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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이 되고 싶다면 절대로 하지 마라! 폐인양성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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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짓이 없어서 집에서 장판 무늬나 세는 백수 여러분,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뭐 할까 고민이신 분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딴짓에 골몰인 학생들, 크리스마스에 아무것도 할 게 없어 고민인 사람들은 앞으로 소개할 게임을 하며 시간을 죽여보도록 하자.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하는 게임은 많은 사람들을 게임 중독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명성이 자자한 ‘악마의 게임’ 이다.

하지만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그외에 시험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에 나와 있는 게임은 절대로 하지 말기 바란다. 여기서 소개하는 게임들은 중독성이 너무 강해, 멀쩡한 사람의 사회생활을 파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여기 나오는 게임의 제목만 보고 절대로 플레이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미안해요... 난 이미 늦었어 

그러니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적절한 휴식과 사회생활을 취해주기 바란다. PC를 부셔버리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강력한 게임인지라, 게임하다가 죽어 신문에 나올 지도 모른다. 분명 필자는 경고했다. 다음의 게임을 플레이하다 생기는 당신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손해에 대해 게임메카는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자제력이 약하면 아예 하지 말자 -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시리즈

▲일러스트는 깔끔하지만 그 속은 끝없는 반복플레이의 연속이다

국내에도 한글화 되어 정식 발매(PS2)되기도 했던 이 RPG 게임의 별명은 ‘폐인전기 디스가이아’ 다.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을 감상하기 위해서라면 이 게임을 오래 잡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주요한 이벤트와 숨겨진 요소를 모두 보고 싶다면, 그때부터 이 게임은 ‘폐인전기’의 진면모를 보여줄 것이다.

▲이 말도 안되는 능력치를 보라!

이 게임이 ‘사람을 잡는’ 이유는 전승시스템과 아이템 때문이다. 전승을 하면 레벨업을 할 때마다 오르는 능력치에 보너스 포인트가 붙는다. 당연히 전승을 한 캐릭터와 안한 캐릭터의 차이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레벨의 한계(9999)가 올 때까지 계속 레벨업과 전승을 반복하게 된다.  

▲데미지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아이템마다 레벨의 개념이 있어서, ‘아이템계’라는 곳으로 따로 들어가 레벨업을 해야 한다. 게다가 여기에 나오는 ‘사도’ 라는 몬스터를 잡으면 아이템의 능력치를 추가로 올려준다. 이 ‘사도’의 보너스를 모아 뒀다가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옮기고,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다시 옮기고, 캐릭터 전승할 때가 되었으면 또 전승해주고… 이걸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게임 하는 기계’가 될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이따위로 살텐가?

턴제 전략은 실시간 전략보다 무섭다 -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3

▲우습게 보이겠지만 한번 하면 빠져나올 수 없다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이하 HOMM) 시리즈는 RPG게임 ‘마이트 앤 매직’ 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든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이다. 특히 이 시리즈의 3편은 최고 명작으로 불리우며 지금도 수많은 폐인들을 낳고 있다. 게임 자체는 간단하다. 고용한 영웅과 함께 자신의 진영에서 유닛을 생산해 상대방의 진영을 파괴하면 된다.

▲HOMM3 최강타운에 속하는 캐슬

▲유니트도 중요하지만 영웅의 마법도 잘 활용해야 한다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HOMM 시리즈의 턴제 전략이 지루할거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한 턴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이 제한되어 있으니 만큼 플레이어는 이동 하나에도 조심을 기울여야 한다. 내가 사냥을 나간 사이에 적의 영웅이 쳐들어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큰 사이즈의 맵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적어도 하루는 질리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싱글플레이가 이러니 멀티플레이는 더더욱 중독적이다. 아마 다음 턴만을 기다리며 전략을 짜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아침에 잡으면 다음 날 아침으로 순간이동 할 수 있는 무서운 게임. 만약 친구가 이 게임을 같이 하자고 추천한다면, 그 친구는 당신을 죽이려는 음모를 가지고 있음에 분명하다.

폐인 양성 게임의 어머니 -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

천재 개발자 '시드 마이어'(Sid Meyier)의 ‘문명’ 시리즈는 많은 게이머들에게 개발자의 꿈을 심어줬지만 그만큼 폐인도 많이 만들어낸 게임이다. 문명 시리즈 역시 HOMM과 같은 턴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판타지 세계에서 칼과 마법을 휘둘렀던 HOMM과 달리, 문명은 하나의 문명을 키워가면서 다른 문명과 대립한다.

