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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에서 발견! 게임 매니아 코드-빅뱅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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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단어 중에 너드(nerd)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바보, 머리는 좋은데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을 일컫는 단어라고 한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약간 나사가 빠져보일수도 있는, ‘떨어지는 현실감각’에 대한 이유는 ‘취미생활에 대한 깊은 몰두’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너드라고 칭해지는 사람들의 취미생활은 각종 만화, 게임, 영화 등에 심취해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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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너드라고 할 수 있는 ‘제임스 롤프’. 너드에 첨가된 돌+I컨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저쪽 물 건너 섬나라 말로는 오타쿠 정도에 해당하는 말이 바로 너드라고 할 수 있으며, 국내에서는 전문용어로 ‘양덕후’(서양+오덕후)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이번 기획에서 소개할 미국 시트콤인 ‘빅뱅이론’은 이러한 양덕후…아니 너드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코메디 드라마 프로그램이다.

빅뱅이론? 그게 뭐냐?

빅뱅이론은 너드 속성을 가진 공대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공대생 너드들을 잠시 소개하자면, 개중 (그나마) 정상적이지만 소심한 성격의 레너드, 강박에 가까운 깐깐함을 보여주는 쉘든, 여자만 보면 사죽을 못쓰는 유태인 왈로위츠와 반대로 여자만 보면 굳게 입이 닫히는 인도인 유학생 라지로, 저마다 뚜렸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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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부터 좌측으로 레너드, 쉘든, 왈로위츠, 라지.

얼핏 보면 다들 괴이하고 나사가 하나 이상은 풀려 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따지고 보면 ‘엄마친구아들’급의 존재들로, 대부분 정규 교육과정을 조기에 끝마치고 일찌감치 석사, 박사가 된 엘리트들이다. 그래서 공부하러 학교에 다니는게 아니라 연구하러 학교에 출근하는, 허술해 보이지만 실상은 엄청 잘난 녀석들이다. 그리고 이런 너드들의 세계와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쌓고 지내는 페니가 이들의 이웃이 되면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과 사고들이 빅뱅이론의 중심 스토리이며, 가장 큰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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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 쪽의 아시아 요리를 즐겨 먹는다.

또한 천재 공대생+너드의 특이한 캐릭터들이 주로 등장하기 때문에, 공대생이 아니라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전문용어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너드들을 상징하는 만화, 게임 등과 같은 컨텐츠들도 공대용어 못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때문에 국내 게이머들도 이 시트콤을 보면서 한 번쯤 접해봤을 게임들이 대다수가 등장하며, 본 사이트의 성격인 게임웹진의 방향에 걸맞게, 이번 기획에서는 빅뱅이론에서 등장하는 각종 게임들과 그에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모아보는 페이지를 준비해보았다. 작게는 몇 초 정도 지나가는 장면부터 크게는 한 에피소드의 내용이 되는 이러한 게임 관련 에피소드들은, 빅뱅이론을 본 독자 제위 여러분들은 물론, 보지 않은 분들도 충분히 흥미를 가질 만 한 내용들일 것이다.

댄스 댄스 레볼루션 유니버스2

‘DDR’이라는 약칭으로 친숙한 ‘댄스 댄스 레볼루션’은 빅뱅이론 1시즌 2화에서 등장했으며, 빅뱅이론에서 가장 처음 등장한 게임이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체감형 게임시장을 본격적으로 활성화시킨, 게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대형 오락실들을 중심으로 체감형 게임열풍이 불었을 때 펌프와 함께 그 중심에 있어서 많은 게이머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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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스텝 열심히 밟는 왈로위츠의 앙상한 다리와 장판은 나오지만 게임화면이 나오진 않았다.

작중 게임의 플레이 화면이 나오진 않았지만, 빅뱅이론에서 주로 XBOX360게임이 많이 등장하는 만큼, 본 게임은 XBOX360으로 출시된 ‘댄스 댄스 레볼루션 유니버스2’로 추정된다. 본편에서는 단지 몇 초 정도 지나가는 장면으로 나오지만, 내가 아는 게임, 혹은 해본 게임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은 꽤 반갑고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불타는 성전

혹시 웹 서핑을 하면서 네 명의 외국인들이 노트북으로 ‘와우’를 하는 내용의 짧은 플래시 클립을 본 적이 있는가? 이 장면은 빅뱅이론 1시즌 3화의 오프닝에서 등장하는 장면이다. 해당 장면은 2분 정도의 짧은 분량이지만, 일련의 MMORPG에서 접할 수 있는 동료들의 우정과 배신 등을 함축하는 동시에 북미 게이머들의 현거래 실태를 드러내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해당 편이 방송된 시기로 미루어 보면 ‘리치왕의 분노’ 서비스 이전인 ‘불타는 성전’ 때의 플레이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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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장면! 빅뱅이론의 명대사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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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든 북미든, 현질앞에 장사없는 것은 마찬가지인 듯 하다.

