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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문화적 차이에 따른 게임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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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영화 프로그램이 영화의 포스터가 개봉하는 국가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수정된다는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여름에 개봉한 .아이.: 전쟁의 서막의 경우, 북미 버전 포스터에서는 줄곧 가면을 쓴 채 출현한 배우 이병헌이 국내 버전에서만큼은 가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것을 들 수 있다. 이처럼 똑같은 영화의 포스터라도 국가의 문화적 특성이나 특정 배우의 인지도에 따라 조금씩 수정된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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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 아이. 조의 국내판 포스터(좌)와 영문판 포스터(우), 차이는 바로 이병헌의 얼굴 공개 여부

게임도 영화와 마찬가지이다. 영화에서 포스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의 박스아트도 발매되는 국가의 문화적인 상황이나 게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따라 조금씩 수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혹자는 게임을 포장하고 있을 뿐인 박스아트의 중요성을 일축할 지 모른다. 그러나 패키지 게임에 있어서 박스아트란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어떤 게임들은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름을 바꾸어 발매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각 지역 유저들의 성향/취향에 맞춰 각각 다른 디자인으로 출품된 박스아트들과 불가피하게 제목을 수정해 발매할 수밖에 없었던 게임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차이점을 살펴봄과 동시에 어째서 이러한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이유도 각국의 문화적 상황에 맞추어 간단하게 살펴볼 예정이다.

파이널 판타지 13 - 이름값으로 승부하는 일어판 VS 비주얼을 강조하는 영문판

오는 12 17일 일본 현지에서 PS3 버전으로 먼저 발매되는 파이널 판타지 13’은 일본어 버전과 영문 버전의 박스아트 역시 각각 다르게 디자인된다. 우선 일본어 버전의 박스아트는 새하얀 바탕에 파이널 판타지 13’을 상징하는 로고를 크게 중앙 쪽에 배치하여 전체적으로 깔끔하다는 인상을 풍긴다. 반면 북미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발매되는 영문 버전의 경우, 로고를 하단으로 내리고 그 위에 주인공 라이트닝의 비주얼을 전면적으로 내세워 매우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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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값으로 승부하는 깔끔한 일문 버전 박스아트(좌)와 라이트닝의 화려한 외모를 앞세운 영문 버전 박스아트(우)

이처럼 박스아트를 통해 나타난 차이점은 각국 유저들이 게임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바를 시사하고 있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일본어 버전의 경우, 유저들이 파이널 판타지라는 브랜드 자체에 갖는 기대감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군더더기 없이 타이틀만을 강조한 깔끔한 디자인이 화려한 디자인보다 설득력을 얻는다. 쉽게 말해 아무런 부가 요소 없이 타이틀의 이름값만으로도 일본 유저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제작사, 스퀘어 에닉스의 자신감이 서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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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내에서 '파이널 판타지'는 그 이름과 특유의 로고만으로 유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반면 북미 지역의 유저들의 경우, 타이틀 외에도 박스아트에 드러난 캐릭터의 비주얼이나 게임의 분위기, 스토리의 묘사성에 따라 구매할 게임을 고르는 경우가 매우 많다. 특히 북미 지역의 유저들의 경우, 박스아트를 통해 자신이 게임에서 플레이 할 캐릭터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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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캐릭터의 외관에 더욱 집중하는 북미의 유저들

이와 같은 현상은 북미의 헐리웃 영화의 초기 포스터가 주요 인물들의 얼굴을 중심으로 구성된 데에서 비롯된다. 각종 영화와 매체를 통해 작품을 드러내는 포스터에는 당연히 중요 인물의 모습을 공개해야 한다는 사실이 뇌리에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게임에서 영화의 포스터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게임 박스아트 역시 이러한 유저들의 심리에 맞춰 제작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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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널 판타지 12 레버넌트 윙' 역시 '파이널 판타지 13'과 동일한 콘셉으로 박스아트가 디자인되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을 DS용으로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12 레버넌트 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게임 역시 일본어 버전과 영문 버전이 따로 제작되었는데 파이널 판타지 13’과 동일하게 일본어 버전은 하얀 바탕에 게임 대표 로고를, 영문 버전에는 남녀 주인공, 반과 아쉐 왕녀의 비주얼을 드러낸 박스아트 디자인을 착안하고 있다. 이처럼 박스아트에 대한 유저들의 엇갈린 생각이 게임 자체의 박스아트의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스트리트 파이터 4 - 지역별 대표 캐릭터, 박스아트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다

