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의 화려했던 과거

윤주홍 2003.04.04 15:53

게임회사 족보 디벼보기 : ① 시에라

시에라하면 떠오르는 게임이 무엇인가? 현재까지도 수많은 모드를 양산하며 최고의 게임으로 추앙받고 있는 하프라이프? 아니면 독특한 전개 방식으로 주막 받았던 노원리브스 포에버? 지금 갓 게임에 입문한 사람이라면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알아도 게임하는데 하등의 연관이 없을뿐더러 결과가 어찌됐든 게이머에게 필요한건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게임일 뿐일테니깐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 어찌 밥만 먹고 살 수 있겠는가? 게이머가 게임을 선택하기 이전에 제작사의 연보를 살펴보는 것은 보다 질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게이머는 현재까지 게임회사가 걸어온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미래에 어떤 작품이 소개될 것인지 예측하는 데에도 상당히 중요하다(친구들에게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기에도 좋고 말이다). 이런 취지에서 마련된 새로운 반찬(?) 연재코너가 바로 ‘게임회사 족보 디벼보기’다.

이 코너의 첫 번째 타자로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개발사로 이름을 날렸던 시에라를 꼽아보기로 했다.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탓에 과거의 그 높았던 빛이 바래긴 했지만 또 다시 제 2의 도약을 준비하는 그들은 분명 게이머가 기억해야할 세계적인 개발사로서의 명예를 잃지 않고 있다. 자 그럼 시에라의 화려했던 전적을 한번 살펴보도록 할까?

봉고차에서 시작된 시에라의 태동기

시에라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탄생했다. 1970년대 후반 애플 컴퓨터가 사용되던 시절에는 어드벤처 게임에 그래픽이 사용되지 않은 채 글씨로만 진행되는 스타일을 취하고 있었다. 물론 당시는 게임장르의 개념조차도 모호한 시대였지만 말이다.

로버타와 켄 윌리암즈의 70년대 모습.
이 사진 구하느라 50권이 넘는 월간지를 뒤졌다 -_-;

어쨌든 우연히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을 접한 로버타 윌리암스라는 한 여성 게이머는 게임을 즐기며 “내가 만들면 이것보다는 훨씬 낫겟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이어서 그녀는 자신의 남편인 켄 윌리암즈와 함께 몇일밤을 새워 노트에 그린 스토리보드를 토대로 그래픽이 조합된 어드벤처 게임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들은 제작된 게임을 판매해줄 회사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봉고를 몰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자신들이 만든 디스켓을 팔았다. 그리고 얼마 후 이들은 본격적으로 게임계에 뛰어들기 위해 전 재산을 처분하고 심지어 가지고 있던 직업까지 때려치우며 봉고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폐인(?)의 생활을 치러나가게 된다.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게 게임이냐고?

결국 문자와 그래픽의 결합은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그것은 즉시 회사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바야흐로 시에라의 전성시대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시에라의 회사 명칭은 ‘온라인 시스템’이었다.

게임회사 족보 디벼보기 : ① 시에라

1980년대에 이뤄진 게임산업혁명

켄이 로버타의 자필로 된 게임을 프로그래밍 하는 데엔 1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완성된 게임의 명칭은 ‘미스테리 하우스(Mystery House)’. 지금보면 조악하기 짝이 없는 그래픽 수준이었지만 글자만 멍하게 쳐다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게이머에겐 충격 그 자체였다.

그 때부터 켄과 로버타는 모험을 주제로 한 게임을 만드는 것에 있어 경쟁의 선두로 떠올랐다. 이후 시에라, 아니 온라인 시스템은 단순한 액션게임이었던 ‘맥스드업 마더 구즈(Mixed-Up Mother Goose)’로 또다시 게이머들에게 큰 호응을 일으키게 되고 발전의 속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시에라의 로고는 배경에 보이는 시에라 산맥에서 착안됐다

이후 시에라 온라인으로 이름을 고친 온라인 시스템은 본사를 LA에서 캘리포니아주 오커스트로 옮겼다. 조그마한 식탁회사에서 당시 시에라 언덕으로 불리던 산중턱으로 이사를 했던 사실에 감격해서였는지 현재까지 시에라가 채택하고 있는 산모양의 로고 역시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 후 로버타는 6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두 번째 모험이야기 “마법사와 공주님(The Wizard and Princess)‘을 만들어 후속작 제작을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 때 자금마련을 위해 상당한 공헌을 했던 것이 바로 리차드 개리엇의 역작 ’울티마‘였다. 물론 시에라를 통해 성공을 맛본 리차드 일가는 곧장 오리진 시스템을 만들어 개발과 유통을 겸하긴 했지만 말이다.


