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종횡무진] 연말특집, 게임 캐릭터 베스트드레서를 찾아라

/ 2
제목 없음 제목 없음

이제 한해를 마감하는 12월이다. 12월만 되면 여기저기서 올 한해를 마감하는 행사를 다수 가진다. 영화관련, 연예오락, 연기대상, 가요대상 등등 수많은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그 패션감각(혹은 노출)을 뽐내는 때이다. 이 때를 놓칠 새라 수많은 패션비평가, 평론가들이 누구는 베스트드레서이니 칭찬하고 누구는 워스트드레서다, 패션테러리스트입네하며 말들을 쏟아낸다. 흔히 그들의 평론에는 '걸리쉬'하다거나 혹은 '스타일리쉬'하다거나, '힙'하다거나 '잇걸의 잇백',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던지, '쉬크'하다거나 '쿨' 하다 등의 잘 알아듣지 못할 수식어들이 다수 등장하고 실제 생활과 동떨어진 기준으로 패션을 평가한다. 뭐 어쨌거나 필자같은 사람으로선 아래 사진과도 같은 패션들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최고의 레드카펫이지만 이게 자칭 평론가들이라는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만은 않나 보다.

▲ 내려가도 좋고 끌어올려도 좋은 일석이조 드레스

여튼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들의 출처는 모두 한글사전이 아니라 VOGUE나 ELLE, LUXURY와 같은 '트렌디'의 첨단을 달리는 잡지들이다. 그들은 '하이패션'을 사랑한다. 소개해주는 옷은 얼마나 럭셔리하며 또 오지게도 비싼지. '런웨이'의 '디바'들이 '캣워크'를 걸어나오며 풍기는 자태에서, 그들이 걸친 수많은 명품 디자이너들의 옷을 아주 '쉬크'하고 '엣지'하게 분석해낸다. 케이블의 ‘스타일매거진’이나 ‘트랜드리포트 Fiㄹ’ 등 패션을 다루는 수많은 프로그램들은 연예인이 입은 옷의 브랜드와 가격을 정확히 화면에 표시해주며, MC와 전직가수였다가 포토그래퍼로 변신한 한명, 파티플래너 한명, 디자이너 한명, 뭐하는지 알 수 없는 요상한 옷차림의 여자 한명 등 다섯 명은 항상 레드카펫 위나 행사장에서의 베스트 드레서와 워스트 드레서를 골라낸다.

게다가 자칭 타칭 트렌드세터라고 자부하던 한명은 이름에는 ‘쿨’자를 넣어 ‘쿨’함을 강조했지만 가장 쿨하지 못한 방법(항문에 힘주는 방식)으로 ‘본태성 고혈압’이라는 질환을 판정받아 군면제를 꾀했다가 들통나는 바람에 쿨하지 못한 모습으로 입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이 짚어주는 ‘런웨이’의 '디바'들이 걸친 수많은 명품 디자이너들의 옷과 우리는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으며 그걸 보고 우리는 무슨 생각을 가져야 하는가? 그런 과시성 소비보다는 외려 따뜻한 양말 한 켤레 사서 신는게 차라리 몸과 마음에 더 이롭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게임 속 패션을 철저히 실용적 잣대로 평가해보도록 하겠다. 오늘만은 ‘쉬크’하면서도 ‘엣지’있게 전문평론가들과는 다른 실용적인 분석을 해보도록 하겠다. 다시 말하거니와 오늘의 판단 기준은 바로 브랜드나 가격 등은 전혀 상관하지 않은 ‘실용성’이다.

활동성과 멋 둘다 잡은 베스트 드레서

먼저 베스트 드레서이다. 단연 한 번에 꼽힐 수 있는 캐릭터는 세계에서 가장 ‘슈퍼’한 캐릭터인 마리오이다. 모두들 알고 계시겠지만 마리오는 빨간 모자와 상의에 파란바지 한 벌로 지금껏 견뎌왔다. 그것도 작업복이자 전투복을 겸하는 실로 슈퍼한 용도임에 분명하다. 일단 레드카펫에 선다면 빨간 모자-상의-파란 바지-빨간 카펫으로 색감 구성이 딱딱 맞지 않는가. 때때로 꽃을 먹으면 하얀 모자와 하얀 바지로 갈아입기는 하나 대체적으로 위에 언급한 기본형 의상을 갖추고 있다. 비록 ‘런웨이’를 질주하는 모델들의 ‘캣워크’는 아니지만 마리오의 앞길을 가로막는 몬스터들을 사뿐히 즈려밟는 점프와 스텝은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강력하다 할 수 있겠다. 살짝 나온 배를 가리는 멜빵 바지 역시 효과적이라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에게 베스트드레서의 영광을 돌린다!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오소서

