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핫한 인디게임 장르 ‘DB 스릴러’는 무엇인가?

/ 2
게임메카 / 제휴처 통합 1,370 View 게임메카 내부 클릭수에 게임메카 뉴스를 송고 받는 제휴처 노출수를 더한 값입니다. SNS에 전송된 기사가 아닙니다. 게임메카 트위터(@game_meca)와 페이스북(@게임메카)의 노출수를 더한 값입니다.
최근 모니터 화면 속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데이터를 뒤지는 독특한 수사 방식의 DB 스릴러 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DB 스릴러는 자극적인 시각적 묘사 대신 방대한 텍스트와 기록을 교차 검증하며 추리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오브라 딘 호의 귀환부터 SQL을 활용한 전문적인 작품까지 다양한 매력을 지닌 게임들이 추리 팬들의 지적 카타르시스를 자극하고 있다
노 리절트 파운드 스크린샷 (사진제공: 짱돌게임즈)
▲ 노 리절트 파운드 스크린샷 (사진제공: 짱돌게임즈)

최근 국내 인디 게임계에서 무료 추리 게임 '노 리절트 파운드(No Result Found)'가 입소문을 타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직접 발로 뛰며 현장을 탐색하는 대신, 모니터 화면 속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파편화된 데이터베이스를 샅샅이 뒤지는 독특한 수사 방식과 매력적이고 친숙한 세계관이 게이머들의 추리 본능을 제대로 자극한 결과였습니다. 이렇게 장르에 진입한 게이머들이 이와 같은 플레이 방식을 지닌 게임을 찾는 모습도 늘어났고요.

노 리절트 파운드와 같은 게임성을 지닌 포인트 앤 클릭 게임은 최근 'DB 스릴러'라고 새롭게 불리고 있습니다. 스팀 태그에서는 주로 퍼즐, 수사, 추리, 미스터리, 범죄 키워드로 분류되며, 플레이어가 직접 살인 현장을 누비는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방대한 기록을 검색하고 교차 검증하며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는 구조를 취합니다.

다양한 장치와 자료를 활용해 서류를 작성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제공: 짱돌게임즈)
▲ 다양한 장치와 자료를 활용해 서류를 작성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제공: 짱돌게임즈)

DB 스릴러의 가장 큰 매력은 폭넓은 장르 수용도와 접근성입니다. 게임의 핵심이 되는 이벤트를 텍스트, 녹취록, 시스템 로그 형태로 간접 확인할 수 있기에 핵심 이벤트의 내용이 심각한 공포감을 유발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시각적 묘사나 점프 스케어 같은 요소가 나오지 않거든요.

아울러 3D 멀미를 유발하는 복잡한 이동이나 정밀한 컨트롤 없이, 오직 키보드 타이핑과 마우스 포인트 앤 클릭만으로 즐길 수 있는 ‘경험’ 측면에서의 몰입감이 상당합니다. 누구나 깊이 있는 추리에 몰입할 수 있고, 충분한 텍스트들을 함께 비교 및 대조할 수도 있어 정보값을 찾기도 매우 쉽죠.

DB 스릴러의 문법을 이해하기 쉬운 유명 작품으로는 단연 '오브라 딘 호의 귀환(Return of the Obra Dinn)'이 손꼽힙니다. 1800년대 실종되었다가 선원 전원이 사망 및 실종된 채 돌아온 상선의 보험 조사관이 되어, 승선 명부와 짧은 음성 기록, 단편적인 순간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60명에 달하는 인물의 신원과 사인, 가해자를 논리로 밝혀내는 걸작이죠.

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점진적으로 찾아나가는 것이 매력인 오브라 딘 호의
▲ 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점진적으로 찾아나가는 것이 매력인 오브라 딘 호의 귀환 (사진출처: 스팀)

DB 탐색의 형식을 웹 브라우저와 명령 프롬프트 환경으로 축약한 무료 게임 '타입 헬프(Type Help)' 역시 이 장르의 명작으로 꼽힙니다. 의문의 요원이 남긴 옛 컴퓨터 파일 속에서 갤리 저택의 끔찍한 진실을 파헤치는 웹 기반 퍼즐 게임이죠. 일련번호와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 단서를 여는 손맛을 인정받아 최근 '갤리 저택 사건(The Incident at Galley House)'이라는 이름의 스팀 리마스터 버전 출시도 확정지었습니다.

이와 같은 콘텐츠를 선호하면서도, 호러나 미스터리한 요소가 덜한 게임을 원한다면 '길드 탐구단에 어서 오세요!(ギルド探求団へようこそ!)'를 즐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플레이어는 길드에 축적된 과거 1,000일 치의 방대한 기록을 분석해, 등록된 78명의 모험가 및 20개 파티가 맞이한 결말을 천천히 재구성하게 됩니다. 치밀하게 얽힌 단서의 날짜와 타임라인을 교차 검증하며 흩어진 명단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재미가 뛰어나죠.

