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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게임, 뻔한 법칙 그리고 대박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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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드라마는 유사한 점이 많다. 현대의 게임은 스토리를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드라마 못지않은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짬은 물론 멜로요소의 삽입에 현란한 볼거리까지 점점 드라마화 되어가고 있다. 이렇듯 게임과 드라마는 서로 닮아 있다. 오늘은 드라마를 통해 게임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게임에도 시즌제(?)의 법칙이

미국드라마 흔히 줄여서 미드라고 하는 드라마들의 특징은 탄탄한 대본과 스토리를 특징으로 제작되며 시즌제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 이 시즌제는 현재 여러 나라의 드라마들도 채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새의 게임들은 마치 이 시즌제처럼 시리즈 넘버를 늘려간다. SCEA에서 개발한 액션 게임 ‘갓 오브 워’ 시리즈는 마치 시즌을 따르듯이 1편, 2편을 발매했으며 지금은 3편이 개발 중이다. 얼핏 미드 ‘ROME'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게임은 1편에서는 전쟁의 신 ‘아레스’ 를 상대하고 2편에서는 ‘제우스’를 상대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왔으며 다음 편에서는 누구를 상대할 것인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것은 마치 인기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의 이어지는 시즌전개 방식과도 유사하다.

▲ 프리즌 브레이크

이러한 양상은 일본드라마, 일드에서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일드 역시 시즌제를 따르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은 게임인 ‘용과 같이’에서도 보인다. ‘용과 같이’ 역시 외전인 ‘용과 같이 켄잔’을 제외하고는 1편 2편에 거쳐 이어왔으며 3편에서도 새로운 에피소드와 이야기로 흥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 용과 같이3 전편의 히로인 카오루도 등장한다

온라인 게임이라고 다르지 않다. 인기게임 ‘리니지’의 경우도 ‘리니지2’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십이지천’도 ‘십이지천2’를 서비스하고 있고 ‘홀릭’ 역시 ‘홀릭2’를 서비스한다. 전편의 장점은 살리고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추가해서 유저들에게 서비스하는 것은 시즌제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 하다.

▲ 리니지3는 언제쯤 나올 것인가

대박드라마의 공식은 게임에서도

보통 드라마는 초반에 인기몰이를 하면 시청자들은 보던 맛에 계속 보게 된다. 각종 사극들이 이러한 전차를 밟아왔다. 예를 들어 ‘연개소문’ 이나 ‘대조영’ ‘천추태후’ 같은 사극들은 1회에 강렬한 전투씬이나 화끈한 볼거리를 삽입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극도로 긴장될만한 상황을 보여줌으로 시청자들에게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함을 유발했다.

▲ 대조영, 대규모 전투씬은 사극 1회에 빠질 수 없는 장면이다

▲ 주몽 금와와 해모수의 현란한 결투씬은 주몽이 시청률을 확보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다

이렇게 초반에 모아진 관심과 인기를 가지고 종영까지 몰고 갈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다. 게임 역시 마찬가지이다. 초반부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 플레이어는 일단 게임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게임을 붙든다. 초반에 약간 재미가 없더라도 첫인상이 강렬하다면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각 게임들은 초반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여러 게임이 인트로 무비의 덕을 본 바 있다. 기사를 읽는 여러분들도 인트로 무비의 화려함에 반해 게임을 시작한 일이 있으시리라.

▲ 귀무자, 6분간의 엄청난 CG

 

드라마와 게임의 뻔한 법칙

우리가 흔히 보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흥분을 하여 이상스런 행동을 할때 주인공의 친구 내지는 가까운 인물은 주인공을 돌려세우며 이렇게 말한다.

“너 답지 않게 왜 이래?”

뻔한 질문에는 뻔한 대답이다.

주인공은 질문자를 분노의 눈빛으로 쳐다보며 일갈한다.

“나 다운게 뭔데?”

한국에서 드라마 5년 이상 본 사람들 중 이 문답을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너무도 뻔하지만 으레 드라마니까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게 되는 일들은 다반사이다. 하나만 더 예를 들자면 드라마에서 여자들끼리 카페에서 대화를 하면 꼭 한명은 물을 상대방의 얼굴에 끼얹고 나가는 거 정도일 것이다.

▲ 물벼락, 요즘은 카페뿐 아니라 집안에서도 뿌려줘야 한다

게임에서도 이러한 눈에 보이는 설정은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친구, 애인 혹은 가족의 납치는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다. 마리오의 경우에 피치공주는 밥먹듯이 납치당했으며 ‘파이널파이트’의 싸움도 납치된 사람을 구하기 위한 싸움이다. ‘용과 같이’의 키류 카즈마 역시 주변인들이 납치를 당한다. 납치사실을 알게된 캐릭터들은 대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직접 구하러 나선다.