1984년, 시에라를 세계 최고의 개발사 반열에 올려놓은 킹스 퀘스트 1

이렇게 마련된 자금을 이용, 현재까지도 어드벤처 게임의 교과서라고 불리우는 ‘킹스 퀘스트’의 제작으로 로버타 윌리암스는 국제적인 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1995년까지 집계된 수치로만 3백만장 이상을 팔아 치워버린 이 시리즈는 그녀를 지금의 리차드개리엇이나 시드마이어, 워렌 스펙터에 버금가는, 게임산업 분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제작자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시에라의 뒷이야기 #1
애플 컴퓨터의 창시자이며 세계적인 해커이기도 했던 스티브 워즈니악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무렵이었다. 당시 심각한 기억상실 증세를 겪고 있던 스티브 워즈니악은 병상에서 우연찮게 로버타의 미스테리 하우스를 일주일동안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부모조차도 기억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애플의 공동설립자인 스티브 잡스와 워즈니악

이 컴퓨터에서 돌아갔단다

이 작품을 너무나 즐겼기 때문에 기억상실증에서 헤어났다고 믿은(-_-;) 스티브 워즈니악은 곧장 시에라에 “고통스러운 순간에 기쁨을 나누어진 게임에 감사한다”는 편지를 정성스럽께 써서 보내 주었다고 한다. 당시 스티브 워즈니악은 FBI의 수사망까지 뚫고 다닌 해커로서의 명성과 동시에 애플 컴퓨터의 창시자로서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스타였던 것만큼 이 편지를 받은 윌리암즈 부부의 감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그 편지는 아직도 시에라 회장실에 자랑스럽게 액자로 걸려있다는 전설이 내려져 온다고…

게임회사 족보 디벼보기 : ① 시에라

시에라,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다

1989년 시에라는 주식을 공개했고 나스닥에 상장, 4년만에 총수입 6천만달러, 사원 6백명의 엄청난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때 시에라는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다이나믹스와 창조적인 가정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사로 잘 알려진 브라이트 스타 테크놀로지, 고블린 시리즈와 잉카로 유명한 칵텔 비전을 인수하며 유통사로서의 입지도 굳건히 해나가기 시작한다. 여기서 시에라가 매진하기 시작한 것은 교육용 게임 소프트웨어의 개발. 당시 미국에서 시에라는 킹스 퀘스트나 스페이스 퀘스트 등의 어드벤처 게임 뿐만 아니라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개발사로서도 상당한 명성을 떨치게 된다.

한편 시에라는 일본과 영국에 국제사무실을 개설, 연락사무소까지 포함하여 50개 이상의 나라로 분산된 대기업 형태를 갖추게 된다. 물론 각 지사의 활약도 대단했다. 일본 시에라는 PC용 게임으로 굴지의 히트를 기록한 ‘젤리아드’를 내놓고 벌어들인 자금으로 현재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라 하니 정말 대단한 성공이 아닐 수 없었다.


젤리아드를 기억하는 자 있는가? 본래 PC9801용으로 제작된 게임이 PC용으로 컨버전 된 것이다

1990년대 초?중반 시에라는 세계 최고의 어드벤처 게임개발사로 명성을 더욱 두텁게 하기 위해 500여명의 개발진을 모두 게임개발에 투입한다. 이때부터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게임은 ‘퀘스트’라는 어미로 끝나는 어드벤처 시리즈다. 킹스 퀘스트를 필두로 에코 퀘스트, 퀘스트 포 글로리, 스페이스 퀘스트, 폴리스 퀘스트, 그리고 동화풍의 스토리에서 탈피한 하드코어 어드벤처 ‘가브리엘 나이트’ 등 당시 시에라가 제작한 게임은 “의심조차 하지 말고 일단 사라”라는 유행어가 돌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했다.

당시 어드벤처 게임의 후발주자 루카스아츠와 함께 세계적인 개발사로 양대산맥을 이뤘던 시에라는 타이틀수나 개발년도 면에선 다른 어떤 게임 개발사하고도 비교될 수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텍스트 입력방식의 어드벤처(예를 들어 집 앞에 서서 ‘Open Door'를 입력해야만 문을 열 수 있는 방식)를 고수했던 시에라는 루카스아츠(당시 명칭 루카스필름)가 ’매니악 맨션‘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마우스 클릭 방식의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도입한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쇼크를 받았다고 한다. 모르긴 해도 자존심이 꽤나 상했을거다.

