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남] 지구가 산산조각!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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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소원인 전 인류의 공평한 멸망을 다룬 지구 파괴 게임들을 모아보았다. 세인츠 로우 4와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X 등은 외계인의 공격으로 지구가 원자 단위로 분해된다. 또한 스포어와 모탈 컴뱃 3 및 헬다이버즈에서도 행성 전체가 산산조각 나는 파괴를 경험할 수 있다
※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어릴 적, 연휴 끄트머리에 이불 속에서 간절히 빌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학교에 불이 나거나 지진으로 무너지면 좋겠다"라고.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 우리는 더 이상 회사에 불이 나기를 바라지 않는다. 회사만 타버리면 내 직장만 위태로워지고 업무 보강을 위해 피눈물을 흘려야 하니까. 나만 고통스러운 불행은 어설프기 그지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어른들의 소원은 더 크고 공평해졌다. 전 인류가 함께 사라지는 것으로 말이다.

뭐, 게임에서 이러한 '지구 멸망'은 꽤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그러나 대다수의 지구 멸망은 문명이 무너지거나 지표면이 황폐화되는 수준에 그친다. 방사능이나 좀비 따위로 망해봐야 결국 누군가는 살아남는 경우가 많으니 영 찝찝하다. 정말 모두에게 공평해지려면, 행성 표면만 긁는 수준이 아니라 핵부터 지각까지 한 조각도 남김없이 터져나가야 한다. 우리의 푸른 별 지구를 통째로 부숴버린 게임 속 '지구 파괴' 장면들을 모아봤다.

TOP 5. 세인츠 로우 4

범죄 조직보스에서 대통령까지 출세한 세인츠 로우 시리즈의 주인공. 하지만 취임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외계 지배자 진약이 이끄는 '진' 제국의 침공을 받는다. 이들로 인해 가상 시뮬레이션 매트릭스에 갇혀 1950년대 평화로운 마을에서 억지 시트콤을 찍게 되자,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우리 주인공은 시스템을 때려 부수며 탈출을 감행한다. 보통의 악당이라면 주인공을 다시 잡아넣거나 부하들을 풀겠지만, 우리의 진약 황제는 스케일부터 남달랐다.

'말을 안 들으면 돌아갈 집을 없애버리면 그만이다'는 논리를 기반으로, 진약은 외계 함선의 궤도 행성 파괴 빔을 지구에 직격시킨다. 이윽고 지표면에 주황색 균열이 쩍쩍 갈라지고, 중심핵이 팽창하고, 지구 전체가 거대한 불꽃놀이처럼 원자 단위로 분해되어 사라졌다. 갱단 싸움으로 시작했던 시리즈가 지구 파괴와 함께 시간 여행과 초능력이 난무하는 SF 샌드박스로 진화하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출근은 안 해도 되겠네!

저 돌덩이들이 방금 전까지 지구였던 것이다 (사진출처: 인게임 영상 갈무리)
▲ 저 돌덩이들이 방금 전까지 지구였던 것들이다 (사진출처: 인게임 영상 갈무리)

TOP 4.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X

서기 2054년, 인류는 최첨단 기술로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 지구가 한순간에 파괴됐다. 바로 위 세인츠 로우 시리즈처럼 외계인에게 밉보인 것도 아니고, 금지된 기술을 통해 스스로 멸망을 자초한 것도 아니다. 그저 가공할 문명 수준을 자랑하는 외계 세력 두 곳이, 하필이면 지구 궤도 상공을 결투 장소로 골랐을 뿐이다. 결국 인류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것을 우려해 거대 이주 방주선 '백경'에 몸을 싣고 도망쳐야만 했다.

실제로 오프닝에서 외계 기동병기들과 전함들이 뿜어내는 반물질 포격과 고차원 빔 한 줄기가 지표면을 스치자마자, 보랏빛 암물질 반응이 행성 전체를 뒤덮는다. 결국 지구는 메주 덩어리처럼 우주 공간에서 박살나 운석 파편이 되어 흩어진다. 이유도 모른 채 터져나간 지구를 뒤로하고 외계 행성 '미라'로 향해야 했던 인류의 심정은, 옆집 불장난 때문에 집 잃고 길바닥에 나앉은 소시민의 울분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외계인들 영역 싸움에 터져나간 지구 (사진출처: 인게임 영상 갈무리)
▲ 외계인들 영역 싸움에 터져나간 지구 (사진출처: 인게임 영상 갈무리)

TOP 3. 스포어

미생물 세포에서 시작해 부족과 문명을 거쳐 마침내 전 우주를 누비는 생명체 시뮬레이션 ‘스포어’. 최종 콘텐츠인 우주 단계에 도달하면 광활한 은하계를 누비며 은하 중심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그리고 탐사 도중 실제 태양계를 발견하고 반가운 푸른 별 지구를 마주하는 감격적인 순간도 맞이한다. 인류의 발상지를 찾았으니 평화롭게 관찰하거나 동맹을 맺는 것이 상식적이겠지만, 게이머의 뇌리에 가장 먼저 스치는 생각은 따로 있다. '이거 부숴볼까?'다.

