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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이후 5년, 성인오락실 아직도 독버섯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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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와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이하 어뮤즈협회) 간의 신경전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게임위 측에서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성인 아케이드 게임 시장으로 인해 제 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우려된다’ 는 논조를 펼쳤고, 어뮤즈협회는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려고 하는 성인 아케이드 산업을 게임위가 부당하게 억압한다’ 라며 반박했다.

이 쟁점에서 누가 옳은가, 누가 그른가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다. 업계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정부 기관들조차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게임위와 문화부는 성인 아케이드 게임물을 악의 축으로 보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가 하면, 법원이나 규제개혁위원회 등에서는 성인 아케이드 게임 산업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부당한 행위라고 판결내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뮤즈협회와 게임위가 성인 아케이드 게임을 놓고 벌이고 있는 공방은 현재 어떤 상황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케이드 게임, 그것도 성인용 게임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던 예전의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아케이드 게임의 정의는 공공에 개방된 장소에 위치한 기계에 동전이나 지폐 등을 넣고 일정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말한다. 이 중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이란 게임위로부터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게임물을 지칭한다.

아케이드 게임은 집에서 즐기는 PC, 콘솔, 온라인게임과는 다른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아케이드 게임은 공공에 개방된 장소에 설치되는 것이 보통이다. 때문에 전체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등 세부적인 등급을 적용하기 어렵다. 오락실 내에 등급별로 칸막이를 쳐 놓고 일일히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때문에 아케이드 게임은 전체이용가와 청소년이용불가 두 개의 등급만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폭력성, 선정성 등의 항목은 대략 15세 이용가 정도까지 전체이용가로 분류해주는 실정인데, 이러한 분류 체계와 관련해서도 수많은 문제점이 파생되고 있긴 하지만 주제에서 벗어날 것 같으니 일단은 넘어가도록 하자.

아케이드 게임 등급분류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사행성에 대한 매우 엄격한 규제다. 현재 성인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사행성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물론 온라인, 모바일 게임 등에서도 사행성이 도를 넘는 경우에는 등급이 거부되고 단속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아케이드 게임에서는 유독 엄격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2006년 벌어진 바다이야기 사태 때문이다.

일본의 파칭코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바다이야기는 2005년도 쯤 혜성처럼 등장해 순식간에 성인 아케이드 게임 시장을 점령했다. 그러나 바다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듯 완벽한 도박 게임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박의 꿈’을 품은 채 전 재산을 기계 앞에서 탕진했고, 돈을 크게 잃은 피해자 수십 명이 자살까지 하자 바다이야기는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감사원의 감사 결과 당시 게임물 등급분류를 맡고 있던 영등위의 비리까지 드러나면서 안 그래도 가쁜 숨을 몰아 쉬던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단번에 초토화되고 말았다. 이후, 제 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의도로 신설된 기관이 바로 게임위이다. 때문에 게임위가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의 근절을 위해 애쓰는 이유는 명약관화하다.


▲ 2006년 당시 영등포역 근처 성인오락실의 대략적인 분포도
전국적으로 14,000~15,000여 곳의 성인오락실이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게임위는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의 사행성을 막기 위한 제도 수립에 돌입했으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2009년까지 기존 게임들의 재심사를 비롯하여 신규 게임의 등급을 보류해 왔다. 이로 인해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말 그대로 사라졌다. 이와 함께 청소년 오락실도 상당수 폐업했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단속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이루어지는 불법 영업, 온라인 게임을 이용한 불법 도박행위 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긴 했지만, 정부의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 근절 정책은 일단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을 두고 다시금 벌어지는 논란