루카스 아츠의 엄청난 인기에 위협을 느낀 시에라는 그 때부터 독창적인 인터페이스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당시부터 개발된 어드벤처 게임은 물론, 과거의 명작까지 리메이크 버전으로 내놓으며 경쟁사를 견제하기 시작한다.

배틀테크를 만들던 당시 마련된 스튜디오. 그 규모가 짐작이 간다

인기 영화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닌 경쟁사보다 우월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시에라는 이때부터 과도한 지출을 하기 시작한다. 배틀테크, 판타스마고리아 등 1995년경 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던 인터랙티브한 게임, 즉 영화와 게임이 결합된 형태의 작품을 제작키 위해 별도의 스튜디오를 구성하고 영화에 버금가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게 녹록하게 풀리면 어느 누가 실패할 사람이 있으랴… 오리진 시스템이 영화와 결합된 인터랙티브한 개념으로 제작한 윙커맨더 3로 자금압박에 시달리다가 EA에 인수된 케이스를 놓고 볼 때 당시 시에라도 적지 않은 자금난에 시달렸던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그 후유증은 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게임회사 족보 디벼보기 : ① 시에라

자금난에 시달리던 시에라, 결국 10억 달러에 팔리고...

결국 시에라는 1996년 2월 20일 루카스아츠에게 역전된 상황을 맞이한다. 당시 나스카 레이싱과 임프레션 소프트웨어의 판매사인 파피루스, 시저와 스페이스 판매사를 성공리에 획득한 시에라는 주가가 연일 호조를 기록하며 회생의 기미를 보이는 듯 했으나 결국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CUC 인터내셔널 주식회사에 통합된다. CUC는 세계 4천만 고객에게 자동차 혜택과 그 외 각종 서비스(여행, 식사, 재정 등)를 제공하는 회사로 당시 게임 퍼블리싱 진출을 꾀하고 있었다.

여전히 돈 번 티가 안나는 윌리암즈 부부 -_-;

합병은 시에라의 주주들이 자사의 주식을 CUC의 주식 1,225주로 환산, 대체함으로서 진행됐다. 당시의 환산금액은 약 10억 달러 가량. 시에라의 최고 경영자 켄 월리암즈는 당시 “인터넷 사업이 확장되며 독보적인 게임 개발을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합병의 이유를 설명했지만 많은 게이머들은 “영혼을 팔았다”며 비난을 퍼부어댔다. 이후부터 시에라는 개발보다는 게임 유통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가능성 있는 회사를 찾아 세계 최고의 개발사로 만들어낸다는 취지였지만 이는 수익성 도모를 위한 CUC 인터내셔널의 의도라고 밖엔 볼 수 없었다.

이후 시에라는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비행시뮬레이션 게임 제작의 중단을 선언한다. 그 시발점은 다이나믹스에서 준비하던 데저트 파이터스와 프로 파일럿 파라다이스의 제작 취소 발표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버클리 시스템의 ‘오크’를 비롯 시에라가 자체 개발하던 바빌론 5가 취소되며 게이머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그것이 정녕 합병된 회사의 운명이었단 말인가. 당시 시에라는 자사 계열 개발사들을 좀 더 합리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 아래 100여명의 직원을 해고할 것이며 또한 데저트 파이터와 프로 파일럿 파라다이스 등 출시를 앞둔 4종의 비행시뮬레이션의 제작을 취소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선언했다.

다이나믹스의 폐쇄는 당시 게임메카에서도 큰 이슈거리였다

이건 약간 앞서나가는 이야기지만 2001년 11월 다이나믹스는 결국 시에라에 의해 폐쇄되고 만다. 다이나믹스는 회사 설립 후 윌리비미쉬의 모험, 크론도의 배신자, 레드 바론 등의 수많은 역작을 배출하며 시에라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일조를 담당했지만 경영난의 악화와 겹친 회사정리과정에서 결국 폐쇄가 결정되어 많은 게이머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다.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과 1인칭 액션게임 등 게이머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다양한 작품들 앞에서 더 이상 팔리지 않는 어드벤처 게임의 제작은 결국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에서 출시되는 어드벤처 게임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시에라의 작품들이 생명을 다하자 장르의 존폐자체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 도래했다. 그 때부터 정통 어드벤처는 그 끝을 내보이고야 만다.

