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2/GSL] 김원기의 충격패와 임요환의 충격적 전략

▲ 승리 직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임요환

27일, 임요환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목동 곰TV 스튜디오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32강 4주차 경기의 핫 플레이어는 김원기와 임요환, 정민수 이렇게 3명이었다.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른 김원기는 상대 이정훈에게 순식간에 2세트를 내리 내주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결승 이후에도 꾸준한 기량을 선보인 그이기에 패배에 대한 충격은 더욱 컸다. 여기에 출전을 앞둔 정민수와 임요환 역시 김원기와 동일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었다. 그러나 나머지 두 선수는 가뿐하게 승리를 거머쥐며 16강에 무사히 안착했다.

지난 시즌 우승자 김원기는 1경기에서 이정훈에게 강력한 일격을 맞았다. 1세트에서 이정훈은 자신의 특기인 강력한 초반 찌르기로 김원기를 제압했다. 바로 이어진 2세트에서 이정훈은 초반에 병력을 많이 확보하지 않는 김원기의 움직임을 미리 읽고 움직이는 통찰력을 발휘했다. 병력이 없는 틈을 노려 상대의 진영에 급습한 이정훈은 대군주를 잡아내는 쾌거를 이루며 승기를 자신 쪽으로 끌어왔다. 김원기는 마지막까지 분전하는 근성을 보여줬으나 초반에 벌어진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2:0으로 완패했다.

2경기 1세트는 금방이라도 찌를 듯 상대를 위협하고, 그 틈을 타 빠르게 멀티를 활성화시킨 송준혁의 심리전이 돋보였다. 여기에 역장과 점멸을 절묘하게 활용한 화려한 전투는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했다. 2세트 역시 송준혁은 상대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읽는 한 수 높은 플레이를 펼쳤다. 몰래 우주공항 이후, 밴시 견제로 멀티 격차를 따라잡으려는 상대의 수를 파악해 공격이 시작된 시점에 관측선을 추가해 방어에 성공하는 깔끔한 운영을 선보였다.

3경기에 출전한 변길섭은 `스타2`에서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불꽃러시(초반에 다수의 병영과 해병을 확보해 바이오닉 병력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강력한 초반 찌르기)를 고수했다. 그러나 상대는 안정적인 방어 및 후반 운영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민수였다. 결국 1세트에 시도된 변길섭의 불꽃러시는 실패로 돌아갔다. 전 세트에서 교훈을 얻었는지 변길섭은 바로 이어진 2세트에서 앞마당 멀티를 빨리 확보하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불곰 소수로 상대를 찔렀다. 그러나 정민수는 추적자로 모든 공격을 막아낸 뒤, 불멸자를 동원해 역공을 펼쳐 2:0으로 승리했다.

마지막 4경기에 등장한 황제 임요환은 입구를 막은 뒤, 몰래 우주공항을 건설해 기습적인 벤시 견제로 이득을 챙겼다. 임요환은 벤시 2기로 일꾼에 타격을 입히며 상대가 원하는 양의 병력을 모으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이후 안정적으로 앞마당 멀티를 확보한 임요환은 한 방 러쉬로 승부를 마무리했다.

2세트는 임요환의 기발한 발상을 그대로 맛볼 수 있던 경기였다. 1세트와 동일하게 벤시 견제로 경기를 마무리한 임요환은 본진에 해병과 토르를 비롯한 지상병력을 확보할 준비를 갖췄다. 이 자체가 임요환의 `노림수`였다. 지상공격에 대항할 병력을 우선 추가하느라 바쁜 상대의 틈을 정확하게 노려 은신 기술을 개발한 밴시로 기습공격을 날린 것이다. 해병, 토르 등의 병력을 대비하는 프로토스는 `은폐` 상태의 병력을 볼 수 있는 `관측선` 확보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임요환은 이 빈틈을 상대를 속이는 기발한 빌드로 날카롭게 파고 든 것이다.

한편 정민수와 임요환은 인터뷰를 통해 선수의 리플레이 유출 사태가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보통 GSL에서 승리한 선수들은 연습을 도와준 사람의 아이디를 밝히며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선수가 말한 아이디로 경기 결과를 검색해 직접 확인한다. 선수의 리플레이에는 핵심적인 빌드 외에도 부대 지정 등 경기를 운용하는 노하우가 모두 담겨 있다. 한 마디로 연습 리플레이는 각 선수의 자산이라 다름없다는 것이다. `스타2`의 본격 e스포츠화를 바란다면 경기 결과 검색으로 인한 선수 리플레이 파일의 노출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