2006년의 바다이야기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성인용 아케이드=사행성 게임’ 이라는 공식이 자연스레 주입되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2009년까지는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등급이 보류되었기 때문에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장 또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던 와중, 게임위는 2009년부터 ‘1시간 이용금액 범위 1만 원 이내, 점수보관 불허’를 내세우며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의 심의를 재개했다. 말 그대로 1시간 동안 1만 원 이상의 돈을 투입하지 않게끔 게임의 난이도(?)와 시스템을 설계하고, 영업 종료(밤 12시)시 기계에 남아 있는 포인트를 초기화(보관 불가)하게끔 하는 정책이다. 여기에 엄격한 영업 허가 제한(상업지구에만 허가), 등 엄격한 심사를 바탕으로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심의가 재개되었지만, 이것이 활발한 산업 증가는 이어지지는 못했다.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규제가 얼마 정도인지는 대전액션 장르인 ‘철권6’의 심의등급판정 사례를 살펴보면 실감할 수 있다. 2년 전 게임위는 ‘철권 6’ 이 다소의 폭력적 내용을 띄고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내려 당시 ‘철권6’의 국내 유통사는 부랴부랴 콘텐츠 수정까지 거치며 재심사에 들어갔다. 성인 전용 아케이드 게임장이 거의 사장되었던 당시,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은 결국 국내에 게임을 출시하지 말라는 의미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청소년 아케이드게임의 대표주자인 ‘철권’ 도 이런 일을 겪었는데, 포커, 고스톱 등의 성인용 카드 게임을 표방하는 아케이드 게임물이 정상적인 심의를 받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실제로 많은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들이 짧게는 3~4달, 길게는 2년 넘게 등급 거부와 재심사를 거치며 심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 많은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들이 게임위의 오랜 심사를 거치고 있으며
그 중 90% 이상이 등급 거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의 등급 신청/출고 건수가 작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게임위는 7월 13일 열린 제4회 기자연구모임에서 “2011년 상반기 등급심사를 신청한 성인 아케이드 게임은 총 161건으로 전년 동기 22건에 비해 무려 631% 증가했으며, 심사를 통과해 시장에 풀린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기는 22,647 대로 작년의 658대에 비해 무려 34배나 늘었다.” 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게임위의 발표는 많은 언론매체를 통해 ‘제 2의 바다이야기 사태 도래’ 등으로 보도되며 게임계를 포함한 사회 전체에 한 차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바다이야기’ 이후 5년, 그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성인 아케이드 게임의 급성장’ 이라는 문구는 상당히 민감한 사항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게임위의 발표 보도에 아케이드 게임 개발&제작사 단체인 어뮤즈협회는 ‘제 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조장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 게임위다’ 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어뮤즈협회 측의 주장은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은 무조건 ‘불법’ 이라는 편견도 힘든 상황에 게임위가 사실을 왜곡해 해당 업계를 고사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은 바다이야기와 다른가?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사행성 게임에 대한 국민적 눈초리와 정부의 단속 의지가 매서운 현재, 다시금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관련 논쟁이 불붙은 원인은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현재 제작/유통되고 있는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의 실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어뮤즈협회의 강광수 협회장을 만나 현재 제작되고 있는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았다.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이라고 하면 ‘사행성’ 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강광수 협회장:
지금은 다르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현재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에서는 어떠한 경품 제공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영업 시간 제한까지 걸려 있다. 랜덤적인 확률로 승부를 보는 방식도 금지되어 있다. 현재 심의가 통과된 모든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들은 순수하게 게이머의 조작과 게임 운영 방식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사행성과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성인 아케이드 게임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강광수 협회장:
단지 청소년이 이용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성인 콘텐츠(고스톱, 포커, 그 외 약간의 선정성 첨가)를 성인들이 즐기는 것뿐이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합법적인 성인 아케이드 게임물이 아니라 불법 개/변조를 목적으로 심의를 통과하는 전체이용가 등급의 게임들이다. 이러한 게임들은 겉보기에는 아무 이상 없는 것 같으나, 심의 이후 불법 개/변조를 통해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게임으로 탈바꿈한다.
실제로 올해 들어 불법게임물 신고포상금 제도를 통해 적발된 게임은 온라인 62건, 아케이드 경품게임 1건이다. 그나마 그 1건도 전체이용가로 등급분류 받은 게임이다.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과는 전혀 무관하다. 사행성 게임을 단절시키려면 먼저 이러한 게임들에 대한 사전 심의를 강화해야 하는데, 게임위는 단지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죽이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 전체이용가 등급으로 심의를 통과한 한 아케이드 게임
표면상으로는 슈팅 게임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제로 바다이야기와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게임위 측의 설명은 이와 달랐다. 게임위 정책실무부의 이종배 실무관을 만나 현재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등급분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현재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은 바다이야기 때와는 달리 많은 규제를 적용받는다던데?
이종배 실무관: 그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엄청나게 많은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들이 사행성 요소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검사와 프로그램 분석을 해보면 많은 게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스템적 공간(룸), 바이러스, 연결 기기 탑재를 염두에 둔 코드 등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도 기준 자체가 너무 빡빡하다는 주장이 있다. 불법 개/변조가 의심되는 전체이용가 게임은 비교적 심의를 잘 통과하던데
이종배 실무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법 행위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사실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은 콘텐츠적 문제보다는 실제 영업적 부분에 있어서 문제가 심하다. 우리가 ‘1시간 1만원 이하’ 법을 적용시키고 개발사에서 그에 맞는 게임을 개발한다고는 하지만, 실제 업소에서는 일명 ‘똑딱이’ 라 불리우는 자동 배팅 장치를 장착하여 동시에 몇 대의 기계를 돌리게 하는 등의 행위가 많이 적발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성인 게임장의 경우 게임 상의 점수에 10배를 곱한 후 돈을 계산하는 등의 수법으로 사실상 시간 당 1만 원이 아닌 10만 원 단위의 게임을 즐기도록 만든다.
불법 개/변조되는 전체이용가 게임에 대해서는 우리로서도 골칫거리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고 등급 거부를 할 수 있는 규정도 없거니와, 그 범위도 애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아케이드 게임뿐이 아닌 온라인, 모바일 게임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다.