게임회사 족보 디벼보기 : ① 시에라

시에라의 뒷이야기 #2
비행시뮬레이션의 제작중단선언도 그랬지만 시에라는 자사가 야심차게 개발하던 스포츠게임 NFL 프로 풋볼 99로 회사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키고 만다. 물론 당시 시에라가 제작한 풋볼게임이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었던 점은 분명했으나 시에라 측이 3D 폴리곤을 이용한 사실성 재현을 공식 선언할 때부터 뭔가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NFL 프로 풋볼 시리즈는 시뮬레이션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_-; 결국 이 작품은 플레이조차 불가능할 정도의 버그를 안고 태어나 ‘전량회수, 환불’이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만다. 시에라는 그 후속작인 2000 버전에 대한 충실한 제작을 선언했지만 이마저도 제작이 취소되어 게이머들의 큰 원성을 샀다.

이것이 문제의 시에라 유틸리티다

시에라가 90년대 중?후반 게이머에게 원투펀치를 맞았던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시에라의 게임은 인스톨시 무조건적으로 ‘시에라 유틸리티’가 인스톨되게끔 만들어져 있었다. 이 유틸리티는 사용자 등록, 프로그램 업데이트, 언인스톨 등의 기능을 담당하게 되는데 언인스톨을 진행할 시 시스템 자체가 날아가버리는 어이없는 버그를 탑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엄청난 욕을 먹어가면서도 3~4년간 유틸리티를 고수해오던 시에라는 업계의 반발과 게이머들의 비난으로 어이없었던 ‘유틸리티 마케팅’ 전략을 철회한다.

지금 하프라이프 정품을 가지고 있다면 한번 인스톨해보라. 윈도우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시에라 유틸리티의 망령을 볼 수 있을 터이니…

제 2의 도약을 꿈꾸는 '잊혀진 영웅'

1990년대 후반 시에라는 1982년부터 디즈니, 타임워너, 어콜레이드, EA, 인터플레이 등을 거치며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랠프 귀프레를 마케팅 부사장으로 영입, “될만한 개발사 찾아내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이후 시에라는 모노리스의 노원리브스 포에버, 밸브사의 하프라이프 그리고 자사가 제작한 스와트 시리즈 등으로 큰 수확을 거두어내고 뒤이어 비평가들에게 극찬을 받은 홈월드 제작의 렐릭소프트까지 영입, 게임을 볼 줄 아는 유통사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놓게 된다.

하프라이프는 카운터 스트라이크 특수를 누리고 엄청난 판매를 기록한다

1999년 업계에서 주목을 받던 시에라는 세계적인 안목을 지닌 비벤디 유니버셜 게임즈와 인수합병을 진행한 후 거대한 자금력을 확보, 개발사 키우기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세계시장에서의 판매로 개척보다는 자사가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개발사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 때부터 시에라는 다시 개발사로서의 입지를 다듬을 수 있었다. 얼마 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켄과 로버타 윌리암즈 부부가 또다시 어드벤처 게임제작에 대한 포부를 밝혔듯이 과거 그 찬란했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시에라 스튜디오는 잠잠했던 부활의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

그 사업의 일환으로 시에라는 폭스 인터랙티브의 인기 프랜차이즈인 X파일을 호러 어드벤처 게임으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킹스퀘스트와 같은 과거의 시리즈를 되살려낼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시에라가 수년만에 새롭게 착수한 어드벤처 게임인만큼 게이머들이 이 작품에 거는 기대는 크기만 하다(다이나믹스의 트라이브스를 시에라에서 제작한다는 소식은 좀 그렇지만).

X파일이 과연...

앞으로 시에라는 개발사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게임을 단순 유통하는 개념에서 탈피, 보다 폭넓은 차원에서 타 업종의 다양한 기업들과 협력하여 고객의 요구에 최대한 부응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사업을 펼쳐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정말 필자의 질문에 이렇게 뜬구름 잡는 답변이 왔단 말이다 -_-). 물론 시에라가 1990년 후반 저질러온 행태에 대해 속죄(?)를 하기엔 이른 시점이지만 게이머들은 아직 그들의 저력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2003년은 시에라가 개발사로서의 입지를 다지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현재 시에라와 파트너쉽을 맺고 있는 회사들

- 자체 개발사
파피루스 레이싱 게임즈(Papyrus Racing Games)
엠프레션 게임즈(Impressions Games)

- 파트너쉽 개발사
밸브 소프트웨어(Valve Software LLC)
애그로넛 게임(Argonaut Game PLC)
렐릭 엔터테인먼트(Relic Entertainment)
인에비터블 엔터테인먼트(Inevitable Entertainment)
2015
브레이크어웨이 게임즈(BreakAway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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