역시 같은 베스트 드레서이다. 그 영광스런 이름은 바로 소닉. 옷을 입힐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아주 ‘베스트’한 드레서가 아닐 수 없다. 오직 ‘슈즈’와 ‘장갑’만이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며 온몸의 파란 색이 레드카펫과의 색상과는 잘 매치될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맨몸으로 나다니기엔 조금 밋밋한데다 때는 엄동설한, 추운 겨울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소닉 언리쉬드’에서 소닉은 견딜만한 낮에는 맨 몸으로 다니다가 밤이 되면 털 가죽으로 무장한 ‘소닉 더 웨어호그’로 변신한다. 이러한 패션의 변화는 올 겨울 유행한다던 ‘퍼 볼레로’를 ‘레이어드’한데다 일본 여고생들의 상징이라는 루즈삭스를 매치한 그 모습은 일견 ‘로리’하면서도 ‘와일드’하여 ‘유니섹스’하면서도 ‘메트로섹슈얼’하다는 소닉만의 멋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할 수 있겠다.

▲ 햇볕이 따사로운 대낮에는 달리면 열이 나니까 맨몸으로 다녀도 괜찮다

▲ ‘소닉언리쉬드’ 이게 바로 엄동설한에도 풍속냉각에 의한 동상을 입지 않고 달리는 소닉만의 맛과 멋

다음 영광의 수상자는 바로 패션계의 원로 스네이크 옹이다. 스네이크 옹의 아버지 빅 보스 옹께서 몇벌의 군복을 군장 속에 꾸려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탈의한 것과는 달리 스네이크 옹은 최첨단 과학의 세례를 받아 모든 패션을 한 벌로 모든 것을 끝낸 멋쟁이 되겠다. 그가 착용하고 있는 옥토카모슈트는 접촉하고 있는 것의 형태로 변신이 가능하여 스네이크 옹에게 상황에 따른 환복의 번거로움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옷이다.

▲ ‘카무플라주’ 타이어모양으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자고로 옷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그 본래의 의도에 충실하여 패션에 구애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다. 패션을 초월한 패션리더라는 점이 필자의 까다롭지 않은 기준점을 통과하였다. 스네이크 옹은 장소가 어디라도 자신이 눕고 싶으면 눕고 엎드리고 싶으면 엎드리는 데다 옷에 무엇이 묻건 상관하지 않는, 실로 인위적인 가식을 싫어하는 노장사상의 영향을 받은 자연인이다. 그의 옷은 주인의 의사에 맞게 수시로 변신이 가능하며 머슬슈트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또한 주인공이 노인이란 것을 감안하였을 때 이 추운 엄동설한에 그토록 추운 곳을 돌아다녀도 춥다는 소리 한마디를 안 하는 것을 보면 보온 기능 역시 빨간 내복 뺨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옥토 카모슈트! 얼마나 실용적인가. 그런 의미에서 베스트드레스라고 칭해도 무방하리라. 자연히 베스트드레스를 입은 스네이크 옹은 베스트드레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네이크 옹이 다른 옷을 못 입는 것은 아니다. 스네이크 옹은 체격이 좋아 수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 중 한명이기도 하다.

▲ 그의 옷은 자유자재로 변신 가능!

▲ 이렇게 눈이 오는 가운데서도 스네이크 옹은 뼈마디가 시리지 않다

▲ 본격 노인간지

 

제목 없음 제목 없음

멋지긴 하지만 이래서 입고 다닐 수 있겠어

이제 베스트 드레서는 지나고 안타깝게도 ‘배드’ 드레서를 선정할 차례이다. 이들이 패션 감각이 없어서 배드로 분류되는 것은 절대 아니며 필자의 기준인 ‘실용성’ 측면에서 다소 모자라다는 판단을 내렸기에 ‘Bad' 로 분류하였다. ‘워스트’까지 갈 인물은 없기에 워스트드레서는 선정하지 않았다.

배드로 분류된 캐릭터는 ‘툼레이더’의 주인공 ‘라라 크로포드’이다. 라라 크로포드는 핫팬츠에 민소매 배꼽티를 입고 온 세상을 질주한다. 이 패션은 라라에게 너무도 잘 어울리는 패션으로 많은 남성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복장이기도 하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보자면 베스트드레서에 뽑힐 만한 라라 크로포드인 것이다.

