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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앙의 지스타2011 기행기, 북두신권 계승자 부산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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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행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크앙 기자의 비정상적인 뇌내에서 생성된 허풍이 상당수 섞여 있습니다. 본 기자는 사실 북두신권의 후계자가 아닙니다.

 

공휴일 하나 없는 잔인한 달, 11월. 그러나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히 행복한 달이다. 업체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 온라인게임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대작 패키지 게임도 엄청나게 쏟아진다. 그리고, 국내 최대의 게임 축제 ‘지스타 2011’ 이 열리는 달이기도 하다.

올해 지스타도 작년과 제작년에 이어 통산 3번째로 부산 벡스코(BEXCO)’ 에서 개최되었다. 개막일은 11월 10일 목요일. 운명의 장난인지 작년처럼 수능시험 당일에 치루어졌다. 이 날이 다가옴에 따라 전국의 고3들과 게임업계 관계자들, 그리고 기자들의 마음속에는 일말의 긴장감이 맴돌았다. 서울 모처의 아지트에서 조용히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고 있던 브라이언킴 대위…. 아니, ‘배틀필드 3’ 에 빠져 허우적대던 크앙 기자에게도 어김없이 초청장을 가장한 소집령이 떨어졌다.

<순순히 지스타에 취재를 다녀온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의 휴식은 없는 것인가. 화창하게 햇살이 내리쬐던 11월 6일(일) 오후, 크앙은 잠에서 깨어나 부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저 남쪽에서 벌어질 치열한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서.

▲ 부산으로 출발한다. 뛰어서!

 

-0일차-

크앙이 부산에 도착한 것은 서울을 출발한 지 3일 째인 11월 9일(수) 밤중이었다. 뭐하느라 3일이나 걸렸냐는 동료 기자의 말에 크앙 기자는 호기롭게 답했다.

“기계의 힘을 빌어 만든 이동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북두신권의 힘만으로 달려와서 늦었다.”

사실 ‘지스타’ 이전에 대구에서 개최된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KGC) 2011’ 에 참가하느라 늦은 것이지만, 인생은 허세 아닌가. 손가락이 부르트고 감각마저 무뎌져 버릴 듯한 명대사를 내뱉은 크앙은 그 허세 덕분에 여독을 풀 틈도 얻지 못한 채 ‘지스타 2011’ 개최 준비를 하고 있는 한밤중의 벡스코로 강제로 이송되었다.

아직 ‘지스타 2011’ 개최 전날임에도 불구하고, 회장인 벡스코 내부는 행사 당일보다 무시무시한 열기가 감돌았다. 각종 시설물 설치는 물론, 관객들의 동선을 체크하고 각종 부대행사에 대비한 예행 연습을 진행하는 모습이 군데군데서 눈에 띄었다.

▲ 개장 준비가 한창인 벡스코의 9일(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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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스걸은 없지만 부스동상(?)은 벌써 준비 완료다

몸이 녹아버릴 듯 한 열기를 내뿜는 스태프들을 뒤로 한 채, 크앙은 메인 행사가 펼쳐질 B2C관을 둘러봤다. 비록 게임 시연도, 행사도, 부스걸도, 시연 도우미도 없고 곳곳에 사다리차와 전선, 건설폐기물(?)이 널려 있는 황량한 무대였지만, 이번 ‘지스타 2011’ 에서 어떤 게임이 메인으로 전시되고, 부스의 대략적인 모습 등을 파악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사실 개장 전에 각 업체의 부스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북두신권 후계자 게임 전문기자로서의 전통적인 특권(?) 중 하나다. 단, 올해는 상당히 독특한 해프닝이 벌어져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의 헛웃음을 유발했다.

해당 사건은 밤 11시 59분과 12시 00분 사이에 벌어졌다. 왜 이렇게 정확한 시간을 기억하고 있냐고? 그건 바로… ‘12시가 넘었으므로 청소년들은 게임을 더 이상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라는 문구가 대형 스크린에 표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바로 ‘셧다운제’ 로 불리우는 청소년보호법이 게임 시연회장에까지 그 여파를 미친 것이다. 시연 버전도 해당 법을 적용받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창 대형 스크린에서 게임 영상을 시연하던 모 업체 스탭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다행히 ‘지스타 2011’ 은 아침 10~11시부터 저녁 6시까지만 오픈하니 본 행사에서는 이러한 해프닝이 없을 테니... 말 그대로 해프닝이었지만 나름대로 신선했다. 셧다운제는 늘 우리 곁에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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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터에서 시연 중이던 게임에서 갑자기 셧다운제가 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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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PSN과 XBLA에서도 셧다운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언제나 여러분의 곁에서 살아 숨쉬는 셧다운제