하지만 ‘와우’를 조금이라도 즐겼던 유저들은 약간 허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베이에 올라갈 정도의 고가 아이템이라면 획득 시 귀속일테고, 당연히 이베이에 올리지도 못한다. 게다가 아제로스의 검이라는 무기 자체도 불명확하다.)하지만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대상들이 이 게임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접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포함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위와 같은 묘사는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핵심전달이 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중요한 건, RPG의 본래 의미인 역할놀이에 충실한 나머지 먹튀를 한 쉘든과, 그걸 이베이에서 즉시구매를 한 왈로위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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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베이를 장물사이트로 만들어버렸냐?

헤일로3

빅뱅이론에서 등장하는 공대생 너드들의 수요일은 ‘헤일로의 날’이라고 지정되어, 그날 저녁은 모두 모여 헤일로를 즐기는 데 시간을 쏟는다. ‘헤일로’역시 ‘DDR’과 ‘와우’처럼 게임 화면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작중에서 그들이 플레이하는 게임이 ‘헤일로3’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위의 ‘헤일로의 날’이라는 설정 때문에, ‘헤일로3’는 빅뱅이론에서 심심찮게 활용되는 소재이기도 하며, 처음으로 게임의 비중이 높은 에피소드에서 다뤄진 게임이기도 하다. 또한, 인지도가 낮은 게임은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헤일로3’의 등장은 북미 게임시장에서 ‘헤일로3’가 어느 정도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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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든은 헤일로3의 플레이에 대해 경고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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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에게 집중적으로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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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는 남자! 여자보단 헤일로3! 이게 이들의 사고방식이다.

‘헤일로3’는 1시즌 7화에서 처음 등장하며, 여기서 페니가 가진 게임에 대한 비범한 소질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여자보다 ‘헤일로3’가 더 좋은, 헤일로를 향한 너드들의 일편단심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1시즌 16화에서는 시한부 소년과의 1:1 대결에서 무자비하게 실력을 발휘하는 레너드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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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소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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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심없는 플레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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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은 헤일로의 날! 일요일은 인스턴트 짜장라면 요리사!

Wii 스포츠

빅뱅이론에서 PC, XBOX360으로 출시된 게임들은 제법 많이 등장하는 편이지만, 타 기종의 콘솔 게임의 등장은 그리 많지 않다. PS3은 작중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었고, PSP는 2시즌에서 찰나로 스쳐 지나가는 딱 한 장면만(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언급되지도 않는다) 나온 것을 미루어 보면 타국의 콘솔은 이들에게 큰 흥밋거리가 되지 않는가도 싶다. 하지만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닌텐도의 콘솔기기인 Wii은 PS3과는 달리 빅뱅이론에 등장, 어느 정도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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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빅뱅이론에서 소니만 찬밥취급을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너드들이 Wii로 플레이하는 게임은 ‘Wii 스포츠’로, 1시즌 15화와 2시즌 11화의 두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다. 각각 위 스포츠에 있는 복싱과 볼링을 즐기는 장면이 나오며, 작중 최초로 게임의 플레이화면이 비춰지는 게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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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동안 잡힌다.

특히 2시즌 11화에서 너드들이 실제 볼링 팀처럼 유니폼을 갖추고 게임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RPG(역할수행놀이)를 어디서나 실천하는 대인배 너드의 기질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 실력이 어떤지는 꼭 언급하고 싶지 않은 정도이긴 하다. 게임이라는 건 꼭 잘 해야 재미있는 건 아니다. 물론, 잘 하면 더욱 좋겠지만 옛 말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모든 단계의 최상위는 ‘즐기는 자’라는 점을 명심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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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임하는 바람직하고 개념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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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게임은 ‘즐기는’ 것이다.