어뮤즈협회 측에 의하면 성인 아케이드 게임은 적발 건수도 없고 건전하다는데?
이종배 실무관: 그것은 불법게임물 신고포상금 제도를 통해 적발된 게임 콘텐츠적 부분일 뿐이다. 사법기관 단속은 다르다. 작년부터 일선 경찰서와 구청의 단속을 통해 적발된 불법 사행성 업소 중 상당수가 불법 개/변조 되지 않은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기를 운영하고 있었다. 위에 언급한 ‘똑딱이’ 나 ‘점수 뻥튀기’ 행위는 물론, 점수 보관증을 임의로 만들어 환전을 해 주는 간단한 방식만으로 사행성을 부추기는 것이다. 즉, 게임 외적으로 약간의 수만 써도 곧바로 사행성 게임이 되는 것이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업소의 환전 행위 자체도 매우 교묘하고 은밀해진데다, 단속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위에서 확인할 수 있듯, 현재 개발/유통되고 있는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어뮤즈협회와 게임위 측의 주장은 서로 엇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객관적 근거가 없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누가 옳다고 쉽게 단정을 내릴 순 없다.

그러나 취재 중 느낀 것은 양측 모두 상대측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들의 책임보다는 상대방의 잘못만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뮤즈협회는 합법적인 성인 게임물을 제작함으로서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하지만, 몇몇 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 않다. 게임위의 경우 대부분의 성인 아케이드 게임물이 업장에 나가서 갖가지 방법으로 사행성을 띄기 때문에 심의 단계부터 엄격이 재제하는 것이 옳다고 하지만, 불법 개/변조로 사행성 게임이 될 것이 뻔한 전체이용가 아케이드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에는 단순히 법적 문제가 없다며 심의를 허가해주는 모순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제2 바다이야기 사태, 과연 우려할 부분인가?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게임위는 7월 초 열린 기자연구모임을 통해 올해 들어 등급분류 신청된 성인 아케이드 게임의 수와 시장에 출시된 게임기 개수가 작년에 비해 각각 6배, 30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게임위 이종배 실무관에게 자세한 현황을 들어보았다.

