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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내 돈 내놔! 한정판 구매자들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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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한정판 패키지는 정품 패키지의 가치를 높이고, 정품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게임 제작사의 주요 전략이다. 한정된 수량만 생산하여 희소가치를 만들어내고, 거기에 한정판 사용자들에게 주는 특전을 통해 그들을 유인하는 것이다. 이런 한정판의 가치를 노려, 한정판을 사재기 한 뒤 비싼 값에 되파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한정판 특전에 실용성은 무의미하다

게임의 재미도 재미지만, 한정판에 들어가는 이른바 ‘특전’은 그 한정판의 가치를 가늠하는 요소가 된다. 보통은 OST, 설정집, 머그컵, 전화카드가 특전으로 들어가지만, 도저히 목적을 알 수 없는 특전을 넣어주는 경우도 있다. ‘브로콜리’ 에서 만든 게임 ‘프린세스 콘체르토’의 한정판은 특전으로 드레스를 넣어줬다고 한다. 이 드레스는 게임의 히로인 ‘플로라’가 엔딩에서 입었던 디자인의 드레스로, 이 드레스가 들어간 한정판의 가격은 10만엔(한화 150만원)에 육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린세스 콘체르토’의 한정판은 성공적으로 팔려나갔다고.


▲또한 한정판 패키지에는 만화와 원화가 '코게돈보'의 사인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한정판이 구매자들을 만족시키는 건 아니다. 한정판이라는 것만 믿고 주문했는데, 부실한 특전으로 구매자들을 울게 만든 게임들도 있다. 일반판보다 더 비싼 값이라면, 그만한 퀄리티를 보장해야 하지 않을까? 본 기획에서는 구매자의 기대를 배신한 한정판 특전과, 그 한정판 발매를 둘러싼 잡음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꿈에서 볼까 무서운 피규어


▲앞으로 나올 사진을 보기 전에 눈 정화 한번 합시다. 먹을 것이 있다면 빨리 삼키시길.

특전으로 받은 물건이 형편없는 퀄리티를 자랑하는 사례 중 하나로는 ‘사신 못코스’ 가 있다. PS2 게임 ‘제노사가 에피소드2 선악의 피안’의 한정판에는 작중의 캐릭터 ‘KOS-MOS’의 피규어가 동봉되어 있다. 그런데 이 피규어가 원래의 ‘KOS-MOS’의 모습과는 심히 달라서, 일본의 게이머들이 충격받은 것이다. 원본과 비교하며 피규어를 보도록 하자.


▲설마 위 사진이 원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

결국 이 피규어는 일본에서 ‘사신 못코스(死神モッコス)’ 라 불리며 괴악한 피규어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 이후로 한정판 피규어에서 이런 식의 형편없는 피규어가 나오면 ‘사신’ 이라는 별명이 붙는다고 한다.

종이스피커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오른쪽 아래 문구에서 눈치챘어야 한다.

‘DJMAX Portable Black Square Edition’(이하 BS)역시 한정판 구매자들을 제대로 ‘낚은’ 사건이다. 제작사 펜타비전은 ‘BS’의 한정판의 특전으로 OST, 비주얼북, 반다나, ‘Son of Sun’(게임 음악) 특별 선물, 그리고 휴대용 스피커를 동봉한다고 발표했다. DJMAX 시리즈의 팬들은 물론이고, 이 한정판을 되팔아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들까지 한정판을 구하기 위해 몰려들어 판매를 개시한지 10분도 안되어서 BS의 한정판은 모두 매진되었다고 한다.


▲공짜 스피커가 생겼다는 것 외에 별 의미는 없다

그러나 며칠 후 구매자들에게 배송된 한정판 패키지는 그들을 ‘충격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예약시의 상품 광고와는 달리, 한정판 특전 스피커는 엉성하게 만들어진 종이 스피커에 불과했다. 얼마나 안좋은지 PSP내장 스피커보다 성능이 낮다고 할 정도였다. 사진의 반질반질한 하이그로시(고광택) 스피커는 어디로 가고 종이로 만들어진 친환경적(?) 스피커가 왔단 말인가.

물론 이미지 오른쪽 하단의 ‘상기 상품은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을 생각해보면, 이런 사태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또한 잘 생각해보면 7만원 남짓한 한정판에 제대로 된 스피커가 나올 수도 없는 일이다. BS의 한정판을 구매한 사람들이 한정판 스피커에 기대를 많이 한 나머지 실망한 사건이라 생각하고 싶지만, 그렇다면 이 ‘종이스피커’에 대한 어떠한 해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사라진 170명의 한정판 틴케이스는 어디로 갔나?

이제부터는 엉망진창인 한정판 특전을 넘어 판매와 유통에 관련된 문제로 넘어가보자. 발매 당시부터 XBOX 360 최대의 화제작이었던 게임 ‘기어스 오브 워’ 는 한국에서 자막 한글화로 발매되었다. ‘기어즈 오브 워’의 한정판은 틴케이스(양철)로 제작되어 1000개만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이 모든 한정판이 제대로 배송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정판 1000개 중 170여개가 배송 중 사고로 완벽하게 파손되었다는 것이다. 170명에게 다시 제작해서 보내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이를 배급하는 총판쪽에서는 그 170명의 명단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하여 구매자들의 속을 태우고 말았다.


