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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전 연대기(하), 템페스트에서 창세기전3 파트2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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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외전2 템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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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세기전' 의 두 번째 외전 '템페스트'

‘서풍의 광시곡’ 에 이어 발매된 ‘템페스트’ 는 ‘창세기전’ 의 두 번째 외전격 타이틀이다. ‘서풍의 광시곡’ 이 SRPG가 아닌 정통 RPG 방식으로 제작되었다면, ‘템페스트’ 는 미소녀 연애/육성 시뮬레이션과 횡스크롤 방식의 턴제 전투를 채용하는 등 엄청나게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여기에 국내 일류 성우들의 보이스 참가, 그리고 일본에서 일류 미소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인 타카 토니(TONY, 이하 토니) 의 미려한 일러스트로 인해 출시 전부터 여러 모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토니의 선이 얇고 고운 그림체는 남성 유저 뿐 아니라 여성 유저들의 호감까지 얻었고, 결국 많은 여성 게이머들을 ‘창세기전’ 시리즈 팬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템페스트’ 의 주인공은 전작 서풍의 광시곡에 등장했던 제피르팰컨의 명 군사이자 팬드래건의 황태자 클라우제비츠의다. 그는 평소에는 머리를 금발로 염색하고 얌전한 황태자 역할을 수행하지만, 한편으로는 머리에 빨간 브릿지를 넣은 날나리(;;)같은 모습을 하고 귀족들을 상대로 신출귀몰한 범행을 저지르는 괴도 샤른호스트로서의 모습도 가지고 있다. 이번 '템페스트' 에 등장하는 모습은 괴도 샤른호스트의 모습이다.

샤른호스트는 전작 ‘서풍의 광시곡’ 에서 온 몸을 보랏빛 망토로 감싼 도둑으로 나오는데, ‘템페스트’ 에서는 얼핏 보면 ‘호스트’ 로 보일 정도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성격 역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당시 소프트맥스 측에서는 너무나도 바뀐 샤른호스트와 클라우제비츠의 모습에 대해 '서풍의 광시곡에서의 모습은 그저 내숭일 뿐이었다' 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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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풍의 광시곡' 에서의 명 군사 클라우제비츠(좌)와
'템페스트' 에서 샤른호스트로 변한 클라우제비츠(우)

그러나 여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창세기전 연대기 (상)' 편 마지막에서도 살짝 언급했듯이, 사실 '템페스트' 는 ‘창세기전’ 시리즈와는 별개로 제작 중이던 제 3의 게임이었다. '템페스트' 는 원래 ‘졸업’ 시리즈와 같이 여성 캐릭터들을 육성하고, 그녀들의 호감도를 올려서 엔딩을 보는 연애&육성 시뮬레이션의 느낌이 강했으며 전투 요소는 ‘프린세스 메이커 2’ 의 무사 수행처럼 부가적인 역할을 할 뿐이었다. 게임의 무대 역시 ‘창세기전’ 이 아니라 귀족들의 암투가 횡행하는 영국 중세 시대를 모티브로 구성된 새로운 세계였고, 주인공 역시 괴도 샤른호스트가 아닌 흡혈귀 콘셉이었다. 여기에 기독교적인 요소를 첨가해서 게임 후반부에는 천사(게임 후반부에 나오는 발키리 아머가 대표적)와 악마 간의 대결 구도도 넣을 계획이었다. 그 외에도 이후 논란이 되는 환생 관련 설정도 그렇고, ‘템페스트’ 는 ‘창세기전’ 과 전혀 연관성이 없던 타이틀이었다.

이렇게 한창 개발이 진행되어가던 ‘템페스트’ 의 방향이 달라진 것은 IMF 경제 위기와 전작의 유통사인 하이콤의 부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서풍의 광시곡’ 의 판매 수익을 전부 회수하지 못해 경영 위기에 봉착한 소프트맥스는 새로운 IP를 통한 모험보다는 흥행 보증수표 ‘창세기전’ 시리즈의 새로운 타이틀을 한시라도 빨리 내놓는다는 선택을 했고, 결국 '템페스트’ 는 ‘창세기전 외전 2’ 라는 이름으로 ‘창세기전’ 시리즈에 편입된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IMF 경제위기는 게임산업 뿐 아니라 ‘창세기전’ 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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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 발매된 PS2판 '서풍의 광시곡' 에서의 클라우제비츠
'템페스트' 에서의 외형적 변화를 백분 반영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문제는 전혀 다른 게임이었던 ‘템페스트’ 를 ‘창세기전’ 에 편입시키는 일정이 너무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템페스트’ 의 출시일은 1998년 12월이었는데, ‘창세기전 외전 2’ 로의 선회는 7~8월사이에 이루어졌다. 불과 3~4개월 만에 기본적인 세계관에서부터 설정 뿐 아니라 게임의 장르까지 바꿔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자유로운 영혼의 흡혈귀였던 주인공은 의도치 않게 날나리(;;)가 된 클라우제비츠라는 설정을 얻었고, 후반부에 대폭 추가된 ‘창세기전’ 관련 캐릭터(죠엘, 바자, 주신/악신들, 천사 등)와 엔딩 부분은 원 일러스터였던 토니와의 계약에 없던 내용이었기에 별도의 작업을 통해 추가하게 되었다. 그 때 투입된 일러스트레이터가 ‘창세기전 3 파트 1~2’ 와 ‘마그나카르타’ 시리즈의 원화를 맡은 김형태(현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 AD)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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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템페스트' 초중반 일러스트를 맡은 '토니(T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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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딩과 후반부, 조연 캐릭터들의 디자인을 맡은 김형태의 일러스트
사실 기자는 98년 당시 '템페스트' 를 플레이하며 일러스트의 변화를 인지하지 못했다

