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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으로 멸망한 인류의 미래, 게임으로 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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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연이어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 되고 있으며 방사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수백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방사선 측정 장비가 인터넷 쇼핑몰에 등장하고 방사선을 막아준다는 미역, 다시마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인터넷 쇼핑몰에 등장한 방사능 측정기

방사능은 보통 핵무기를 사용한 핵전쟁으로 퍼지고 이로 인해 인류 문명은 멸망한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에 가장 유행했으며 냉전이 끝난 지금은 게임이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자리잡았다. 인류 문명 멸망 후의 이야기를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류의 작품은 많이 있으며 그 중에는 게임도 있다. 방사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요즘 핵전쟁과 방사능 유출 사고 이후에 살아 남은 인류의 모습은 어떨지 게임의 스토리를 통해 한번 짚어봤다.

꿈도 희망도 없어. `메트로 2033`

2013년 발생한 핵전쟁으로 지구는 황폐화되고 살아남은 인류는 모스크바 지하 터널에 모여 살게 된다. 핵폭발로 생긴 구름이 전 지구를 덮자 태양 빛은 차단되고 세상은 암흑천지가 됐으며 방사능으로 인해 발생한 돌연변이들이 돌아다니는 한편의 지옥도를 그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인류는 그나마 안전한 구역인 지하로 대피하고 넓은 공간을 가진 지하철로 모여든다.


▲인류는 살기위해 지하철로 모여들었다

인류는 방사능의 위협을 피해 지하철로 모여들어 주거의 문제를 해결 했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식량 문제로 메트로 2033의 인류는 지하철 벽에 자라는 버섯을 먹고 사는 돼지와 닭을 먹고 살며 정부가 전쟁을 대비해 비축한 비타민제로 조금씩 연명하며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서 이념적인 갈등이 발생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된다. 구소련의 사회주의 이념으로 똘똘 뭉친 래드 라인, 순수한 러시아인들 만이 매트로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제4제국 같은 단체들이다. 이 외에도 돈과 물질을 중요시하는 경제적 모임 한자동맹도 있다. 이들은 지하철 역을 거점으로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 했으며 큰 세력 이외에 자치적인 주권을 주장하는 소규모 세력이 우후죽순처럼 지하철의 복잡한 그물망에 퍼져있다. 어찌 보면 핵전쟁 이전이나 이후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거미줄 처럼 엮인 메트로 2033의 세력도


▲인류는 지하철이라는 공간 속에서 하나의 국가를 세웠다


▲이념과 이익적 갈등은 지하철에서도 여전하다

지상은 방사능으로 인해 발생한 가스 천지고 핵겨울로 인해 빛은 땅에 거의 닿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게다가 지하도 곳곳에 있는 가스층으로 인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있어 상황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지상과 지하에 출몰하는 돌연변이들이 인간을 시시때때로 사냥하고 있어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요시 되는 것은 무기와 방어복, 손전등 그리고 방독면이다. 전쟁이 끝나고 20년 밖에 지나지 않아 현대식 화기와 방어복이 계속해서 통용되고 있다. 게다가 고철을 주물러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수제 무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명이 멸망직전으로 가고 중앙에서 관리할 통제집단이 없으니 시장에서 통용되는 화폐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지폐가 아니라 탄환이 거래에 사용된다.


▲방독면 없이는 일분 일초도 살 수 없다


▲어두운 하늘과 방사능으로 둘러 쌓인 지하철 밖

핵전쟁을 피해 지하철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인 메트로 2033의 삶은 지독하고 암울하기 그지없다. 언제 어디서 위험이 닥쳐올지 알 수 없고 자치국은 자신들의 이권 때문에 서로 으르렁대고 있다. 지상은 유독성 가스 때문에 방독면 없이는 일분 일초도 있지 못하며 무엇보다도 돌연변이들의 위협에 노출되고 있으니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희망 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핵전쟁 이후 인류의 참혹한 삶을 상세히 묘사한 메트로 2033은 러시아 소설가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가 쓴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원작 소설의 인기 덕분에 실제로 모스크바 지하철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늘기도 했다. 국내에 원작 소설의 번역판이 출간돼 인터넷 서점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후속작 `메트로 2034`도 추후 번역되어 발매될 예정이다.

 

방사능 따윈 돈을 위해서라면 상관 없다 `스토커`

스토커 시리즈는 인류가 초래한 인재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사고 이후를 다루고 있다. 사고 이후 사람의 흔적이 사라진 발전소 주변에 각종 자원과 돌연변이 등 돈과 연구 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아, 이를 노리는 현상금 사냥꾼(스토커)과 저지하려는 군 세력이 득실거린다. 적어도 스토커 시리즈는 핵전쟁으로 파괴된 지구가 아니라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통제된 구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통제가 됐다는 말은 통제 구역 밖에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적인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저 고요한 시골마을이라고 생각되면 큰 착각이다

게임의 무대인 ZONE은 멀리서 보면 사람흔적 없는 고요한 땅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에 노출된 돌연변이들로 득실거리는 땅이다. 게임의 주인공은 통제된 ZONE 안쪽에 살고 있어 주인공의 시점으로 보면 삶의 하루 하루가 사투와 생존의 연속이다. 게다가 관리 통제를 하는 주체가 없다 보니 힘과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무법천지다. 군과 스토커의 파벌 세력, 독자적인 단체 혹은 개인, 돌연변이들이 한대 뒤엉켜 있으며 희망을 잃거나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ZONE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부랑자들 처럼 스토커들은 각자의 의지로 ZONE으로 모여든다

