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전사가 콜로세움에 입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 명은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무수한 강자들을 꺾고 이 자리에 올라선 신성(新星)이며 다른 한 명은 전신에 생채기 하나 나지 않고 승리를 거듭한 베테랑이다. 콜로세움 안에는 이미 수많은 관객들이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낼 준비가 되어있다. 과연 관객들의 함성을 한 몸에 받을 영광스러운 승리자의 자리에는 누가 앉게 될 것인 가.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전투를 기다리는 두 명의 전사 이정훈과 임재덕. 승자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과거, 그리고 최근 모습을 돌아본다면 결승전의 윤곽이 점차 드러날 것이다. 미래는 지난 시간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미완의 대기, 후보 프로토스 이정훈
이번 시즌 최고 루키로 꼽히는 이정훈이 스타크래프트1(이하 스타1) 프로게이머였다는 것은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당시 이정훈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단순히 ‘스타1 프로게임단인 MBC게임 HERO에 소속된 프로게이머’ 정도로 기억될 뿐이었다. (당시 이정훈의 ID는 ‘Clare[Shield]’, 주종족은 테란이 아닌 프로토스였다)
지금의 이정훈이 GSL 본선에서 보여준 화려한 해병 콘트롤과 공격적 운영으로 많은 이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지만, 스타1 시절 그는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2009년 9월 MBC게임 HERO에 입단한 이정훈은 09-10 시즌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지만 같은 팀 프로토스인 김재훈(HERO)과 박지호(HERO)에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1년 동안 이정훈은 단 한 차례도 공식전에 출전하지 못했고 결국 그가 선택한 길은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였다.
팀플레이 전문 요원, 그리고 코치 임재덕
2006년 KTF 매직엔스에 입단한 임재덕은 3년간 선수로 활동하다 2009년 코치로 취임한 경력이 있다. 스타1 선수 시절 임재덕은 개인전이 아닌 팀플레이 전문 요원이었다. 박정석(KT)과 팀을 이룬 임재덕은 KTF 매직엔스의 팀플레이를 책임졌고 상당한 승수를 올리며 팀 승리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리고 팀메이트였던 박정석이 군에 입대하자 임재덕은 팀플레이 전문 요원에서 벗어나 본인의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개인전 경기에 발을 들여 놓았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개인전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08 서바이버 시리즈에 출전한 임재덕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그 해 전기 리그는 종료되었다.
그 해 하계 리그가 시작되기 전 주장으로 선임된 임재덕은 인터뷰를 통해 ‘코칭 스태프가 바뀌었고 고참 선수들 중 일부가 팀을 떠나는 변화가 있었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 삼아 더 높은 곳에 올라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기 리그와 마찬가지로 좋지 못했고 결국 이듬해 임재덕은 KTF 매직엔스 코치로 취임, 긴 게이머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팬들의 머리에 임재덕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지워질 무렵 2010 GSL 시즌1 본선 진출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새겨졌다.
스타2로의 전향, 그리고 시작된 반전
이정훈과 임재덕은 각각 GSL 오픈 시즌2와 시즌1에 전향을 선택했다. 두 선수 모두 길지 않은 준비 기간을 가졌지만 전향과 동시에 본선에 진출했고 경기 내내 상당한 실력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에게 쏟아진 관심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언제 탈락해도 이상하지 않은 선수, 그것이 그들에게 내려진 평가의 전부였다. (실제로 임재덕은 시즌1에서 64강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기대를 품었던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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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진출에 성공하자 이정훈(위)과 임재덕(아래)은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2에서 반전이 시작되었다. 이정훈은 32강과 4강에서 지난 시즌 우승자와 준우승자였던 김원기(TSL)와 김성제(STARTALE)를 연달아 꺾는 파란을 연출하며 장충 체육관 입성에 성공했다. 그리고 임재덕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무결점 플레이를 선보이며 4강에서 황제 임요환(SLS)을 4:0으로 누르고 영광스러운 결승전 무대의 한쪽 좌석을 예약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이정훈과 임재덕. 치열했던 본선을 돌파하고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게 해준 그들의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모태공격본능. 해병왕 이정훈
이정훈의 공격본능은 김원기와의 32강전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게임 초반 해병 4기와 건설 로봇 수 기로 구성된 병력을 지체 없이 진격시킨 이정훈은 김원기의 스타일인 날카로운 운영을 완전히 정지시켰다. 그리고 테란 공격의 핵심인 불곰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계속해서 해병만을 충원해 적진을 초토화 시킨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희열과 열광을 안겨주었다.
당시만해도 이 전략은 중후반 운영을 즐기는 대 김원기 전용 빌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32강 이후 이정훈은 이 4해병 찌르기 전략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상대방이 저그건, 프로토스건, 테란이건 가리지 않았다. 물론 이 찌르기로 인해 패배도 맛보았지만 그보다 승리의 기쁨을 더 많이 느낀 이정훈은 자신의 공격적인 운영을 계속해서 가다듬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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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과의 8강전. 이정훈은 해병으로 맹독충을 잡는 사기스러움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정훈의 공격본능은 한준(ZeNex)과의 8강전에서 완성되었다. 창과 창의 대결로 일축된 8강전에서 이정훈은 오직 해병과 의료선만으로 시종일관 저그를 압박하는 운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경기를 본 많은 이들은 한준이 감염충을 사용했다면 승패는 바뀌었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게임을 뒤돌아보면 ‘이정훈의 계속되는 해병 압박으로 인해 저그가 감염충을 생산할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라는 것이 정답인 듯 싶다.