▲결국 그 170명중 이 케이스를 받은 사람은 몇명 되지 않는다.

구매자들의 항의 끝에, 총판에서는 보상을 결정했다. 초기에 결정된 보상은 기어즈 오브 워 + XBOX 360게임 하나 + 기어즈 오브 워 티셔츠 + 기어즈 오브 워 틴케이스였으나, 이후 틴케이스 제작에 난색을 표하며 다른 대책을(위닝 일레븐 10/화보집+제작DVD+특제박스/단독 틴케이스 중 택일) 내새웠다. 많은 사람들이 ‘위닝 일레븐 10’을 받는 선에서 이 사건은 마무리되지만, 정말이지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을까?

마그나 카르타 한정판 : 종이 상자의 재활용

우리에게 ‘창세기전’ 시리즈로 익숙한 소프트맥스 역시, 한정판과 관련해서 실수를 저질렀던 것으로 유명하다. ‘마그나 카르타 : 진홍의 성흔’ (PS2) 의 한정판은 목제 케이스, 일러스트북, 오리지널 시계, 메이킹 DVD, 화보집을 예약특전으로 내걸었다. 특히 목제 케이스는 수량한정 시리얼 번호가 새겨져 있어 한정판의 가치를 더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만들다 말았다' 라는 별명의 이 게임은 결국 한정판까지 '만들다 말았다'.

그러나 한정판을 개봉한 구매자들은 약속한 케이스가 목제가 아닌 종이 재질이라는 사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스에 새겨져 있다는 수량한정 시리얼 번호 역시, 스티커를 케이스 안쪽에 붙인 것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 케이스가 다른 박스를 재활용해 만든 것임이 밝혀지면서 문제는 더더욱 커지게 되었다. 다른 것도 아닌 한정판 케이스가 재활용 종이상자라면 느긋하게 이해해 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케이스가 찢어지고 특전들이 파손된 경우가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소프트맥스는 교환을 요구한 회원들에게 vip 회원증을 나눠주지만, VIP회원이 된다고 해서 무슨 혜택이 생기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관계로, 결국 아무런 의미없는 보상이 되어버렸다.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까지 한 ‘진여신전생 3 : 녹턴’


▲사상 최악의 한정판

그러나 ‘마그나 카르타’ 한정판의 발매는 ‘진여신전생3 녹턴’(이하 녹턴)에 비하면 건전한 편이다. ‘녹턴’의 한정판은 국내에서 발매된 게임 사상 최강최악의 한정판 발매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2003년, 유통사 ‘캔디글로벌미디어’(이하 캔디)는 ‘녹턴’ 한정판의 발매를 알리며 특전으로 일본에서 발매된 스페셜 DVD ‘창조의 궤적’ 을 추후 교환할 수 있는 교환권, 설정집, 피규어, OST, 티셔츠, 목걸이를 약속하였다. 그래서 여신전생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들은 9만9천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녹턴’의 한정판을 샀다.

그러나 팬들의 기대를 받으며 나온 한정판은 그들의 기대를 실망시키고 말았다. 배송이 늦어지는 문제는 한정판 특전의 품질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안내 매뉴얼은 오탈자로 가득한데다가 인쇄상태도 좋지 않았고, 배송받은 한정판 케이스와 피규어가 훼손됐다는 사람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본에서 발매된 DVD ‘창조의 궤적’의 교환권이었다. 원래는 이 DVD를 국내에서 번역해서 교환권을 가진 사람에게 줄 예정이었지만, 저작권과 심의 문제로 인해 120분 분량의 DVD가 30분으로 줄어버린 것이다. 캔디에서는 이에 대한 보상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기획한다 하였으나, 미리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건을 팔았으므로 사실상의 사기였다.


▲보상으로 줬다는 피규어의 사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팬들은 소비자보호원에 이의를 신청했으나, 캔디에서는 라이센스와 보상을 해주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대충 대충 넘어가기에 바빴다. 그리고 그 보상품 역시 ‘녹턴’의 구매자들과 사전 협의 없이 멋대로 정한 것이었다. 그렇게 나온 보상품인 피규어 마저도, 300원짜리 뽑기 장난감에 불과할 정도로 최악의 질을 자랑했다. 1년 가까운 항의 끝에 얻은 것이 겨우 싸구려 피규어에 불과했으니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그러고서도 ‘한정판 유저에게만 준다’던 그 피규어가 후속작인 ‘녹턴 매니악스’ 의 예약특전으로 나왔으니 속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현재 캔디는 게임사업을 접은 상태이지만, 이 사건은 아직도 한정판 구매자들의 ‘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소비자는 봉이 아니다


▲왜 내 돈주고 샀는데 이 꼴을 당해야 하는지..

일반판과 달리, 한정판을 사는 사람들은 진짜로 그 게임을 좋아해서 사는 충성스러운 팬들이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VIP(Very Important Person)’ 인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사는 자신들의 패키지에 정성을 다해서 이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하겠다. 한정판 패키지를 엉망으로 해서 낸다면 그것은 패키지 구매 의욕을 저하시키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비싼 돈을 주고 산 게임 한정판이 엉망진창으로 온다면 누가 사겠는가? 한정판을 발매하려는 제작사는 이 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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