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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간디가 뭘 어쨌길래? 인터넷은 지금 문명 축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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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시드 마이어의 문명 5(이하 문명 5)’ 가 출시되었다. 그로부터 3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화려한 마케팅 한 번 없이 조용히 출시된 ‘문명 5’ 는 국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문명 관련 패러디는 이미 스타2 최고 스타인 불곰의 인기를 뛰어넘었고, 실제 사회적 현상까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통해 ‘문명’ 이 뭐길래 그렇게 난리냐고 물어올 정도이다. 그야말로 ‘문명 신드롬’ 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지금의 ‘문명’ 열풍은 어느 정도이며, 어떤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인터넷 세계의 태풍으로 떠오른 다양한 ‘문명 5’ 현상들을 살펴보자.

문명 시작했다고? 아까운 사람이 가는군…

‘문명 5’ 의 중독성은 이미 개그의 소재로 이용될 정도로 널리 퍼졌다. 아마추어 번역팀이 ‘문명 5’ 한글화를 위해 게임을 실행했다가 모조리 연락두절이 되었다던가, PC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문명 5’ 를 즐기다가 요금폭탄을 맞게 되었다는 이야기들은 진실 여부를 떠나 게임을 모르는 사람들도 ‘문명’ 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 정도이다.


▲ '문명하셨습니다' 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문명 5’ 에 재미를 느끼지 못 하는 유저도 상당수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유저가 ‘문명 5’ 를 한 번 시작한 후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 중독성을 몸소 증명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그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인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문명 5’ 중독의 대표적인 예가 ‘스타2’ 이정환 선수의 GSL 차기 시즌 예선 불참 사건이다. ‘스타2’ GSL 시즌1 64강에 진출했던 이정환 선수는 ‘스타2’ 게시판에 문명을 설치, 실행 중이라는 글을 남긴 채 ‘문명 5’ 를 플레이하다가 GSL 시즌2 예선 신청기간을 놓쳐버렸다. 이에 대해 지난 10일, GSL 시즌2 본선에 진출한 강초원 선수는 국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정환 선수가 하루 빨리 문명이라는 게임을 지웠으면 좋겠다. 잘 하는 선수인데, 이렇게 문명하기는 아깝다.” 라며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 문명 하다가 GSL 예선 신청을 못 한 이정환(RenieHouR) 선수


▲ 외국에서도 이 사건이 유명해졌다

음반업계에서도 ‘문명 5’ 관련 에피소드가 나오고 있다. 국내 최정상 가수들의 음반 제작에 참여한 히트 작곡가 방시혁은 지난 6일 트위터에 '문명을 깔았습니다!' 라는 글을 올렸다. 결국 그는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만류로 아직 게임 실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기 아이돌 그룹 2PM도 ‘문명’ 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컴백을 앞두고 있는 2PM은 트위터를 통해 몇몇 멤버가 ‘문명 5’ 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심지어 2pm 멤버 옥택연은 주변 사람들에게 ‘문명 5’ 를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 흥행 작곡가 방시연씨가 문명 초읽기에 들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고 한다


▲ 결국 유혹당해버린 2PM의 옥택연

심지어 ‘문명 5’ 를 이용해 수능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되었다. 지난 10일, 한 네티즌이 수험생들이 모여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 네이버 카페의 고3 자유게시판에 '문명 5' 를 간단한 보드게임이며 세계사 과목에도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문명 5' 를 권했다. 게임 실행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치밀함에 많은 네티즌들이 경악했고, 일부는 ‘예전 수능 연기 소문 퍼트린 것 보다 질이 나쁘다’ 라는 반응을 보였다.


▲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고도의 포석
하지만 이 글을 올릴 정도면 경쟁자 제거라기 보다는 같이 죽자는 뜻이 강해 보인다

한 게임매체 기자도 문명의 희생양이 되었다. 게임메카의 모 기자는 우연히 '문명 5' 리뷰를 쓰게 되었다가 현재까지 '문명' 의 늪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집 컴퓨터 사양이 낮은데, 문명을 위해 컴퓨터를 한 대 살까 생각 중이다’, ‘주말에도 출근하고 싶다’ 등의 발언으로 주변인들의 걱정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꿈에서도 문명을 한다고 하니 조만간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듯 하다.

뛰어난 협상가는 협상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문명 관련 패러디의 초점이 중독성이 아닌 인도 문명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에 맞춰지고 있다.

간디는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이자 인종차별에 대한 투쟁운동을 벌인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로, 당시 인도를 식민지로 지배하던 영국에 대해 '비폭력 불복종 주의' 를 제창하여 대항한 것으로 유명하다. 힌두 광신도에게 피살당한 후 지금까지 간디는 '비폭력' 의 아이콘으로 여겨져왔다.


▲ 그 동안 간디는 비폭력주의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문명 5' 의 간디에게서는 그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나폴레옹, 비스마르크, 알렉산더 등 군국주의 지도자들보다도 훨씬 호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조공을 바치라거나 사치 자원을 내놓으라고 한 뒤 거절하면 선전포고, 심지어 주변 나라들까지 한 데 모아 쳐들어오는 폭력성은 우리가 간디라는 인물에 대해 품고 있던 이미지를 단번에 무너뜨릴 만큼 충격적이었다.

