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새로운 휴대용 게임기 PSP go, 왜 고전하는가?

지난 토요일, 기자는 ‘슬림 PS3’를 구입하기 위해 용산과 테크노마트, 국제전자상가를 찾았다. 그런데 많이 팔리는 ‘PS3’와는 반대로 ‘PSP go’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용산의 모 매장 상인은 “PSP go를 사는 사람은 하루에 3명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가격을 인하한 기존 PSP를 산다.”라며 푸념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지만 외면받는 PSP go

그러나 기존 PSP에 비해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었음에도 ‘PSP go’는 고전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 PSP 유저 층이 ‘PSP go’에 대한 구매 욕구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먼저 ‘PSP go’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지만 대부분 기존 PSP 유저들이 원하는 기능과는 거리가 멀다. 기존 유저들이 줄기차게 지적해왔던 PSP 자체 스크린샷 기능은 여전히 지원하지 않고 있으며 동영상 인코딩 기능이나 블루투스 기능은 기존 PSP 유저 보다는 PMP 등 휴대용 기기를 사용하는 신규 소비자를 위한 기능에 가깝다. 이마저도 애플의 ‘아이팟’ 등 첨단 휴대용 기기에 의해 시장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

UMD 슬롯을 삭제하면서 기존 PSP 유저를 배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UMD 매체로 발매된 게임은 ‘PSP go’에서 즐길 수 없다. 즉, 기존에 게임 소프트를 정품으로 구매한 유저들도 게임을 즐기려면 PSN을 통해 다시 구입해야 한다. 이는 ‘불법복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내놓은 소니의 ‘자구책’일 것이다. 그러나 정품 유저에게 있어서 ‘PSP go’는 아무 쓸모도 없는 게임기에 불과하다.

PSN 역시 문제점이 많다. ‘PSP go’는 PSN으로 게임 소프트를 다운로드 받는 방식을 채택했지만 정작 PSN에 등록된 게임 소프트의 수가 시장에서 유통중인 UMD에 비해 턱없이 적다. 또한 SCEK가 PSN에 등록하지 않은 게임은 ‘PSP go’로 즐길 수 없다. 즉, 한국에 정식발매된 게임이 아니면 전혀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 버전 정책으로 소프트웨어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닌텐도 Wii의 전철을 ‘PSP go’가 그대로 밟고 있다.

또한 ‘PSP go’의 가격은 32만 8천원으로 기존 PSP 가격에 비해 10만원 이상 비싸다. 기존 PSP로도 ‘PSP go’의 게임기로서의 기능을 대부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유저들이 10만원 이상의 가격을 주고 새로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윈도우 Vista의 전철을 돌아봐야 한다

소니 컨퍼런스에서 같이 공개한 ‘슬림 PS3’와는 다르게 ‘PSP go’는 하향세를 겪고 있다. 기존 코어 유저 뿐 아니라 신규 유저 역시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PSP go’를 놓고 경쟁사인 닌텐도의 미국지부 레지 사장은 “PSP go는 흥미로운 시도지만 누구를 위해서, 어떠한 메리트를 얻기 위해 개발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니는 MS가 겪은 ‘윈도우 Vista’의 전철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