템페스트가 출시된 98년 당시의 개발 상황을 최연규 이사에게 직접 들어보자.

90년대 중반에는 일반적으로 액션/슈팅 게임의 경우 3~6개월, RPG의 경우 욕심을 부리면 1년 내외의 개발 기간이 소모되었다. 그런데 ‘템페스트’ 개발 당시에는 1년도 안 되는 기간(98년 3월~12월 사이의 9달)에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모자라서 중간에 방향까지 변경해야 했다. 때문에 당시 개발자들은 열흘 이상 한 잠도 못 잘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개발에 전념했다.

그러나 개발 방향의 변경으로 결국 출시 전 예고했던 시스템이 삭제되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등 유저들에게는 죄송할 따름이다. IMF등 여러가지 사정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건 변명할 수 없는 잘못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토니를 발탁한 이유는 누가 봐도 예쁘다고 느낄 만한 미소녀 캐릭터가 필요했는데 당시 국내 게임 업계에서는 이러한 느낌을 잘 살려낼 일러스트레이터를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서풍의 광시곡’ 당시에도 일본인 일러스트레이터와 작업을 했었는데, 이 때 외국 일러스트레이터와 작업을 하더라도 의도가 충분히 반영된 캐릭터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붙어서 작업 자체는 수월했다. 사족으로는, 개발이 중단되어 대외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지만 ‘에임포인트’ 의 후속작으로 개발했던 ‘제로아워’ 의 경우 메인 일러스트를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시로 마사무네가 맡아서 작업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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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봐도 예쁜' TONY의 미소녀 일러스트

그러나 앞서 언급했다시피 프로젝트의 방향이 변경되면서 중반 이후 새로운 내용이 많이 덧붙여져 새로운 일러스트가 대량으로 필요했다. 이 당시 토니와의 계약은 이미 만료된 상황이었기에 새로운 일러스트레이터를 찾아야 했고, 결국 김형태씨를 새로 영입하게 되었다. 향간에서는 토니와 소프트맥스와의 불화, 계약 과정에서의 오해 등의 루머가 많은데, 이 자리를 빌어 오해를 풀자면 토니는 의뢰를 받은 만큼의 작업을 충실히 이행했다. 사실 일러스트의 통일성을 위해서는 후반 부분도 추가로 계약하는 것이 베스트였겠지만, 당시 토니의 스케줄 상 급하게 추가 작업을 하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덧붙이자면, ‘템페스트’ 는 '창세기전' 시리즈 최초로 본격적인 성우 녹음 작업이 진행되었던 타이틀이다. 성우분들과의 작업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부분으로, 투자 대비 효과가 매우 컸다. 때문에 ‘창세기전 3’ 에서도 파트 1, 2를 통틀어 성우분들을 적극 기용했으며, ‘창세기전 4’ 에도 가급적 원작의 성우분들을 기용해 느낌을 살릴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일화로는, 당시 성우 녹음을 총괄하던 이주환 부장(현 아이엔젤 디렉터)이 ‘템페스트’ 에 참여했던 성우분과 사귀게 되어 결혼하게 된 일이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성우분들의 녹음 관리를 독신 남성에게 맡기지 않게 되었다.(웃음)

‘서풍의 광시곡’ 과 ‘템페스트’ 의 스토리 전개를 통해 배운 점이라면, 병렬적인 이벤트를 통한 스토리 진행 방식에 대한 노하우다. ‘템페스트’ 에서는 주인공과 히로인의 호감도 등 여러 가지 스탯에 따라 다양한 곁가지 이벤트가 발생하는데, 이는 스토리의 통일성을 유지시켜 주면서도 개개인의 플레이 경험을 각기 다르게 해 준다. 이는 '서풍의 광시곡' 의 멀티 엔딩보다 큰 호응을 얻었고, 게임의 몰입도도 높여줬다. 이를 토 게임에서는 수많은 분기를 통한 멀티 엔딩보다는 하이퍼텍스트적인 입체적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을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이 ‘창세기전 3’ 의 파트1~2 진행, 특히 ‘크로스 인카운터’ 챕터다.