결국 이정훈은 자신의 폭풍과도 같은 몰아치기와 현란한 콘트롤로 상대방에게 빌드를 강제하는 특성을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이 특성은 4강전에서 만난 지난 시즌 준우승자 김성제(STARTALE)에게도 유감없이 발휘되었고 그 결과 이정훈은 GSL에 첫 출전해 결승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넘치는 관록. 궁예 저그 임재덕
이정훈이 시종일관 상대를 몰아치는 동(動)적인 선수라면 임재덕은 이와 반대인 정(靜)적인 선수다. 임재덕은 화려한 콘트롤이나 탁월한 전략을 사용하는 선수는 아니다. 어찌보면 별다른 특색 없는 무난한 저그로 생각될 수 있지만 그에게는 맵 전체를 읽는 시야와 탁월한 통찰력이 있었다.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사용하건 꾸준한 정찰을 통해 이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완벽한 대비책을 내놓는 임재덕의 저그는 ‘퍼펙트’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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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환의 전진 병영을 완전히 파악한 임재덕의 눈
본선 64강부터 4강전까지 적에게 1세트도 내주지 않고 결승에 진출한 원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임재덕의 통찰력은 임요환(SLS)과의 4강전에서 그 빛을 더했다. 황제, 그리고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는 구도자로 유명한 임요환은 임재덕과의 4강전에서 전진 병영, 벙커링 등 매 세트 다채로운 찌르기를 감행했다. 하지만, 임재덕은 맵 전체를 보고 있는 듯 임요환의 모든 의도를 파악했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으로 황제를 자멸케 했다.
항간에는 임재덕의 통찰력이 마치 삼국 시대 궁예의 ‘관심법’ 같다는 말을 하며 그에게 ‘궁예 저그’라는 별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임재덕은 통찰력 외에도 매끄러운 운영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최정민(oGs)과의 8강전에서 보여준 저글링-바퀴-뮤탈리스크로의 체재전환이 그 단적인 예다. 시종일관 자신을 몰아친 최정민의 공세를 묵묵히 견뎌내며 상성에 맞는 유닛을 생산하고 결국 경기의 승자가 된 것이다.
이처럼 오랜 경험에서 묻어 나온 통찰력과 예측력, 그리고 매끄러운 운영까지 승리를 위한 기본적인 요소를 모두 갖춘 임재덕은 조용하지만 무난하게 결승전 진출에 성공했다.
창과 눈의 대결. 과연 니케의 미소는 누구에게?
이정훈과 임재덕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고유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그리고 이 장점들은 결승전에서 충돌, 한 차례의 거대한 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관계자들은 결승전의 경기 구도를 ‘공격하는 이정훈을 임재덕이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로 잡고 있다. 하지만, 결과 예측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 와중에 ‘리페리온 테란’으로 유명한 김샘(STARTALE) 선수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테란은 준비된 카드가 노출되면 그 경기에서 승리하기 매우 어려운 종족이다. 이정훈 선수의 경우 해병 찌르기 외의 카드가 부족한 실정이다. 물론 그 놀라운 콘트롤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하지만, 나는 임재덕 선수의 통찰력에 점수를 더 주고 싶다."라고 말한 김샘은 임재덕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리고 지난 8강전 승리 인터뷰에서 김성제는 "방어적으로 나서는 저그는 정말 무섭다."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결승전에 대한 직접적인 코멘트는 아니지만 이는 많은 선수들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방어적인 운영에 최적화된 저그, 여기에 임재덕의 통찰력이 더해진다면 단순한 공격만으로는 테란의 승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하지만 변수는 분명 있다. 이정훈의 공격은 단순한 공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정훈의 해병은 ‘상성을 무시했다’, ‘해병이 아니라 싱글 플레이의 짐 레이너다’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극강의 공격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초반 4해병 찌르기는 상대로 하여금 대비하지 않으면 끝나는 것이고, 대비를 하더라도 콘트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엄청난 타격을 받도록 강제한다. ‘문답무용’. 그것이 이정훈이 자랑하는 극강의 공격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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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스러운 결승전 무대가 이정훈과 임재덕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결승전은 안개 속에서 펼쳐지게 되었다. 창과 눈. 각자의 독문병기를 지니고 전장에 입성할 이정훈과 임재덕.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단 한 명에게만 비춰질 것이고 우승 트로피 역시 한 명에게만 키스를 허락할 것이다. 어떤 선수가 영광스러운 승리의 옥좌에 앉게 될지 많은 사람들이 질문을 했다. 하지만, 대답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는 것. 그것이 전부이자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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