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E3결산④- 소니의 X박스 밀어내기!!!

/ 2

X박스의 참담한 패배(?)

 

차세대 게임기의 진검승부로 관심을 모았던 이번 E3쇼는 홈그라운드의 잇점까지 안고 X박스를 홍보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처참한(?) 패배로 막을 내렸다.

X박스의 처참한 패배는 지난 3월 열린 동경게임쇼때의 선전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로 누구도 X박스의 몰락을 예상하지는 않았다. 물론 본 기자도 마찬가지다.

이번 E3쇼에 X박스가 가지고 나온 대표적인 전략은 X박스의 하드웨어보다는 게임 소프트웨어 홍보였다. ‘X박스용 타이틀도 이만큼이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정도면 관람객들도 흡족해하지 않을까 안심했던 것 같다. 사우스 홀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휘황찬란한 부스와 본 전시회 시작전 열린 컨퍼런스에서 보여줬던 각국 기자 및 관계자들의 반응을 비교할 때 X박스의 몰락은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장면이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가 그 만큼 형편없는 게임기란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행사가 미국에서 열린다는 이유만으로 소니와 닌텐도의 저력을 너무 깔봤던 것이다.

홈그라운드 잇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번 E3에 전시한 타이틀은 헤일로를 비롯한 15종.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한 EA, 테크모, 세가, 액티비전이 보조해준 타이틀까지 합한다면 약 20여종이 X박스용 타이틀로 전시됐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타이틀 약 10여종, 플레이스테이션 2 타이틀 약 15종을 웨스트홀에 전시했으며 닌텐도는 게임큐브의 타이틀 약 10여종을 같은 웨스트홀에 전시했다.

주요 타이틀 전시갯수만을 놓고 비교해볼때 X박스, PS2는 거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접전이었다. 개별적으로 참가한 개발사들이 자사 부스에 전시해 놓은 것을 빼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의 부스는 장소만 다를 뿐이지 거의 비슷한 크기의 부스를 가지고 있었으며, 전시 타이틀 수도 엇비슷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보고 X박스의 패배라고 단정하는 것인가?

엇비슷한 전력을 가진 두 국가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승패를 나누는 것은 외교적 능력을 기반으로 한 우방국들의 도움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타이틀 전시에 있어 테크모, 세가, 인포그램, 테이크 2, 아이도스, THQ 등으로부터 보조지원을 받았다. 행사기간 내내 이들은 X박스로 출시되는 자사의 타이틀을 전면적으로 홍보하면서 X박스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테크모, 세가를 제외한 사우스홀에 자리잡은 대다수 유통사들은 암묵적으로 X박스를 보조지원해 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첫날 사우스홀을 돌아다닐 당시만 해도 세계 게임기의 흐름은 X박스라는 착각을 가질 정도였으니 우방국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소니가 하면 된다!!' 일본인들의 소니 신화

 

그러나 기존의 게임기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소니를 무시할 메이저 유통업체들은 없었다. X박스가 어떤 위치를 점할 것인지에 대해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메이저 유통사들도 대놓고 소니를 저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편을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란건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했다. 국제적 외교는 실리를 기반으로 한다는 진리.

소니가 이번 E3쇼에서 직, 간접적으로 PS2 홍보에 도움을 받은 업체는 남코, 코나미, 스퀘어, 디즈니, EA, 액티비전, Ubi 등이다.

헤일로, 데드 오어 얼라이브 3, NFL 2002, 테스트 드라이브 등으로는 메탈기어 솔리드 2, 파이날 판타지 10, 헤리포터, 피파 2002, 토니호크 프로스케이터 3 등을 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믿고 있었던 EA, 액티비전, 코나미가 소니의 전시부스앞에 자사의 이름을 걸고 게임을 전시했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믿는 도끼의 발등을 찍힌 셈이었다’. 사우스 홀로 관람객들을 집중시키지 못하고 웨스트 홀로 관람객들을 뺏긴 것은 이러한 우방국(?)들의 소니 편들기 때문이었다.       

검증받지 못한 X박스보다는 검증받은 PS2에 더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전세계 제작사들의 공통된 생각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소니, 닌텐도의 X박스 밀어내기!!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의 미래는 없는 것일까? X박스는 우선 액션과 스포츠, 레이싱에 집중되어 있는 게임타이틀의 편향성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아직 발표초기라 많은 개발사들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게임기는 PC와 달라 원하는 게임소프트웨어가 없으면 절대 안사는 하드웨어다. 파이날 판타지 10, 메탈기어 솔리드 2가 PS2 판매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PC 마인드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번에 전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용 게임들은 모두 PC용 모니터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은 모니터가 아니라 TV를 통해 보여지는 게임이다. PC용 3D 가속카드가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색감과 광원처리에 있어서 TV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제작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오랜 노하우를 통한 감각적인 게임개발 기술만이 이 처리 방법을 안다. X박스용 타이틀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 X박스용 타이틀로는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헤일로를 보자. 헤일로는 고해상도 PC 모니터에 최적화된 광원효과 및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이것을 TV모니터로 봤을때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E3쇼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소니의 PS2는커녕, 닌텐도의 게임큐브에도 자칫하면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 일본업체들 및 일본미디어들의 암묵적인 소니 밀어주기. 소니와 닌텐도의 X박스 밀어내기. 해외 유통사들의 PS2 편들기.

 

이번 E3쇼에서 본기자는 일본업체들의 단결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닌텐도와 소니의 관계인데, 닌텐도와 소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를 밀어내고 시장을 양분할 생각을 가진 듯 철저하게 서로를 배려했다. 대표적인 것은 닌텐도 부스인데 소니부스 바로 옆에 마련된 닌텐도 부스는 간이 천막을 쳐 내부로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볼 수 없게 제작되어 졌다. 별거 아니지만, 닌텐도는 게임큐브 전시장소를 PS2가 전시되어 있는 소니 부스로부터 차단시켜 서로가 관람객들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었음을 과시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5년 3월호
2005년 2월호
2004년 12월호
2004년 11월호
2004년 10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