‘템페스트’ 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성왕 라시드의 왕위를 이을 우드스톡(클라우제비츠의 아버지)이 일찍 세상을 떠나고, 라시드 서거 후 치열한 권력 전쟁 끝에 팬드래건의 왕권은 패륜왕이라 불리우는 리처드에게 넘어간다. 그는 대의명분을 위해 자신의 조카이자 왕위 계승에 가장 적자라 할 수 있는 필립과 존 형제(이후 창세기전3의 주인공이 되는)를 투르로 팔아넘기고, 그들의 큰누나인 엘리자베스 팬드래건과 결혼하겠다고 발표한다.

이에 엘리자베스와 그의 동생 메리, 하녀 코델리아는 용자의 무덤에 있던 클라우제비츠에게 몸을 의탁하고, 클라우제비츠가 맞불 작전(?)으로 엘리자베스와의 결혼과 리처드 처단을 발표하면서 팬드래건 왕국의 귀족들은 두 파로 찢어지게 된다. 여기에 오필리어, 자드, 캐서린, 리나, 앤, 제인쇼어 등의 히로인들이 동료로 합류하고, 그들은 ‘템페스트’ 라는 서커스단을 조직해 왕국 각지를 돌며 귀족 세력의 설득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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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중반에 등장하는 서커스단 '템페스트'
미니 게임의 난이도는 의외로 상당한 수준이다

이후 벌어진 장미 전쟁을 통해 클라우제비츠 일행은 리처드를 궁지에 몰아넣지만, 리처드는 전설의 마장기 아스모데우스를 부활시켜 쳐들어온다. 이에 클라우제비츠는 용자의 무덤 지하에서 자신이 전생에 주신과 함께 싸우던 13익의 천사 루시퍼였음을 깨닫고, 주신 최강의 마장기 셰라프를 가동해 아스모데우스와 싸운다. 이 아스모데우스를 조종한 사람은 클라우제비츠의 집사 에밀리오. 그는 사실 13주신 중 하나인 빛의 비스바덴으로, 베라모드의 숨겨진 음모를 막기 위해 클라우제비츠를 각성시키려고 이 전투를 만들었다. 결국 이 싸움에서 클라우제비츠는 아스모데우스를 격파하지만, 모든 생명력을 소비하고 만다.

지상에 내려와 죽음을 기다리던 클라우제비츠를 살린 것은 전생의 연인이었던 리리스의 환생(히로인 중 한 명)이 시전한 자기희생마법으로, 이 덕에 클라우제비츠는 목숨을 건지지만 수천 년을 기다린 연인과 또 다시 이별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후 리차드에게 납치되어 백치가 되어버린 엘리자베스가 또 다른 리리스의 환생임이 밝혀지고, ‘템페스트’ 를 상징하는 키스씬과 함께 유일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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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세기전' 시리즈 유일의 해피 엔딩

‘템페스트’ 는 기존 ‘창세기전’ 시리즈 뿐 아니라 어떠한 RPG와 비교해 봐도 독특한 시도를 많이 한 게임이었다. 대표적으로 연애, 육성 시뮬레이션 요소가 본격적으로 삽입되었다는 것을 들 수 있는데, 플레이어는 8명(+1명)의 히로인들을 만나고, 여행을 떠나고, 그녀들의 다툼을 중재하고, 고민을 해결해 줌으로써 ‘호감도’ 를 상승시킬 수 있다. 히로인들은 각자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특정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에 따라 호감 혹은 비판적인 눈초리를 보내 온다. 게임 종반으로 가면 호감도가 가장 높은 히로인이 품고 있는 깊은 고민을 함께 해결하고, 고백과 함께 키스씬까지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 ‘프린세스 메이커 2’ 를 연상시키는 육성 요소도 첨가되어 여성 캐릭터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능력치를 상승시키거나, 월드 맵에서 각종 마을과 던전을 돌아다니며 ‘무사수행’ 같은 느낌의 전투를 치를 수도 있다. 전투 또한 몇 가지 버그만 제외하면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쉬운 수준이라(중간 세이브가 없다는 점은 제쳐두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었다. 한 마디로, ‘템페스트’ 는 전체적으로 ‘남자의 게임’ 향기가 풍기는 ‘창세기전’ 시리즈의 유일한 ‘꽃’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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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드는 캐릭터들을 원하는 방향으로 키우는 육성 시뮬레이션 요소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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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감도를 올려 엔딩까지 도달하는 연애 시뮬레이션 요소까지...

그러나 '템페스트' 와 기존 시리즈와의 분위기가 너무 달랐던 탓일까, ‘템페스트’ 는 ‘창세기전’ 시리즈 사상 가장 호불호가 심하게갈리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그 중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부분은 치명적인 버그와 밸런스적인 문제가 유달리 많았던 점, 그리고 전투의 재미 부분에서 전략성이 비교적 부족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현재 ‘창세기전’ 팬들 중에서 ‘템페스트’ 로 인해 ‘창세기전’ 을 접하게 되었다는 답변이 꽤나 많다는 것과, ‘창세기전 3 파트 1’ 의 복선을 상당수 제공했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보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기념비적 타이틀임에는 분명하다.