그렇게 최종 결전 병기인 행성 파괴 탄환을 지구 대기권에 꽂아 넣는 순간, 눈부신 충격파와 함께 지구는 먼지처럼 산산이 부서진다. 내가 뚝딱 만들어낸 외계 생명체들이 인류의 요람을 박살내는 것이다. 이를 진행하면 도전과제 '오, 인간성이여!(Oh the Humanity!)'가 달성되는데, 인류를 멸망시킨 입장에서 보고 있자면 묘한 쾌감이 차오른다. 저 지구에 살고 있던 학생과 직장인들은 플레이어에게 감사하라!

저것은 태양이 아니라, 행성 파괴탄을 맞은 지구입니다 (사진출처: 인게임 영상 갈무리)
▲ 저것은 태양이 아니라, 행성 파괴탄을 맞은 지구입니다 (사진출처: 인게임 영상 갈무리)

TOP 2. 모탈 컴뱃 3

모탈 컴뱃 시리즈는 상대를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페이탈리티'가 특징이지만,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다 보니 스케일이 선을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95년 출시된 모탈 컴뱃 3는 실사 기반으로 만들어진 최후의 게임인데, 그야말로 90년대 B급 문화 특유의 느낌이 절정에 달했다. 그 중 한 명인 사이보그 닌자 '스모크'의 페이탈리티는 그야말로 지구 파괴적이다.

그는 적을 처형하기 위해 자신의 가슴 장갑판을 활짝 열어젖히고, 그 안에서 수십 개의 폭탄이 떨어진다. 그리고 폭발 전, 카메라는 경기장을 떠나 갑자기 우주 시점으로 워프한다. 그리고 화면에 잡힌 푸른 지구가 그대로 산산조각 난다. 단 한 명의 패배자를 확실하게 숨통 끊겠다고 자기 자신은 물론, 지구에 살던 70억 인류까지 세트로 저승길 동무로 삼아버린 셈이다. 이기긴 이겼는데 지구도 없고 나도 없으니, 이것이야말로 무아지경의 경지가 아닐까?

저 폭탄 몇 개의 파괴력으로 인해 (사진출처: 인게임 영상 갈무리)
▲ 저 폭탄 몇 개의 파괴력으로 인해 (사진출처: 인게임 영상 갈무리)

지구가 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 (사진출처: 인게임 영상 갈무리)
▲ 지구가 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 (사진출처: 인게임 영상 갈무리)

TOP 1. 헬다이버즈

통제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되어 외계 버그와 사이보그들을 처단하는 탑다운 슈터 협동 게임 헬다이버즈. 그 1편의 백미는 전 세계 모든 플레이어가 하나의 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은하 전쟁' 캠페인이다. 유저들이 똘똘 뭉쳐 적들을 밀어내면 승리의 영광을 누리지만, 방심하거나 전선 관리에 실패하면 외계 군세가 인류 최후의 보루인 '슈퍼 지구' 턱밑까지 들이닥친다. 그리고 마침내 슈퍼 지구 최종 방어전마저 처참하게 패배하는 순간, 끔찍한 대재앙이 찾아온다.

방어선이 뚫리자마자 쏟아지는 적들의 무차별 포격에 슈퍼 지구 표면은 시뻘건 균열로 타오르고, 거대한 폭발과 함께 행성 전체가 조각조각 부서져 우주 공간으로 흩어진다. 전 세계 게이머들의 집단 트롤링과 협동 실패가 빚어낸 이 엔딩은 헬다이버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찝찝함을 선사한다. 패배 컷신이 끝나자마자 은하 전쟁 타이머가 가차 없이 리셋되며 1회차로 강제 송환당할 때의 허탈감이란, 정말이지 완벽한 공멸의 쓴맛이다.

조별과제 결과로 진짜로 갈려 나간 우리들의 '슈퍼 지구' (사진출처: 인게임 영상 갈무리)
▲ 조별과제 결과로 진짜로 갈려 나간 우리들의 '슈퍼 지구' (사진출처: 인게임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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