최근 제 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우려된다고 했는데
이종배 실무관:
현재로서는 그렇다. 1주에 40여 개의 성인오락실이 생겨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그 중 몇 개 업소만 불법 환전 행위를 저지른다고 해도, 제 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5월에 발표했다는 아케이드 심의 가이드라인은 이 같은 상승세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인가? 가이드라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이종배 실무관: 몇 달 전, 급증하고 있는 성인 아케이드 심의를 보다 효율적이고 공정/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내부 등급분류 규정으로 삼던 항목들을 가이드라인 형태로 정리하여 업계에 발표한 바 있다. 가이드라인은 기존 심의규정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강화된 부분이라면 조금 더 자세한 설명 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내용 정도다. 이는 게임기 검증을 통해 이상을 발견했을 경우 이 서류와 대조해서 등급 거부 사유를 명확히 밝히려는 것이다.

그러나 어뮤즈협회는 게임위의 발표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실제로 어뮤즈협회가 지난 19일 국내 매체를 대상으로 성명서를 발송한 주 원인도 게임위의 이러한 발표 때문이다. 어뮤즈협회 강광수 회장은 게임위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통계 시점을 교묘히 조작한 자료를 발표하여 마치 제 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올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게임위가 기자연구모임에서 발표한 자료에 강한 비난을 제기했는데
강광수 협회장: 올 상반기 동안 등급이 분류된 아케이드 게임물은 총 122개다. 이 중 90여개의 전체이용가 게임의 대다수가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바닷속 배경을 채택하고 있으며, 물고기를 사냥하거나 그림을 맞추는 형식이다. 사실 이런 게임물은 그대로 시장에 나간다면 하는 사람도 없고 판매도 되지 않는다. 게임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게임들은 시장에 나간 후 수만~수십만 원의 경품이 제공되도록 개/변조된다. 그러나 게임위는 이러한 게임에 대해 심의 당시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쉽사리 등급결정을 내릴 뿐,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 반면, 개/변조를 하지 않고도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성인용 게임에 대해서는 등급분류를 고의로 지연하고, 결국엔 대부분의 게임(올해의 경우 96%)에 등급 거부 판정을 내린다. 올해 등급 분류된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은 고작 10종류다.


▲ 게임위의 등급 거부율은 특히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에서 높게 나타난다

그렇다고는 해도 성인 아케이드 게임계의 급팽창은 분명하지 않은가?
강광수 협회장: 작년에 비해 600%, 작년에 비해 30배…… 이런 식으로 보도하면 당연히 급팽창인 것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게임위는 작년 성인 아케이드 게임 시장이 거의 죽어있던 상태였다는 것을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그들이 비교 대상으로 든 작년 성인오락실의 갯수는 기껏해야 십 단위였며, 게임의 경우 10여개 밖에 심의를 받지 못했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작년까지 제대로 영업을 하는 성인게임장은 거의 없었다. 또, 작년에 658대의 게임기가 시장에 풀렸는데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아는가? 한 업소당 50대의 게임기가 들어간다고 계산하면 고작 전국에서 13곳이 새로 오픈한 것에 불과하다. 이런 것은 ‘시장’ 이라고 표현할 수조차 없다.
올해 들어 몇백 곳의 성인오락실이 생긴 것은 작년 10월 이후, 합법적인 울타리 안에서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게끔 규제가 완화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겨우 시장이 형성되려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올해 시장에 풀린 2만여 대의 게임기 역시 기껏해야 350~400개 업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성인 아케이드 게임장은 500곳으로, 그나마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350~450개 업소에 불과하다. 이걸 급팽창이라 부른다면 할 말이 없다.

