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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에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거나 불편을 초래하는 다양한 기상천외한 특허들이 존재한다. 멀티플레이 중 강제 광고 재생이나 과금 유도를 위한 의도적 매치메이킹 등은 다행히 상용화되지 않았다. 언제라도 게임에 적용될 수 있는 이러한 무시무시한 특허들은 게이머들에게 큰 찝찝함을 남긴다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특허란, 기술적 창작(발명)에 대한 독점·배타적 사용 권리다. 쉽게 말하면 "내가 발명한 기술이니까 국가에서 보호해 주세요"다. 특허를 내주는 데는 어느 정도 윤리적 판단이 반영되지만, 범죄이거나 사회 윤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수준이 아니면 대부분 인정된다. 그러니까, 광고 강제 시청이나 결제 유도, 기기 종속이나 소비자 수리권 제한 같이 소소하게 사람들을 불편하게 기술들은 허가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소비자를 약올리거나 지갑을 열게 유도하는 특허들은 수도 없이 쏟아지고 있다.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영상이나 광고 업계에서 볼 수 있는 무시무시한 특허들이 게임업계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 물론 여러 이유로 인해 대부분은 실제 상용화가 되지 않았지만, 언제라도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만으로 손발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난다.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천만다행인, 세상에 나와서는 안 될 게임 특허들을 한자리에 모아봤다.
TOP 5. 멀티플레이 게임 전체 일시정지 후 광고 재생
2006년에 소니가 출원한 이 특허는 그야말로 악마의 발상이다. 핵심은 단순하고도 폭력적인데, '인터랙티브 콘텐츠 재생 개시 → 강제 일시정지 → 광고 표시 → 재생 재개'라는 단계로 구성됐다. 심지어 온라인 멀티플레이에도 적용돼, 게임을 즐기던 모든 유저가 전투 한가운데서 단체로 멈춰 서서 광고를 시청하게끔 하는 꼼꼼함까지 담겨 있다.
그러니까, 콜 오브 듀티나 배틀필드 시리즈를 플레이하며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 엄폐한 후 적의 심리적 빈틈을 노려 반격을 가하기 위해 몸을 드러낸 찰나, 화면이 멈추고 신작 영화 광고가 튀어나온다. 완벽한 기습 타이밍은 일시정지 상태로 모두에게 노출됐고, 광고가 끝나자 마자 내 캐릭터에게는 총알비가 쏟아진다. 게임 내내 스트레스를 극한으로 끌어올릴 이 무시무시한 특허는, 천만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어떤 게임에도 적용되지 않았다. 부디 영원히 적용되지 말길.
▲ 멀티플레이 중이니 모두들 광고 시청하고 가실게요 (사진제작: gemini)
TOP 4. 보스 잡은 직후, AI가 자동으로 광고 재생
지난 9월에 공개된 따끈따끈한 MS의 최신 특허 역시 게이머들을 경악게 했다. AI가 게임 엔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읽어내, 로딩 화면이나 보스전 직후 같은 '자연스러운 휴식 지점'을 스스로 판단한 뒤 화면을 잠그고 광고를 내보내는 시스템이다. 광고를 시청하면 다음 강제 광고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크레딧'을 던져주는데, 전투나 컷신은 피한다고 하지만 결국 내 게임 흐름을 AI가 멋대로 멈춰 세운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벤토리를 열어 장비를 정리하거나, 보스를 잡고 짜릿한 여운을 즐기는 찰나에 AI가 "아, 지금 쉬시는군요? 광고 한 편 보시죠"라며 끼어드는 꼴이다. 같은 시기 플레이어의 표정과 음성을 감지하는 특허까지 낸 걸 보면, 유저 눈치를 살펴 가며 광고 타이밍을 잴지도 모르는 일이다. Xbox 최고전략책임자 매튜 볼은 이에 대해 "플레이 도중 멈추는 건 나쁜 경험"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이 기술이 언제 실제로 적용될 지 모른다는 점은 찝찝함을 남긴다.
▲ 지금은 보스를 처치하고 감정이 끌어올려져야 하는 장면인데... (사진제작: gemini)
TOP 3. 과금 유도 위해, 초보와 고인물 의도적 매치메이킹
2015년에 출원된 액티비전의 이 특허는 유저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든다. 핵심은 매치메이킹 시스템 자체를 '결제 유도 엔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초보 유저를 비싼 유료 아이템으로 무장한 고인물과 일부러 매칭시켜, 초보가 그 화려한 무기를 선망하고 질투하게 만들어 지갑을 열게 한다는 설계다. 한 번 결제하고 나면, 그 아이템으로 양민 학살을 할 수 있는 방에 우선 배정해 추가 결제도 유도한다.
이 특허가 반발을 산 이유는, 최소한 경쟁 게임에서 매치메이킹 시스템은 공정할 것이라는 믿음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실력이나 핑이 아니라 '내 지갑이 열릴 확률'에 따라 매치 상대가 정해진다는 것에 반발 여론이 일자, 액티비전은 "R&D 팀이 탐색 차원에서 진행한 특허일 뿐, 인게임에 구현된 적은 절대 없다"며 그었다. 다행이긴 하지만, 업계가 유저의 지갑을 어떻게 노리는지 속내를 엿본 기분이다.
▲ 저 신사분이 입고 있는 것, 전부 그대로 주시오 (사진제작: gemini)
TOP 2. 시청자 수 카메라로 파악한 후, 초과 시 과금 요구
한때 키넥트를 앞세워 거실을 장악하려 했던 MS의 2011년 출원 특허다. 일명 '소비자 탐지기(Consumer Detector)'라 불리는 이 기술은, 키넥트 등에 포함된 카메라와 센서로 TV 앞의 시청자 수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그러니까, 친구들을 잔뜩 불러모아 라이선스로 허용된 인원수를 초과하면 화면이 뚝 끊기며 추가 결제를 요구한다. 영화나 게임을 틀기 전에 "몇 명이서 볼 건가요?"라며 사람 수에 따라 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인원에 따라 추가 요금을 결제하라는 것도 끔찍한데, 무엇보다 게임기가 내 거실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상시 감시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낳았다. 다행히 이 아이디어는 정식 특허로 등록되지 못한 채 출원 단계에서 멈췄고, 그 기반이 되던 키넥트 기기마저 단종되며 역사 속으로 조용히 묻혔다. 그야말로 절대 실현돼서는 안 될 기술이 아닐 수 없겠다.
▲ 키넥트는 감시 카메라였습니다! (사진제작: gemini)
TOP 1. 광고를 끝내려면 특정 키워드를 크게 외쳐라
1위를 차지한 소니의 2009년 특허는 상당히 기상천외한 발상이다. 이 시스템은 인터랙티브 광고가 뜨면, 유저가 특정 행동을 완수해야만 광고를 끝내준다. 얌전히 자리를 비우거나 딴청을 피우면 광고는 끝나지 않고 계속 대기 상태로 표시된다. 가장 유명한 예시가 바로 '맥도날드 외치기'다. 맥도날드 광고가 끝나면 마이크에 대고 브랜드 이름을 큰 소리로 외쳐야 게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버튼 누르기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광고 영상을 보고 동참해야만 돌려보내준다는 발상도 치명적인데,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허공에 대고 특정 브랜드를 외치는 모습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니. 수치심에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이 특허 역시 다수 매체에 오르내리며 웃음거리가 되었을 뿐, 실제로 도입되지는 않았다. 특허 도면으로만 남아줘서 그저 압도적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 발음을 또박또박, 복식호흡으로 크게, 밝은 얼굴로 외치십시오 (사진제작: gemi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