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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김정우, 지옥을 넘어 우승을 거머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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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김정우, 지옥을 넘어 우승을 거머쥐다!
1만 2천명의 열정! 대한항공 스타리그 결승전

22일 개최된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김포공항 격납고에서 펼쳐진 김정우와 이영호의 결승전은 그 스케일만큼이나 커다란 재미와 감동을 팬들에게 안겼다. 현존 최고의 선수 이영호와 총 12번의 재경기를 치르며 힘겹게 결승에 오른 김정우, 경기 전 전문가들은 4:2로 이영호의 우승을 점치며 최연소 골든마우스 획득자의 등장을 예상했다. 그러나 관계자 및 팬들의 예상을 뚫고 트로피를 거머쥔 자는 불사조 김정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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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힘든 16강을 뚫고 올라온 김정우, 결국 스타리그의 우승을 차지했다

김정우의 고난은 결승전에서도 이어졌다. 김정우는 초반 2세트에서 이영호에게 내리 패배하며 세트 스코어 0:2로 심하게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김정우의 저력은 벼랑 끝에 몰린 3세트부터 그 진가를 발휘했다. 자신의 특징인 맹렬한 공격성을 바탕으로 다소 짧은 시간 안에 3승을 내리 따낸 김정우는 총 스코어 3:2로 감격스러운 첫 우승을 기록했다. 보는 사람을 더욱 긴장하게 만든 양 선수의 치열한 대결을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상대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압도적인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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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비행기가 지켜보는 가운데,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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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 세트에서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올린 이영호

1, 2세트에서 승리를 따낸 이영호는 상대 김정우가 펼치는 모든 전략을 미리 보기라도 한 듯 정확하게 예측하여 그 파해법을 빠르게 제시했다. 쉽게 말해 상대를 읽는 날카로운 눈이 돋보였다는 것이다. 1세트에서 뮤탈에서 히드라로 체제 전환하여 드랍을 시도하는 김정우의 공격을 단단한 방어로 막아낸 점, 2세트에서 진출 병력을 저지하기 위해 잠복해있던 러커를 먼저 스캔을 사용해 찾아내 피해를 막은 점 등, 상대가 자신의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옭아매는 플레이가 압권이었다.

1세트에서 이영호와 김정우는 각각 원팩 더블커맨드 전략과 2해처리 레어 빌드를 선택했다. 이영호는 3기의 벌처로 김정우의 앞마당을 견제했으나 단단히 입구를 봉한 김정우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이후 김정우는 추후 생산된 뮤탈로 이영호의 본진을 견제했으나 골리앗과 터렛의 탄탄한 방어에 큰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김정우는 뮤탈에서 히드라리스크로 체제 전환을 시도하며 색다른 활로를 꾀했다.

이후 김정우는 다수의 히드라리스크를 이영호의 본진으로 드랍시키는 전략을 활용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이영호의 적절한 스캔 활용과 터렛, 골리앗을 활용한 탄탄한 방어로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 김정우는 5기의 퀸을 보유하며 패러사이트로 이영호의 병력의 움직임을 읽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12시 지역에 전진한 이영호의 팩토리 병력은 멀티 방어에 나선 김정우의 뮤탈, 히드라리스크 다수를 잡아내며 한 번에 승기를 잡아냈다. 이영호는 12시 지역에 커맨드 러쉬까지 시도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과시했다. 결국 김정우는 이영호의 전진 병력에 모든 병력을 잃자 GG를 선언했다.

바로 이어진 2세트에서 이영호는 4배럭을 바탕으로 한 풍부한 바이오닉 병력으로 김정우를 압도했다. 노스포닝 3해처리 빌드를 선택한 김정우에 대항하여 이영호는 빠르게 배럭을 늘였다. 이후 이영호는 2차례 간 김정우의 9시 멀티를 견제하며 뮤탈이 자신의 본진에 극심한 피해를 입히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면서 급속도록 테크를 올려 배슬을 생산할 채비를 갖췄다. 이후 이영호는 스캔을 사전에 사용해 김정우의 스탑러커를 찾아내는 등의 성과를 거두며 김정우의 7시 멀티를 견제했다. 또한 드랍쉽을 빠르게 확보해 7시 멀티 견제에 힘을 실는 모습을 보였다.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3해처리 전략의 핵심이었던 9시 멀티가 이영호의 바이오닉 병력에 완전히 파괴된 것이다. 앞마당으로 닥친 이영호의 공격을 방어하기 급했던 김정우는 결국 중요한 멀티 지역인 9시 멀티를 잃고 말았다. 또한 이영호는 추후 3시와 1시 멀티를 가져가며 자원적인 우위를 점하려는 노력을 꾀했다. 김정우는 소수 저글링을 돌려 1시 멀티를 견제하는 등, 새로운 활로를 찾았으나 대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결국 김정우는 다수의 드론이 이영호의 지우개 플레이에 파괴되자 경기를 포기했다.

이제야 진정한 지옥의 맛이 느껴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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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리한 스코어를 뒤집고 역전승을 거둔 김정우

세트스코어 2:0, 벼랑 끝에 내몰린 김정우는 이후 총 3세트를 연속으로 따내며 자신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증명해보였다. 총 12번만의 재경기 끝에 8강에 진출한 김정우는 역대 스타리그 8강 진출자 사상 가장 고된 진출 과정을 경험한 선수로 손꼽힌다. 당시 고되고 힘들었던 기억은 추후 개인리그 및 프로리그에서 본인 스스로의 기세 및 경기 성과를 끌어올리는 공신으로 작용했다. 김정우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16강에서의 힘든 재경기 과정이 대역전극을 펼치는 뒷심을 발휘하는 데에 도움을 줬다고 스스로 밝혔다.

