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의 가호를 깨다!`
3일 펼쳐진,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09 - 10 시즌 결승에서 KT 롤스터(이하 KT)가 무관의 설움을 씻었다. 마지막 7세트까지 이어지는 접전 끝에 KT는 MBC 게임 히어로(이하 MBC 게임)을 4: 3으로 격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KT에는 창단부터 오래도록 이어져온 징크스가 하나 있었다. 바로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오래도록 이어져온 준우승 징크스, KT에게 이번 위너스리그는 이러한 징크스를 깨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양 팀의 팬들 |
▲ 그 시간, KT와 MBC 게임은 등장 및 사전 인터뷰 관련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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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롤스터(상)과 MBC 게임(하)의 응원석, 흑과 적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
▲ 경기장을 뒤흔드는 함성과 함께 결승전의 막이 열렸다! |
그 기회의 중심에는 `각성한 최종병기`, 이영호가 있었다. 이영호는 결승전 무대에서 무려 3승을 쓸어담으며 강력한 에이스의 위력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그러나 결승전 우승의 숨은 공신은 2경기에서 MBC 게임의 에이스, 이재호를 잡은 우정호다. 우정호는 지난 1라운드 때부터 이어온 부진을 깨끗이 씻고 상대팀의 에이스를 초반에 무너뜨려 추후 출전한 이영호에게 힘을 실어줬다. 그럼 지금부터 양 팀의 뜨거운 승부가 펼쳐진 광명체육관으로 함께 가보자!
세트스코어는 1:1, 그러나 이재호가 무너졌다!
▲ 1경기 승리 후, 우정호와의 경기를 준비하는 이재호 |
▲ 응원석에 게시되어 있던 우정호(좌)와 고강민(우)의 사진...엔트리와 같이 나란히 자리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
초반 2세트까지 두 팀은 서로 한 경기씩 주고 받으며 팽팽한 기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MBC 게임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출발은 아니었다. 최소 2승 이상은 기록해야 할 에이스 이재호가 단 1승만에 KT의 우정호에게 무너졌기 때문이다. 염보성과 함께 팀의 투 톱을 이루던 이재호의 패배는 MBC 게임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었다. 비록 고강민이 1세트에서 너무 쉽게 무너지고 말았지만, 우정호의 승리로 KT는 앞으로 보다 쉬운 엔트리를 구성할 여유를 확보한 것이다.
고강민과 이재호가 맞붙은 1세트, 이재호는 평소 잘 사용하던 노배럭 더블커맨드 대신 투 팩토리 빌드를 가져가며 벌처로 빠른 초반 찌르기를 노렸다. 이러한 이재호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한 채, 후반을 노린 3해처리 빌드를 구사한 고강민은 앞마당과 본진으로 난입하는 벌처들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초반부터 휘들렸다. 특히 스파이더 마인에 히드라가 대량 폭사하는 등, 병력의 손실이 극심했다. 여기에 본진과 가스 멀티를 오고 간 이재호의 드랍쉽은 고강민에게 상황을 뒤집을 여력을 주지 않았다. 결국 고강민은 미네랄 멀티로 진격하는 이재호의 병력을 막지 못하고 GG를 선언했다.
2세트에 출전한 우정호는 이재호의 스나이핑을 노린 KT 이지훈 감독의 히든카드였다. 이지훈 감독은 고강민이 무너질 경우, 대비 카드로 우정호를 미리 선택해놓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정호는 감독의 의도에 맞춰 이재호를 잡는데에 성공했다. 빠른 멀티를 선택한 우정호는 초반 이재호의 강력한 초반 러쉬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다수의 멀티를 확보하며 빠르게 캐리어와 지상 병력의 조합을 갖추며 승기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오기 시작했다. 이재호는 다소 적은 병력을 우정호의 중요 멀티로 돌리며 전술적인 이득을 취했지만, 결국 캐리어와 드라군 병력의 조합을 깨지 못하고 패배했다.
MBC 게임은 이재호의 다소 이른 패배에도 또 다른 중요 카드인 염보성을 출전시키는 강수를 선택했다. 물 오르기 시작한 KT의 기세를 제압하겠다는 것이 MBC 게임 측의 의도였다. 그러나 염보성이 상대 팀 이영호를 꺾지 못하고 무너진다면, MBC 게임의 우승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는 상황이었다. 쉽게 말해, 염보성이 팀의 우승을 결정지을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지훈 감독은 "이재호 선수가 무너진 뒤에 바로 염보성 선수가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해당 상황을 가장 큰 위기의 순간으로 꼽았다.
