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솔로부대여, 크리스마스에는 미소녀게임만이 희망이다!

/ 2

이미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이라는 본 의미와는 멀어진 지 오래다. 예수의 탄생과는 관계없이, 현대의 크리스마스는 한 해를 정리하는 날이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쇼핑대목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암울한 것은 크리스마스가 커플들끼리 즐기는 날이 되어버린 데에 있다.

크리스마스만 되면 모든 숙박업소에 예약이 꽉 차고, 비행기표도 구하기 힘들다. 혹시 그날 혼자서 영화나 뮤지컬을 보거나 어디를 나갈 생각이 있다면 포기해야한다. 모두 연인들이 점령해버렸기 때문이다. 음식점도 길거리도 화장실도(?) 솔로가 갈 곳은 없다.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온 가족이 모여서 즐겁게 지내는 휴일이라던데,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연애자본주의의 노예’에 다름없다. 연인들이 경제활동의 상당량을 담당하기 때문에, 모든 상품이 그들에게 맞춰지기 때문이다. 더러운 연애자본주의…

▲언제까지 캐빈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것인가?

아직 ‘연애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은 현명한 솔로들이라면, 크리스마스에 괜히 거리로 나가서 염장 테러에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날에는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집에서 캐빈과 함께 놀아주는 것도 좋지만, 매년 보는 캐빈(‘나 홀로 집에’의 주인공) 보다는 미소녀게임은 어떨까. 마침 때도 크리스마스겠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즐기면서 크리스마스 기분이나 내 보자.

1. C.D.C.D.

 

▲우려먹기로는 코나미, 캡콤에 뒤지지않는 Circus.

‘Circus(서커스)’는 한 게임을 징하게 우려먹기로 유명한 회사다. 그들은 게임 ‘D.C’가 히트하자 수많은 후속작을 출시했다. D.C.W.S(화이트 시즌) D.C.S.V.(섬머 베케이션), D.C.A.S.(애프터스토리), D.C.메모리즈 등등 여기서 그 모든걸 다 설명하다가는 10페이지가 넘어갈지도 모르니 넘어가자. 하여간 이번에는 수많은 D.C.시리즈 중에서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C.D.C.D.를 설명하도록 하겠다.

▲솔직히 다카포 시리즈의 진 히로인은 코토리.

▲본편 외의 보너스 4컷만화는 필견.

이 게임의 제목이 D.C.가 아니고 C.D.인 이유는 이 게임의 풀 네임이 ‘Circus Disk Christmas Days’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D.C.의 캐릭터만 아니라 Circus의 게임의 다른 캐릭터들도 나와서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각 게임의 후일담을 다루고 있다. 물론 각 게임의 본편을 해본 사람이라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이 C.D.C.D.를 한번 더 우려먹은 C.D.C.D.2도 발매되었지만, 이 게임의 보너스 시나리오는 너무 충격적이어서…

2. 파르페 ~쇼콜라 세컨드 브류~ (パルフェ ~chocolat second brew ~)

이 게임의 주인공 ‘타카무라 히토시’는 형이 운영하던 앤티크 카페 ‘파미유’를 다시 부흥하고자 한다. 그러나 파미유는 방화로 불타 기존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진지 오래. 그들을 설득해 겨우 겨우 쇼핑몰에 입주하기는 하였으나, 문제는 또 있었으니, 파미유의 바로 옆에 유명한 카페 ‘큐리오’의 체인점이 들어선 것이다. 과연 파미유는 큐리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찌보면 리카코가 진 히로인.

▲츤데레계의 여신.

‘파르페 쇼콜라 세컨드 브류’(이하 파르페)는 미소녀게임 마니아라면 한번쯤 해봤을 대표적인 미소녀 게임이다. ‘앤티크 카페’라는 주제에 맞는 음악과, 개성있는 캐릭터, 이를 받쳐주는 탄탄한 스토리는 이 게임을 ‘명작’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게임메카는 방송심의위원회의 윤리규정을 준수합니다

‘파르페’에서 크리스마스는 캐릭터 개별 루트로 넘어가는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그동안의 공략이 빛을 보는 순간이다. 하지만 진짜 시나리오는 크리스마스 전이 아닌, 그 이후부터라 할 수 있다. 특히 ‘나츠미 리카코’와 ‘카토리 레아’는 반드시 공략하여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3. 천사가 없는 12월(天使のいない12月)

▲이런 애들만 가득하다

‘To Heart’, ‘키즈아토’, ‘시즈쿠’로 유명한 ‘Leaf’의 게임중에서 가장 암울한 것을 꼽으라면 바로 이 게임일 것이다. 앞서 소개한 게임과는 달리, 이 게임은 다른 사람과 얽히는 걸 원치 않는, 염세적이고 비뚤어진 주인공을 내세운다. 게다가 히로인들 또한 자살충동, 성욕, 왕따에 찌들어 있다. 등장인물 전원의 정신이 병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렇게 병든 캐릭터들이 서로간의 상처를 보듬어 주면서 다시 살아갈 의지를 얻는 것이 이 게임의 주된 이야기다. 애초에 이런 식의 분위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정형화된 패턴을 벗어나 새로운 걸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것도 괜찮을 듯싶다.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얘 역시 마음에 기스난 소녀

어두운 분위기의 게임이다 보니, 이 게임의 캐릭터들이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는 일반적인 게임의 크리스마스 이벤트와는 많이 다르다. 앞서 소개한 ‘파르페’ 와는 달리, ‘천사가 없는 12월’ 에서는 크리스마스 부근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망가져버린 두 사람이 이어지면서 게임은 끝나지만, 이들의 관계는 거기서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되는 것 같은 여운이 남는다.

▲여운이 남는 엔딩

4. 크리스마스 프레젠트(クリスマス★プレゼント)

▲솔직히 미소녀 산타라는 컨셉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긴 하지..

드디어 오늘의 ‘본론’이 나왔다. 크리스마스가 며칠 앞으로 온 지금, 위의 게임은 안하더라도 이 게임만은 꼭 하길 바란다. 하늘에서 떨어진 산타 복장을 입은 미소녀 ‘리데트’를 구한 주인공 ‘유우지’는 자신에게 ‘산타의 문장’이 옮겨오게 된다. 리데트는 주인공에게 문장을 줄 것을 요구하고, 유우지는 그 대신 크리스마스까지 자신의 '노예'가 되 줄 것을 요구한다.

언뜻 보면 매우 위험한 게임 같지만, 예상 외로 밝은 분위기로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유쾌한 게임이다. 왜? 다음의 그림을 보면 안다.

▲반갑다 소년! 내 이름은 간지폭풍이라고 한다!

▲뼈와 살을 분리시켜주마!

본편이 모두 끝나고 나오는 에필로그에 등장하는 이분. 바로 리데트 양의 아버지 되시겠다. 그야말로 간지폭풍. 게다가 데리고 다니는 순록은 순록이라기 보다는 지옥의 사냥개 ‘케르베로스’ 같다. 어느새 리데트와 정이 들어 그녀를 돌려보내기 싫은 유우지는 리데트의 아버지와 대결을 하는데... 그 결말은 직접 확인해 보시길.

내년에는 2D 미소녀가 아닌, 진짜 미소녀와 데이트하기를 바라며…

물론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게임으로 잠시나마 현실을 도피할 수 있을지언정,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올해는 이렇게 모니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겠지만, 내년에는 필자도 여러분도 좀 풍성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솔로부대에 말뚝 박고 살 것인가? 필자도 이런 기획이나 쓰면서 시간 죽이고 싶지는 않다.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우리 모두 승리하여 연애자본주의의 부르주아가 되어 보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