▲ 어울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탐험가라는 라라 크로포드의 직업상 이런 핫팬츠와 민소매 배꼽티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름이라도 산에 갈 때는 긴 소매, 긴 바지가 필수인 것은 누구나 다 알만한 상식 중의 하나이다. 야외에서는 수풀에 긁혀 풀독이 오를 수도 있고 벌레나 동물로부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또한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체온유지를 위해서는 긴 소매, 긴 바지는 꼭 필요하다. 즉,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핫팬츠와 민소매 배꼽티는 권장할 만한 복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 바람직한 탐험복장이라면 역시 인디애나 존스

다른 배드 드레서는 ‘용과 같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키류 카즈마’ 이다. ‘키류 카즈마’는 일명 ‘도지마의 용’이라고 불리며 등에는 커다란 용의 문신을 새겨넣은 일류 야쿠자이다. 게임 ‘용과 같이’는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으며 우리나라 배우 공유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시대가 옛날인 ‘용과 같이 켄잔’을 제외하면 키류 카즈마는 모두 양복을 입은 채로 등장한다. 문제는 이 양복이 단 한 벌 뿐이라는게 문제다. 이 양복 한 벌은 키류에겐 전투복이자 일상복이자 작업복, 비옷을 겸한다.

▲ 지금은 전투복 모드

헌데 문제는 게임 내내 키류가 다른 옷을 입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다 싸울 때는 바닥을 뒹굴기도 하고 상대의 혈액이 튀기도 한다. 비가 올 때도 우산이나 비옷을 사용하지 않는다. 옷이 한 벌 뿐이라 아예 옷을 갈아입지 않는 다는 것인데 이는 위생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 특히 비 맞은 옷을 말리지도 않고 그대로 입고 다니면 이는 체온 유지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감기에 걸리기도 쉽고 타인의 혈액이 묻은 옷을 그대로 입고 다니면 감염의 우려까지 있으므로 건강에 매우 좋지 않은 사례라 하겠다.    

▲ 단벌신사, 운동할 때도 양복을 입는다

다음은 ‘파이널판타지7’의 주인공 ‘클라우드’이다. 클라우드의 복장을 굳이 흠잡거나 할 것은 없지만 다만 헤어스타일이 다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헤어스타일은 울트라 하드 왁스 한통을 다 쓰지 않고는 도저히 유지할 수 없는 헤어스타일이다. 딱히 그의 헤어스타일이 맘에 들지 않는다가 아니라 저렇게 머리에 많은 왁스를 발라 세팅을 하는 데는 시간도 많이 들거니와 세팅을 마친 후에는 머리를 자유롭게 움직이기가 어렵다는 점을 최대의 약점으로 들 수 있겠다. 이런 머리를 한 다음에는 행여 졸리더라도 침대로 뛰어들어 잘 수가 없다. 물론 엎드려서 잔다면 헤어스타일의 원형을 상당부분 유지시킬 수는 있겠으나 헤어를 위해 엎드려 자는 수고로움을 감수한다면 그것은 전혀 실용적이지 못하다. 행여나 베개를 베고 잤다가는 이상한 형태로 변화한 헤어스타일이 될 것임은 분명한 일이다. 만약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클라우드는 ‘GQ편집장’으로부터 심한 질타를 받을 것은 자명하다. 자고로 ‘GQ편집장’이란 사람은 싸구려 브리프케이스를 드느니 차라리 종이봉투를 들라고 했을 정도로 스타일에 민감한 편인데 클라우드의 떡이 된 헤어를 보고는 분명 냉철하고도 ‘쉬크’하게 “울트라 하드 왁스로도 세팅이 안 될 거면 차라리 반삭을 하는 것이 낫다.”라고 일갈 할 것이 분명하다. GQ편집장의 마음으로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적절히 머리를 좀 자르는 것이 활동에 보다 편하리라는 고언을 올린다.

▲ 세팅에만 40분 걸릴 헤어스타일

지금까지 게임 속 캐릭터들의 패션에 대해 실용성이라는 주제로 접근해보았다. 사실 게임 속 주인공들의 패션은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고 단지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옷과 패션은 어디까지나 그것을 착용한 사람을 위하여 기능을 하여야 한다는 것. 그것만큼은 지켜져야 할 원칙일 것이다. 독자여러분께서는 추운 겨울, 따뜻하게 챙겨입고 다니셔서 필자처럼 감기 걸리는 일은 없으시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6년 8월호
2006년 7월호
2005년 8월호
2004년 10월호
2004년 4월호
게임일정
202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