 

창세기전 3 파트 1, 2

‘템페스트’ 이후 ‘창세기전’ 시리즈는 외전이 아닌 정규 타이틀로 돌아왔다. ‘창세기전 2’ 이후 4년 만에 출시된 정식 후속작 ‘창세기전 3 파트1’ 은 전작과 같은 SRPG로 회귀했으며, 3개의 독립된 챕터를 따로 전개해가다 최종적으로는 하나로 통합되는 스토리 전개 방식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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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개의 외전을 거쳐 4년 만에 정식 시리즈로 돌아온 '창세기전 3 파트1'

'창세기전 3 파트1' 의 전체적인 게임 방식은 ‘창세기전 2’ 를 답습/업그레이드 했으나, 군단(용병) 시스템이 추가되면서 ‘전투’ 보다 스케일이 큰 ‘전쟁’ 을 구현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실 ‘창세기전 3 파트1’ 에서 처음 선보여진 군단 시스템은 꽤나 불완전했다. 불편한 시스템(캐릭터 개인의 스킬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 군단장 캐릭터가 죽으면 군단원 용병 모두에게 각각 턴이 돌아오며 전투를 길고 지루하게 만듬) 과 부족한 AI, 얼핏 보면 대동소이해 보이는 군단 전술은 등은 군단 시스템의 활용도 자체를 낮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군단 시스템은 ‘창세기전 3 파트2’ 에서 개선된 AI와 손쉽게 사용하는 군단 전략과 필살기 등을 추가하며 군단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도 캐릭터 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전투의 재미 요소로 한 단계 발전했다. 이러한 군단 시스템은 얼마 전 공개된 ‘창세기전 4’ 에서 더욱 세련된 모습으로 재등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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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창세기전 3 파트1' 의 군단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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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창세기전 3 파트2' 에서는 훨씬 진화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창세기전 4' 의 군단 시스템은 어떤 매력을 선보일 지 궁금해진다

‘창세기전 3 파트1’ 의 스토리는 ‘시반슈미터’, ‘크림슨 크루세이드’, ‘아포칼립스’ 의 3갈래로 나뉜다. ‘템페스트’ 에서 투르로 팔려간 팬드래건 왕국의 두 왕자 필립과 존은 각각 ‘살라딘’ 과 ‘버몬트 대공’ 이 되어 투르(시반슈미터 챕터)와 팬드래건(크림슨 크루세이드 챕터)에서 통일 전쟁을 치르고, 게이시르 제국의 특수 첩보부대 ‘SS’ 의 두 요원 크리스티앙과 죠안을 주인공으로 한(나중에 가면 정체를 감춘 클라우제비츠가 ‘철가면’ 이라는 이름으로 주인공 행세를 한다) 아포칼립스 챕터가 별도로 진행된다.

‘시반슈미터’ 챕터에서는 전직 왕자(;;)였던 살라딘과 그의 동료들, 그리고 그의 연인인 세라자드를 중심으로 한 투르 대륙의 통일 스토리가 다루어진다. 용병대장이었던 살라딘은 자신의 친구이자 투르의 왕자인 사피 알 딘을 도와 투르를 통일시키기 위한 여정을 벌인다. 그 와중 사피 알 딘의 여동생인 세라자드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고, 예니체리인 얀 지슈카 등을 동료로 맞이하며 팬드래건을 잊고 투르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 하게 된다. '시반슈미터' 챕터는 정글과 사막, 바다까지 다양한 지형을 바탕으로 소규모 전투에서부터 대규모 전투까지 다양한 전투가 진행된다.

‘크림슨 크루세이드’ 챕터는 ‘창세기전 2’ 와 ‘템페스트’ 의 주무대가 되었던 팬드래건 왕국과 그 주변 국가(구 실버애로우 동맹)를 바탕으로 한 전쟁을 다룬다. 투르에서 구출된 존은 어디론가 떠난 클라우제비츠 국왕의 공석을 버몬트 대공이 되어 계승하고, 형을 죽인(죽였다고 알고 있는) 투르를 치기 위한 전쟁을 제안하며 헤이스팅스 공작을 위시한 귀족들과 마찰을 일으킨다. 결국 헤이스팅스 공작은 귀족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고, 버몬트 대공과 기나긴 내전을 일으킨다. 기나긴 전쟁 끝에 버몬트 대공은 헤이스팅스 공작의 외동딸인 바이올라를 속여 헤이스팅스 공작을 처단한다.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가 이루어지는 ‘시반슈미터’ 챕터와는 달리 상당히 비정한 느낌이 감돌고, 대규모 전투와 캐릭터 등용 분기가 자주 이루어지는 가장 ‘창세기전 다운 챕터' 로 평가된다.