이러한 간디에 대한 당황스러움은 한 유저가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글을 기폭제로 웹 상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문명 5' 를 하는데 간디가 옥수수와 다이아몬드를 교환하자고 찾아왔고, 유저가 제안을 거절하자 단번에 군대를 이끌고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 모든 것의 시작이 된 글, 간디가 옥수수를 줄테니 다이아몬드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다고 한다

사실 위 글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문명 5' 에서 식량자원은 교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이나 비단 등의 사치 자원과 말, 철, 석유 등의 전략 자원만이 교역 가능 대상이며, 식량 자원은 타일의 식량 생산 수를 늘려주는 용도로밖에 이용되지 않는다. 애초에 ‘옥수수를 줄 테니 다이아몬드를 내놔라’ 라는 말은 ‘문명 5’ 에서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간디가 옥수수로 다이아몬드를 내놓으라고 생떼를 쓰고 전쟁을 일으킨다는 이 글의 요지는 간디를 비폭력주의자라고 믿고 있다가 배신당한 유저들의 호응을 얻었다. 거기에 한글화 패치로 인해 ‘순순히 금을 내놓으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라는 대사까지 나오자 이에 자극을 받은 유저들은 수많은 ‘간디’ 관련 패러디물을 생산하기에 이른다. 비폭력주의가 아니라 Be 폭력주의를 주장하는 '세기말패자 간디' 의 전설이 시작된 것이다.


▲ 위엄 넘치는 말투와 당당하다 못해 다리 힘이 풀리는 요구사항

여기서 잠깐, 실제로 '문명 5' 에서 간디는 폭력적 성향을 띄고 있을까? 답은 '어느 정도는 그렇다' 이다. '문명5' 게임 설정 메뉴에는 각 문명의 특성을 랜덤하게 바꾸는 기능이 존재한다. 한 마디로 컴퓨터들의 특성은 문명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간디는 호전적 성향을 띄게 된 것일까? 그것은 '문명 5' 의 특성 시스템과 '마하트마 간디' 개인의 속사정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일단, '문명5' 에는 문명별 특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일본은 대미지를 입은 유닛도 풀 파워를 발휘하는 전투 특성을, 러시아는 말, 철, 우라늄을 2배로 채취할 수 있는 자원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 랜덤 특성 보유에 체크를 해 주지 않으면 간디는 항상 호전적이다

그렇다면 인도는? 인도의 특성은 도시 인구수에 따른 불행을 절반으로 감소시켜 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중반 이후 점령이나 개척을 통해 보유 도시 수가 많아져도 행복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게임 중반에 타 문명보다 넓고 빠른 확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행복도가 높기 때문에 황금기를 자주 맞이하게 되고, 행복도 전용 건물 등에 소모되는 생산력/금을 전투유닛 생산에 쓸 수 있다. 든든한 행복도를 기본으로 한 확장, 이후 다수의 도시에서 빠르게 생산되는 군사 유닛으로 다른 도시를 점령하여 계속 확장... 간디가 도시 점령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 총인구가 늘어나도 행복도는 늘 풍성한 인도

이런 와중에 간디와 다이아몬드에 얽힌 슬픈 진실이 공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19세기 중반 영국이 인도에서 106캐럿의 ‘코이누르 다이아몬드’ 를 약탈해 갔으며, 간디의 증손자인 투샤르 간디가 계속해서 다이아몬드 반환 요청을 하고 있지만, 지난 7월 영국 총리가 다이아몬드를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네티즌들은 ‘간디의 폭력성은 조국의 보물을 되찾기 위한 숭고한 정신’ 이라고 간디를 찬양하기도 했다.


▲ 간디가 다이아몬드를 가져가려는 것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다


▲ 한 네티즌이 편집한 문명종결자 간디 패러디 영상(출처: 유튜브)

컴퓨터 업그레이드와 불법 복제

최적화가 잘 되어있지 않은 까닭에 ‘문명 5’ 의 사양은 보기보다 높다. 이는 얼마 전 오픈 베타를 종료한 ‘스타 2’ 와 맞물려 오랜만에 국내 PC 업그레이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실제로 ‘문명 5’ 를 하기 위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네티즌들이 속속 눈에 띄고 있으며, 컴퓨터 사양이 낮은 몇몇 유저들은 ‘꿩 대신 닭’ 이라는 생각으로 ‘문명 3’, ‘문명 4’ 등을 플레이하기도 한다.


▲ 전작인 문명 4도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

이러한 ‘문명 5’ 의 열풍의 이면에는 안타까운 면도 있다. 90년대 후반 이후 급속도로 증가한 와레즈 사이트로 인해 국내 PC게임 시장은 사장 상태에 이르렀고, 많은 PC게임 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문명 5’ 를 배급하는 '2K 게임즈' 게임들은 국내 정발 사례가 매우 드물다.

거기에 ‘문명 5’ 는 강력한 DRM을 갖추고 있지 않아 벌써 웹하드나 파일공유 사이트에는 무설치 버전까지 돌아다니고 있는 상태이다. 이는 국내의 ‘문명 5’ 열풍을 더 부추겼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로 인해 ‘한국’ 확장팩이 나오지 않기라도 한다면 애꿎은 정품 유저만 손해를 보게 될 지도 모른다.


▲ 발매 20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노설치판까지 떠다닌다

지금 불고 있는 ‘문명’ 열풍은 유머러스한 면에 치우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볍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까지 가세해 ‘문명’ 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즐기는 것을 보면 그만큼 ‘문명 5’ 가 사회적으로 깊숙이 침투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스타 2’ 와 ‘문명 5’. 올해 겨울은 따뜻할 것이다.


▲ 애인이 없더라도 올해 겨울은 따뜻할거야,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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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종화
게임메카 취재팀장. 콘솔, VR, 온라인, 모바일 등을 고루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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