문명은 멀쩡히 살아 있고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지폐가 ZONE안에서 통화로 쓰인다. 문명과 경제가 존재하니 사용되는 무기들 역시 현재 쓰이고 있는 AK-47이나 드라구노프 등 동구권 국가들이 사용하는 무기들을 볼 수 있다. 분명 통제된 구역이라고 하지만 게임에서 보면 물자나 생필품들이 부족함 없어 보이는데 실상은 ZONE과 외부 세계는 완전히 끊어지지 않고 군의 감시망을 피해 물자와 사람이 드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문명과 연결되는 경계선을 시작으로 점차 체르노빌 발전소로 접근할수록 방사능 수치는 올라가면서 돌연변이가 생명을 노릴 확률로 높아진다. 안쪽에는 그만큼 일확천금의 가치가 있는 물건들이 널려 있는 `기회의 땅`인 만큼 많은 스토커들이 찾고 있지만, 정작 멀쩡히 돌아오는 숫자는 희박하다.


▲돌연변이들은 언제 어디서 당신의 목숨을 노릴지 알 수 없다

스토커 시리즈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동떨어진 곳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원전사고로 인적 없는 땅에 꿈도 희망도 없는 사람들 혹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찾아온 들개들이 모여 무법지대를 이룬다. 적어도 메트로 2033에 비하면 스토커의 세상이 살기 좋아 보인다. 원전에 가까이 가지만 않으면 방사능에 노출 될 위험은 적고 돌연변이들의 위협에서 그나마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들어오면 쉽게 나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전쟁, 전쟁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폴아웃`

서기 2077년에 발생한 핵전쟁의 참화 후 약 200년이 지난 미래의 세상을 무대로 하고 있다. 말이 미래지 우리가 TV나 영화를 통해 보던 그런 미래 세상은 아니고 문명의 흔적은 점차 사라져 붕괴 되가는 건물과 황량한 땅이 보일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핵전쟁 이후 200년 후라 지구는 상당히 안정된 모습이다. 핵과 방사능에 따라붙는 돌연변이들은 여전하지만 말이다……


▲방사능=돌연변이는 이제 유명한 클리셰다

게임상에선 미국이 방사선에 영향을 받지 않는 땅 속 깊은 곳에 `볼트`라는 방공호를 미국 전역에 걸쳐 건설했다. 주거, 편의 시설을 갖추고 몇 백 년간 자급자족이 가능한 물자 덕분에 인류는 핵전쟁의 불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물론 볼트의 주민만 살아남은 것은 아니고 독자적인 방법으로 살아남은 인류도 존재한다.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거나 버려진 항공모함에 모여 사는 큰 마을, 지하철 속에 숨어 지내는 사람들, 한가지 이념 아래 모인 이들까지 다양한 군락들이 황폐화된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개중에는 `뉴 캘리포니아`라는 국가를 건국하고 대통령 통치하의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가 하면 힘 앞에 모여 약탈을 일삼은 거대한 갱 조직이 존재한다. 그리고 미합중국 정부라고 주장하는 고도로 발달된(?) 기술을 가진 `엔클레이브`라는 세력과 폴아웃 시리즈를 나타내는 아이템인 `파워아머`를 생산하고 엔클레이브에 견줄만한 규모를 가진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 등 폴아웃의 세상은 고요해 보이지만 풍파가 가실 날이 없다.


▲나름 안정된 모습의 볼트


▲척박한 땅에서 살고 있는 바깥 세상의 모습

폴아웃의 세상은 의식주 중 식은 볼트의 경우 저장된 식량으로 연명하고 있고 바깥 세상의 주민들은 사냥을 통해 대부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식량 이외에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는데 바로 `물`이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물은 방사능에 오염돼 마실 수 없는 상태라 바깥 세상 사람들은 항상 물 부족에 시달리고 대체품인 누카콜라를 마시고 있으며 반대로 볼트의 시민들은 정화된 물로 살아간다.

전후 2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현대식 화기는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모습과 작동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구조자체는 현대의 무기와 다르지 않으며 위력 또한 큰 차이가 없다. 위험이 도사리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는 무기는 좋은 거래 대상이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기술력이 퇴화하긴 했어도 폴아웃의 세계를 살아가는데 무기는 필수
파워슈츠까지 있으면 금상첨화!

시장의 경우 볼트는 볼트 내부의 물자를 배급하며 사는 구조라 화폐의 의미가 사라졌으며 바깥 세상은 당연히 화폐의 기준이 지폐가 아니라 `누카 콜라`의 병뚜껑이 대신하고 있다. 달라화를 게임상에서 볼 수 있지만, 돈의 가치가 없는 쓰레기 취급 당한다. 병뚜껑이 화폐의 위치로 부상한 계기로는 핵전쟁 이전 누카 콜라의 경의적인 생산량으로 여기저기 널려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누카 콜라~

폴아웃은 핵전쟁 직후를 다룬 메트로 2033과 달리 200년 후를 무대로 하고 있어 인류의 삶의 모습은 안정적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돌연변이의 위협과 갱들의 약탈, 거대한 세력들의 다툼 속에서 바람 잘 날이 없다. 전형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대변하는 게임으로 꿈도 희망도 없는 세상에서 잡초처럼 인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방사능이라 할지라도 인류의 삶의 의지는 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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