‘아포칼립스’ 챕터는 흑태자의 나라이자 ‘서풍의 광시곡’ 의 주무대였던 게이시르 제국의 비밀부대 SS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서풍의 광시곡’ 에 등장했던 메디치와 이자벨의 둘째 아들인 크리스티앙과 비프로스트 발키리 출신인 죠안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챕터 전체를 보면 이 둘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베라모드의 음모를 i아 여러 가지 일을 벌이는 철가면(클라우제비츠의 변장한 모습)의 활약이 주를 이룬다. 챕터 첫 장면에서는 크리스티앙의 친형인 알바티니가 시라노의 딸이자 제국의 황제인 크리스티나를 암살하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창세기전 3 파트 2’ 를 염두에 둔 복선 중 하나다. '아포칼립스' 챕터는 앞서 소개된 두 챕터와는 달리 ISS의 특수임무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대부분의 전투가 소규모로 진행되며, 도망치기나 던전 탐색 등 독특한 컨셉의 게임 플레이가 자주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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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반슈미터' 의 주인공 '살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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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림슨 크루세이더' 의 주인공 '버몬트(좌)'와 '아포칼립스' 의 주인공 '크리스티앙(우)'

위의 3가지 챕터는 얼핏 보기엔 아무런 관련 없이 따로 진행되지만, 이야기가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각 챕터 사이에는 조금씩 접점이 생긴다. 예를 들면 자신이 키우던 캐릭터가 능력치를 그대로 지닌 채 적으로 등장하거나, 다른 진영의 캐릭터들끼리 서로를 죽고 죽이는 등 ‘창세기전’ 특유의 전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챕터는 투르가 통일되기 직전 철가면이 세라자드의 오빠이자 살라딘의 수장인 사피 알 딘을 암흑신의 수하로 오인해 암살하고, 버몬트 대공이 혼란에 빠진 투르를 침공하면서 본격적으로 한 곳으로 집결된다.

서로 얽히고 鰕 목적들, 그 와중에 발생하는 한 끝 차이의 안타까움. 그리고 이 모든 사건들을 조금씩 조율해가며 이야기를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시즈’ 의 존재까지. 숨가쁘게 전개되는 후반부의 스토리는 ‘창세기전’ 시리즈 사상 최고의 긴박감을 주며, 형제 간의 비극을 정점으로 ‘창세기전 3 파트 1’ 의 스토리는 어느 정도 일단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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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전의 비극에서 시작되어 걷잡을 수 없는 곳까지 온 형제의 엇갈린 운명
살라딘의 용서와 버몬트의 절규가 교차되는 명장면이다

이후 철가면에 의해 비공정 라이트 블링거에 집결한 살라딘, 크리스티앙, 죠안 등의 인물들은 베라모드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결국 베라모드가 세계 멸망을 위해 안배한 앙그라마이뉴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철가면은 아수라검을 소환해 앙그라마이뉴를 찌르지만, 이는 앙그라마이뉴의 부활을 촉진시키는 역효과로 작용한다.

베라모드의 음모와 철가면의 착각으로 인해 세계는 결국 멸망(나중에 밝혀지는 바에 따르면 멸망 예정인 세계의 영혼들을 아르케로 강제 이동시킨 셈)하지만, 살라딘과 크리스티앙, 죠안을 비롯한 나머지 인물들은 라이트 블링거와 함께 신들의 세계인 아르케로 시공간 이동을 하게 된다. '창세기전 3 파트1' 은 여기서 끝나고, 이야기는 1년 후(2000년) 발매된 '창세기전3 파트2' 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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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리아에서 아르케로 무대를 옮긴 '창세기전 3 파트2'

이어 발매된 ‘창세기전 3 파트2’ 는 아르케로 간 살라딘 일행과 베라모드의 이야기를 다룬다. ‘창세기전 3 파트 2’의 첫 챕터인 ‘영혼의 검’ 에서는 라이트 블링거를 타고 아르케로 간 살라딘 일행의 여정이 그려진다. 살라딘 일행이 아르케이서 눈을 떴을 때 라이트 블링거는 아무 곳에도 없었고, 함께 탑승했던 일행들 역시 크리스티앙과 죠안, 살라딘 세 명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 그들 세 명은 베라모드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베라모드의 실마리를 잡아 그의 정체를 해명하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그러나 살라딘과 크리스티앙은 임무 수행에 대한 방법론에 대해 의견 충돌을 벌이게 되고, 이러한 결속의 틈은 결국 죠안이 위기에 처한 살라딘을 구하면서 죽어버리며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벌어져버린다. 어느 새 죠안을 사랑하게 된 크리스티앙은 살라딘을 죽이려 하고, 결국 한쪽 팔을 잘린 채 악의 길로 들어선다. 이후 살라딘은 크리스티앙의 총탄에 죽음을 맞이하지만, 엠블라가 개발한 과학 기술인 ‘달’ 을 통해 새로운 육체에서 부활하게 된다. 이를 안 살라딘은 냉동 상태로 보관해 놓은 자신의 연인 세라자드를 부활시켜 주기를 간청하지만, 남몰래 살라딘을 사랑했던 엠블라는 질투심에 휩싸여 남은 ‘달’ 을 모두 파괴한다. 결국 살라딘은 자신의 몸을 세라자드에게 주라는 말과 함께 아수라를 몸에 꽂아 자살하고 만다. 스포일러일지도 모르지만, 살라딘의 몸이었던 ‘달’ 에 세라자드의 영혼을 받아들여 태어난 것이 바로 베라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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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시즈' 죠안은 살라딘을 지키다 목숨을 잃고, 크리스티앙은 타락해 살라딘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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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라자드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한 살라딘
이후 살라딘의 몸(달)과 세라자드의 영자가 만나 '베라모드' 가 탄생한다

