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TV 프로그램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거창하게 ‘게임중독증’을 진단하겠다며 난데없이 프로게이머 임요환을 불러다 놓고 “사이버머니가 한 1억쯤 있냐?”, “현실에서도 PK를 한다는 생각은 안드냐”는 등의 상식이하의 질문을 던진 일이 있었다. 그 뒤에도 그 프로그램에서는 몇회에 걸쳐 청소년의 인터넷에 의한 음란물 접촉과 성매매 등 사이버 세계에서의 폐단 등을 소개했고(줄줄이 이어 나온 패널들과 증인들의 증언을 강요해가며) 시종일관 인터넷과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그려냈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고생 성폭행’,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가정파탄’ 정도의 헤드라인은 TV뉴스나 신문을 보면 이틀이 멀다하고 심심치 않게 나오기 때문에 이제는 별로 자극적이지도 않거니와 하도 자주 들어서 무의식적으로 ‘기혼자의 인터넷 채팅=불륜’이라는 연상작용까지 생길 정도다.
미국의 경제지인 포브스에서는 7월 21일자에 [Korea's Weird Wired World(여기서의 www는 월드 와이드 웹이 아닌 요상한(바보같은) 인터넷 세상이라는 뜻이다)]라는 기사를 냈다. 비아냥의 뜻이 강한 제목을 달고있는 이 기사는 한국 국민의 70%이상이 초고속통신을 이용하게 됨에 따라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 ‘요상한’ 일들 중에서는 아바타를 분장하기 위해 아버지의 돈을 훔친 소년, 2년 동안 집에서 안나가고 인터넷만 한 소년, 86시간동안 게임을 하다가 죽은 청년 등의 실례를 들었을 뿐만 아니라 1,100만 명이 즐기고 있는 채팅에서의 주된 주제는 'SEX'라고 덧붙였다. 포브스는 한국의 인터넷 세상을 ‘규칙과 신호가 정비되지 않은 고속도로’라고 규정하고 이미 LA 등에 상륙하기 시작한 인터넷을 잘 감시하고 대책을 마련해라라는 식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필자도 번역기사를 본 것이라 내용자체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포브스의 이런 기사는 자칫 흥미위주의 가십거리를 지나 경우에 따라서 한국, 한국인에 대한 인식에 대한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기사는 100% 구라요!”라고 강력하게 주장할 근거는 이쪽도 역시 없다고 생각된다.
대부분 학부형의 신분인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곧 아이들의 성적과 인터넷, 게임과의 상관관계가 도마에 오른다. 누구네 아이가 게임만 하다가 성적이 떨어졌다느니, 학원비를 삥땅쳐서 PC방에 발랐다느니, 고등학생인 우리아이도 혹시 음란물을 접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혹시가 아니라 필시겠지요 -_-;)... 정작 인터넷과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도 무지한 부모님들이 어쩜 그렇게 인터넷과 게임의 폐해에 대해서는 지식iN도 모를 각종 지식을 빠짐없이 알고 있는지 의아할 뿐이다. 그리고 필경 마지막에는 게임과 인터넷을 업으로 삼고 있는 글쓴이에게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인터넷과 게임을 못하게 할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난감한 요청으로 끝맺기 일쑤다.
요사이 대부분 매스 미디어의 손쉬운 공격대상은 인터넷과 게임이다. 일단 문제제기는 쉽고 공격받는 대상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불분명하며 일단 한번 때려놓으면 대중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미비한 제도적 보호장치와 ‘내 새끼만은’이라는 우리나라 부모님 특유의 과잉보호 정서가 적절하게 혼합되어 우리가 지금 엄청난 죄악과의 성전을 치뤄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 좋다. 인터넷도 나쁘고 게임도 나쁘고... 다 좋은데... 대체 누가 총대를 메고 책임을 져야할 것인가? PC방 업주? 게임제작업체? 아이템거래업체? 인터넷 서비스 프로바이더? 랜과 모뎀 제조업체? 인터넷을 최초로 고안한 사람? 마이크로소프트와 빌게이츠? 청소년들? 부모들? 정부?
말끝마다 “더 늦기 전에 강력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하는데 대체 어쩌자는 말인가? 0살부터 19살까지의 남녀는 인터넷과 게임으로부터 50M 이상 떨어져 있으라는 접근금지 법안이라도 만들라는 말인가? 왜 가장 가까워야할 부모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정부와 세상이 나서서 해결하라는 말인가? 아이들이 그렇게 인터넷과 게임에 푹 쩔을 때까지 대체 부모는 뭘 했다는 말인가? 얼마나 놀거리가 부족한 세상을 만들어 놨으면 하루 종일 인터넷 게임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말인가?
“먹고 살기 바빠서 아이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있나요?”라는 말로 쉽게 자신들만 면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부모로서 비겁하다.
마치 평화롭게 살고 있던 지구에 인터넷과 게임이라는 악의 근원이라도 강림했다는 듯이 호들갑 떠는 세태가 나로서는 더 이상하다. 문명과 사회는 좋은 방식이든 나쁜 방식이든 진화하도록 되어 있고 어떤 현상이 사회에 영향을 미칠 때는 반드시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이 동시에 미치는 것이지 좋은 영향만을 취사선택하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넷(Inter+net)이라는 단어 자체가 매개체와 상호작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볼 때 정작 전화선에서 약간 진일보한 매개체에 대해서는 그렇게 죽이자 살리자 열변과 저주를 토하면서 악을 일으키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조용하다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인터넷과 게임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폐해가 하나둘씩 생기는 것만은 사실이다. 또 그런 폐해들을 고쳐나가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또한 정부와 사회구성원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들 중 하나라고 본다.
그러나 인터넷과 게임이 죄악의 본질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아주 쉬운 곳에서 희생양을 찾으려 하는 인간의 나쁜 속성 중에서도 가장 치사한 속성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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