이 상태로 계속 증가한다면 몇 년 후에는 수천 곳의 성인게임장이 생겨날 수 있지 않나?
강광수 협회장: 현재 성인오락실 영업은 기존의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바뀐 상태다. 주거지역에는 오픈할 수 조차 없으며, 동일 상업지역 내에서도 일정 수 이상의 업소가 위치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우리가 추산한 결과로는 규제가 완화되어 최대한의 업소가 생겨나봐야 전국 전체에 1,000여 개가 한계이다. 옛날 바다이야기 시절처럼 한 동네에 몇 개씩의 오락실이 있을 수도 없고, 업계 분위기도 그 당시와는 다르다. 제2 바다이야기 사태는 있을 수도 없다. 게임위가 자신들의 설립 취지인 바다이야기 사태를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는 국민적, 정부적인 위기심을 고취시킨 후 국고 지원을 연장받으려는 의도다.

양측의 발언에서 객관적 사실만을 뽑아본다면 작년까지 거의 없던 성인 아케이드 게임장이 올해 들어 백 단위로 늘어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가 어디까지이며, 이로 인해 미칠 여파가 얼마만큼인지에 대한 근거는 어느 곳에도 없다. 오직 추측과 일방적인 주장만이 가득하다.

게임위의 주장대로 성인 아케이드의 급팽창은 제 2의 바다이야기 사태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지만, 어뮤즈협회의 말대로 전국 최대 1,000개의 성인오락실은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 중간쯤일지도 모른다.


▲ 게임기 2만 개, 관점에 따라서는 적게도 많게도 볼 수 있는 숫자이다

점수보관과 업소 자체적인 불법행위, 게임위의 관여 범위는?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논란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점수보관증에 대한 합법 여부다. 점수보관이란 말 그대로 게임을 그만둘 때의 점수를 보관하는 행위를 말한다. 수많은 온라인게임의 유저 DB가 바로 그것이고, 청소년 아케이드 게임에서는 ‘철권’ 시리즈와 리듬게임 등에서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게임위는 성인 아케이드 게임물에 대해서는 점수보관을 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는 어뮤즈협회 뿐만 아니라 법원, 규제개혁위까지 연관되어 복잡한 마찰을 일으키는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어뮤즈협회의 강광수 협회장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강광수 협회장: 현재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장의 영업 시간은 법적으로 제한(9:00~24:00)되어 있다. 때문에 영업이 종료되면 낮 시간에 손님들이 달성해 온 게임점수가 모두 초기화된다. 아무리 열심히 이겨 놓아도 다음날이 되면 다시 제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니 누가 게임에 애정을 갖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겠나. 예를 들어 MMORPG에서 캐릭터가 매일 초기화된다면 과연 게임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에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수년 전부터 문화부와 게임위에 손님들이 자신의 게임점수를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게임위는 온라인게임 아이템 거래처럼 보관 점수의 거래가 우려된다며 이를 문화부에 떠넘겼고, 문화부는 게임위에 문제를 떠넘기는 등 사실상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문인식장치 등 보관 점수의 거래가 불가능한 장치를 제안했으나, 게임위는 그마저 거부했다.
게임위의 이러한 정책이 잘못됨은 정부 기관들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작년 12월, 민사법원에서는 ‘아케이드 게임장의 영업 종료 시 게임기에 남아 있는 점수는 사용자 고유의 재산이며, 게임위의 점수보관 제한은 근거가 없다’ 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지만 게임위는 이를 시정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사실, 단순히 생각하면 유저 정보를 기록하는 것이 뭐 그리 큰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하면 전체 아케이드 게임계에 있어 과연 이러한 점수보관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포커나 고스톱의 점수를 보관하고 싶다면 온라인 게임을 하면 된다. 물론 아케이드 게임장에서 포커나 고스톱 머니를 보존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그것이 성인 아케이드 게임계의 흥망을 결정지을 중요 요소로는 보이지 않는다. 점수보관을 놓고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게임위 이종배 실무관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이종배 실무관: 이번 성인용 아케이드 시장의 급팽창을 촉진시킨 것은 점수보관에 대한 법원의 민사 판결이다. 성인 아케이드 게임 제작업체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수많은 게임의 등급 심사를 요청했으며, 사라져 가던 게임장도 되살아나고 있다. 바다이야기 시절의 호황을 다시 누리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점수보관이 가지는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갈 것이다.
법원의 생각과 달리 성인 아케이드 게임물의 점수보관은 불법 사행 행위로 직접 연결되는 위험천만한 시스템이다.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관계자들은 점수보관 행위가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의 사용자 기록과 같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점수 보관증이 환전의 용도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실제 경찰과 구청의 불법 사행성 게임 단속결과만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에도 광주에서 점수보관증을 작성해주고 이를 현금으로 환전해 주던 일당 40여 명이 무더기로 검거된 바 있다. 점수보관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데도 이럴진대, 합법화 된다면 얼마나 많은 불법환전이 일어날 지 감이 오는가?
한마디로, 성인 아케이드 게임물 제작사와 게임장들은 법원의 점수보관 관련 판결로 인해 점수보관증 발급이 합법화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음성적인 환전 행위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협회에서는 지문인식 등의 장치를 마련하자고 하지만, 이 역시 불법 개조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판단이다.

