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빛나는 용단] 게임 위해 치고박았다! 버파의 아버지 스즈키 유

/ 2

최근 ‘우린 액션배우다’라는 영화가 작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비록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는 아니었지만 액션영화 속에 주연배우를 대신하여 위험한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그려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실제로 때리고, 맞고, 물불 속으로 뛰어드는 진짜 ‘액션’을 하는 스턴트맨 아니 진정한 액션배우들을 조명한 일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는 주연배우 말고도 당당히 박수 받을 일을 하는 진짜 주역들을 주목하는 썩 괜찮은 시도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게임 사이트에서 왜 뚱딴지같은 영화이야기만 하느냐 의아해하실 분도 계시리라. 그 이유는 바로 게임제작에서도 이러한 진짜 ‘액션’을 추구한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는 것이다. 그 주인공들이 누구인가 하면 바로 대전액션계의 일대혁명을 불러일으켰던 ‘버추어파이터2’의 제작진들이다. 그들은 바로 세가-AM2! ‘버추어캅’ 및 ‘버추어파이터’, ‘쉔무’를 창조해낸 명인들 되시겠다.

▲ 섬 바디 헬프 미! 플리즈 돈 슛! 의 그 팀이다

‘버추어파이터’란 무엇인가? 2D 대전액션에 익숙해 있던 팬들에게 본격 3D격투시대를 알린 시대의 신호탄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1년 후에 출시된 ‘버추어파이터2’의 경우에는 세가새턴의 처음이자 마지막, 유일무이한 밀리언셀러라고 하면 그 무게감이 느껴질까. 세가 새턴이 약 580만대 팔렸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실로 대단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일본 기준) 당시 소니의 PS와 세가새턴의 경쟁에서 상당수의 유저들은 ‘버추어파이터2’가 있단 이유 하나만으로 새턴을 구입하기도 했다. 물론 나중에는 대부분 PS로 전향의사를 밝히고 중고로 팔아치우기도 했다.(새턴이 망했으니까)

▲ 혁신적인 듀얼코어 시스템을 탑재했으나 제작이 어렵다는 치명적 단점을 가졌다

한 가지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버추어파이터2’는 메가드라이브로 다운그레이드 이식되기도 했다. 물론 세가새턴으로도 아케이드판의 완벽한 이식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메가드라이브로의 이식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메가드라이브용 ‘버추어파이터2’는 2D로 제작된다. 이 와중에 리온과 캐릭터는 삭제되고 일부 캐릭터의 일부 기술이 삭제되는 일이 발생한다. 용량의 부족이 그 원인이었으나 그 것을 제외한다면 플레이 감각은 거의 오리지널과 흡사하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 ‘2D 버파2’ 메가드라이브로서 할 수 있는 만큼 했다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도록 하자. 현대의 게임의 폴리곤수는 한 캐릭터에 2만폴리곤이 들어간다는 게임이 있을 정도로 매우 많지만 당시만 해도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눈으로 셀 수 있을 만큼의 폴리곤이 사용되었다.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버추어파이터’의 폴리곤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각진 얼굴과 몸을 가진 좀 이상한 캐릭터들이 나오는 격투게임같지만 당대에는 그렇지가 않았다. 물론 당시에도 매끈한 2D캐릭터들에 비해 캐릭터들의 형체가 좀 이상해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면 뭔가 확연히 다른 감을 주었다.

▲ 버추어파이터1

▲ 버추어파이터 2, 1년 후의 모습은 확 달라졌다

제목 없음 제목 없음

‘버추어파이터’는 기존의 대전액션게임과 확실히 뭔가 달랐다. 기존의 ‘스트리트파이터’, ‘아랑전설’, ‘KOF’, ‘용호의 권’에서 보던 2D 캐릭터가 가진 미끈함은 없었지만 마치 실제 싸움과 같은 긴장감이 느껴진다는 것이 유저들의 반응이었다. 기존 격투게임에서 보이던 과장된 액션은 없었고 실제 권법과 무술 동작이 기술로 등장하는 등 리얼한 격투가 가능했다.

또한 아무리 체력이 많아도 링아웃으로 밀리면 끝장이기 때문에 체력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끝까지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저돌적으로 밀어부칠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있었다. 여기에 공중콤보라는 것을 활성화 시켜서 유저마다 일단 적을 띄우는 기술을 부단히 연마하게 만들었다. 게임이 단순히 적을 띄워서 공격하는 것만으로 끝났다면 명작이란 평을 들을 수는 없으리라. '버추어파이터'의 가장 큰 매력은 마치 실제 격투를 하는 듯한 심리전과 공방전에 있다.

