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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츠혁명 전, 게임 속 전쟁이 예술로 승화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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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내 사건을 예술로 승화시킨 기획 전시 (사진 제공: 엔씨소프트)

우리는 보통 예술이란 난해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인상주의 등 어려운 용어로 가득 찬 미술이란 영역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최근 미술관의 높은 장벽을 허물기 위해 게임, 영화, 만화와 같이 일반인과 밀접한 대중문화콘텐츠를 미술과 접목하는 등의 흥미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안산에 위치한 경기도미술관은 국공립 미술관 최초로 게임 기획 전시를 열었다. `게임 X 예술: 바츠혁명 戰`(이하 바츠혁명 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게임 관련 인터랙티브 전시는 몇번 있었지만 이번 전시는 기존의 것들과 방향성을 달리한다. 지금까지 미술전이 게임을 가상과 현실의 상호작용이란 범위에서 해석한 것이 보편적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게임이란 주제를 오로지 예술가들의 미학적 접근으로만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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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미술관에서 전시중인 `바츠혁명 전`을 방문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전시는 바로 엔씨소프트의 대표 MMORPG인 ‘리니지 2’에서 영감을 얻은 기획전이다. 이번 바츠혁명 전을 기획한 경기도미술관의 최기영 학예연구사는 온라인 상의 역사적 사건을 찾다 바츠 전쟁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 엔씨소프트 측에 저작권 요청을 하던 중, 예술 공헌에 뜻이 맞은 엔씨소프트가 작가로 참여하여 됐다고 한다.

바츠 전쟁이란 2004년 ‘리니지 2’의 유저들이 벌인 사이버 전쟁으로 게이머들은 ‘바츠 대전쟁’ 혹은 ‘바츠 해방 전쟁’이라 부르기도 한다. 2004년 ‘리니지 2’의 바츠서버에는 한 길드가 게임 내 정치, 경제적인 부분을 장악한 일이 있었다. DK(드래곤 나이트)라고 불리는 길드와 이 길드의 수장 아키러스는 당시 게임에서 상당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특정 길드의 독재를 막기 위해 유저들은 2004년부터 이른바 내복단(캐릭터 생성 시 착용되어있는 기본 복장)을 창설하여 게임 내 자유를 찾기 위해 DK 길드와 전쟁을 벌이게 된다.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게임에서 무슨 정치, 경제적 구조가 있어서 전쟁이 일어나는지 그 역학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바츠전쟁을 서술한 ‘바츠 히스토리아’의 저자 명운학 씨는 “중세적 세계관의 게임 속 삶 그리고 개인의 자유가 확대된 민주주의를 살고 있는 현재와의 괴리감이 혁명 전쟁으로 드러나게 됐다”고 당시의 사건을 기록한다.

참여 인원 약 100만 명, 지속 기간 5년의 전쟁은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난 최초의 전쟁이자, 사이버 공간의 자유를 요구하는 ‘시민 혁명’과 같은 의미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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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기영 학예사가 `바츠혁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최기영 학예사는 “이전의 RPG는 개발사가 제시한 문답형식의 미션을 단순하게 수행하는 방식으로 유저의 참여가 제한적이었는데, ‘리니지 2’로 대표되는 한국형 MMORPG에서는 유저간의 소통을 통한 커뮤니티가 등장하고 그안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한 게임 안의 지배구조를 만들어 냈다”며, “이러한 가상의 공간 안에서 형성된 또 다른 사회는 이미 인류학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바츠혁명 전을 게임전시라는 타이틀로 기대하고 본다면 게임과는 관계없어 보이는 작품들만 즐비하게 느껴질 수 있다. 최 학예사는 “게임이라는 주제를 전시한다고 게임 안 캐릭터나 장면이 꼭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술관에서 보는 관점은 현실세계와 단절되어 보이는 게임 세계에도 소통이 존재하고, 사람들이 공통된 생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라 말했다.

‘리니지2’의 기획 전시가 아니듯이 전시장에서 ‘리니지2’를 읽을 수 있는 공간은 엔씨소프트가 작가로 참여한 스토리관 뿐이다. 엔씨소프트는 이 공간에 바츠전쟁을 그린 ‘리니지 2’의 아트워크를 전시작으로 출품했다. 하지만 그외를 제외한 모든 공간은 ‘게임’ 자체를 소재로 작가들의 미학적 접근을 다룬 것으로 게임의 개입이나 유저의 인터랙티브한 참여도 볼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바츠혁명 전이 기존 전시들과 차별화되는 것이다.

이 전시는 경기도미술관 보유 작품과 엔씨소프트의 아트워크를 소재로 구성됐으며, 전형적인MMORPG구조를 오프라인인 미술관에 옮겨 놓는 방식으로 꾸며졌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다섯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캐릭터, NPC, 퀘스트, 보상, 현실화 단계와 같은 게임 속 세계를 토대로 우리시대의 삶을 읽어낸다.

참여 작가 중에는 이미 현대미술계에 상당히 이름을 알리고 있는 작가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신진 작가로 유명한 조습이나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작가 양아치, 촛불 시위에서 LED 그라피티 작업을 펼쳐 이름을 알린 제임스 파우델리까지 등이 참여하여 온라인 게임에 대한 예술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표현했다.

이 전시에 참여한 유비호 작가는 “게임이란 장르가 보유하고 있는 서사적인 이야기, 놀이성,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등이 예술적 메타포로 이용하기에 매력적인 부분”이라며, “아직 게임을 직접적으로 작업에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스스로도 이번 전시를 관람하며 “예술의 영역을 일상의 현대인들의 심리와 일상의 모습을 예술적 경계선에서 표현한 느낌을 받았다”는 감상을 전달했다.

‘리니지2’의 바츠해방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 X 예술: 바츠혁명 戰` 기획 전시는 6월 25일부터 9월 2일까지 경기도미술관에서 개최되며, 자세한 내용은 `리니지 2` 홈페이지(http://lineage2.plaync.co.kr)와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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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츠혁명 전은 미술관 2층에서 전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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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기획 의도, 미술관에서 보니 장엄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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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 공간에 전시된 도로시 엠윤작가의 작품 33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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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세계를 전시관에 그대로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길드 휘장을 높게 배치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엔씨소프트의 작품으로
엘모아덴의 황제 슈나이만를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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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바닥엔 `리니지 2`의 문양들이 조명으로 비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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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복단으로 활약한 유저들의 모습을 그린 엔씨소프트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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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PC 공간에 배치된 소현우 작가의 설치 미술 `잔혹동화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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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NPC 공간에 전시된 손종준 작가의 `Defensive Measure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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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니지 2`의 캐릭터 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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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츠혁명 공간에 전시, 작가 조습의 `누가 영원히 살기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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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눈요기가 된 작품, 홍남기 작가의 `Lineage of bit`는
DOS 방식의 ASCII 코드를 이용한 비디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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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서 보면 코드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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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치 프로젝트 작품인 `DDR+스트리트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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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 출신 작가가 턴테이블을 돌리며 직접 음악을 믹싱하고 레이저 영상을 쏘는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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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력된 영상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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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오프닝 이벤트에는 경기문화재단의 대표가 참석했다..그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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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문화재단 엄기영 대표와 경기미술관 최효준관장이
참여작가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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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리니지 2'는 9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1세대 온라인 MMORPG '리니지'의 정식 후속작이다.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2D 그래픽이었던 전작과 달리 3D 그래픽을 채택했다. 전작의 주요 콘텐츠를 계...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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