▲ ‘파이널파이트보스’, 시장인 해거의 딸 제시카가 납치를 당한다

또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렵지만 드라마니까 하며 넘어가는 사례 또한 많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주차공간을 찾지 못해 주차장을 빙빙 돈다던지 택시를 잡지 못 해 오랜 시간 발동동 구른다던지 하는 일은 전혀 없다. 또한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의 다급한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불법유턴을 일삼는다. 신호위반을 하건 역주행을 하건 여주인공에게 달려가는 남주인공에게 경찰이 딱지 떼는 일은 한 번도 본일이 없다. 시청자들은 저런 것은 말도 안된다고 여기지만 “드라마니까” 하면서 너그러이 봐준다. 만약 남주인공의 차가 불법유턴을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경찰이 딱지를 뗀다면 또 거기서 남주인공이 싼 걸로 끊어달라며 사정과 읍소하는 모습을 보이면 얼마나 ‘모양’ 빠지는 일이겠는가.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그런 장면을 넣지는 않는 것이라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 공중파에서 붕가붕가 운운하며 남주인공의 모양을 눈에 띄게 빠지게 한 사람도 없지는 않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대전액션이나 횡스크롤 액션 게임에서의 ‘날아차기’ 데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보통 대전액션, 횡스크롤 액션에서 날아차기의 데미지는 몹시도 박한 편이다. 태권도장이나 격투기 도장을 다녀본 이라면 누구나 다 알 것이지만 펀치보다는 킥의 데미지가 더 큰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물며 날아차기라하면 자신의 체중을 다 실어 한 점에 그대로 집중시키는 강력한 기술로 그 강력함은 제자리에서 치는 펀치나 킥 보다 못할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액션게임에서는 날아차기의 영향력을 극도로 제한한다. 왜일까.

만약 실제를 그대로 반영해서 날아차기 데미지를 펀치나 킥 보다 후하게 쳐주면 펀치, 킥 콤비네이션 보다는 날아차기만 지속해서 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게임의 재미는 반감되고 만다.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는 날아차기의 데미지를 줄일 필요도 있는 것이다.

▲ 날아차기, 데미지를 입히기 보다는 견제용으로 유용하게 쓰인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액션게임에서 총과 칼의 데미지이다. 실제로 총과 칼에 맞는다면 그것은 매우 치명적인 데미지를 준다. 단번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다 해도 총이나 칼에 의한 피격은 인체에 매우 큰 쇼크를 주기 때문에 한번 맞으면 거의 전투불능에 빠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게임에서 이런 법칙은 무시되기 마련이다. 실제로는 말도 안된다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아무도 자신의 캐릭터가 칼 한번 맞았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죽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게임에서는 날아오는 칼을 주먹으로 쳐내거나 총알을 쇠파이프로 쳐내는 것이 당연시되는 게임도 있다.

▲ ‘용과같이2' 총맞고 죽는 것은 오직 이벤트에서만

▲ 이게 바로 쇠파이프로 총알 튕겨내는 그 게임

게임도 조기종영은 못 피해

드라마의 경우에는 시청률이 잘 안나오면 전개되는 스토리를 후다닥 서둘러 봉합하고 얼른 끝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조기종영이라 부른다. 조기종영이라는 서글픈 운명은 드라마들만 맞게 되는 것은 아니다. 게임 역시 그러한 슬픈 운명을 공유하는 게임들이 있다.

▲ 원래 100회 기획이었으나 70회로 종영된 영웅시대

본래 어느 제작사나 게임 서비스를 시작할 때 대박을 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리라. 그러나 일이 여의치 않게 되어 부득이하게 서비스를 종료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바로 게임계의 ‘조기종영’이라고 할만 하겠다. ‘익스트림사커’, ‘W 베이스볼’, ‘라이딩스타’, ‘SP JAM’, ‘라카산’, ‘바디첵’, ‘프리즈온에어’, ‘우당탕탕 대청소’ 등이 조기종영이라는 슬픈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게임과 드라마의 유사점에 대해서 한번 짚어보았다. 현대는 문화콘텐츠간 융합이나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시대이기 때문에 영화, 드라마, 게임, 만화 등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상호 작용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따라서 게임은 점점 드라마화 되고 드라마는 게임적 요소를 받아들이는 것도 당연시될 수 있다.

▲ 드라마 주몽에서 비금선 신녀는 주몽에게 퀘스트를 하나씩 부여하는 역할을 했었다

앞으로도 게임과 드라마는 점점 유사한 형태로 변화해갈 것이며 언젠가는 대형 RPG게임을 기반으로 한 대하드라마도 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와 게임은 결국 사람들을 만족시키고 즐거움을 준다는 면에서 궁극적으로는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단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수동적(TV를 보는 동안 시청자는 극의 흐름에 개입할 수 없다. 그렇지만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의견표현이 가능하다)이고 게임은 상대적으로 능동적(플레이어도 제작자가 정해놓은 스토리의 흐름은 바꿀 수 없다. 정해진 스토리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수동적이다)이라는 면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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