포스트시즌의 사나이, 염보성의 놀라운 활약
▲ 이재호의 패배 이후, 바로 출전한 염보성은 우정호의 연승을 저지했다 |
▲ 염보성의 활약에 기뻐하는 MBC 게임 |
▲ 반면 연속된 패배로 KT 벤치의 분위기는 침울해졌다 |
포스트시즌만 되면 더욱 강해지는 사나이, 염보성의 활약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이재호를 잡은 우정호와 뒤이어 출전한 박지수를 연속으로 잡아내며 기세를 MBC 게임 쪽으로 끌고 오는 데에 성공했다. MBC 게임은 결정적인 플레이가 벌어질 때마다, 박수와 환호로 승리의 기쁨을 즐겼다. 반면 KT 팀 벤치는 패배가 쌓일수록 분위기가 다소 침체되어갔다.
3세트에서 승부를 가른 것은 염보성의 적절한 자리잡기였다. 우정호의 중요 멀티였던 3시 지역 입구를 소수 탱크 벌처 병력으로 완벽하게 장악한 뒤, 주요 병력을 우정호의 앞마당을 타격하는 데에 보낸 판단력이 빛을 발했다. 이후 염보성은 우정호의 본진을 치는 대신, 추가 멀티만 저지하는 견제 플레이를 펼쳐 상대의 피를 말리는 플레이를 전개했다. 결국 우정호는 천천히 자신의 본진을 압박해오는 염보성의 병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GG를 선언했다.
씁쓸한 표정으로 부스 밖으로 나온 우정호는 다음에 출전하는 박지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힘을 실어줬다. 우정호는 "비록 1승으로 끝나 아쉽지만 에이스 이재호를 잡으며 3킬과 비슷한 성과를 거뒀노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다."라며 경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 염보성을 정복하기 위해 나선 박지수 |
▲ 오! 이기겠어! MBC 게임의 김재훈은 경기 내내 다이나믹한 리액션을 보여줬다 |
4세트에 출전한 박지수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3시 멀티 지역을 조이던 탱크 병력을 제 때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경기 전반적으로 염보성에 비해 화력이 높았던 박지수는 다수의 병력을 잃으며 불안하게 출발한 초반 상황을 다수의 탱크를 바탕으로 만회했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양 선수간의 멀티 견제 에서 박지수는 3시 지역의 병력을 잠시 잊고 교전 상황에서 활용하지 않았다. 그 어떤 종족보다 병력 응집력이 중요한 테란, 박지수의 분리된 병력은 염보성의 응집된 화력에 모두 각개격파됐다. 결국, 박지수는 자원 고갈 및 병력 부족으로 악화된 전세를 뒤집지 못하고 패배했다.
▲ 3:1, 벼랑 끝과 같은 상황에 출전한 이영호...그의 어깨에 팀의 우승이 걸려있었다 |
KT는 마지막 대장 카드로 결국 팀의 에이스, 최종병기 이영호를 내세웠다. KeSPA 공식 랭킹 1위, 현재 프로리그 다승왕 1위 등 화려한 전적을 기록한 이영호는 확실히 MBC 게임을 위협할 만한 무서운 기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영호에게는 앞으로 총 3명의 선수를 연달아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임해야 했다. 이영호의 패배는 곧 KT의 패배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지훈 감독은 "아직 영호에 대한 의지도가 높았던 점이 이번 결승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이영호가 지기 전, KT는 결코 진 것이 아니다!
▲ 승리 후, 박지수와 기쁨을 나누는 이영호 |
표제로 제시한 위의 문장은 지난 2년 간, 이영호와 KT의 관계를 한 줄로 요약한 슬로건이다. 이 문장과 같이 MBC 게임은 이영호를 끝내 잡지 못하고 연달아 3패를 기록하며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염보성이 무너진 이후, 이영호를 상대할 강력한 카드가 없었다는 것이 MBC 게임의 패인이었다. 반면, KT는 마지막 순간까지 에이스 카드를 아끼며 경기 후반에 힘을 실은 엔트리 구성을 보였다. 빠른 승리 대신 안정적인 후반을 도모한 KT 코치진의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이영호는 박지수와 비슷하게 초반에 다수의 탱크를 확보하며 화력에 집중했다. 염보성의 벌처 러쉬를 SCV 피해를 최소화하며 막아낸 이영호는 다소 많은 탱크를 활용해 빠르게 중앙을 장악하고 추가 멀티를 빠르게 확보했다. 여기에 드랍쉽을 통하여 병력의 기동성을 더했다. 이영호는 드랍쉽과 지상 병력을 적절히 운용하여 염보성의 멀티를 효과적으로 막는 한편, 꾸준히 추가 멀티를 확보해 지속적인 자원 우위를 점했다. 결국 염보성은 이영호의 2차례 대규모 드랍에 5시 멀티를 장악당하자 경기를 포기했다.