3세트에서 김정우는 상대 이영호를 감쪽같이 속이며 1승을 챙겼다. 2세트와 마찬가지로 김정우는 본진 앞마당이 아닌 9시 지역에 멀티를 시도했다. 이를 SCV 정찰로 빠르게 알아챈 이영호는 김정우가 전 세트와 마찬가지로 노스포닝 3해처리 빌드를 선택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김정우는 그 예상을 깨고 투 해처리 빌드를 선택해 다수의 저글링으로 초반 러쉬를 감행했다. 김정우의 멀티를 견제하기 위해 앞마당 밖으로 나와있던 이영호의 병력은 순식간에 저글링에게 싸먹히며 거의 전멸했다. 김정우는 이 여세를 몰아 이영호의 앞마당을 마비시키고 곧이어 생산된 뮤탈로 경기의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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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경기, 센터배럭을 체크하는 오버로드의 움직임!

이어진 4세트에서 김정우는 빠른 오버로드 정찰로 이영호의 센터배럭 의도를 빠르게 알아챘다. 이후, 이영호는 센터배럭 전략을 과감히 포기하고 빠르게 팩토리와 스타포트를 확보해 기습 벌처 드랍으로 자신의 불리함을 극복하려 했다. 그러나 이 의도 역시 저글링 정찰로 사전에 들켜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실제로 시도된 2번의 벌처 드랍 역시 김정우의 히드라리스크에 성과 없이 막히고 말았다. 이영호의 수를 정확하게 읽는 김정우의 꼼꼼한 정찰이 일품이었던 경기였다. 김정우는 이후 확보한 다수의 저글링, 히드라로 이영호의 진영을 공격하며 GG를 받아냈다.

세트스코어는 2:2,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마지막 세트 역시 김정우의 타고난 공격성이 빛을 발했다. 1경기에서 사용된 맵, 매치포인트로 돌아온 김정우는 드론을 포기하고 다수의 저글링을 확보해 노배럭 더블커맨드를 시도하는 이영호의 앞마당을 거세게 공격했다. 벙커와 다수의 병력이 자리한 정면 대신 앞마당 미네랄 뒤쪽의 비어있는 공간을 진출로로 활용한 김정우의 전술이 돋보였다. 이영호의 본진에 난입한 저글링들은 SCV, 마린의 방어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피해를 안겼다. 이후 벙커를 무시하고 달려드는 김정우의 저글링 공세를 견디지 못한 이영호는 GG를 선언했다.

사상 최다 경기 수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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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컵을 들고 승리를 자축하는 김정우

강력한 상대, 이영호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한 김정우는 역대 우승자 사상 가장 많은 경기를 치렀다. 16강부터 결승전까지 총 24전을 치른 김정우는 이전까지 최다 경기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한동욱을 1경기차로 따돌리고 본인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경기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선수가 갖은 우여곡절 끝에 힘겹게 우승을 손에 넣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대 우승자 중 가장 힘겨운 과정을 거친 김정우, 그렇기에 그가 느낀 기쁨과 감격은 사뭇 남다르리라 짐작된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결국 1위의 자리에 올라선 김정우와 경기 직후, 짧은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Q: 우승을 차지한 소감은 어떠한가?

김정우: 박세정 선수에게 죄송한 말이지만 이영호 선수와 박세정 선수가 4강을 치를 때, 내심 이영호 선수가 올라오길 바랐다. 현존 최고의 선수인 이영호와 붙는다면 작년 전성기 때의 실력을 다시 한 번 팬 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 이영호 선수도 굉장히 잘하셨는데, 내가 운이 좀 더 좋아서 우승을 차지한 것 같다.

Q: 3세트부터 아주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김정우: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위치가 배정되기도 했을 뿐 아니라, 이전부터 공격적인 전략을 많이 준비해왔다. 게다가 2세트까지 내 스스로가 너무 소극적으로 경기한 것 같아서 좀 더 적극적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싶은 마음에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던 것 같다.

Q; 0:2로 밀리는 상황에서 팀원 및 코치진이 따로 조언을 해주었나?

김정우: 결승전 경험이 있는 변형태 선수가 조언을 해주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도와줬다. 세트스코어에 상관없이 부담갖지 말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마음껏 펼쳐보라며 격려했다. 감독님 역시 변형태 선수와 비슷한 말로 나를 다독였다. 또한 나 역시 0:2 상황에서도 경기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며,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Q: 입장 시, 크레인을 타고 내려왔는데 무섭지는 않았나? 그리고 이영호의 등장이 더욱 멋지게 연출되어 질투가 나지는 않았나?

김정우: 원래 놀이기구를 잘 타는 편이라 별다른 느낌은 없었는데 높이 올라가니 약간 어지러웠다. 때문에 경기력에 약간 지장이 오지 않을까 약간 걱정스러웠었다.

그리고 이영호 선수의 등장이 더 멋졌던 것은 지난 시즌의 우승자이며, 최강의 선수이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시즌의 나 역시, 그러한 대접을 받을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

Q: 요즘 e스포츠와 본인의 팀에 발생한 안 좋은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정우: 요즘 안 좋은 일이 매우 많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욱 열심히 하여 팬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 우리 팀도 내 우승을 기반으로 더욱 높이 비상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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