게임위의 주장대로 ‘바다이야기’ 시대의 추억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바다이야기 이전에도 경품을 제공하는 사행성 게임은 많았으며, ‘짜릿한 한 방’ 에 중독되어버린 사람들은 음성적으로 영업되고 있는 불법 게임장에 드나들기도 했다. 당시 짭짤한 수익을 올리며 ‘돈 맛’ 을 알아버린 성인게임장 업주들 또한 합법적인 울타리 안에서의 새로운 ‘붐’ 을 기다리고 있던 것 또한 사실이다.


▲ 온라인에서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바다이야기 관련 도박 게임
바다이야기 시절의 '영광' 을 다시 누리고 싶어하는 업주와 고객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법 개/변조를 통한 사행성이 우려되는 전체이용가 아케이드 게임과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는 사후관리를 원칙으로 하는 게임위가 유독 성인 아케이드 게임에만 이러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도 넌센스다. 게임위의 설립 목적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불법 사행성 게임물 근절’ 을 목표로 하는 것 치고는 기준이 들쑥날쑥하다.

결론은 게임물의 사후 불법화에 대한 게임위의 관여 범위 문제다. 업주의 불법 행위로 인해 순식간에 사행성 도박 게임으로 둔갑할 수 있는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합당하다면, 불법 개/변조가 의심되는 온라인/청소년 아케이드 게임에 대해서도 향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엄격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불법 개/변조가 예상되는 청소년이용가 아케이드 게임과 온라인 게임에 대해서는 ‘규정에 없다’ 라는 이유로 사후 관리를 맡기고, 성인 아케이드 게임물에는 향후 불법행위가 의심된다며 특히 엄격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성인 아케이드 산업의 확장과 규제 완화만을 주장하는 어뮤즈협회의 주장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협회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성인게임장은 불법 환전과 개/변조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규모가 예전처럼 커지지 않더라도 제2, 제3의 바다이야기 사태는 얼마든지 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뭐, 결국에는 성인 아케이드 게임도 건전한 방향으로 활성화되면서 그 안에 숨어 있을 사행성 요소를 근본부터 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게임위는 심의기관으로서 게임 산업의 질을 해치지 않을 정도의 규제를 적용하고, 이후의 몫은 정부적 차원에서 사후관리를 강화해 사행성이 의심되는 게임을 엄격하게 단속하는 것이 옳아 보인다. 협회와 개발사 또한 눈 앞의 상업적 이익만 따질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자정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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