사실 죠안은 베라모드가 안배해 놓은 마지막 시즈다. 시즈는 ‘창세기전 3 파트 2’ 에서부터 계속해서 등장한 의문의 인물들로, 역사의 중심축마다 나타나 각종 사건을 조율하는 임무를 맡은 베라모드의 안배 중 하나다. 예를 들면 철가면에게 i기던 살라딘을 구해준다거나, 헤이스팅스의 반란을 부추겨 버몬트 대공을 복수의 화신으로 만들기도 하고, 살라딘이나 철가면 측의 동료가 되어 역사를 진행시키기도 한다. 죠안 또한 살라딘을 지키고 결과적으로 베라모드의 탄생을 유도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 중 하나였으며, 라이트 블링거를 타고 온 인물 중에서 시즈가 상당수 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즈의 경우 이번 창세기전 4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며, 시즈에 대한 의문점들도 차후 밝혀질 예정이다.

‘창세기전 3 파트 2’ 의 두 번째 챕터인 ‘뫼비우스의 우주’ 에서는 베라모드와 주신, 암흑신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혼의 검’ 과 ‘뫼비우스의 우주’ 챕터는 게임상에서 동시에 펼쳐지는데, 생각보다 순수해 보이는 베라모드의 여정과 그를 i은 살라딘 일행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애간장을 태운다. 그러나 ‘크로스 인카운터’ 챕터에서 이 둘은 다른 시대의 사건임이 밝혀지고, 살라딘들이 i던 베라모드는 동명이인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살라딘의 몸(달)과 세라자드의 영혼이 합쳐져 태어난 것이 베라모드이기 때문이다. 이후 베라모드는 모두와 같이 안타리아로 떠나고, ‘창세기전 2’ 의 마지막에서 흑태자의 아수라검에 찔려 최후를 맞이한다.

‘뫼비우스의 우주’ 챕터에서는 ‘창세기전 2’ 부터 ‘템페스트’ 까지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주신과 암흑신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비춰진다. 오딧세이에서 흑태자에 의해 최후를 맞이한 주신들 뿐 아니라 시라노에게 암흑혈을 전수한 데히모스(리차드)의 모습, 그리고 ‘템페스트’ 에서 에밀리오로 등장한 비스바덴(란)이 베라모드를 증오하는 이유 등이 상세하게 설명된다. 신들도 결국 인간이었음은 ‘창세기전 2’ 에서 밝혀지지만, ‘창세기전 3 파트 2’ 에서는 그들의 이야기가 비교적 상세하게 나타나 있어 새로운 느낌을 줬다.

특히 ‘템페스트’ 에서 재발견된 베라모드의 중성적인 모습에 대한 이유가 살라딘+세라자드 였다는 사실은 많은 팬들을 놀라게 했다. 사실 이 같은 설정은 ‘템페스트’ 엔딩 부분에서 김형태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그림의 영향이 크다. '템페스트' 당시에는 ‘창세기전 2’ 의 베라딘을 여성적인 모습으로 해석한 디자이너 개인의 취향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이 모습은 ‘창세기전 3 파트 2’ 의 최고 핵심 인물이자  베라모드라는 인물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모티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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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페스트' 에서 등장한 여성적인 모습의 베라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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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전개되는 베라모드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밖에도 ‘창세기전 3 파트1~2' 는 OST 부문에서도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소프트맥스는 당시 회사 내에 따로 음악작업실을 만들어 자작곡들을 녹음하곤 했는데, 이 같은 OST 사랑은 ’서풍의 광시곡’ 시절부터 조금씩 싹을 틔워 ‘템페스트’, ‘창세기전 3 파트 1~2’ 에서는 주옥 같은 명곡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최연규 이사가 회상하는 '창세기전 3 파트 1~2’

‘창세기전 3’ 에서는 게임 사이사이에 삽입한 복선을 굉장히 중요시 해서 작업했다. 실제로 ‘창세기전 3 파트 1’ 의 ‘아포칼립스’ 챕터를 보면 시작 부분에서부터 크리스티앙의 형인 알바티니가 죽어버린다. 그리고 ‘창세기전 3 파트 1’ 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등장하지 않다가 ‘창세기전 3 파트 2’ 의 ‘뫼비우스의 우주’ 챕터에 가서야 ‘데미안’ 이라는 이름으로 소생해 활약을 펼친다. 이렇게 상당 부분에서 ‘창세기전 3 파트 2’ 의 결말을 생각해 놓고 기획에 들어갔기 때문에 복선이 상당히 많다.