이후 MBC 게임은 박수범과 김재훈, 2명의 프로토스를 마무리 카드로 기용했다. 6세트에 출전한 박수범은 초반 패스트다크 전략이 실패한 이후, 리버로 추가 견제를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박수범은 아비터를 추가하며 분전했지만 초반의 불리한 상황을 뒤집지 못했다. 초반 승부수를 노린 빌드인 만큼 후반으로 갈수록 충분한 자원을 확보한 이영호의 병력 상황을 따라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모든 것이 결정되는 마지막 7세트, MBC 게임은 프로토스 김재훈을 대장으로 선택했다 |
▲ 마지막 경기 직전, 파이팅을 다지는 MBC 게임 |
마지막 7세트에 출전한 김재훈은 패스트 캐리어 빌드를 선택하며 박수범과 마찬가지로 초반에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상대의 전략을 눈치챈 이영호는 빠르게 골리앗을 추가하며 캐리어를 상대했다. 김재훈은 자신을 압박하는 이영호의 병력을 줄이며 다수의 캐리어를 모을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이영호는 멀티 견제를 위해 김재훈의 지상 병력과 캐리어가 분리된 틈을 노려 각 병력을 각개격파해 결정적인 승기를 거머쥐었다. 병력 균형이 무너진 김재훈은 이영호의 한방을 막지 못하고 결국 패배했다.
▲ 총 3킬을 휩쓴 이영호는 결승전 MVP로 선정되었다 |
▲ 경기 내내, 열광적인 응원을 보낸 KT 응원단 |
▲ 패배 직후, MBC 게임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
이영호는 7세트를 마무리한 직후, 세트 중앙에 놓여있던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우승을 자축했다. KT의 전 팀원들은 무대 한 가운데로 나와 이영호를 헹가레치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 지난 10년간 이어져온 `무관의 제왕` 굴레가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세트스코어 4:3, 6시간이 넘게 진행된 대혈투 끝에 KT는 위너스리그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큰 무대의 좋은 경험, 광안리로 이어가겠다
▲ 10년만에 무관의 제왕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KT |
▲ 우승컵에 나란히 키스 세리머니를 하는 우정호와 이영호, 촬영 전후, 두 선수는 심히 부끄러워했다 |
우승을 차지한 KT, 그러나 그들에게는 더욱 큰 목표가 있었다. 바로 프로리그의 성지, `광안리`에서 우승을 맛보는 것이었다. 이지훈 감독은 "우선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1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우승의 기쁨을 맛보여드리지 못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위너스리그 결승이라는 큰 무대를 통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결승을 경험삼아 광안리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며 광안리 우승에 대한 열망을 표출했다. 또한 이지훈 감독은 결승 직전 우승을 빌어준 홍진호 선수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승리의 주역, 이영호는 "내 손으로 마지막 경기를 이겨 팀의 우승을 이끌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 1:3 상황에서 출전했을 때는 부담이 된 게 사실이지만 남은 세 명을 모두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이재호 선수를 먼저 잡아준 우정호 선수의 공이 크다."라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추후 이영호는 "이번에 KT에서 우승 상품으로 선수 전원에게 아이폰을 지급하기로 했다. 아이폰 덕분에 더욱 열심히 연습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빨리 아이폰을 써보고 싶다."라며 재치 있는 유머로 승리의 기쁨을 표현했다.
이재호를 잡으며 우승의 발판을 다진 우정호는 "사실 고강민 선수가 1경기에서 이겨줬으면 했다. 그 동안 성적도 너무 부진하고 기세도 좋지 않아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막상 무대에 서보니 출전하고픈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큰 무대에서 강한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승리는 앞으로의 경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욱 열심히 하겠다."라며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 준우승을 차지한 MBC 게임은 광안리 우승을 기약했다 |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한 MBC 게임의 하태기 감독은 "경기 상황 자체는 예상 시나리오대로 흘러갔으나, 박수범 선수의 깜짝 전략이 위치운이 따라주지 않으며 허무하게 끝나 아쉽다. 그러나 김재훈 선수가 마지막까지 분전해주어 경기에 만족한다.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라며 아쉬움을 달랬다. 또한 "앞으로 남은 4라운드, 5라운드를 대비해 새로운 맵을 연구해야한다. 지금까지 쉬지도 못하고 연습한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광안리 갈 때까지 조금만 쉬고 열심히 하자고 전하고 싶다."라며 광안리 우승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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