츠는 조이온의 해외사업부를 거친 국내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력이다. 유럽의 ‘매니저’가 우리의 ‘과장급’에 해당한다며, ‘슐 과장’이라고 불러달라고 웃으며 이야기할 정도의 이 젊은 친구의 나이는 불과 26세.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게임업계에 뛰어든 그는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에서 태어났으며, 덕분에 유창한 한국어와 독일어, 영어를 사용한다.

무엇보다 브라이턴에서 일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영국의 살인적인 물가를 떠올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대도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 돈으로 월 약 100만원 해당하는 집세(세 명의 친구가 방이 셋 있는 스튜디오를 대여하고 있다. 총 월세가 300만원인 셈)와 한 끼에 8,000원을 넘는 샌드위치 가격, 담배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으로 건너간 지 6개월이 지나도록 가구가 비싸서 텅 빈 방에서 상자와 함께 생활 중이라는 주재원의 이야기는 보다 실감나는 현지 사정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브라이턴으로 갔다.

이 같은 이야기들로 인해 게임 컨벤션이 독일의 구 동독지역에 위치한 작은 도시 라이프치히에서 개최되는 것만큼이나 엔씨소프트의 유럽의 위치 역시 ‘왜 하필 브라이턴’인가 하는 부분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유럽에서 ‘길드워’를 비롯한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는 것은 PC게임 기반이 강한 독일이다. 심지어, 엔씨소프트 유럽지사의 서버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으며, 온라인 게임 부문에서는 전 유럽을 통틀어 가장 높은 성장율을 가진 것이 독일이다. 엔씨소프트 유럽이 살인적인 물가와 (독일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인터넷 인프라도 취약한 영국에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 라이프치히 현장에서 발간되는 업계정보지에 실린 엔씨소프트 특집 기사

브라이턴에 엔씨소프트 유럽 지사 사장님의 집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농담이다. 사실은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독일 지역에서 온라인 게임이 인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어가 강한 곳에서의 사업은 기본적으로 영어권 국가나 궁극적인 글로벌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영어를 사용할 줄 아는 인력 수급에서도 영국은 용이하다. ‘길드워’의 경우 영어, 프랑스어, 독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폴란드어까지 총 8개 언어로 현지화가 이루어져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반면, ‘리니지2’는 영어만이 이루어졌으며, ‘아이온’의 경우에는 1차적으로 영어, 프랑스어, 독어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도버 해협을 두고 프랑스와 마주 보고 있는 브라이턴은 영국 내에서도 제법 유명한 해변 휴양도시다. 런던 근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날이면 종종 런던 사람들이 찾는 일광욕과 해수욕을 위해 찾는 도시지만, 비가 자주 오고 흐릿한 영국 특유의 날씨에서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이 곳에서 꽤 유명한 회사로 자리잡았다. 시 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실제로 브라이턴 시내에서는 ‘아이온’을 광고하는 옥외전시물뿐만 아니라 회사 티셔츠만 입고 다녀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 햇수로만 지난 5년 동안 엔씨소프트 유럽은 한국 게임업체가 아니라 브라이턴을 대표하는 게임업체로 사람들 속에 녹아 들었다.

엔씨소프트가 브라이턴을 대표하는 게임업체로 자리잡는 동안 마찬가지로 라이프치히 게임 컨벤션도 유럽을 대표하는 게임 전시회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실제로, 8월 23일 토요일, 주말을 맞아 일일 방문객 숫자 8만 1천명을 맞이하며 라이프치히 게임 컨벤션은 절정을 맞았다. 이윽고 오후 무렵, 라이프치히 메쎄 1홀에 위치하여 소음도 잦아드는 비즈니스 센터는 대부분 철수 준비를 시작했다. 간이음식대가 치워지고, 시연용 컴퓨터가 치워졌다. 비즈니스 데이와 이틀 간의 일반 관람일 동안 모든 미팅은 마무리가 되었고, 엔씨소프트의 독일 현지 파트너사인 플래시포인트에도 오고 가는 사람의 자취가 드물어졌다.

유럽 지사가 있지만, 패키지 유통부터 서버 관리부터 운영까지 모든 비즈니스를 유럽 지사가 책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 헤드쿼터가 영국에 있고, 국가마다 시장상황이 다양한 만큼 현지 사정에 정통한 시장 파트너가 필요하다. 독일에는 플래시포인트가, 프랑스에서는 유비소프트가 파트너로서 게임 패키지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 엔씨소프트 뿐만 아니라 각 부스에서 실시하는 셔츠 배포 행사는 늘 인기만점.

올해와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만 35개국 이상에서 온 170명의 기자들이 엔씨소프트 비즈니스 센터를 다녀갔다. 일반인 관람객이 몰려드는 전시장 상황은 더욱 열광적이다. 몰려드는 사람들을 향해 티셔츠를 나눠주는 행사나 이벤트 퀘스트 진행으로 진행요원들은 연일 녹초가 된다. 현장에서 살펴 본 바, 앞서 ‘아이온’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바 있는 엔씨소프트 유럽 지사 직원들의 연습(티셔츠 멀리 던지기, 소음 속에서 대화하기, 체력 단련)이 과연 실제와 거리가 먼 일들이 아니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길드워’의 다음 시리즈에 대해 궁금해한다.

엔씨소프트의 유럽 도전기, 아이온의 성공가능성

엔씨소프트는 ‘길드워’를 촉매제 삼아 라이프치히의 용광로 속으로 완전히 녹아 들어갔다. 이에 앞서 엔씨소프트 역시 브라이턴을 통해 거대한 유럽 시장에 녹아들 수 있었다. 게임 컨벤션 현장에서 만난 파란 눈의 금발머리, 서로 다른 언어의 그들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뛰고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내고 바다 건너 브라이턴에서 시작된 신호탄은 라이프치히에서 축제의 불꽃이 되었다. 이제, 엔씨소프트 유럽의 다음 도약대는 ‘아이온’이다. 유럽 스타일에 꼭 맞은 ‘길드워’의 성공이 ‘아이온’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브라이턴에서 라이프치히까지 5년에 이르는 그들의 여정이 정당한 결실을 얻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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