지난 2 12일 국내에 정식 발매된 스트리트 파이터 4’ 역시 일본과 국내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버전과 북미 지역, 그리고 유럽 지역의 박스아트가 전혀 다르게 디자인되어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박스아트는 시리즈를 대표하는 캐릭터, ‘의 본격적인 대결 직전을 효과적으로 살린 포즈로 디자인되어 있다. 이러한 디자인의 박스아트는 스트리트 파이터시리즈를 알고 있는 유저들이라면 누구나 피가 끌어 오를 정도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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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방이라도 한 대씩 칠 것 같은 분위기의 '류'와 '켄', 국내 버전 박스아트는 일본과 동일하다

그러나 북미 지역과 유럽 지역의 박스아트는 표지 모델을 두 명이 아닌 한 명으로 줄여 캐릭터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북미 지역에는 여성 캐릭터인 춘리를 유럽 지역에는 스트리트 파이터시리즈의 대표 인물 를 강조하는 각각 다른 디자인으로 유저들에게 게임에 대한 흥미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박스아트 하단에는 원본 표지가 내세웠던 의 대결 구도를 나타내는 컨셉 아트가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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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버전 박스아트에서 '류'와 '켄'을 밀어내고 당당히 메인 자리를 차지한 '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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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유럽 지역에서는 '류'를 원톱으로 세우는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했다

이는 앞선 파이널 판타지 13’에 드러난 것처럼 게임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유저들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서양권 유저들을 상대로 발매된 게임 박스아트에 드러나있는 모델이 다른 것일까. 이는 각 지역의 유저들이 게임의 대표 캐릭터를 누구로 인식하고 있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즉 북미 지역의 유저들은 춘리를 유럽의 유저들은 를 시리즈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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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리'를 주인공으로 북미에서 제작된 '스트리트 파이터: 춘리의 전설'...완성도는....기대하지 말기 바란다

우선 춘리를 표지 모델로 북미의 경우를 살펴보자. 북미 지역에서 춘리스트리트 파이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을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중국 여성을 모델로 제작된 동양적인 여성적 매력이 북미 남성 유저들에게 크게 어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북미에서는 이 춘리를 주인공으로 한 액션 영화 스트리트 파이터: 춘리의 전설이 제작되었다는 사실은 북미 지역에서의 춘리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반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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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만 머리카락에 새하얀 도복...'류'는 유럽 유저들이 상상하는 동양 무술가의 이상향이다

반면 유럽의 경우 시리즈의 대표 주인공 중 하나인 에게 집중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금발에 주황색 도복의 보다는 검은 머리에 하얀 도복을 입은 가 유럽 유저들이 상상하는 동양의 무술가 이미지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파이터 4’는 기본적으로 영문으로 제작되었을 뿐 아니라 유저의 취향에 따라 영문과 일문 음성을 모두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유저들의 인식 속에 스트리트 파이터 4’는 일본의 캡콤이 제작한 동양 게임이라는 인식이 그만큼 강한 것이다.

바이오 하자드 5(레지던트 이블 5) - 북미의 동명 밴드, ‘Biohazard’ 덕분에 탄생한 제 2의 이름

캡콤 사의 대표 좀비 호러 액션, ‘바이오 하자드는 원래 이름 외에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레지던트 이블은 캡콤이 지난 1997바이오 하자드 1’를 북미 및 기타 지역에 수출하기 위해 붙인 명칭으로 북미 및 유럽 지역의 유저들은 바이오 하자드라는 본명보다는 레지던트 이블로 게임을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일 정도로 큰 위세를 떨쳤다. 국내의 경우, 이 두 가지 이름을 모두 사용하고 있어 가끔 유저들이 이름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일한 게임을 별개의 2개의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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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게임, 다른 이름의 대명사. 캡콤의 좀비 호러 액션, '바이오 하자드(레지던트 이블)'

캡콤 사가 굳이 바이오 하자드라는 원래 이름을 버리고 영문판 버전을 위해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북미의 유명 하드코어 락밴드가 이미 바이오 하자드(Biohazar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캡콤은 밴드 바이오 하자드와의 명칭 저작권 분쟁을 피하기 위해 좀비 호러 액션이라는 게임의 컨셉에 걸맞은 새로운 이름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와 동일한 이유로 로봇 슈팅 게임 록맨역시 영문판의 이름을 메가맨으로 수정하여 발매한 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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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rban Discipline, Kill Or Be Killed와 같은 앨범을 낸 북미의 하드코어 락밴드, 'Biohazard'