리마스터판은
▲ 타입 헬프는 곧 스팀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출처: 스팀) 

수많은 모험가들이 존재하지만 한국어 지원을 통해 무리없이 추론이 가능하다 (사진출처: 스팀)
▲ 수많은 모험가들이 존재하지만 한국어 지원을 통해 무리없이 추론이 가능하다 (사진출처: 스팀)

복고풍 멀티미디어를 표방한 '미스테리즈 오브 올드 도쿄(Mysteries of Old Tokyo)'는 90년대 인터랙티브 백과사전 '마이크로소프트 엔카르타'를 연상시키는 고전 브라우저 인터페이스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비밀 수집 회사의 조사관이 되어 도쿄의 역사를 다룬 11개 챕터의 아카이브를 완성해 가는 게임으로, 자극적인 살인 사건 대신 꼼꼼하게 고증된 역사 데이터베이스를 복원해 나가는 독특한 재미를 전달합니다.

반면, 공포나 스릴러 요소에 더 깊게 접근하고 싶다면, '더 데스 게임 리포트(The Death Game Report)'를 추천합니다. 게임은 가상 국가의 교육부가 무인도에 학생 40명을 몰아넣고 벌인 배틀로얄 사건을 다루며, 일련번호를 조회하고 사인과 가해자를 기록해 보고서를 완성하는 방식이죠. 텍스트 드래그 후 우클릭으로 메모를 저장하고 출처를 역추적하는 등 DB 수사에 특화된 직관적인 편의 기능을 갖춰 진입 장벽을 낮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로 손꼽힙니다.

특유의 UI로 매니악한 분위기를 내는
▲ 엔카르타를 연상케하는 특유의 UI가 매니악한 느낌을 준다 (사진출처: 스팀)

고전 영화인 '배틀로열'을 연상케하는 세계관 속에서 벌어진 일을 더듬어나가는 데스 게임 리포트 (사진출처: 스팀)
▲ 고전 영화인 '배틀로얄'을 연상케하는 세계관 속에서 벌어진 일을 더듬어나가는 더 데스 게임 리포트 (사진출처: 스팀)

장르가 진화함에 따라 아예 실제 데이터베이스 조회 언어인 SQL을 시스템 도구로 끌어들인 전문적인 게임들도 등장했습니다. 웹 브라우저에서 바로 즐길 수 있는 'SQL 느와르(SQL Noir)'는 스토리 기반으로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교육형 DB 스릴러입니다. 플레이어는 사건 브리프와 데이터베이스 스키마를 확인한 뒤, 내장 편집기에 실제 JOIN, FILTER 등의 쿼리를 작성해 가며 테이블을 대조하고 알리바이를 입증해 용의자를 좁혀나가게 됩니다.

인디 게임 '데이터베이스 디텍티브: 마이너 크라임 디비전(Database Detective: Minor Crimes Division)' 역시 SQL을 본격적인 수사 장치로 채택했습니다. 20페이지 분량의 친절한 입문서와 실시간 에러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SQL 초보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수사관 보조 캐릭터와 풀 더빙 브리핑을 곁들여 데이터 조작과 인터넷 탐색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경범죄 수사 경험을 제공합니다.

웹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독보적인 장점인 'SQL 누아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웹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독보적인 장점인 'SQL 누아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데이터베이스 디텍티브는 교육에 조금 더 무게가 치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다고 평가 받는다 (사진출처: 스팀)

이를 비틀어 DB를 탐색하는 환경을 현대인에게 친숙한 SNS 인터페이스로 치환한 시도도 돋보입니다. 국내 개발사 반지하 게임즈가 선보인 '페이크북(Fakebook)'은 억울하게 목숨을 끊은 언니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가상 SNS의 프로필, 게시물 날짜, 광고 배너, DM 등을 포인트 앤 클릭으로 추적하는 게임입니다. 방대한 피드 속에서 힌트를 조합하는 현대적 DB 추리의 묘미를 선보였으며, 개발진의 차기작 '보존계' 역시 이러한 추론 방식을 계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처럼 DB 스릴러는 단순한 키워드 검색을 넘어 하나의 서사를 직조하는 재미를 전하는 장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연출 대신 정돈된 데이터와 텍스트 속에서 스스로 퍼즐 조각을 맞춰나가는 지적 카타르시스야말로, 공급이 부족해 매번 목이 마른 추리 팬들이 DB 스릴러라는 장르를 반갑게 여기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0년 12월호
2000년 11월호
2000년 10월호
2000년 9월호 부록
2000년 9월호
게임일정
2026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