개인적으로는 ‘창세기전 3 파트 2’ 자체는 나름대로 마무리를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창세기전 2’ 시절부터 게임을 즐겨 왔던 매니아들에게는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도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개발하고 있는 ‘창세기전 4’ 는 세계관과 시나리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훨씬 길었다. 앞서 설명한 설정상의 오류라던지, 본편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흑태자의 입장이나 ‘삽가면’ 이라는 호칭으로 평가 절하받고 있는 ‘철가면’ 의 활약 등을 잘 메꿔줄 수 있는 이야기를 끌고 나갈 예정이다.

주신과 암흑신들의 원래 모습을 다룬 것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신들의 경우 이전 시리즈들에서는 근엄한, 혹은 강대한 힘을 바탕으로 한 과시욕에 사로잡힌 모습 등을 많이 보여줬는데, ‘창세기전 3 파트 2’ 에서 만나본 그들은 대부분 학생, 혹은 열정적인 젊은이(프라이오스, 데히모스 제외)들이었다. 얼핏 보면 전작들에서 보여준 모습과 많은 차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이는 안타리아로 이동하고 신이 된 이후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성격이나 인간관계 등이 바뀐 것이다. 사실 세상에는 처음부터 성인, 혹은 악인인 사람이 없지 않나. ‘창세기전 3 파트 2’ 의 신들은 쉽게 말해 뉴트럴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알다시피 암흑신이 악이거나 주신이 선은 아니지 않나. 신들끼리 부딪히다 보니 인간들 사이에서 당이 나뉘듯이 세력이 나눠졌을 뿐이다. 이러한 신들의 얘기 또한 ‘창세기전 4’ 에서 많이 밝혀질 것이다. 인간에서 어떻게 신이 되었는지, 본명이 아닌 신명(神名)이 어떻게 붙여졌는지 등이다.

‘창세기전 3’ 를 통해 아수라가 세계의 멸망과 탄생을 주관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사실 ‘창세기전 2’ 에서는 그냥 검이었다.(웃음) 아수라의 경우에도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설정이 많이 바뀐 케이스인데, 검 자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성이 부여된 것 같다. 마치 진짜 아수라처럼 생명력을 가지고 성장했으며, 지금도 성장 중이다. 역시나 이번 ‘창세기전 4’ 에서도 설정이 많이 변경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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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검에서 시작하여 모든 것의 '열쇠' 로 진화한 마검 '아수라'

'창세기전3 파트2' 이후 많은 유저들이 세계관 속의 모순점 등을 짚어주셨는데, 사실 이건 뫼비우스 세계관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게임 내에서 설명했듯이, '창세기전' 의 세계는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존재가 매번 역사가 반복될 때마다 동일힌 행동을 하지는 않다. 이러한 변화와 오차를 통칭하는 용어가 바로 '오차율' 이다. 아수라 프로젝트의 매 차수는 동일하지 않고 오차가 발생하는데, 기존 '창세기전' 시리즈는 서로 다른 아수라 프로젝트의 차수였기 때문에 조금씩 상황이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면 '창세기전 4' 에서는 오차율로 인해 '성녀' 에스메랄다가 '마녀' 로 변하기도 한다. 이는 9차 아수라 프로젝트와 10차 아수라 프로젝트가 완전히 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다양한 오차율과 그에 따른 파생 스토리에 대해서는 향후 '창세기전 4'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창세기전 아레나와 포립(4LEAF)

‘창세기전 3 파트 2’ 는 ‘창세기전 4’ 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스토리 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시리즈의 최종 타이틀이었다. 때문에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시리즈가 발매 후에도 계속해서 생명력을 가지게끔 하기 위하여 ‘창세기전 3 파트 2’ 내에 두 종류의 멀티플레이 모드를 구현했다. 이것이 바로 ‘창세기전: 아레나’ 와 ‘4Leaf(이하 포립)’ 이다.

‘창세기전: 아레나’ 는 ‘창세기전 3 파트 2’ 의 전투를 멀티플레이 방식으로 옮긴 것으로, 최대 8인의 유저가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배틀넷이라 할 수 있다. '창세기전: 아레나' 는 원작과 동일한 턴 방식의 진행을 사용했으며, 점수 획득을 통한 게임 모드를 선보여 상당한 수준의 전략성을 구현했다. 또한, 패키지 구매자가 아닌 일반 유저도 아레나만을 다운받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창세기전’ 사상 최초의 온라인게임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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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세기전 3 파트2' 의 전투를 특화시킨 '창세기전: 아레나'
특별 캐릭터 '흑태자' 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창세기전: 아레나’ 는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몇몇 캐릭터의 사기적인 성능과 보안 문제, 유저들의 어뷰징 행위 등으로 인해 결국 서비스 개시 4년째인 2004년에 서비스 중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여기서 얻은 수많은 온라인게임 개발/운영 노하우는 이후 '포립' 이나 기타 온라인게임에 밑거름이 된다.

