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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 만화가와 게임 개발자의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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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0일에 열린 '만화, 음란물 규제 앞에 서다' 토론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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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레진코믹스 차단 사태는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게임이 아닌 만화가 주제임에도 게임메카가 ‘성인만화 심의 토론회’를 취재했던 것 역시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생소한 분야인 ‘만화’를 주제로 한 행사임에도 현장에서 기자는 서글플 정도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바로 ‘규제로 인한 어려움’이다. 만화 역시 게임 못지 않게 규제 피로도가 심하며, 피곤함을 느끼는 지점 역시 너무나 비슷하다. 

게임과 만화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고충은 3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진흥과 규제가 혼재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레진코믹스의 경우, 한쪽에서는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 표창까지 내렸는데, 한쪽은 불법 음란물의 온상이라며 규제대상으로 지목됐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한쪽에서는 창조경제의 첨병이며 콘텐츠산업 수출효자라 칭찬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흉악범죄의 원흉, 마약과 똑같다고 핍박 받는다. 

두 번째는 부처가 여러 곳이라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만화 역시 게임과 마찬가지로 주무부처는 문화부지만 성인만화 심의는 방심위가 맡고 있다. 토론 참석자 중 하나였던 박성식 용인대 교수는 “창조경제가 거스를 수 없는 가치라면 부처를 일원화하고 만화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것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부처 일원화는 게임업계에서도 줄곧 이야기된 부분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셧다운제라는 제도 하나에 대해 문화부와 여성부, 두 부처가 관여하고 있는 점이다. 여기에 교육부, 보건복지부 역시 숟가락을 얹으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마지막으로 느낀 점은 창작자의 피해의식이다. 만화의 경우 게임보다 규제의 역사가 길다. 70년대에는 학교폭력과 같은 범죄의 원인으로 몰려 책을 모아 불태우는 분서갱유 사태까지 일어난 바 있다. 당연히 만화가의 사회적인 위치 역시 창작자에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집단으로 이미지가 추락했다. 게임 개발자 역시 똑같은 고충을 느끼고 있다. 특히 게임중독법이 나왔을 때는 문화산업을 책임지는 크리에이터에서 순식간에 ‘마악 제조자’로 몰리며 자존심이 심하게 구겨진 바 있다.

더욱 더 무서워지는 점은 창작자 스스로가 규제에 익숙해진다는 부분이다. 이동욱 만화가는 “7~80년대 일련의 규제를 거치며 만화가들에게는 뼈아프지만 좋지 않은 습관이 들어 있다. 심의 전에 본인의 작품을 스스로 검열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역시 규제를 끊지 못하면 그 자체가 창작자의 발목을 묶는 사슬이 될 우려가 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자유로운 창작’을 보장할 수 없다면, 앞으로의 발전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기자가 현장에서 느낀 점은 만화 역시 게임과 똑같이 규제로 인한 고충이 크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두 업계가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규제에 발목이 잡히면 세계를 선도할만한 콘텐츠가 나오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음 놓고 작품을 할 수 없는 경직된 제도 아래에서는 한국 문화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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