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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니지3 기술유출 판결, `일벌백계의 선례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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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벌백계’. 전국시대 병법가 손자가 오왕 합려 앞에서 궁녀들을 조련시킨 일화가 있다. 손자는 궁녀들이 지시에 따르지 않자 임금이 가장 아끼는 애첩 2명의 목을 베면서 군령을 엄히 세웠다. 한사람에게 벌을 줌으로써 만인이 경계하도록 한다는 ‘일벌백계’의 고사는 여기서 비롯됐다.

지금 게임 업계는 ‘일벌백계’의 고사가 아쉽다. ‘리니지3’ 영업비밀을 일본 게임사에 유출한 엔씨소프트 전 개발 실장 박모씨가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풀려났다. 법원은 초범인데다 죄를 충분히 뉘우치고 있다고 판단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게임계 사정을 모르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요한 건 이번 판결이 앞으로 게임기술 유출에 선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박씨는 형을 받는 중에도 경쟁 게임업체에서 버젓이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그가 만든 게임은 올여름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실시한다. 그것도 올해 가장 인기 있는 게임중 하나다. 당사자가 실형은 받아도 바뀐 건 하나도 없다. 수십억의 피해를 입고, 프로젝트마저 무산된 ‘엔씨소프트’에게 사과 한 마디 없다. 과연 법원의 판단 대로 박씨가 진정으로 죄를 뉘우쳤는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한 업계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놓고 ‘게임업체가 동네 중국집 같다’고 자조적 농담을 건넸다. 다른 중국집에서 요리사를 빼가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자장면은 나온다는 것이다. 요리사를 뺐긴 집은 다른 집에서 또 빼오면 되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다. 어차피 중국집의 핵심메뉴인 ‘자장면’과 ‘짬뽕’은 누가 만들어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법원은 게임업계를 동네 중국집 정도로 보았던 모양이다.

다른 IT산업의 경우 기술유출에 대한 ‘일벌백계’가 엄격하다. 작년, 와이브로 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SI업체 직원들에게 무더기로 실형선고가 내려졌다. 피해를 입은 회사와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항소심에서 `영업상 비밀을 해외에 누설한 점은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해 2년 구속형을 선고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국기업 기술유출 피해액은 200조가 넘는다. 앞으로 기술유출에 대한 처벌은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게임계는 이러한 시류에서 역행하고 있는 듯 하다.

게임산업은 아이디어 산업이다. 기술과 인력이 회사의 생명이다. 기술이 유출된 회사는 단순한 손해로 그치지 않는다.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정도로 치명상을 입는다. 엔씨소프트의 메인 프로젝트 ‘리니지3’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개발이 중단됐다. 업계 1위 업체가 이정도 피해면, 다른 중소 업체는 회사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손자가 지시를 내릴 때 궁녀들은 하나 같이 그를 비웃었다. 군인도 아닌 아녀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군령을 내리는 게 우스웠을 것이다. 훈련이 끝나면 다시 왕의 총애를 받는 궁녀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어차피 바뀔게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앞에서 왕의 애첩 2명의 목이 떨어지자 그녀들의 행동은 달라졌다. 진짜 군인이 된 듯 명령에 복종했다.

지금 게임업계엔 가벼운 온정주의보다 손자가 행한 ‘일벌백계’의 선례가 필요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제 2, 제 3의 `리니지3 사건`이 반복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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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리니지 2'는 9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1세대 온라인 MMORPG '리니지'의 정식 후속작이다.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2D 그래픽이었던 전작과 달리 3D 그래픽을 채택했다. 전작의 주요 콘텐츠를 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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