테트리스

구 소련의 프로그래머 알렉세이 파지노프가 만든 게임인 ‘테트리스’는 이제 비디오/PC게임계의 장기나 바둑, 체스와 같은 포지션을 굳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 ‘테트리스’는 한게임을 통해 국내에 서비스되고 있으며, 라이트 유저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빅뱅이론에서는 1시즌 16화에서 처음 등장하며, 일반인처럼 평범하게 ‘테트리스’를 즐기는 것이 아니다. 우리 너드들은 ‘테트리스’와 팔씨름을 접목시켜 ‘트레슬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지성과 완력의 동시대결’이라는 그럴듯한 모토와 함께 주위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즐기는 대인배적인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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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이 저랬으면 모르는 사람인 척 했을 것이다.

슈퍼마리오 64

닌텐도의 밥줄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닌텐도 64 버전이다. 기존의 슈퍼마리오와는 달리 3D 필드에서 즐기는 ‘슈퍼마리오’ 시리즈이며, 닌텐도 DS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빅뱅이론에서는 2시즌 2화에서 복도로 쫓겨난 쉘든이 에뮬레이터로 플레이하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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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랑 방에서 데이트하는 레너드, 데이트약속이 있어서 나가는 중인 페니, 그리고 복도에서 슈퍼마리오 64를 하고 있는 쉘든. 아 잠시 눈물좀…

쉘든 본인은 여자에게 전혀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복도로 쫓겨나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서 ‘슈퍼마리오 64’를 즐기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황조가를 읊던 유리왕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착각이 일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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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할꼬 이내몸은 뉘와함께 돌아갈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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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남의 일 같지가 않아 그저 슬프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다음주가 3월 14일이다.

에이지 오브 코난

‘에이지 오브 코난’은 펀컴에서 개발된 MMORPG로, 독특한 전투 시스템을 앞세워 북미 출시 당시 엄청난 인기로 ‘와우’의 아성을 잠시나마 위협했던 게임으로 유명하다. 또한 네오위즈와의 퍼블리싱 계약 체결로 국내 서비스가 예정되어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빅뱅이론에서는 2시즌 3화에서 등장하며, 앞서 ‘헤일로3’ 부분에서 언급했던 페니가 가진 게임소질이 여기에서 크게 폭발한다. 또한 여태까지 등장한 에피소드 중 게임의 비중이 가장 큰 게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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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이때까지만 해도 양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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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이젠 누가 봐도 절대로 양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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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 오브 코난에서 왈로위츠(왼쪽, 등짝만 보이는 남자캐릭터)의 수작에 넘어가는 페니.

리니지2

앞서 소개했던 게임들과는 다르게 ‘리니지2’의 경우는 플레이하는 장면이나 게임 화면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2시즌 12화에서 등장하며, 게임 좀 해봤다 싶은 한국 게이머라면 왈로위츠의 방문과 벽에 붙여놓은 ‘리니지2’ 포스터를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플레이를 하는 장면이나 화면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국산 게임의 흔적을 발견하는 것은 놀라우면서 재미있고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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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와 왈로위츠 뒤에 붙어있는 포스터가 보이시는가?

기타히어로: 월드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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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 and Roll!!!

위 장면을 얼핏 보면 집에서 밴드연습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건 밴드 연습이 아니라 바로 네버소프트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리듬액션 게임인 ‘기타히어로’ 시리즈인 ‘기타히어로: 월드 투어’의 게임 장면이다. ‘기타히어로: 월드 투어’는 기존의 기타히어로 시리즈가 기타 연주에 그 초점이 맞춰졌던 것에서 좀 더 확장된 형태로, 드럼과 보컬파트의 추가로 좀 더 그럴듯한 모습의 밴드를 구성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 장면은 2시즌 15화의 오프닝으로 등장하며, 보컬 파트를 맡은 라지의 행동변화가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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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3초 후, 페니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특이한 취미에서 일반적인 여가생활로의 자리매김

현재 게임이 가진 인식이나 사회적 파급력은 필자가 어렸을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빅뱅이론에 등장한 여러 게임들을 통해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빅뱅이론에서 등장하는 게임 관련 분량들은 몇 분 정도의 길이로 대체로 짧은 편이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던 여러 가지 게임들이 반영된 것을 보면, 소수만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형태에서 확실히 벗어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접해서 공감이 가능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류가 즐거움을 추구하는 한, 게임은 점점 발전해 나갈 것이고, 그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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