▲ 일단 띄우면 편해진다

이렇게 하는 사람 피 말리는 격투게임은 어떻게 만들어 질 수 있었을까? 이 게임을 만든 사람은 게임업계에 유명한 제작자 ‘스즈키 유’라는 사람이다. 게임 좀 해봤다 하는 게이머는 한번 정도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1982년 세가에 입사한 스즈키 유는 본래부터 명품 페라리 스포츠카를 탄데다 선글라스를 끼고 회사에 출퇴근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사람이다. 이미 세계 최초의 체감형 아케이드 게임인 ‘행온’을 제작할 때 그 자유스러운 정신세계를 공개한 바 있다.

한데 이 과정에서 입사 1년차 주제에 보통 게임제작비의 3~4배가 들어가는 게임을 자기 월급을 깎아서 제작을 하라고 요구 할 만큼 꽤나 건방진 사원이었다고 한다. 그 일화들을 들어보자면 복사기 위에 하루 종일 앉아서 그날 아무도 복사를 못하게 만든 일이라던지, 회의 내용을 녹음했는데도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고 잡아떼기, 아이디어 회의 중 신참이 자신의 아이디어에 반하는 의사를 보이면 그 즉시 회의실을 뛰쳐나가는 엽기적 행위들을 보였다고 한다. 요새 말로 말하면 ‘똘끼’가 충만한데다 고압적인 태도의 사람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스즈키 유만의 이러한 자신만만함과 도전정신은 그의 경력을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 오락실에서 이거 타던 분들 많다

스즈키 유의 괴짜 같은 모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3D 기술을 게임에 접목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당대 최고의 비행기 제작사로 손꼽히는 ‘록히드 마틴(전투기 제작사로 유명)’사에 1초에 18만 폴리곤을 제공하는 3D 아케이드 기판 'MODEL 1'을 의뢰하여 그 인수에 성공한다. 왜 ‘록히드 마틴’사와 접촉했는가 하면 당시 3D 기술은 비행기 조종사들을 위한 시뮬레이션 훈련에 쓰였기 때문이다. 당시 아무도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자유분방한 성격의 스즈키 유는 예외였다.

▲ 스즈키 유, 보통 사람은 아니다

이러한 자유분방함은 '버추어파이터' 제작에도 이어졌다. 스즈키 유는 격투하는 사람의 심정을 잘 알아야한다면서 격투기술의 고전과 현대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소림사와 미국 특수부대를 찾아가 스스로 격투기술을 연마한다. 그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기 팀까지 곤란의 도가니에 몰아넣고 만다.

무슨 일인고 하니 서로 때리고 맞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격투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알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부하직원에게 자신을 마음껏 때려보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였다. 스즈키 유가 생각하는 격투게임이란 것은 자신의 캐릭터가 맞을 때 자신이 움찔거릴만한 사실성이었다.

실제 맞았을 때의 심리를 알아야 한다면서 팀원들에게 격투를 시켰으므로 당연히 그의 팀에는 늘 부상자가 속출했다. 신기한 점은 팀원들 얼굴에 멍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게임의 수준은 더 올라갔다는 점이다. 실제 격투에서의 섬세한 감각이 공방전의 긴장감으로 살아난 것이다.

▲ ‘새턴용버파1’, 캐릭터의 각 하나 하나에서 그들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실제 아케이드에 ‘버추어파이터’가 등장했을 때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은 “저게 뭐야?” 였으나 한번 플레이 해 본 사람들의 반응은 “이거 물건이다”로 바뀌게 되며 거기에 힘입어 아케이드 시장의 제패를 일궈냈다. ‘버추어파이터’의 성공 이후 MODEL 2 기판으로 제작한 ‘버추어파이터2’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격투액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이쯤 되면 게임을 위해 맞고 때렸던 그들의 살신성인이 아깝지 않다고 여겨진다.

PS. 승승장구하던 스즈키 유는 이후 세가의 역작 ‘쉔무’의 실패 이후 좌천되었다가 지금은 다시 ‘쉔무 온라인’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그의 권토중래를 기대해본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만평동산
2018~2020
2015~2017
2011~2014
2006~2010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