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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계 불법 배팅, 내가 본 경기가 조작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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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국내 e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놓는 이슈가 발발했다. 현/전직 선수들을 포함한 e스포츠 관계자들이 개인리그, 프로리그를 포함한 ‘스타크래프트’ 관련 리그의 불법 배팅 사이트 운영에 전격 가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e스포츠 팬들은 불법 배팅에 관계자들이 직접 금품을 대가로 받으며 승부를 조작해왔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까지 손에 땀을 쥐며 봤던 경기들이 미리 짠 각본을 바탕으로 한 거짓이라고 한다면 이 얼마나 허무한 일이란 말인가.

이러한 e스포츠의 불법 배팅 사이트 운영 및 승부 조작 이슈는 지난 1919년 메이저리그에서 발발했던 ‘블랙삭스 스캔들’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도박사들과 연루되어 돈을 받고 팀이 경기에서 지도록 유도한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 6명이 영구제명 처분을 받으며 해당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또한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05년 ‘워크래프트 3 프라임리그’에서 해설자 장재영의 관여로 발발한 승부조작 사건이 터져 국내 ‘워크래프트 3’ 리그의 쇠퇴를 불러왔다.

관계자들과 선수들, 그리고 팬들의 열정과 땀으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궈놓은 ‘스타크래프트’ 관련 리그, 그러나 배팅 사이트에 관련한 승부조작 등의 각종 이슈는 리그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되어 온 불법 현금 배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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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금을 활용한 불법 배팅이 e스포츠계에 그 마수를 뻗쳤다

‘스타크래프트’ 리그 관련 현금 불법 배팅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6년 9월부터이다.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기존 국내 스포츠를 대상으로 배팅을 진행하던 불법 사이트들이 개인 및 프로리그를 포함한 ‘스타크래프트’ 관련 리그를 배팅의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다. 당시 한국 e스포츠협회는 사이버 수사대에게 해당 사이트들의 폐쇄를 의뢰하고 내부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해당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이러한 배팅 사이트의 활동이 다시 활발해진 것은 지난 2008년부터이다. 2007년, 양 방송사와 한국e스포츠협회 사이에서 발발한 프로리그 중계권 파동으로 인해 ‘스타리그’의 중심은 ‘개인리그’에서 ‘프로리그’로 전향되었다. 여기에 2008년 하반기 이후, ‘팀플전’이 폐지되고 전 리그 체제가 1:1을 기본으로 한 개인전 방식으로 바뀌자 선수 혹은 팀 단위의 불법 현금 배팅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국내는 국민체육진흥법 시행에 따라 발행하는 ‘스포츠 토토’와 경마, 경륜, 경정 등 특별법을 기반으로 배팅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종목에 한하여 현금 배팅을 인정해주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사설 서버를 활용한 현금 배팅은 행위 자체가 불법인 것이다. 현재 검찰은 불법 배팅 사이트의 운영자들과 e스포츠 내부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한 브로커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두터운 친분과 금품으로 내부까지 깊숙이 잠입한 브로커들

가장 큰 문제는 해당 불법 사이트들이 전직 선수들을 비롯한 e스포츠 관계자들을 브로커로 섭외하여 현직 선수 및 감독, 코치진과의 접속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브로커들은 관계자들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접근한 뒤, 금품 등의 대가로 관계자들을 포섭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들은 직접 경기에 참여하는 1군 선수들에게는 패배를 통한 승부조작을, 2군 선수 및 연습생들에게는 원하는 선수들의 리플레이 파일을 요구했다. 또한 감독 및 코치진들에게는 엔트리를 사전에 제공해줄 것과 동시에 선수들을 움직여 승부조작에 가담해줄 것을 청탁했다.

이 중 몇몇 선수들은 브로커들의 요구에 동의하여 일정량의 금품을 지급받고 일부러 경기에서 패배했다고 자백했다. 프로게임단은 각 관계자들의 이메일 목록, 통화 내역, 입금 내역들을 바탕으로 가담자들을 찾아냈고, 조사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의 혐의가 드러났다. 한국e스포츠협회 역시 내부 조사를 통해 배팅 사이트와 협력한 관계자들을 찾아내는 중이다. 현재 혐의가 드러난 선수들은 프로리그 4라운드 엔트리 제외 및 퇴단 조치 등으로 자체 정리되는 중이다. 또한 검찰은 내부적으로 협의가 드러난 선수 및 e스포츠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혐의가 드러난 현직 코치진 및 감독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현재 수사는 협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해당 이슈에 대한 더 이상의 언급은 할 수 없다. 정확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라며 관계자 및 e스포츠 팬들에게 해당 이슈를 보다 신중한 태도로 다뤄줄 것을 요구했다.

엔트리 현장 공개 방침과 선수들의 소양 교육 강화!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 10일부터 개막된 프로리그 4라운드의 엔트리를 사전 공개 방식에서 현장 공개로 변경하여 배팅의 위험성을 스스로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한국e스포츠협회는 “불법 배팅 사이트에서 e스포츠까지 배팅 소재로 삼는 일이 급속도로 늘어가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엔트리 현장 공개가 불법 배팅의 개연성을 최소화하는 부가적인 효과를 발휘하리라 기대한다.”라며 엔트리 공개 방식 변경에 대한 이유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단속 전담 인력을 신규 채용해 문화체육관광부 등 부서와의 협조를 통해 사이트의 폐쇄에 집중하는 동시에, 선수들의 소양 교육이나 자정 작업을 강화해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프로게임단들은 높은 성적 기록과 기업 홍보에만 치중되었던 운영 방침 때문에 선수들 개개인의 정서 및 소양을 관리하는 데에 소홀했던 점을 해당 이슈 발발의 원인으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선수들의 열악한 상황이 배팅 사이트들의 제안을 뿌리칠 수 없었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정기적으로 연봉을 지급받지 못하는 2군 선수 및 연습생들에게 배팅 사이트들이 제공하는 금품은 거부할 수 없는 미끼로 다가왔을 것이다. 물론 배팅 사이트 운영에 가담한 선수들을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이다. 그러나 추후 선수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 불법 행위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또 다른 예방책이라 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 한 번만 믿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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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적인 응원으로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응원의 뜨거운 열기만큼 이들의 느끼는 분노는 컸다;

배팅 사이트에 연루된 승부조작 추문이 퍼지기 시작한 곳은 스타크래프트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해당 사이트들은 이유 없이 프로리그 4라운드 엔트리에서 사라진 선수들의 행적에 의문을 품었다. 그러던 도중, 매체를 통해 배팅 사이트들의 성행과 선수 및 관계자들의 가담 사실이 공개되자 의심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 이전의 경기들과 엔트리에서 갑자기 제외된 선수 명단을 토대로 용의자들을 직접 색출해내는 움직임까지 포착되었다.

공식으로 수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관계자 및 선수들을 용의자로 몰아가며 비난하는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이는 형법 상,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검찰 발표가 있기 전까지 사태를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선수 및 관계자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그만큼 팬들이 e스포츠계에 느낀 배신감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어제 KT와 STX의 프로리그 4라운드 경기가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온게임넷 측은 “경기에 앞서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유감스러운 마음을 전한다. e스포츠의 관계자로서 팬들께 죄송하다.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으니 믿고 지켜봐 달라.”라며 불법 배팅 이슈에 대한 심정과 e스포츠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바라는 멘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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