 

-1일차-

앞서 말했듯, 올해 지스타는 작년처럼 수능 시험일과 겹쳐 개최되었다. 공교롭게도 숙소 바로 앞, 그러니까 발코니로 바로 내려다보이는 고등학교에서 수능시험이 치뤄졌기에 크앙 기자는 자명종도 필요 없이 열띈 응원에 힘입어 상쾌한 기상을 할 수 있었다. 창 밖을 향해 저주로 보이는 어떤 기운을 뿜으며 일어난 크앙은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학생들이 남을 밟고 올라서기 위해 발버둥치는 수능, 게임업체들이 다른 업체들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지스타. 이 둘의 본질은 같도다!(해당 발언은 크앙 기자의 독자적인 애드립일 뿐, 게임메카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뭔가 지극히 개인적이고 쓸모 없는 깨달음을 얻은 크앙.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다. 올해 지스타는 작년과 달리 개장 시간이 10~11시로 늦춰졌기 때문에, 수능 시간에 맞춰 일어난 크앙은 순간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 하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결국 크앙은 해운대 바닷가로 향했다. 어느덧 늦가을을 지나 서서히 초겨울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계절이라 그런지, 해변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도, 비치발리볼이나 선탠을 하고 있는 젊은이들도, 해운대 명물인 파라솔 군단도 없었다. 여기에 약간의 가랑비도 내리기 시작하자 실망한 크앙은 모든 것을 접고 ‘지스타 2011’ 이 열릴 벡스코 회장으로 향했다. 그에게 겨울바다의 낭만이나 고독을 씹는 로망 따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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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것도 없어

벡스코에 도착해 동료들과 합류한 크앙은 앞으로 4일 간 기자들의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각종 매체의 기자들이 모이고, 취재 기사가 쓰여지고, 업계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각종 발표가 이루어지는 곳. 바로 프레스룸이다. 작년에도, 제작년에도 그랬듯이 올해의 지스타 프레스룸에도 많은 기자들이 집결했다. 다만 그 규모가 생각보다 조금 많았다는 정도였다. 아니, 너무 많았다. 다행히 크앙과 동료들은 빈 자리에 쏙쏙쏙 들어가 앉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아직 9시가 막 지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프레스룸에는 더 이상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기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자리가 없네요. 저 그냥 나갈게요.”

“들어올땐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땐 아니란다.”

“으아아 뭐하는거에요?”

“찰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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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아침 9시인데도 불구하고 꽉 차버린 프레스룸
오른쪽 아래의 죽어가는(?) 기자를 통해 격한 자리다툼을 짐작할 수 있다

위의 상황에서도 볼 수 있듯(?), 이번 ‘지스타 2011’ 은 역대 최대 관람객으로 대변되는 유저들의 열기 뿐 아니라 취재열기 또한 매우 뜨거웠다. 결국 일부 기자들은 테이블이 아닌 임시로 마련된 의자에 앉아 기사를 작성해야 했고, 결국 다음 날 지스타 사무국이 회의실로 사용되던 방 하나를 추가로 오픈하면서 혼란이 수습되었다.

프레스룸의 상황과는 별개로, 많은 유저들은 개최 2~3시간 전부터 벡스코 회장 앞에 긴 줄을 이루며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슬비가 조금씩 내림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의 열정이 구름마저 증발시킨 것인지 날이 서서히 개었고, 그에 비례해 대기 인구수는 더욱 늘어만 갔다. 결국 지스타 사무국은 관람객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행사 개막을 예정된 시간보다 20분 가량 앞당겼고, 곧 수많은 경공 고수들이 셔터에도 잡히지 않을 듯한 스피드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부스를 향해 돌진해왔다. 이 와중 게임메카에서도 수백 명 이하의 사상자가 나왔으며, 크앙 역시 압사의 위기를 맞이했으나, 평소의 수련 덕택에 무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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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산 쓰고 대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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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열기가 구름을 증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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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드 라이징의 한 장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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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 출발 전을 바라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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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당시 입구 근처에 서 있다가 몰려오는 인파를 미처 못 보고 요단강을 넘을 뻔 한 게임메카의 임 모 기자는 그 때의 상황을 묻는 크앙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하며 패닉 현상을 보였다.

“취재를 정지합니다. 정지하겠습니다. 안돼잖아? 정지가 안돼! 정지시킬 수가 없어! 안돼! 으아아아아!!”