반면에 커뮤니티 서비스였던 ‘포립’ 은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포립’ 은 정확히 말하면 게임적인 콘텐츠보다는 하나의 커뮤니티 시스템으로써의 성향이 강하다. 특히 전민희 작가가 집필한 판타지 소설 ‘룬의 아이들’ 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캐릭터화 시키고, 폭넓은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선보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기사단’ 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퀄리티 높은 커뮤니티 시스템 등은 게임을 뛰어넘은 하나의 대형 SNS 느낌까지 줬다.

특히 ‘포립’ 을 유명하게 만든 데에는 ‘주사위의 잔영’ 이라는 게임의 존재가 컸다. ‘주사위의 잔영’ 은 ‘창세기전 3’ 에 등장하는 캐릭터(+흑태자)를 카드(말)화시킨 게임으로, 최대 8명의 유저가 번갈아가며 주사위를 던져 말을 이동하며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사실 게임 자체는 이동과 공격, 방어 모두가 주사위로 이루어지는 단순한 보드게임이었지만, ‘창세기전’ 캐릭터의 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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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세기전' 과 '룬의 아이들' 을 토대로 개발된 커뮤니티 시스템 '포립(4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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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팅과 게임, 기사단 등 무궁무진한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포립’ 은 2003년 브라우저에서 웹으로 이전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시 소프트맥스는 3D로 이루어진 ‘주사위의 잔영 2’ 를 비롯해 ‘드림체이서’ 와 ‘젤리삐 워즈’, 여성 유저를 위한 플래시 게임, ‘창세기전’ 관련 2차 콘텐츠 등을 서비스할 계획이었으나, ‘주사위의 잔영 2’ 의 개발이 잠정 취소되고 캐릭터 위주의 커뮤니티 기능이 웹 상의 게시판으로 이전되면서 유저들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었다. 결국 ‘포립’ 은 2009년 웹 서비스를 닫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창세기전 3 파트 2’ 이후 패키지 형태의 ‘창세기전’ 시리즈는 종결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PC패키지 게임 산업이 쇠퇴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과 와레즈가 급속히 확산되며 대부분의 국내 PC 패키지 개발사들은 문을 닫거나 온라인게임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소프트맥스 역시 ‘창세기전 3 파트 2’ 이후 온라인&콘솔 게임 등으로 방향을 돌렸고, '테일즈위버', 'SD건담 캡슐파이터' 등의 온라인 게임과 '마그나카르타', 'XBLA 버전 던전앤파이터' 등을 개발했다. 그리고 현재는 MMORPG로 진화한 '창세기전 4' 를 개발 중이다. ‘창세기전’ 시리즈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연규 이사가 말하는 '창세기전: 아레나' 와 '포립'

‘창세기전 3 파트 2’ 의 멀티플레이 모드 ‘창세기전: 아레나’ 의 경우 사실상 온라인게임 사업 진출을 위한 시험작의 의미가 컸다. 여기서 축적한 온라인게임 운영 경험을 통해 향후 ‘테일즈위버’ 나 ‘포립’ 등을 운영했다. ‘창세기전: 아레나’ 와는 별개로 ‘창세기전’ 의 온라인화에 대한 시도가 내부적으로 있긴 했지만, 소프트맥스의 일본 콘솔시장 진출과 ‘테일즈위버’ 개발 시기 등과 겹쳐서 시기적인 무리가 있었다.

‘주사위의 잔영’ 은 사실 ‘캐릭터 수집 요소만 잘 구현되면 게임에서는 단순히 주사위만 굴려도 재밌을 것’ 이라고 생각해서 만든 게임이다. 캐릭터성을 믿고 손쉽게 만든 게임이었지만, 그 모체가 되는 ‘포립’ 의 경우 상당한 개발 비용이 들어간 커뮤니티 시스템이었다.

당시에는 ‘포립’ 을 통해 다양한 게임을 서비스할 예정이었는데, ‘테일즈위버’ 도 개발 기간이 꽤 길었던 데다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포립’ 을 부활시켜달라거나 ‘주사위의 잔영’ 을 리메이크 해달라는 등의 전화가 한 달에도 몇 번씩 오곤 한다. ‘주사위의 잔영’ 에서 보여준 캐릭터성을 더욱 발전시킨 것이 ‘창세기전 4’ 의 원형이니만큼 많이들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 '창세기전 4'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www.facebook.com/SpiralGenesis)
▶ 소프트맥스 공식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user/Softmax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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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전 3 1999. 12. 15
플랫폼
PC
장르
SRPG
제작사
소프트맥스
게임소개
'창세기전 3'는 '창세기전' 시리즈 다섯 번째이자 정식 넘버링 작품이다. '창세기전', '창세기전 2'와 마찬가지로 SRPG 장르를 채택했으며 3편의 5가지 에피소드 중 1 ~ 3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더욱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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