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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게임 테스트 명칭, 어디까지 알고 있니?

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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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뜬금없지만, 독자 여러분께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다음에 나열된 명칭 중, 신청을 받고 제한된 인원으로 특정 기간에 진행하는, 이른바 비공개 테스트(CBT)가 아닌 건 뭘까요?

“프리 테스트, 프리베타 테스트, 한정 테스트, 테크니컬 테스트, 스트레스 테스트, 카운트다운 테스트, 공개 테스트, 오픈 CBT(?), 마지막오픈 테스트, 무제한 CBT, 레볼루션 테스트, 사전계약 테스트, 리허설 테스트, 사전 테스트, 파이널 리허설 테스트, 미친존재감 테스트, 와일드 테스트, 스마트한 테스트, 케어 테스트, 말 엉덩이 테스트”

죄송합니다. 사실 정답은 저도 잘 모릅니다. 워낙 테스트 명이 많으니까 익숙한 명칭을 빼고는 뭐가 뭔지 아리송하거든요. ‘오픈 CBT’나 ‘마지막 오픈 테스트’는 대체 어떤 의미로 저렇게 만들어 놨는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최근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모 개그맨이 말하듯, 대한민국이 아름다운 이유는 보이지 않는 약속을 지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 위의 일부 명칭에서는 정말이지 약속이라고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네요. 네,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식으로 각 업체가 테스트 명칭으로 경쟁을 한 건 그 시기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올해부터 독특한 명칭의 테스트가 하나둘씩 등장하더니, 이제는 다들 재미 삼아 하나씩 일부러 만드는 분위기입니다. 심지어 명칭만 보면 이게 이벤트지인지, 테스트인지 애매하게 꼬아놓은 것도 많은 편이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머리가 아픕니다. 피곤하기도 하고요.

테스트 명칭이 이렇게 혼란을 야기하다보니 피해(?)를 입은 유저들도 꽤 되나봅니다. 오픈 테스트라고 해서 열심히 키워 놨는데 며칠 뒤 “테스트 종료입니다 고객님. 오픈베타를 기대해 주세요”란 공지와 함께 서버가 초기화된다면? 또, 어느 날 기다리던 게임이 비공개 테스트에 돌입했다는 말에 미리 신청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포기했는데, 후에 알고 보니 아무나 참여 가능한 이상한 테스트였다면? 아뿔싸! 대체 누굴 원망해야 하는 걸까요?

▲ 엠게임이 진행한 `와일드 테스트`


이렇듯 테스트 명칭이 뒤죽박죽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웃지 못 할 일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것참, 궁금합니다. 대체 왜 업체는 이런 ‘이상한’ 수를 써야 하는 걸까요?

다들 예상하셨겠지만, 일단 첫 번째 이유는 관심 유도가 맞습니다. ‘미친 존재감’이나 ‘무제한’ 같은 애처로운 단어를 쓴 것으로 보아 기대작이 아닌 범작 규모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중견 업체가 주로 사용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블레이드앤소울’이 유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TJ 테스트 같은 걸 사용할리는 없으니까요.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조금 더 유저들에게 어필하게 위해 테스트 명칭부터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이 맞는 말입니다.

기자는 올해 취재를 하며 다수의 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요, 그 중에 이런 말이 기억납니다. “예전에는 비공개 테스트를 한다고 하면 수 천 명이 신청하는 건 기본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몇 백 명 모으기도 힘듭니다. 테스트 자체가 힘든 상황이죠.” 네, 이 말이 정답이네요. 게임은 계속해 쏟아지는데, 유저 풀은 한정돼 있으니 원래 목표한 인원을 채우는 게 쉽지는 않겠죠. 이런 결과가 나오면 애초에 의도한 테스트 목적을 이루기도 어렵고, 개발진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엄습해 사기가 떨어질 우려가 있으니까요.

사실 이 부분은 국내 온라인게임 문화와 엮여 있기도 합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시장에는 이른바 ‘베타족’이라 불리는 테스트 전문 집단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비공개 테스트, 혹은 오픈 베타 테스트에만 참여해 게임을 건드렸다가, 이후 상용화가 되면 빠지는 그런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죠. 물론 그들의 목적이 캐릭터나 혹은 아이템을 판매하려는 데 있어 가슴 아프긴 했지만, 업체는 최소 테스트 목적은 챙길 수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부분 유료화 모델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베타족’은 사실상 소멸됐습니다. 덕분에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유저들을 하나라도 더 모으기 위해 저런 기획을 구상할 수밖에 없는 거죠.

두 번째는 마케팅 수단입니다. 이는 테스트를 진행함과 동시에 해당 게임이 내세우는 재미요소나 가치, 혹은 특징을 어필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추가로 테스트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게임과 어울리는 단어로 테스트 명칭을 정하기도 합니다.

물론 높은 효과를 본 것도 있을 겁니다. ‘짱구는못말려 온라인’ 말엉덩이 테스트의 경우, 듣자마자 만화 속 짱구의 엉덩이춤이 연상되면서 금방 머리에 각인됩니다. 와일드 테스트의 주인공인 ‘워베인’도 스스로를 와일드 MMORPG라고 칭한 만큼, 선택은 나쁘지 않았죠. 이런 부분에서 미약하게나마 효과를 본다면 업체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이와 같은 테스트 명칭을 마냥 ‘장난’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이런 선택의 배경에는 업체의 심정이나 절박함이 배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나 너무 효과만을 생각해 무리하게 오버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유저들이 원하는 건 테스트 명칭으로 게임을 알고 싶은 게 아니라, 그 게임의 게임성과 작품성에 진정으로 기대를 느껴 테스트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게 우선이니까요. 사전에 어필하는 게 무척 중요하겠죠. 아, 물론 그게 어려워서 이런 상황이 오는 트라우마가 있겠지만.

혹시, 내년에 모든 테스트에 명칭이 붙는 건 아니겠죠? 킹덤언더파이어2는 ‘당신이 기다려줄 거라 믿는’ 테스트, 열혈강호2는 ‘어쩔 수 없이 내놓아야 하는 절박한 테스트’, 리니지이터널은 ‘뒤통수 테스트’, 헬게이트2는 ‘What The Hell! 테스트’ 으아, 이거 은근히 재밌는데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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