이러한 참사는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4시가 지나서야 비로소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크앙 기자는 노련하게도 관람객들의 러쉬가 잦아든 틈을 타 여유롭게 회장을 둘러봤다. 전날과는 달리 깔끔하게 정돈된 게임 부스에서는 아름다운 부스걸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하며 시연을 도와주고 각종 포즈를 취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아무래도 첫 날이다 보니 크게 눈에 띄는 특별 행사는 없었지만, 처음 공개되는 신작에서부터 출시가 임박한 기대작까지 수많은 게임들을 실제로 보고, 듣고,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시연을 완료하면 받을 수 있는 각양각색의 전리품과 저녁과 밤, 새벽에 걸쳐 처리해야 하는 막대한 업무량은 하루 종일 고생한 기자들을 위한 선물이었다. 이 날은 많은 기자들이 과분한 선물 러쉬에 차마 잠을 이루지 못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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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한가해 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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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와는 달리 다양한 부스 모델들과 도우미들을 만나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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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지스타에서 가장 신기했던 전리품
고구마케暘낮 생겼지만 사실은 수건입니다

-2~4일차-

‘지스타 2011’ 은 첫 날 이후 계속해서 더 많은 인파가 몰려오며 역대 최대 관람객수를 경신해 나갔다. 둘째 날인 11월 11일(금) 에는 수능이라는 짐을 벗어던진 부산 지역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서부터, 먼 곳에서 휴가를 내며 찾아온 열혈 게이머들, 그리고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를 맞아 행사장을 찾아온 커플부대까지 다양한 관람객들이 벡스코를 찾았다.

‘놀토’ 라 불리우는 학업휴무 토요일이 끼어 있는 주말에는 그야말로 발디딜 틈도 없이 몰려온 관람객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심지어 행사장 내 통로 너비가 작년보다 전체적으로 1~2m씩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기자단으부터 ‘통로 크기가 좁아진 것이 아니냐’ 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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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익! 더 많아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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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에 남남커플이 이렇게 많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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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끄)

특히, 라스트 3일 동안에는 다양한 유명인들이 ‘지스타 2011’ 회장을 찾아오며 아침 출근길의 신도림역이나 강남행 2호선 열차 같은 풍경을 연출시키기도 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를 비롯해서 슬레이어즈 복서 임요환과 김가연 부부, 달샤벳과 쥬얼리, 나인뮤지스 등의 여성 걸그룹, 천재 뮤지션인 UV와 임재범, 홍수아와 유승호 등의 홍보대사 연예인, 행사장을 깜짝 방문한 손지창-오연수 가족 등이 모습을 비칠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를, 기자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벡스코 밖에서도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대호, 조성환, 장원준 등 8명)의 사인회부터 스마트폰과 고전 아케이드 게임 전시관, 커다란 한비광 동상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져 회장 바깥으로 나온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또 한번 사로잡으며 ‘지스타 2011’ 의 성공적인 개최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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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저 부스에서 경기를 펼친 임요환-김가연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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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샤벳 등장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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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스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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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하면 롯데!

올해 ‘지스타 2011’ 은 어느새 게임계의 대세로 떠오른 스마트폰 모바일 게임들의 강세가 돋보였다. 모바일 게임 최초로 대규모의 B2C 부스를 낸 한게임 외에도 수많은 중소형 모바일 업체가 자사의 게임을 선보였으며, 온라인 게임 업체들도 스마트 플랫폼 게임을 하나둘씩 선보였다. 다만, 이에 걸맞는 무선인터넷 접속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시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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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타블렛 게임이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이뤘다

 

반면, 온라인과 패키지 게임은 작년보다 임팩트가 적은 느낌이었다. 국내에 한 번도 정식 소개된 적 없는 대형 신작들이 넘실대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에는 몇 개의 신작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작년부터 알려져 온 게임들인지라 내용에 상관없이 ‘임팩트’ 가 적었다. 또한 MS와 소니 등 콘솔 업체들이 불참하고, 세가마저 온라인 게임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실상 콘솔 게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즉, 규모는 커졌지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의 폭은 오히려 조금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한 점을 비롯해서, 많이 안정된 행사 진행,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 등을 종합해 보면 결코 나쁘지 않은 결과로 여겨진다.

아무튼 지스타 덕에 1년 만의 여행 한 번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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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의 올해 행사는 던파에서 사이퍼즈로 넘어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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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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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박스로 보이지만 사실 외부 부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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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스러운 멀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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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가씨(?) 작년에도 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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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수많은 추억을 뒤로 한 채 올해 지스타도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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