▲무기 중에는 핵병기도 지원된다.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시계 기능은 좋은데 이게 게임중독을 방지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주선을 발사하여 승리하는 ‘문명’ 시리즈의 전통적인 승리 방법, 군사적으로 자기 외의 모두를 멸망시키는 방법, UN에서 지도자를 뽑는 외교적 방법까지 다양하다. 게임의 규모 자체도 크고 승리하는 방법도 다양한지라 수많은 전략이 가능하다. 바로 이 자유도 때문에 많은 플레이어들이 문명을 잡고 놓지 못하는 것이다. 최신작 문명 4에서는 문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시계표시와 알람기능까지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명에 빠진 사람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현실에서 ‘로그아웃’ 하는 가장 쉬운 방법 - 풋볼 매니저 시리즈

▲시리즈는 계속되왔지만 패키지는 한결같다

그러나 문명도, HOMM도, 마계전기 디스가이아도 ‘풋볼 매니저Football Manager’(이하 FM)에 비하면 그냥 ‘캐주얼 게임’일 뿐이다. 축구팬이라면 그 명성을 익히 알고있는 이 게임은, 93년부터 '챔피언십 매니저(Championship Manager)'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그때부터 축구팬들의 대다수를 게임 중독의 늪으로 빠뜨려버렸다. (2004년부터 풋볼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변경됨) 축구의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이 게임을 하느라 가정을 내팽개친 가장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영국에서는 이 게임에 과부 제조기(Widow Maker)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고, 급기야는 FM이 법정에서 공식적인 이혼 사유로 인정받고 있다.

▲외국사이트라고 꼭 믿을만한 리뷰를 하는 건 아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이 시리즈의 최신작 ‘FM 2009’에 대해, 미국의 게임사이트는 리뷰에서 이 게임을 혹평했다. “이 게임의 경영은 아주 인상적이다. 하지만 당신이 실제로 축구를 플레이할 수 없다는 것은 인상적이지 않다.“ 라고 말이다. 그것을 본 수많은 축구팬(물론 대다수는 영국인)들이 이 리뷰에 대해 항의했고, 그 사이트는 사과문을 낼 정도였다. 축구에 대해, FM에 대해 잘 모르는 리뷰어가 저지른 실수였다.

▲실제의 선수정보를 그대로 담고 있다.

▲'FM 2009'는 시리즈 최초로 경기화면이 3D로 나온다.

대체 뭔 게임이길래? 게임의 목적은 간단하다. 자신이 감독이 되어 축구팀을 운영하는 것, 그리고 그 팀을 최고의 팀으로 만드는 것뿐이다. 직접 축구를 하는 게 아닌데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묻지 마라. 그것은 이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다. 3부리그에 불과한 팀을 1부리그까지 끌어올려본 사람, 유망주를 내 손으로 키워낸 사람, 고액연봉의 선수를 영입해서 리그를 독식한 사람만이 이 게임의 재미를 논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계속 FM을 플레이하며 사회와 멀어져 가는 것이다.

당신이 FM에 중독되었다면 벗어나올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있다. FMM(Football Manager Modifier)이라는 에디터는 선수들의 능력치를 조정하는 툴이다. 이를 통해 선수들의 능력치를 높게 바꿔 리그를 우승해버리자. 더 이상 FM을 하기 싫어질 것이다.

하기 전에 한번만 더 생각을…

▲이런 사람만은 되지 말도록 하자

이렇게 사람을 게임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폐인 양성 게임’들은 정해진 엔딩이 없다. 공식적인 ‘끝’이 없다 보니 게임이 끝도 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게임들은 필수적으로 반복적인 플레이와 노력을 요구한다. 게다가 쉽지는 않지만 어렵지도 않은 난이도는 약간의 진입장벽만 통과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보니 보통 이런 게임들은 시뮬레이션쪽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혹시나 주변인이 이런 게임들을 하자고 하면 무조건 주의하라. 여기에 나오지 않은 게임이라도 시뮬레이션의 요소가 담겨 있다면 일단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들 게임을 소개한 이유는 남아도는 시간을 죽이기 위함도 있지만, 미리 위험성을 알려 더 이상의 중독자가 늘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꼭 이 게임을 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자기관리 능력이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본 다음에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더 이상 게임중독자를 양산하고 싶지 않다. 하물며 게임메카가 게임 중독자를 양산하는 곳으로 낙인찍히게 하고 싶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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