때문에 북미 진출을 시작으로 출시된 바이오 하자드의 영문판, ‘레지던트 이블은 북미를 넘어 같은 영어권 유저들에게 친숙한 좀비 호러 액션으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레지던트 이블의 명성은 북미의 영화 감독 폴 앤더슨이 바이오 하자드의 주요 소재인 T바이러스와 감염에 따른 좀비화를 착안해 제작한 좀비 호러 영화가 원제목인 바이오 하자드가 아닌 레지던트 이블로 개봉되어 북미 및 유럽 유저들에게 크게 어필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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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일본과 북미, 그리고 유럽 지역에서 발매된 박스아트가 모두 다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이름의 차이는 박스아트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3 13일 발매된 바이오 하자드 5’의 박스아트는 일본어 버전과 미국, 그리고 유럽 지역 모두 세 곳에서 각각 다른 디자인으로 발매되었다. 일본과 북미의 경우 두 남녀 주인공, 크리스와 쉐바를 전면에 내세운 콘셉은 동일하지만 북미 지역의 박스아트의 주인공 외형이 좀 더 헐리웃 배우와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유럽의 박스아트는 남녀 주인공을 아예 빼버리고 T바이러스에 감염된 지역과 사람들을 형상화한 깔끔한 디자인으로 게임의 분위기를 알리는 데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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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지던트 이블' 개봉 당시, 일본에서 개재된 홍보 포스터...'바이오 하자드'라는 이름에서 타이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현재 일본은 국내와 달리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명칭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호러 게임의 대명사로써 PS1의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한 바이오 하자드의 이름값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유에서이다. 이러한 타이틀에 대한 애정은 영화계에도 영향을 주어 일본에서 개봉한 모든 레지던트 이블시리즈는 원작 제목이 아닌 바이오 하자드로 제목을 내거는 대에 이른다. 게임 역시 영화와 같이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라는 인식이 강한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레프트 4 데드 2 - 레포데 2의 상징 뒤집어진 V, 영국에서는 모욕의 표시

오는 11 17, PC Xbox360 기종으로 발매되는 레프트 4 데드 2’는 전편부터 엄지손가락이 잘려나간 왼손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독창적인 박스아트로 유저들에게 효과적으로 게임의 이미지를 전달했다. 특히 레프트 4 데드 2’의 박스아트는 검지와 중지를 펴고 나머지 손가락은 전부 굽혀 시리즈의 2번째 발매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전략적인 승부를 펼쳤다. 이러한 박스아트의 디자인은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들도 크게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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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포데 2의 상징...뒤집어진 V 사인은 의도치 않게 영국 국민들의 심기를 건들여 결국 수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원본 박스아트가 최근 영국에서 문제가 되었다. 바로 레프트 4 데드 2’의 박스아트가 뒤집어진 V 사인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 뒤집어진 V 사인은 영국에서는 상대를 모욕할 때 사용하는 제스처이다. 적절한 예를 들자면 국내에 발매되는 게임 패키지에 일본의 식민 활동을 상징하는 육일승천기가 노출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따라서 레프트 4 데드 2’의 박스아트의 영국 버전은 뒤집어진 V를 정상으로 돌려놓은 모양으로 수정되어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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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과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을 소재로 제작된 액션게임, '블레이드 스톰: 백년전쟁'

뒤집어진 V 사인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사연은 1337년부터 약 백 년간 치열하게 벌어졌던 백년전쟁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 프랑스군은 영국 궁수들을 사로잡을 경우, 그들의 검지와 중지를 잘라 다시는 활을 쏘지 못하게 조치를 취했다. 때문에 영국 궁수들은 전투 직전, V자를 거꾸로 들어 흔들어 보이며 프랑스군을 도발하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영국은 잔 다르크의 활약으로 인해 전쟁에서 패배하며 뒤집어진 V 사인을 전쟁의 패배를 상기시키는 모욕적인 제스처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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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들과의 잔혹한 유혈극을 메인 소재로 삼은 '레포데', 어김없이 독일에서 제제를 받았다

게임에 대한 심의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독일에서도 이 레프트 4 데드 2’의 박스아트의 수정이 이루어진다. 엄지손가락이 뜯겨 나간 디자인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판단 하에 모든 손가락을 멀쩡하게 붙여놓은 모양으로 박스아트를 수정하여 발매한다는 것이다. 전편 레프트 4 데드의 독일판 박스아트도 이와 똑같은 전처를 밟은 것으로 유명하다.

