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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확률형 아이템 국감 집중포화는 자초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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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출처: 국회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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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정감사를 지켜보며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터질 게 터졌다’는 것이다. 그 폭탄은 바로 ‘확률형 아이템’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게임산업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뤘던 문체부와 한콘진, 게임위 국정감사에서 유독 ‘확률형 아이템’만 집중포화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입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다”라는 극단적인 지적까지 나왔다. 게임업계가 그간 외면해온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국회에서 터지며 법으로 규제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

그리고 이 위험을 자초한 곳은 그 어디도 아닌 ‘게임업계’ 스스로다.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암암리에 덮어두기만 한 것이 이번에 제대로 터진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게임사와 게이머의 갈등은 최근 일이 아니다. 특히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중심이 바뀌고 거의 모든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이 들어가며 불만이 급속도로 커졌다.

단순히 ‘확률형 아이템’이 많아서 불만이 높아졌다는 수준이 아니다. 모바일게임이 대중화된 지도 수년이 흘렀음에도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변함이 없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올해에도 모바일게임 주 수익원은 ‘확률형 아이템’이다. 일정 이상의 매출을 내면서도 유저 불만을 줄일만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BM 짜기보다 원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을 몇 년 째 사용하는 것은 유저를 질리게 한다.

여기에 확률형 아이템의 메인 상품이 등장할 확률은 0.1%도 안 된다. 0.1%는 오히려 등장 확률이 높은 수준으로 통하고, 0.00으로 시작하는 아이템도 있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신동진 의원이 ‘리니지M’의 ‘커츠의 검’을 예로 들어 “로또 2등에 당첨될 확률에 준한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모바일게임 대부분에 확률형 아이템이 들어가고, 0.00 수준의 확률에 돈을 쓰는 것이 유저 입장에서는 이중고인 셈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은 ‘소녀전선’과 같은 중국 미소녀게임의 국내 흥행이다. ‘소녀전선’의 흥행 원인 중 하나는 ‘캐릭터 뽑기’ 과금 부담이 국내 게임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게이머 사이에서 소위 ‘착한 과금’으로 입소문을 타며 게임이 흥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줬다. ‘캐릭터 뽑기’에 대한 과금 스트레스가 낮은 중국 게임의 성공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한다.

여기에 하나마나한 ‘자율규제’는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게이머의 불신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자율규제 목적은 게임에서 판매되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자율’이기 때문에 게임사를 강제로 참여시킬 수 없다. 여기에 유일한 패널티 ‘미준수 게임 공개’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 10월 20일에 공개된 ‘9월 모니터링 결과’ 조회수도 현재 30회가 채 안 된다. 업계가 약속했던 ‘미준수 업체 공개’는 없고, 모니터링 결과를 알리는데도 소극적이다. 게임업계도 신경 쓰지 않는 자율규제를 유저들이 공감하기란 쉽지 않다.

정리해보면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 유저 불만이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문제 해결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 ‘확률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려는 노력도 적었고, 업계에서 방패로 내세운 ‘자율규제’는 유명무실하다. 게임업계에서는 ‘자율규제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전보다 나아졌다고 느낄만한 부분은 거의 없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여론은 더할 나위 없이 악화됐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가 한 일은 제로인 셈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니 남은 것은 외부 지적이다. ‘확률형 아이템’도 마찬가지다. 게임업계 스스로가 뾰족한 답을 내지 못했으니 국정감사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은 업계 입장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 당분간은 ‘자율규제’를 방패 삼아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자율규제’에 명분이 생기기 위해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신을 없앨 게임업계의 실질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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