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어택을 둘러싼 CJ E&M(이하 "CJ")과 게임하이 사이의 분쟁 때문에 한동안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싱 업체 사이의 분쟁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 이번 시간에는 게임 개발사 및 퍼블리싱 업체의 관계 및 고객 데이터베이스 이전과 관련된 법률적 쟁점들을 짚어볼까 합니다.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싱 업체의 관계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싱 업체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 개발사는 게임에 대한 개발 자체를 담당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단 게임 자체가 잘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이라도 유통과 마케팅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운데, 이를 담당하는 것이 퍼블리싱 업체입니다.
양자의 관계는 작가와 출판사의 관계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독자들을 위해 글을 쓰는 작가가 게임 개발사라면, 작가의 글을 책으로 출판하고, 서점에 유통시키고,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광고하는 출판사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퍼블리싱 업체입니다.
물론 퍼블리싱 업체가 담당하는 업무의 영역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며, 게임 개발사와의 계약 내용에 따라 게임에 개입하는 범위가 좁아질 수도, 넓어질 수도 있습니다. 마케팅이나 홍보만 담당할 수도 있고, 고객관리 및 서버관리, 민원처리 등 보다 더 넓은 영역에 개입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퍼블리싱 계약에 따라 서비스를 개시한 게임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싱 업체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는 게임이 재미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퍼블리싱 업체 입장에서는 게임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이 좋았기 때문에 게임이 성공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퍼블리싱 계약기간의 만료가 다가오면, 이익분배를 둘러싼 업체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게 됩니다.
개인정보의 소유와 통제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싱 업체가 체결한 계약의 기간이 만료되면, 퍼블리싱 업체가 관리해오던 고객 데이터베이스의 이전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번 서든어택 사태에서도 고객 데이터베이스 이전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흔히, 개인정보는 개인의 소유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 아파트, 내 자동차, 내 핸드폰이 나의 소유인 것처럼 나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핸드폰 번호도 정보주체인 내가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정보는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없습니다. 민법상 소유권의 객체는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체물도 아니고,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에도 해당하지 않는 개인정보는 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퍼블리싱 업체가 수집하여 보관하고 있는 정보는 게이머의 소유도, 퍼블리싱 업체의 소유도 아닙니다.
▲게임정보에
대한 소유권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그러나, 각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소유할 수 없다고 해서 자신의 정보에 대해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누군가가 나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여 스팸메일을 보내거나, 제3자에게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각 개인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데, 이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고 합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이와 같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근거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이나 사사(私事)의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합니다(헌재 2005. 5. 26. 99헌마513등).
서든어택 경험치나 아이템에 대한 정보는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정보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특정되지 않은 체로 받게 되는 고객 데이터베이스는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개인정보와 결합된 데이터베이스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만약 새로운 퍼블리셔가 서든어택을 서비스하고자 한다면, 종래 서든어택 유저 중 A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의 게임 내 계급은 무엇이고, A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은 무엇이었다라는 익명의 정보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개별적으로 특정될 수 있는 게임 유저의 정보가 아니라면, 동일한 경험치와 아이템을 연속적으로 서비스해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과 결합된 경험치나 아이템 정보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퍼블리싱 업체가 게임 개발사에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넘겨줄
법적 의무가 있을까
퍼블리싱 업체와 게임개발사 사이의 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되어 더이상 유저들에게 게임을 제공하지 못하게 된 경우, 퍼블리싱 업체가 보유하고 있던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게임 개발사에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요?
통상 법률상 어떤 의무를 부담하기 위해서는 그런 의무가 법률에 규정되어 있거나, 계약의 당사자가 계약의 내용으로 이를 포함시켜야 합니다.
우선 법률의 규정이 있는지 살펴보면, 계약기간이 만료된 경우 퍼블리싱 업체가 게임개발사에게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이전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오히려, 퍼블리싱 업체의 입장에서는 서비스가 종료한 이상 더이상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보유할 권한이 없으므로, 이를 폐기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법률의 규정이 없더라도 만약 퍼블리싱 업체가 계약기간 만료시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게임 개발사에 넘겨주기로 약정했다면, 고객의 동의가 있다는 전제하에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이전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계약에서 이를 명시하지 않아 법률적 의무가 없다고 하더라도, 퍼블리싱 업체가 게이머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관련 규정에 맞추어 고객 DB를 이전해 주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원만한
해결이 아쉬웠던 서든어택 재계약 문제
게임 서비스는 영화, 음악 등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서비스의 연속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든어택 유저들은 레벨을 높이고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하여 적지 않은 노력과 비용을 투자해 왔습니다. 만약 퍼블리싱 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자신의 경험치와 아이템이 모두 사라진다면, 게임은 급격하게 신뢰를 잃고 가입자 이탈이 매우 빠르게 나타날 것입니다.
게이머들은 게임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인정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특정게임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하는 것이며, 이것이 무위로 돌아갔을 경우 유사한 게임이 상당수 존재하는 현재 상황에서 굳이 특정 게임을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2의 ‘서든어택’ 사태를 방지하려면
제2의 서든 어택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앞으로라도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반드시 서비스 종료 시점 얼마 전까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데이터를 넘겨줄 것인지, 종래 퍼블리셔가 판매한 유료 아이템에 대한 보상 내지는 인정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계약서에 명기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손해배상은 얼마로 할 것인지도 미리 예정한다면, 큰 혼란없이 연속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게임개발사 입장에서는 이런한 규정을 계약서에 포함시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직접 게임을 퍼블리싱 하지 못하는 다수의 영세 게임 개발사의 경우 아직도 퍼블리싱 업체에 비해 약자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향후 퍼블리싱 업체의 변경을 전제로한 규정을 삽입하는 것이 몹시 부담스러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으면, 반드시 제2, 제3의 서든 어택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며, 이로인해 수많은 유저들이 혼란과 불안에 빠지게 될 것이며, 게임개발사와 퍼블리싱 업체 모두 기업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모쪼록 수많은 서든 어택 팬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양사가 한발씩 양보하기 바랍니다. 어느 일방이 대승적 차원에서 한 발 물러선다면, 눈앞의 이익이 사라질지는 모르나 수많은 게이머들은 희생을 감내한 업체를 오랜 기간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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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찬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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