▲ '레포데 2' 독일 한정 '카운터스트라이크' 무기 제공 트레일러

수정되는 것은 박스아트뿐만이 아니다.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도 특유의 고어성이 잘 드러난 신체 훼손 부분을 삭제하는 등 발매 허가에 이르기까지 많은 홍역을 치렀다고 한다. 때문에 게임의 제작사 벨브는 레프트 4 데드 2’의 독일어 버전에 한하여 독일 국민들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무기를 제공하는 등, 게임 부분 삭제에 대한 각종 보상을 제공하여 독일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노력을 기하고 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괴수와 대결하는 세계로 변해버린 WOW

이렇게 박스아트나 게임의 이름이 게임 외적인 여러 가지 문제로 수정되는 경우는 비단 패키지 게임에 그치지 않는다. 전세계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중국에서 마수세계라는 이름으로 수정된 다음에야 서비스가 결정되었다. ‘마수세계 WOW의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인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대결구도에서 착안하여 2005년 당시, ‘WOW’의 중국 퍼블리셔 업체, 더 나인이 지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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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오브워크래프트'...중국에 가서 새롭게 얻은 이름은 무려...'마수세계'!

이처럼 WOW의 이름이 바뀐 데에는 당국의 자국어 보호 정책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중국의 경우, 영어를 포함한 외국의 물품이 자국 내에 수입될 경우 자국어를 보호하기 위해 원래 이름이 아닌 중국식으로 지은 독립적인 상품명을 제출해야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중국식으로 이해해도 상품의 특징을 짐작할 수 있으면서 읽었을 때, 원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소리가 나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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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유저들의 MMORPG에 구현되어 있는 세계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그럼 다른 좋은 뜻을 놔두고 국내 유저들 입장에서는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마수세계라는 이름을 채택한 것일까? 그 이유는 중국 유저들이 온라인게임의 이름으로 세계가 들어가는 것을 가장 선호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유저들은 MMORPG가 완성된 세계 전체를 담고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 유저들에게 세계 MMORPG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단어로 손꼽힐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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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W(마수세계)'로 시너지 효과를 보고자 결정된 '썬'의 새로운 중국 이름은 바로...'기적세계'!

이와 같은 개명 현상은 중국에 진출한 국내 온라인게임에도 예외 없이 일어난다. 더 나인은 이어서 지난 2007년부터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웹젠의 역시, ‘기적세계로 이름을 바꾸었다. ‘의 개명에 대한 기본적인 이유는 ‘WOW’와 비슷하다. 그러나 에게 기적세계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당시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WOW(마수세계)’와 이름을 비슷하게 지어 홍보에 시너지 효과를 보려 한다는 의도가 크게 실려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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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저들의 취향과 게임의 특징, 제작사의 홍보까지! 1인 3역을 해낸 탁월한 이름, '완미세계'

세계라는 이름으로 가장 큰 덕을 본 게임은 중국의 퍼펙트 월드 사가 제작한 완미세계이다. ‘완미세계는 중국 유저들의 제목 선호도에 부합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미려하고 아름다운 그래픽을 선보이는 게임의 분위기와도 잘 맞는다. 게다가 제작사, 퍼펙트 월드를 암시하는 홍보적인 효과도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완미세계는 추후에 국내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도 동일한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게임에 드러난 각국 유저들의 다양한 사고방식

지금까지 지역의 특성에 따라 각각 박스아트나 제목이 다르게 출시된 게임들을 살펴보았다. 이 외에도 수많은 게임들이 해당 국가의 등급 심의 문제로 혹은 유저들의 문화적인 인식 때문에 게임의 내용을 수정하거나 문제 부분을 삭제하여 출시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만큼 이제는 게임도 유저들에게 현실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주는 중요한 문화 콘텐츠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러한 수정 및 삭제 작업이 게임을 직접 즐기는 유저의 입장에서는 거치적거리는 과정의 일부로 인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심지어 과도한 수정 작업은 유저들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게임의 외적인 부분에 대한 모든 수정작업은 게임의 문화적인 파급력을 인정하여 해당 지역의 많은 유저들 그리고 일반 대중들에게 보다 높은 수준의 게임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국내의 경우, 주로 게임이 원래 발매된 지역의 박스아트나 제목을 대체로 그대로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영문 버전의 게임의 경우, 영문 발음 그대로를 우리말로 옮겨 출시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물론 유저들 입장에서는 원작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지금의 방식이 더 마음에 들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게임의 현지화에 대한 깊은 성찰 작업이 거의 없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제목과 박스아트, 게임 플레이 자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유저들 입장에서는 절대로 작지 않은 이 두 가지 부분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이 주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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